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과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구조개혁

노동사회

12월 대선과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구조개혁

admin 0 3,267 2013.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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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현재까지 작성된 민주노동당 대선 정책공약을 중심으로 필자의 개인 견해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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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policy_01.jpg올해 대선은 1987년 대선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1987년 대선 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이래 1987년 대선에서 2등을 했던 YS가 1992년에, 3등을 했던 DJ가 1997년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180만 표를 얻고 4등을 했던 JP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권세를 누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대선은 3김 정치시대 이후 향후 10여 년 이상 지속될 새로운 정치무대를 만드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그 15년 동안의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그것도 70년대 재야정치세력과 야당세력을 포함한 소위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두 번의 정권운영이 있었음에도 그렇다. 아니 그들에 의해서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에서 더욱 더 뿌리를 튼튼히 내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에게 정치는 지역감정을 표현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으며, '영남 포위론'이니, '충청도 핫바지론'이니, '이인제 학습효과'니 하는 지역감정 유발을 통한 전략이 선거의 본령이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당으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대선에 참가하는 민주노동당에게 올해 대선은 두 가지 정치적 과제를 부여한다. 하나는 이미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제3당으로써 제도정치권에 출생신고를 한 민주노동당이 대선 이후 새롭게 만들어질 정치무대에서 진보정치세력으로서의 분명한 자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수정치권의 지역주의 정치와 달리 분명한 계급계층적 기반과 진보적 정책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계급 기반과 정책 차별화를 통한 진보정치 성장론'이다. 그리고 올해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책은 한국 진보정치세력의 성장을 통해 실현하게 될 한국사회의 '진보적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2. 진보적 구조개혁 프로그램

1)부유세 논쟁


근래에 들어 대선에서 정책이 쟁점화 되었던 예는 1992년 대선에서 당시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가 제시한 '아파트 반값' 공약이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들에게 정책선거를 우스개 감으로 인식하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나서는 처음으로, 올해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부유세 도입이 대선의 정책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 주간지에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쩌면 국민들은 보유세가 아니라 부유세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모 일간지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에 대해 '부동산 안정책인가 부유세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부유세는 이렇게 찬반 논쟁에 휩싸이면서 올 가을 정국의 논쟁거리로 부상한 것이다. 그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불충분한 사회복지서비스가 현재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해결 과제'라는 화두를 민주노동당이 던지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치 본연의 역할이 그런 것 아닌가?

2)진보정당의 필요성

한국은 지금 시장지상주의가 판치고 있다. 다른 대안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취급되며,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와 "부자아빠"되는 것이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그 이면에서는 천주교 재단 병원의 비상식적인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발전, 철도, 가스 등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와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전체 노동자들의 약 60%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이중 상당수가 저임금에 빈곤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IMF를 불러온 주범인 재벌들은 반성할 줄 모르고 있다.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소유하며 경영을 좌지우지했던 재벌 총수와 그 가족들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나마 DJ정부 들어 추진되었던 재벌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이 폐지되었고, 출자총액제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 재벌의 자기 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규제도 완화되었다. 현재 재벌이 지배하는 계열사수는 지난 5년 전에 비해 더욱 늘어났으며, 지난 5년 동안 재벌들의 같은 산업에 대한 출자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금융기관 주5일 근무 합의에 대해 전경련은 "주거래 은행을 주5일 근무를 하지 않는 금융기관으로 바꾸겠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 나라의 재벌들이 얼마나 천박한 자본가들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한국은 '부패의 나라'이며, 국민들은 이제 '부패 면역증'에 걸릴 지경에 있다. YS정권에 이어 DJ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아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일이 벌어지고, 세 명의 국무총리 서리가 아들 병역, 세금 포탈, 미심쩍은 재산형성 과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이 사회의 지도층은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는데도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도 인물 중심의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말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15년 동안 보수정치권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으로 충분히 검증되었다. 우리는 '김대중 학습효과'를 잘 알고 있다. 

3)진보적 구조개혁의 내용

policy_02.jpg지난 3개월 동안의 활동을 통해 조만간 제시할 민주노동당 2002년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의 핵심 기치는 '한국 사회의 진보적 구조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민주적 경제체제'와 '사회 공공성 확대', '평등한 분배'와 '투명한 정치', '생태와의 조화'를 제시할 것이다. 

① 민주적 참여기업과 재벌개혁
우선 한국 경제의 미래는 '분배와 참여를 통한 성장전략'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재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노동자의 소유와 경영에의 참가를 보장하는 민주적 참여기업체제를 실현해야 한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적 지배력은 1) 그 자체로 정경유착과 여론독점 등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2)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3) 독과점을 통한 초과이윤을 누리며, 4) 과도한 다각화로 인해 스스로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5) 재벌총수에 의한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경영방식은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경영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재벌체제의 개혁방안으로 우선 1) 재벌규제의 통일성과 규제의 강화 등을 위해 기존의 30대 대규모기업집단지정제도를 부활시키며, 2) 간접적인 상호출자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을 금지하며, 재벌의 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한도를 현행 순자산의 25%에서 20%로 강화하고 출자총액한도 적용의 예외를 축소하여 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강화할 것이다. 

② 노동자 소유기금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그리고 노동자 소유기금제도를 통해 기업체제를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고용된 노동자의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예를 들어 1,000명 이상)에 대하여 법률로 정해지는 노동자 소유참가제도는, 예를 들어 기업의 당기순이익의 일정비율 또는 노동자 임금총액의 2∼3%를 기업이 ○○회사 노동자 주식소유기금에 출연하고, 당해 기금은 그 재원의 전부를 당해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데 사용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노동자 소유참가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운영을 실현할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을 비롯한 취약 노동계층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 4대 보험 완전 적용 등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파견근로자보호에 관한 법률 폐지 등의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③ 민영화 
그리고 현재 추진중인 발전, 철도, 가스산업 등 기간산업의 사유화·해외매각방침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정부의 기간산업 사유화 정책을 통해 혜택을 얻는 집단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사실상 독점기업을 인수한 소수 국내외 독점자본일 뿐이다. 대신 공공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일반 국민들은 과도한 요금, 불안정한 서비스 피해를 입게되고, 이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 의해 재원이 조달되며, 정부·노동·소비자(시민)가 운영주체로 참여하는 '기간산업특별공단'의 설립·운영을 통해 기간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민영화된 한국통신사업 중 공공성이 요구되는 '전화서비스사업'과 '통신망사업' 등 핵심사업분야를 재공기업화 할 것이다. 

④ 1인2표제와 정당민주화
정치개혁은 부패 척결과 함께 생산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정쟁국회·방탄국회·사오정국회'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여 국정을 운영해야 할 국회는 이 땅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 보스 중심의 전근대적·비민주적 정당구조, 지역 할거주의 정당 체계와 치졸한 이전투구식 권력다툼만이 존재한다. 기성 보수정치의 극심한 무책임성과 무능력 속에서 민생정치는 실종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환멸과 냉소의 극대화는 그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구시대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지역할거주의 붕당 정치에서 탈피'하여, '정책 경쟁의 정당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1)전국 단위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2)보스 중심의 정당 운영 지양 및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 시스템 구축 3)정당 보조금의 당비 납부 당원 비율 연동시켜야 한다.

⑤ 부패와 비리 척결 

권력형 부패·비리는 극단적인 정치 불신의 근원이자 사회통합의 근본적 걸림돌이다. 부패 직업 순위 국민 여론조사에서 정치인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부패척결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직자 윤리강령 법제화, 상시적 특별검사제 도입, 공익제보자 보호, 부패방지위원회의 독립적 국가기구화 등 부패방지법을 전면 개정하여, 권력형 부패·비리를 철저하게 예방할 것이다. 그리고 권력형 부패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공무담임권을 영구 박탈하고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며, 검찰·경찰의 전면 개혁 및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 분권화를 통해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과 자치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국세인 소득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방세간의 세목을 조정하는 등의 세제를 개혁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인 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⑥ 한반도 평화와 미군 철수 

한반도를 전쟁위협이 없는 평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한의 선행군축과 남·북·미간의 상호신뢰를 통한 북한의 군축, 주한미군 철수, 북-미 수교,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평화실현 계획(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간 '평화선언'을 제안하며, 남한이 먼저 군 병력 20만명 감축과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을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FX사업, 해군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사업 등 군 전력무기증강계획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어떤 핵개발 계획과 보유도 인정될 수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또한 SOFA 개정 및 전시작전통제권,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통해 남·북·미간의 상호신뢰군축과 이를 통해 남북한과 미국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⑦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제시할 것이다. 현재 의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한 의료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서 의료보험 급여항목을 확대하고 50%를 넘는 의료비 본인부담 비율을 대폭 낮춰 의료 서비스의 공익적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주민 5만 명당 1개소 이상 주민건강센터를 확충하고, 지역 거점별 공공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하며, 저소득층과 노인들에 대한 무상의료 서비스의 시행 등 단계적인 무상의료를 실현해 나갈 것이다. 

입시지옥이라고 불리는 대학입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화와 학벌중심 사회의 편견을 없애야 한다. 전국의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해서 국립 1, 2, 3 대학으로 운영하고 지역별 차별화, 특성화를 통해 지역인재를 골고루 양성해 낼 것이다. 공교육 강화와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서민들이 가난을 대물림하는 구조를 없애겠다. 

3. '부유세'를 도입하자.

집과 건물을 16채 가지고 있는 의사, 변호사 부부가 국세청에 신고한 1년 소득 신고액이 800만원이다. 그리고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50%도 안 된다. 잘사는 사람 20%가 국민 전체소득의 40%를 차지하고, 2%도 안 되는 최상위 부유층이 우리나라 전체 소비액의 25%를 차지한다. 한달 평균 예치금이 평균 20억원인 사람들이 6개 시중은행 예금자 집계만으로 3,066명이고, 이들의 한달 이자합계액은 모두 1,626억 원이다. 이렇게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극에 달한 자산소유의 불평등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은 개인이 소유한 과세표준 10억 원 이상의 자산에 대해 누진율(2∼5%)에 따라 과세하는 부유세(net wealth tax)의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종합토지세를 건물, 주식, 예금, 골프 회원권, 고가의 자동차 등으로 확대하는 것과 동일하다. 부유세는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아이슬랜드, 프랑스, 핀란드 등에서 소득세 보완용으로 도입, 실시하고 있다. 

policy_03.gif부유세는 1년 동안 증가한 자산의 증가폭에 대하여 과세하는 소득세와 달리 어느 시점에서 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다. 기존의 종합토지세, 재산세를 강화하는 것보다 부유세를 신설하는 것이 소득재분배의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부유세를 통해 약 11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11조원을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지출함으로써 빈부격차 해소를 추진할 것이며, 다음 [표1]은 그 사례이다. 

4. 마치며

민주노동당 중앙당에 설치된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의 분위기는 이미 전투에 돌입한 듯하다. 민주노동당은 TV토론에서부터 진보사랑 후원회 구성까지, 당원들의 지역 선전활동과 대중투쟁과 인터넷 활동공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응하는 진보적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진보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진보정치의 성장이 필요함'을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운동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