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운동: 쟁점과 과제

노동사회

산별노조운동: 쟁점과 과제

admin 0 2,836 2013.05.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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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2002년 7월 19일
곳: 사무금융노련 교육장

사회: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발제: 김득연(금융노조 정책기획부장)
김승호(금속노조 정책국장)
이주호(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정리: 강연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실장 
kang@kl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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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노조사례(김득연)

산별노조의 성과


40년 역사를 가진 금융노조는 정권에 의해 강제된 산별노조와 기업별 노조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무기력한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겪은 패배, 그리고 오랜 기간 시중은행, 국책은행, 지방은행 별로 임단협을 공동으로 진행해 온 경험이 산별 전환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업종이 유사하다는 점과 규모가 큰 노조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 촉진제 역할을 했다. 특히 2000년도 두 차례에 걸친 총파업과 올 상반기 주5일제 협상을 타결하면서 산별노조의 위력을 보여주었으며,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총파업은 한계도 있지만 산별노조에 의해 주도된 파업이었다는 점에서 투쟁력을 강화한 계기가 되었다. 총파업을 기점으로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노동조합이 증가하였으며, 현재 금융연맹 소속 조직 중 농협, 수출입 은행 노조를 제외한 모든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한 상태이다. 따라서 2002년 말이 되면 금융연맹은 자동해체될 예정이다.

산별교섭의 형태와 문제점

1999년 이전에는 업종별 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섭이 진행되었으나 2000년 교섭에서 최초로 산별 단체협약을 만들었으며, 지부별로 보충협약을 맺도록 하였다. 올해까지 3년에 걸쳐 산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섭은 전체대표자 교섭, 대표단 교섭, 임원급 실무교섭, 대표단 임원급 실무교섭, 대표단 실무자급 교섭, 대대표 교섭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중 사실상 중요한 협상이 진행되는 교섭은 대표단 교섭이다. 대표단은 시중은행, 국책은행, 지방은행, 국책기관등 각 기관을 대표하는 5개 은행 노사 대표자로 구성하며 대표단 교섭에서 합의된 내용은 전체 대표자 교섭을 통해서 추인 된다.

은행측은 1년 단위로 간사은행을 지정하여 사용자 대표격의 역할과 임단협 실무 조정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미가입 노조의 경우는 교섭권을 위임받아 대각선 교섭을 진행한다.

교섭 과정의 문제점으로는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실무교섭의 경우 사용자측은 개별 사용자들의 위임을 받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한다. 따라서 사용자측 대표단의 구성이나 간사은행 선임에 있어서 정형화된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임단협이 끝나고 나면 산별노조와 사용자간에 어떠한 형태든 교섭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앙노사협의회, 업종별 노사협의회 제도를 도입하여 상시적인 협의의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노조 내부 문제로는 각 지부별 특성이 다르고 편차가 크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임금, 복지에 집중되는 반면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별노조로서 교섭력을 활용할 수 있는 거시적인 요구안들을 만들어 조합원과 지부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과도해지고 본조가 단순히 지부나 조합원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교섭력이 산별로 집중되다 보니 지부는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약해지고 현안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산별노조의 과제

산별노조 위상에 걸맞는 집중된 사업을 위해서는 첫째로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우선 예산의 집중을 위하여 올해 임단협에서는 2006년까지 조합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사용자가 조합비를 직접 지부와 산별노조에 배분하여 입금하도록 합의를 하였다.

둘째로는 대중성의 강화문제로 산별노조가 건설된 이후 대중성의 결여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 산별노조의 일상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밖에 비정규직의 조직화 문제, 향후 복잡해질 수도 있는 조직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별 노조 체계에서 담당하지 못했던 사회개혁 투쟁이나 노동운동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 금속노조사례(김승호)

조직체계와 구조


2000년 출범한 금속노조는 본조, 지역지부, 사업장 지회를 두고 있다. 기업단위 지부는 3개 지역에 걸쳐 3천명 이상이 되는 기업노조의 경우만 지부로 인정하고 있다. 임원은 본조의 경우 7명, 각 지부, 지회에 임원을 두고 있는데 모두 직선으로 선출한다. 지난해 9월 본조와 지부의 임원 선출을 직선으로 하였는데 선거 과정에서 지부장, 수석부지부장, 사무국장은 동반 출마를 하되 반드시 전임을 한다는 전제를 두었다. 부위원장과 부지부장은 개별 출마를 하도록 했다. 

대의원의 경우는 본조 대의원, 지부대의원 체계로 되어 있는데 지부대의원은 반드시 지회대의원을 겸직하도록 하고 있고 실제로 100명 중 95명이 겸직하고 있다.

다음으로 자원의 집중과 배분 문제를 살펴보면 조합비는 통상 임금 1%로 하고 있으나 사업장 지회별로 천차만별이며, 70여개 사업장은 사측에서 직접 조합비를 본조로 송금하고 있다. 이것을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1만원 중에서 1천원의 기금을 제외하고 9천원을 본조 3, 지역지부 2, 사업장 지회 5로 본조에서 다시 분배한다. 올해의 경우 100여개 사업장에서 조합비 일괄 공제에 합의를 하였다. 금속노조 전체의 전임자수는 300여명이다. 본조의 임원은 6명, 연맹파견 상근자는 13명이다. 14개 지부(지부준비위1개)를 두고 있고 지부장, 수석지부장, 사무국장은 일괄 전임하도록 하는 체계이며 이중 80% 이상이 사업장으로부터 파견 온 간부이다. 기업별 노조 때 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장 파견 간부의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조직내부의 진단이다.

교섭의 형태와 내용

교섭체결권한은 규약에 교섭단위 총회를 거쳐서 체결하며 위원장의 승인을 얻도록 정하고 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사항은 해당 지회에서 본조의 심의를 거쳐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지회에서 교섭을 통해 사측 최종안이 나오면 지부 운영위원회에 금속노조의 방침에 적합한지 심의를 요청하고, 지부는 이를 다시 본조에 보고하고 승인을 요청하여 본조 위원장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본조의 승인이 떨어지면 해당 지회의 조합원 총회를 거쳐 합의서를 작성한다. 다만 파업권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하여 조직내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는 아직 없다. 조직 전체에서 파업을 결정하는 경우는 예외 없이 따라야 한다고 규약에 정하고 있으나 해당지회에서 파업을 할 때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2001년부터 집단교섭을 요구하여 2002년에는 모든 지부에서 집단교섭이 이루어졌다. 물론 지부에 소속된 모든 사업주가 교섭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과반수 이상, 혹은 2/3 이상의 사업장이 집단교섭에 참여했다. 올해는 금속노조가 요구한 기본협약이 대의원대회를 거쳐 확정되었는데 사용자단체 구성 문제, 단체협약(기본협약) 유효 기간, 조합비 일괄 공제 등 5가지였다. 5월말 전국 총파업을 결정하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지부 사용자들이 기본 협약을 수용하였는데 6월 현재 100여개 사업장에서 기본협약이 수용되었다.

문제점과 과제

금속연맹 17만 조합원 중에서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은 4만명에 불과하며 자동차 완성 업종을 비롯한 대공장 노조가 참여를 하지 않고 있고 자동차 부품 업종을 중심으로 철강, 전기전자, 조선업종 지회가 소수 존재한다. 결국 금속연맹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사용자를 강제할 만큼의 조직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별 노사협의회나 업종별 교섭에 대한 고민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규모가 큰 대규모 조직이라 하더라도 회사측의 저항과 내부 조직력의 역학 관계속에서 오히려 기본협약 체결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포괄하고 있는 조합원의 숫자도 문제이지만 역량의 문제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금속노조의 방침이 매우 경직적인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민주노총이 결정한 파업에 불참한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했고 그런 경직된 분위기가 그나마 현재의 역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경직적인 방침을 얼마만큼 현장에 잘 전달하고 현장 의견을 잘 수렴해서 금속노조의 방침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으로, 이것은 중간 간부의 역량에 달려있다. 노조간부의 활동역량은 교육을 받으면서 커지는 점도 있지만 경험에 의해 축적되는 것이 많다. 사업장을 벗어나 전국적인 경험을 해본 간부들은 파견 간부가 되어서도 유효 적절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2년마다 한번씩 교체되고 현장 파견 간부가 계속 늘어난다면 역량이 온전하게 보전될 것인가가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그동안 제기해온 산별교섭과 관련한 제안이 매우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측에 산별교섭체제로 개편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나 기존의 사용자협회를 대상으로 사용자단체 역할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다.

게다가 지금은 산별 교섭이 아니라 산별전환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쟁점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민주노총의 방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중앙의 몇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특히 IMF 이후 두드러진 현장 조합원들의 전투적 실리주의와 이것을 뒤따라가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의 문제와 민주노총 내부에서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소위 분파의 문제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형식적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형식적 산별전환이 없는 상태에서 내용은 당연히 채워질 수 없다.

3. 보건의료노조사례(이주호)

조직적 변화


보건의료 노조는 조직전환 4년째를 맞고 있지만 기업별 틀과 의식을 완전히 깨뜨리고 질적으로 전환된 산별노조로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야기하기에 4년이라는 기간은 아직 짧다는 점, 조직규모의 협소함(4만명)에서 오는 한계, 산별교섭의 미확보 등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건설 이후 가장 큰 조직적 변화는 전임자가 확대되어 본조 및 지역본부에 5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본부 활동이 강화되고 안정되면서 본조, 지역본부, 지역지부가 유기적으로 현장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비는 산별노조 전환 당시부터 결정한대로 통상임금 1%로 기준을 통일하였으며, 중앙과 현장에서 5:5로 나누어 집행하고 있다. 산별건설 이전에 본조 조합비가 5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30여 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이 중앙으로 집중되었다. 조직내 어려운 조직과 노동자에 대한 연대와 지원이 올바른 산별 정신이라는 판단하에 규약에 의해 일반회계에서 해고자기금을 조합원 1인당 500원씩 별도 비축하여 지부해고자까지 본조 차원에서 생계비로 1인당 월 9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특히 100명 미만의 중소사업장 노조의 경우 본조 출장비와 회의비, 교육참가비를 실비로 지급한다.

장기투쟁사업장 투쟁기금모금을 위해 지부별로 별도로 조합원 1인당 월500원에서 1천원씩 일괄공제를 한다. 올해의 경우 2달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6개 사업장 지원을 위하여 조합원 1인당 1만5천원씩 특별기금을 결의하였다. 비정규직 문제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비정규직이 10∼20%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비정규직 확대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면서 비정규직의 확대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 한라병원, 대전 한방병원 등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위해서 파업을 하였다.

교섭과 투쟁의 변화

산별노조 이후 교섭력이 더욱 강화되어 '본조 방침'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근거로서 작용할만큼 공동 요구에 힘이 실리고 단체협약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산별교섭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는 94년 산별노조 건설 이전부터 집단교섭 요구, 병원협회 점거농성을 비롯하여 산별교섭을 법제화시키는 방법 등을 강구해보는 등 다각적인 투쟁을 했으나 결국 노사관계의 중심이 현장에 있는 상태에서 현장에서부터 돌파가 되지 않으면 산별 교섭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금융노조나 금속노조의 교섭 형태를 보면서, 막연한 산별교섭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집단교섭부터 시작하였고 결국 파업의 막바지에 우리의 주요 요구인 산별교섭안이 수용되었다. 2003년부터 의료산업노조가 산별교섭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한다는 내용인데 50∼60군데 사업장에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합의 사업장들이 대부분 큰 병원들이기때문에 산별교섭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서 파업을 하면 그 즉시 불법파업이 되고 언론 역시 매우 적대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년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동안 파업의 방식은 본조의 한정된 지원 역량을 고려하여 연쇄파업의 전술을 써왔는데 올해는 5월24일 산별노조 사상 최초로 100여개 사업장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산별교섭등 4대 요구를 대부분 쟁취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향후과제

조직적 측면에서 조직체계나 연대의 수준은 꾸준히 발전이 되어 왔지만 4만명이라는 숫적 한계를 안고 있다. 사실 조합원들이 느끼는 위력적인 투쟁을 하려면 4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공공 대산별 건설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으며, 조직력 강화의 방점을 4만명 조직으로 어떻게 잘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더 조직을 확대, 배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산별노조로 전환 이후에는 활동가 양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실무와 당면 과제에 매몰되어 있는 상급단체 간부와 현장 전임간부의 재교육이 산별 지도력 강화차원에서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투쟁적 과제로는 완전한 산별적 파업을 하려면 150개 노조에서 4만명이 동시에 파업을 돌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합원 4만명이 산별노조 차원의 공동 요구안에 대하여 동시에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이런 것이 4만 한도내에서 산별 교섭을 완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아울러 파업과 관련하여 올해의 경우 무노동 무임금 사례가 많았는데 조합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서는 대단히 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전 대비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동안 산별노조 운동에 대한 논의는 대중화되는등 양적으로는 확대되었는데 질적 전화가 안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다시 탄력을 붙이기 위한 민주노총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질의응답

참가자: 한국노총은 13만명 정도, 민주노총은 40%가 산별조합원인데,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성사시키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산별 교섭이 성사되는 길은 두가지 방법일 것이다. 노조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거나 법률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자가 동의하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응하는 이유는 임금인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득연: 교섭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사용자들이 오히려 매우 좋아할 것으로 판단한다. 초기에는 전체 사용자가 교섭장에 나와야 하지만 대표단 교섭이 되면서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교섭 대표단에 선정되지 않는 사용자는 오히려 교섭의 부담을 벗었다는 식으로 표현할 정도이다. 

김승호: 원론적으로 보면 노조측의 내부 합의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속의 경우 대의원대회에서는 과거와 같이 가이드라인 제시 방식에 익숙해져 임금의 요구와 타결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반면 사용자들이 제기했던 것은 교섭위원 숫자였다. 문제는 조직내부에서 사전에 이런 방침결정이 가능한가인데 사실 결정이 매우 어렵다. 

이주호: 우리나라 교섭문화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결국 파업을 통해서 돌파했는데 파업 직전까지도 산별교섭은 들어주지 않으려 했다. 처음에는 노조의 투쟁력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양보한다는 것은 정서에 맞지 않고 현재로서는 교섭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하자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참가자: 본조로 예산의 집중, 인원의 집중을 하다보면 현장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 같은데 현장 활동을 강화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김승호: 작년부터 8개 강좌를 마련하여 전체 간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불참하면 보충교육까지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성과는 두고 보아야할 문제지만 현장 공동화의 문제는 산별노조 고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최근에 합류하는 노조들일수록 현장이 무너진 상태에서 금속노조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장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로 모아낼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공동화라고 볼 수는 없다. 이를 복원하는 방법은 우선 역량을 지부로 집중하는 것이다.

이주호: 정상적인 산별노조라면 본조와 현장 양쪽 다 사업이 많아진다. 공동화 문제는 의존성 문제이다. 단위 지부가 전술적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본조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고 본조에서 내려가는 일정만 다 소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자율성이 상실되고 있다. 흔히 외국에서 말하는 현장의 공동화 문제는 산별노조로 인한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탓도 있다고 본다. 

사회자: 노동운동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운동의 혁신의 계기로서 산별노조가 제기되었다. 오늘 발제를 한 세 조직은 일단 틀은 갖추었지만 채워야할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체 운동으로 추진되어야할 산별노조 건설 운동이 주춤한 상태인데 다시 산별노조 운동이 전체 흐름으로 제기되어야 하고 그래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