개정 노동법의 문제점과 노동 현장의 대응 방향

노동사회

개정 노동법의 문제점과 노동 현장의 대응 방향

admin 0 4,370 2013.04.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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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0년 1월12일 오후 3시~6시

장소: 백범김구기념관

사회: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권영국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토론: 박수근 한양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이창배 금속노조 정책국장
      김 석  공공운수연맹 정책국장
      김용서 전교조 교섭국장
      권오룡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홍보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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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_02.jpg반갑습니다. 김유선입니다. 작년 연말 노동법 개정 관련해서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했는데요. 제가 12월31일 저녁 8시30분에 방송되는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현행법 시행을 전제로 준비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막상 방송할 때가 되선 중재안으로 직권상정이 될 것 같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더군요. 어쨌든 아시는 바와 같이 결국 이른바 ‘추미애 안’으로 직권상정이 돼 국회를 통과됐습니다. 

단결권과 교섭권 유린 대가로 전임자 임금 금지 부분 완화돼

추미애 안과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했던 것이 현행법 그대로 시행되는 시나리오였죠. 만약 현행법이 시행됐다면 사업장 복수노조는 금년 1월1일부터 허용이 됐을 테고 창구단일화 없이 자율교섭으로 가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전임자 임금은 지급 금지되겠지만, 기왕의 노조법이나 산안법, 노사협의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과 관련해서는 유급이 보장됐을 거라 보입니다. 그러나 직권상정이 돼 통과된 개정 노동법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은 1년6개월 유예되었고, ‘1기업 1교섭’을 강제하는 창구 단일화 방안이 시행되게 되었는데요. 이는 소수노조와 초기업노조의 교섭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현행법 시행보다 개정 노동법이 그나마 낫다고 평가되는 게 전임자 임금 부분인데, 그 내용은 유급 보장이 되는 활동 내역에 노조유지관리업무가 추가된 것이죠. 그러나 이는 근로시간면제한도라는 틀 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그렇게 나아졌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결국 개정 노동법은 자주적 단결권과 교섭권을 유린하는 대가로 전임자 임금 금지를 부분적으로 완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 등은 개정 노동법 강행 근거로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는 현행법을 시행하면 현장에서 상당히 혼란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그렇지만 현행법은 이미 13년 동안 예고됐던 것이고, 지금도 노동부에 따르면 사업 단위 복수노조가 약 100여개 사업장에 200여개 존재하는데 대부분 자율교섭을 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문제가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 중에서 현행법 시행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던 건 주로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재계와 한국노총, 즉 복수노조를 원하지 않는 곳뿐이었습니다. 시기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만 정부나 민주노총 측은 어쨌든 현행법 시행을 차선책으로 여기고 있었죠. 이상을 종합해 봤을 때 현행법 시행이 극심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객관적 근거를 갖지 못한 주장으로 판단됩니다.

1.5년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 2011년 또 유예될 가능성도 있어

이제 노조 전임자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는데요. 관련해서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시기를 2010년 1월1일로 볼 것인가 7월1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자는 주로 노동부 후자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시행일을 어떤 것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전임자 관련해서 맺어지는 단체협약의 유효성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길게는 2년까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이 인정이 되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결정되게 됩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행일을 7월1일로 보고 올해 상반기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겠죠.  

다음으로 개정법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은 1년 6개월 유예돼서 2011년 7월1일부로 시행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가서 또 다시 유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때문에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복수노조 허용 여부에 관계없이 지금부터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15년 전에도 제3조5호 복수노조금지조항이 개정된 후 민주노총을 건설하려던 입장에서, 개정이 계속 유예되자 결국 일단 법외노조로 건설해놓고 압박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던 경험이 있는데요. 이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후에 복수노조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산별 차원에서 조직확대 노력을 강화하고, 사업장 단위에서도 가입자격 제한을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개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헌으로 가득 찬 교섭창구 단일화조항

개정 노동법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게 창구 단일화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온통 위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행법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조직대상 중복’인 경우입니다. 그러나 개정 노동법에서는 조직대상 중복 여부와 관계없이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 교섭단위 규정 등을 통해 ‘1기업 1교섭’을 강제하고 있죠. 기업단위 유일노조 강제조항을 삭제하게 되자 이를 유일교섭 강제조항으로 대체한 겁니다. 개정 노동법에는 공동교섭단위를 규정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렇게 ‘1기업 1교섭’을 강제하는 법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데요. 미국에서도 교섭단위를 기업으로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교섭대표노조 선정 절차를 4단계로 나눠놨는데요. 이 또한 사용자들이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개정 노동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은 규범적 부분과 채무적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복수노조가 만들어져도 노조 사무실, 전임자, 조합활동 등과 관련한 채무적 부분을 우선 교섭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새로운 노조는 단체교섭권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노조는 다수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계속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겠죠. 한편, 개정 노동법은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요. 이는 개별교섭의 가능성보다는 사용자들에게 교섭상대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교섭을 해태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한 측면이 더 커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은 소수노조와 초기업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거나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 정규직 중심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시키고 산업?지역 등 초기업수준 노사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으며, 이에 따라 노조 조직률 제고와 초기업노조 건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다수노조 지위를 둘러싸고 노노갈등과 노사갈등이 강화되고,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유인도 더 커지리라 예상됩니다. 

이번 법 개정 과정을 보면,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수불가결한 명제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설령 단일화를 통한 교섭비용 감소가 필요할지라도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 보장을 넘어서는 원칙은 절대 될 수 없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교섭비용 감소보다는 노노갈등 및 노사갈등 강화로 인한 비용이 더 크리라 예상됩니다. 한편, 국회 논의 과정 막판에 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산별노조를 빼자는 주장이 제기됐었는데요. 노동부와 추미애 위원장은 그것이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합니다. 이런 반발은 어불성설인 것이, 창구 단일화 자체가 다수노조에게 초헌법적인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산별노조를 창구 단일화에서 제외하는 것이 특혜라면 다수노조의 특권도 인정하면 안 되죠. 이런 논리에 따르면 창구 단일화를 철폐하고 자율교섭제도를 도입하면 되겠죠.

2012년 하반기 또는 2013년 상반기 재개정 목표로 해야

마지막으로 대응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하반기부터 1기업 1교섭 체제가 본격화되는 2012년 하반기 사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싸고 노노갈등, 노사갈등 표출되고 부당노동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위헌소송이라든지 법 개정 움직임이 고조될 텐데요. 한편, 2012년 상반기는 국회의원 총선이 있고, 하반기는 총선 직후 첫 정기국회이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입니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2012년 하반기 정기국회 또는 2013년 상반기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최종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전임자 문제 가지고 교섭을 하는 것과 더불어, 올해 임단협에서는 총연맹 또는 산별 차원에서 기업지부 단체협약 유효기간(효력만료일)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개정된 노동법 아래서는 의식적으로 산업별 통일교섭 또는 시기집중이 매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forum_03.jpg반갑습니다. 실제로 진행된 내용이나 개정된 노동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김유선 소장님이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개정 절차상의 문제점과 본 내용 중 어떤 위헌적 요소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여름 비정규직법 개정 국면 보여줬던 모습 때문에, 사실 저는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 상황에서도 추미애 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를 했었는데요. 그러나 이번 노동법 개정 과정은 오히려 여러 가지 절차상의 하자를 드러냈죠. 

대통령의 전화 한 통… 무너진 삼권 분립 원칙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환노위를 통과할 때 추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표결하고 강행처리를 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같은 당 소속 의원들까지도 배제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김형오 국회의장은 막판까지 심사기일 지정통보의 절차적 문제점 등 때문에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 결국은 직권상정을 하게 됩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제도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력화시킨 거죠. 야당의원들의 인권, 법사위 위원들과 국회 본회의 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겁니다. 이런 일이 이 정부 들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민주주의 정치원칙이라 할 수 있는 삼권 분립을 망가뜨리고 위기로 내모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유선 소장께서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제24조 2항의 시행시기와 관련된 논란을 지적해주셨는데요. 개정 노조법에서는 24조 2항을 “2010년 6월30일까지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실상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데 어쨌든 이를 둘러싸고 ‘시행 유예’냐 ‘적용 유예’냐 해석이 갈리는 거죠. 자유선진당이나 추미애 위원장은 시행 유예로 해석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2010년 7월1일부로 시행되는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반면 노동부는 1월1일부로 시행되는데,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는 것뿐이라고 주장을 했죠. 시행 전 체결된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개정 법과 다소 상충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되므로, 이는 2010년 상반기에 맺어지는 전임자 임금 관련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런데 ‘시행’이란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법령이 공포된 후에 그 효력을 발생시킴”이라고 정의돼 있거든요. 그렇다면 실체(효력)를 갖고 판단을 해야겠죠. 24조 2항의 효력은 분명 2010년 7월1일부터 발생하니까 이는 적용 유예가 아니라 시행 유예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창구 단일화제도, 단체교섭권 ‘공동 행사’인가 ‘단일화’인가 


지난해 노조법 개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부각된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먼저, 사업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을 즉시 허용할 거냐 유예할 거냐, 다음으로, 복수노조 상황에서 단체교섭제도를 자율교섭제도로 할 거냐 창구 단일화로 할 거냐, 마지막으로,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노사자율에 맡길 것이냐 입법적 금지를 행할 것이냐 등이 그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집을 참조하시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개정 노동법, 즉 추미애 중재안은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안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개정 노조법의 주요 내용은 자료 27~28쪽 [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개정 노조법이 갖고 있는 위헌적인 요소나 문제점들 몇 가지를 지적하겠는데요. 먼저 복수노조 허용 시기와 관련해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정비가 안 됐다고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의 가장 기초인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죠. 위헌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20년 가까이 국제노동기구로부터 복수노조 금지를 시정할 것을 수십 차례 권고 받아오던 마당에 또 다시 유예할 명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싸고 견해 차이가 있는데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공동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복수의 노동조합들이 ‘단체교섭권을 단일화해서 행사’하는 제도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개정 노조법은 후자의 견해가 반영돼 교섭대표노동조합에서 배제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소수 노조의 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제한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위헌적 부분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교섭비용 절감’이 제시되기도 하는데요. 그 내용이란 게, 사용자들은 노동조합들이 교섭대표노조를 만들어올 때까지 문제를 떠넘기고 노동조합끼리 싸우게 만드는 거죠. 현재의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사실상 사용자들이 져야 할 부담을 노동조합이나 사회에 지우는 것으로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 수 있습니다. 추미애 위원장이 이러한 부분을 알고도 강행했다면 친자본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다음으로 교섭단위 제한과 관련된 문제인데요. 하나의 사업장 내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만이 교섭권을 갖게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상황에서는 사용자들이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와 교섭할 유인이 사라지죠. 또한 개정 노조법은 노동위원회를 통한 교섭단위 분리절차를 두고 있을 뿐, 기업단위를 초과하는 공동교섭단위 결정에 대해서는 절차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업노조와 사용자단체의 산별교섭, 집단교섭 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거죠. 이런 조건 속에서 산별교섭이 무력화되면 결국 과거의 기업별 노조체제 중심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개정 노조법은 반역사적이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수용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조항 역시도, 추미애 위원장은 노사자율을 신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나, 김선수 변호사 표현처럼 ‘교섭구걸조항’, ‘어용노조조장조항’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해서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의 여지를 크게 하고 있다는 의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비정규직 등의 신규 노조 설립도 사실상 매우 어려워졌고요. 공정대표의무조항에 사용자들을 끼워 넣은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처벌을 회피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을 시행령으로 형사처벌하겠다니!

발표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된 나머지 내용은 자료집 내용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전임자 임금 문제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국제노동기준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고, 타임오프제도는 정해진 몇 가지 활동 외에는 단체교섭에서 보장하는 노조활동도 무급처리 한다는 점에서 노조활동을 압박하고 노사갈등을 첨예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이는 단결권에 중대한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며, 또한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타임오프의 상한선을 정하게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자료집으로 대체하겠습니다.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이냐. 먼저 노조법 개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근거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할 수 있겠죠. 또한 개정 노조법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과 위헌제청신청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법 개정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현장 대응에 대해서는 김유선 소장님이 잘 말씀하셨듯이, 산별노조 차원에서 조직 확대 및 조합원 배가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올해 상반기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규정 확보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으로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forum_04.jpg반갑습니다. 박수근입니다. 최근에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법률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보면서 저는 조금 과장해서 ‘위장 법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진데요. 하나는 개정 법률이 (현재 사용자와 정치권의)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감추기 위한 대응의 측면이 있고, 다른 하나는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복수노조 금지와 창구 단일화의 위헌성을 (본질은 바꾸지 않고) 복잡한 절차 속에서 숨기는 측면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 법률이 시행되면 ‘두더쥐 게임’에서처럼 여기저기서 법률적인 충돌과 노사갈등이 돌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헌판정 받을 수밖에 없는 개정 노동법

창구 단일화의 위헌성과 관련해서 저는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먼저 여기 와 계신 노조 활동가들은 상급단체 복수노조 금지, 제3자 개입 금지 등 이제는 위헌이라고 여겨지는 과거의 법률들을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 그 법률을 만든 사람들은 그게 위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결국 누구 말이 맞았습니까? 이 법도 결국 마찬가지의 길을 갈 거라 봅니다. 다음으로 2001년쯤 부산에 있는 모 기업에서 사무노조랑 항만노조가 동시에 존재해서 사용자들이 교섭을 회피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많은 노동법 연구자들도 이 사례가 복수노조 금지에 해당된다고 해석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결국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런 측면들을 봤을 때 개정 노조법은 시간이 지나면 헌법재판소의서 위헌판결을 피해가기 어려울 거라 봅니다.

또 자료집을 보면 권영국 변호사께서 창구 단일화 조항의 위헌성 근거로 일본의 니시타니 교수의 학설을 제시하셨는데요. 이분은 좌파라 사실 우리나라 노동부나 제도권 노동법 학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일본을 가서 들어보니 이른바 중립적인 위치에 계신 분들도 한국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 위헌성의 우려를 많이들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과거 위헌 판결을 받은 법률의 경험, 일본과 우리가 유사한 법제도를 갖고 있다는 점, 또 헌법재판소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이번 개정 노동법은 결국 위헌 판결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좋은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관계가 좋아야겠죠. 1만 명 사업장에서 1백 명을 조직한 소수 노조가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그 사업장에서 30~40%를 조직한 노조가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위헌과 관련하여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현실적으로도 이렇게 복잡한 제도가 사용자들의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을지, 사용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제가 볼 때는 사측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주체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정되리라 봅니다만, 어쨌거나 한 10년 뒤에 보면 법안을 만든 사람들도 결과를 알게 되겠죠.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서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냐 마냐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건데, 발표문에서처럼 그 근거로 외국 사례가 없다는 것을 드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데, 선진국에는 그런 조항이 거의 없습니다. 이걸 없애야 할까요? 한편, 이게 10여 년 동안 유예된 건데, 그동안 노조가 자립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했는지 성찰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노조 모습을 보십시오. 기업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다. 노조도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노동조합도 자기 성찰과 준비 부족을 뼈아프게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라고 만들어놨는데, 사실 앞날이 뻔히 보이죠. 결국 정부에서 정한 공익위원들이 결정을 주도하게 될 겁니다. 노동조합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운동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인지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참 고민이 많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forum_05.jpg반갑습니다. 전교조 교섭국장 김용서입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이 토론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문제의식이 거칠더라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전교조는 이미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전임자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전교조 전임자는 임금 지급만 금지된 게 아니라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체교섭의무를 지고 있는 사용자가 교원노조의 전임자 자격을 통제하고 허가하고 있는 거죠. 아시다시피 지난 시국선언 관련해서 많은 전임자들이 징계를 받았는데요. 이로 인해 전임 허가가 취소되는 어이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반대표제, 고려할 만하다 

다음으로 복수노조 문제입니다. 교원노조들은 이미 13년 전부터 복수노조와 창구 단일화 문제를 겪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섭국장 4년 하고 올해 현장으로 복귀하는데요. 창구 단일화에 막혀 교섭 한 번 못해본 교섭국장으로 남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교원노조법을 보면 “복수의 노조가 설립되어 있을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그런데 법률에는 이 조항만 있고 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내용은 시행령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행령을 보면, 4개 교원노조 중 어느 한 노조가 교섭을 연명으로 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한 노조가 반대하면 교섭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전교조가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이 조항을 빼기 위해 매우 노력해왔는데, 교과부는 부칙조항을 이용해서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절차를 유지?강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교조는 창구 단일화를 뚫기 위해서 어떻게 법 개정을 해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 상황인지라 추미애 의원이 중재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전교조와 면담을 추진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 때 노동부가 장난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즉 단일화 절차를 시행령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해 노동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창구 단일화제도는 저는 ‘과반대표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전교조 강제됐던 비례대표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법 개정을 했음에도 창구 단일화가 강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고, 그런 맥락에서 과반대표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forum_06.jpg오늘 발표들에서 특별하게 반대할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갑갑한 부분은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박수근 교수님께서 시간이 흐르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받아야 할 고통이 갑갑하다는 거죠. 어쨌거나 잘 아시겠지만 금속노조는 지금 2월 이후 전임자 임금 문제를 가지고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0여개 사업장에서 일제히 특단협에 돌입하고 정부와 사용자들을 압박할 텐데요. 이러한 흐름을 사회적 요구와 결합해 5~6월로 앞당긴 임단협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노동법 개정, 지방선거에서 노조가 실력을 보여야

그렇지만 사실 이런 투쟁 과정에서 금속노조 15만이 한 번에 파업을 벌이기도 힘들뿐더러, 파업을 한다고 정부와 자본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상황이죠. 때문에 보다 직접적인 승리의식을 쟁취할 수 있는 투쟁계획들을 짜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것이 발제자들께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올해 지방선거와 내후년 총선 및 대선에서 노동조합의 실력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내기 어렵겠지만, 이런 선거를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에서부터 거점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공공운수연맹 정책국장 김석입니다. 두 분 발제자 말씀 잘 들었는데요. 저는 공공운수연맹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와 관련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노동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개정된 법을 공공기관에서부터 철저하게 관철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를 설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실현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정부가 공공기관들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개정 노동법을 더욱 강력하게 적용하려 할 것은 쉽게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작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관철됐던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개정 노동법도 정부에 의해 사업장에 매우 강퍅하게 적용되겠지만, 경영평가라는 무기를 정부가 쥐고 있는 이상 사업장 노사는 결국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보입니다. 

forum_07.jpg새로운 자발적 노조운동 상을 만들어내는 출발점 돼야

그런 맥락에서 7월1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시행되는 문제 등에 있어서 공공부문에서는 별도의 논의 기구를 통해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평가 등 공공부문의 특성을 고려해서 대응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발전노조 같은 경우 산별교섭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5개 사업장이 묶여 있는 발전 소산별노조 내에 한 개 사업장에서라도 어용노조가 들어설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규정 때문에 발전노조 차원의 산별협약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거죠. 이에 대한 대응계획은 공공부문 차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도 나타났습니다만,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있어 예전에는 ‘갈등 최소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이른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상항입니다. 개정 노동법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논의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지금 대응 방침은 사실 명확하죠. 지금 상태에서는 (투쟁 외에) 다른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금속 등 다른 토론자들께서 말씀하셨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 상반기에는 공공운수연맹도 총력투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은 명백한 ‘정치파업’이 될 겁니다. 그런데 임단협과 연결되지 않은 정치파업은 힘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그러나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가 노동현장의 기초를 뒤흔드는 사안인 만큼, 큰 투쟁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공공기관들 중 특히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들을 중심으로 대응해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상황은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정권과 자본의 대노동공세의 일환이고, 지속적으로 심화돼온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발현체라는 인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또 전임자 중심의 활동이 어려워진 만큼, 자발적인 실천에 근거한 새로운 현장활동의 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한 조직강화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forum_08.jpg반갑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홍보선전실장입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제 개인 의견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발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토론 과정에서 박수근 교수님께서 대기업노조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충분히 받아 안겠습니다. 그렇지만 대기업노조가 역기능도 많지만 순기능도 많다는 거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본격적으로 현장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호떡집에 불났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당하고 난 다음에 불난 집 바라보고만 있다는 거죠. 지난 10여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날씨 좀 추워지면 노동법 관련해서 투쟁을 했다가 날 풀리면 관심을 끄는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는 현장의 위기지 소위 노동관료의 위기는 아니라고 꼬집어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만큼 간부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반대투쟁뿐 아니라 시행 상황에서의 대안도 필요해 

어쨌든 현대자동차지부는 작년에 연말에 단체협약을 갱신했기 때문에 당장 올해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1년 뒤에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중앙과 발맞춰서 싸워야죠. 개별 사업장의 틀 아니라 노동운동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는 소수노조를 인정치 않겠다는 건데요. 정부가 근거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들고 있지만, 실은 자본과 정부가 혼란스러운 거겠죠. 현장 조합원 입장에서는 노동조합 개수 몇 개 늘어난다고 크게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늘어나는 만큼 조합원들은 노조와 노조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생겨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자칫 충돌로 이어질 경우 제어를 하면 됩니다.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고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현대자동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실 텐데요. 저는 당장에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정파구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거기서 생겨나는 역학이 새로운 노조를 만들고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반장노조라든지, 사무직노조 같이 사용자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노동조합도 실제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 그리고 전임자 문제 같은 경우, 대기업노조들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작년 연말 현대차그룹이 제대로 ‘투쟁’ 안 한다고 경총을 탈퇴했잖아요.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문제를 풀기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원칙적인 입장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법 반대 투쟁 한다고 이게 당장 시행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당장의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건데, 그런 부분이 우리들에게 부족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내놓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요. 이를 테면 조합비를 올린다든지, 정부에게 세제 지원을 요구한다든지 제안들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조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forum_09.jpg반갑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입니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발제자나 토론자들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나중에 이 법이 위헌 판결이 날 수도 있고 우리의 힘으로 재개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노사관계는 당장의 현실이니까요. 위헌판결이나 법 재개정 전까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노조 간부들은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죠.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도 개선투쟁이 아니라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는 투쟁

이번에 바뀐 노동법은 기존의 노조들, 현재의 노사관계가 어느 정도는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기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해놓고, 또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되 타임오프제도로 어느 정도는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 놓은 것이죠. 현재의 노사관계를 크게 바꾸지 않는 절충안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상당수 사업장들은 이 정도면 우리는 버틸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미래의 노사관계입니다. 미래의 노사관계를 주도하는 세력, 즉 비정규노조운동과 산별노조운동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번 개정 노동법은 완패로 보입니다. 이른바 ‘87년 노동체제’, 대공장 남성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동원식 운동을 그렇게 비판하고 비정규운동과 산별노조가 대안임을 자임해왔는데, 이번 개정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싹을 제거해버리는 과정이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응을 모색할 때는 ‘미래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겁니다. 김유선 소장께서 2012년, 2013년 노동법 개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안해주셨는데, 어쨌건 당장 위헌 소송과 법 개정 투쟁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앞에서 금속과 공공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4월 시행령 제정에 맞춰 총력투쟁을 조직하고, 임단투를 6월로 당겨서 하는 흐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7월1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 이전에 한 판 싸우게 될 겁니다. 예전과 다르게 이 투쟁에 대해서는 열기가 많이 모이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투쟁을 하는 데 있어서 문제는, 이 투쟁이 대기업 기존노조 중심의 싸움이 아니라 기존 노조운동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약자와 공공성을 위한 노동조합운동으로 가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존의 노사관계, 기존의 노조운동을 극복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까지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요. 물론 기존 산별노조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냐는 데 국민들이 전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맥락에서 “실력 있는 산별노조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모토 아래, 정말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운동, 기업별 임단협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