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매각 철회해야 파업이 끝납니다

노동사회

발전소 매각 철회해야 파업이 끝납니다

admin 0 2,462 2013.05.08 10:34

*************************************************************************************


때: 2002. 3. 10(일)
곳: 명동성당 농성장 
만난이: 배지영 『노동사회』 편집차장 
*************************************************************************************


hdlee_01.jpg지금 남아있는 노사·노정간의 쟁점은 무엇입니까

원래 쟁점은 여섯 가지였습니다. 발전소 매각방침 철회, 단체협약 쟁취, 해고자 원직복직, 공기업으로서 경영자율권 쟁취, 그리고 IMF 구제 금융기 이후에 인원이 많이 빠져나가고 충원이 안되었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증원 및 충원, 경정비 도입 철회 등이 그것입니다. 

단협은 3월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졌으니, 그것말고 다섯 가지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네 가지 쟁점은 잘 아실 거고, 가벼운 정비는 한전 자체에서 해결하자는 게 경정비 도입입니다. 우리로서는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보수를 맡은 한전기공으로서는 일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정비 도입 철회도 주장하고 있어요.

노조는 3월8일 중노위 중재안을 어떻게 봅니까?

저희들은 성실 교섭의 원칙을 갖고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파업 돌입 후에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측과 정부가 대화를 기피하고 교섭에 미온적이라는 겁니다. 이게 사태를 악화시키고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중노위도 노사간의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책임을 방기했어요. 노조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간을 좀더 달라고 했는데 그걸 거부하고 정부의 압력과 사측의 요구에 따라 중재재정을 내렸습니다. 중노위가 고유의 책임과 권한을 포기해버렸다고 볼 수 있어요. 그 결과 사실상 정부의 힘없는 일개 부서로 전락했고, 스스로의 권위도 망쳐버렸습니다. 이게 이번 중재재정의 의미라고 봅니다. 

중재안이 정부와 사측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는 말씀인데요.

단체협약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노사 양측이 잠정합의했던 내용들이 있는데 중재재정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중요한 쟁점에서는 사용자의 입장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신분 변동에 관한 부분입니다. 노조는 '회사의 휴폐업·분할·합병·이전·양도·업종전환 시 노조와 사전 합의해야 된다'고 요구했는데, 사측은 '성실하게 협의한다, 단 근로조건에 관해서는 노사 합의한다'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합의냐 협의냐의 문제인데, 중재안은 협의를 받아들임으로써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어요.  

노조 전임자 문제도 노동자가 5,700명이고, 회사 5개에 37개 지부가 있고, 전국 해안선을 따라 32개의 발전소가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조의 전임자 요구는 부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중재안은 노조 전임자수를 13명으로 결정했습니다. 더구나 중노위 스스로 조정안으로 내세웠던 전임자 외에도 '복무 협조'할 수 있다는 부분을 중재안에서 빼버렸어요. 

결국 노조의 주요 요구안에 대해 사용자 편을 드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중노위가 반노동자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정부나 사측은 직권중재 이후 모든 사태가 끝났다며 언론에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노조의 주요 요구 6개 가운데 1개가 중노위에 의해 '해결당한 것'이고, 나머지 쟁점들은 살아있기 때문에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업이 두 주를 넘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부와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발전소 매각 원칙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 때문에 노조도 파업을 지속하고 있죠. 중노위에서 직권중재로 결정된 단체협약 관련 사안도 파업 전에 합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측이 질질 끌고 왔어요. 사실 정부와 사측이 파업을 유도하고 조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조에서 파업을 배수진으로 치고 요구해도, 사측에 경영자율권이 없다보니 결단을 내릴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정부는 발전소를 매각하겠다는 원칙을 고집했는데, 그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두 번씩이나 공기업 민영화를 그대로 진행하라고 했어요. 이 때문에 실무진은 운신의 폭이 좁았고, 해당 부처는 결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죠.

노조가 전력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민영화를 하면 국부가 유출됩니다. 전력산업의 이윤율이라 할 수 있는 투자보수율이 4∼5%인데, 해외자본이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발전소를 매각할 경우 보장해주겠다는 수준이 15% 안팎입니다. 지금보다 3배나 많은 이윤을 보장해주겠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조건에서도 낙도 등 오지까지 전기를 값싸게 공급하고 있고,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이라든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기업은 상상도 못할 낮은 금액으로 운영하면서도 한 해 1조7천억의 순이익을 내고 있고요. 순익 규모가 크고 다양한 공적 활동과 저렴한 전기요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력산업이 민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지금 발전회사 하나의 자산규모가 2조에서 4조8천억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재계서열 32위 안에 들어가는 규모죠. 이에 이를 쉽게 살 수 있는 국내 재벌은 별로 없고, 그렇다면 당연히 해외매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일군 막대한 규모의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겁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없습니까?

전력대란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전기라는 상품의 특수성을 잘 봐야 합니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게 전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예비율을 남겨놔야 합니다. 다시 말해, 발전소를 미리 건설해야 하며, 적정 경제성장률이나 적정 전력수요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규모의 발전설비 증가율이 있어야 함을 뜻하죠. 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발전회사 5개를 모두 매각했을 때 민간기업들, 특히 해외 메이저 회사들이 보기에는 전력 공급의 독과점 상태에서 수요가 증가할 경우 자연적으로 가격이 오르니까 순이익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 때문에 발전소 건설을 꺼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가격 인상의 유혹 앞에 항상적으로 노출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 설비증가가 제때 되지 못하면 전력대란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고려할 문제가 있습니다. 통일 이후의 문제입니다. 북한 지역의 낙후된 전력 설비를 보수하고, 보강해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재건하려면 전력 수요가 엄청나게 커지고, 이에 맞춰 공급도 늘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합니다. 민간기업들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1년도 안된 신생노조가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데, 그 동력을 무엇이라 봅니까?

우리 노조가 무노조 상태에서 노조를 설립한 게 아니고 전력노조에서 분할한 노조라서 '신생노조'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이전에 우리가 속해 있던 전력노조는 대한민국 노조 설립신고필증 1호입니다. 최초의 공식 노조죠. 발전노조가 작년 7월28일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이후 여러모로 어려움을 극복해왔고, 이번 파업에서도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0년 12월로 돌아가야 합니다.

1999년부터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당시 전력노조의 투쟁은 모양내기 혹은 이벤트성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와 입법 시도가 구체화되면서 2000년 11월23일, 29일, 12월3일 세 번에 걸쳐 파업 대기를 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파업 전술을 그 때 대부분 했습니다. 11월23일은 지역거점 집결, 11월29일은 지금 하고 있는 산개투쟁, 속칭 투어파업을 했었고요. 12월3일은 중앙거점 집결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력노조는 끝내 파업을 철회했고, 며칠 후인 12월23일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이 공포되었죠. 그리고 다음해인 2001년 4월1일 분사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분노와 항의가 엄청나게 커졌고, 이것이 장기 파업의 주된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2000년 12월에 했어야 할 파업을 지금 한다는 말씀인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온 지 백년이 훨씬 넘는데 단 한번도 파업을 못했습니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의 특수성상 쟁의권이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말 전력산업의 성패와 해외매각 문제를 놓고 노정·노사간에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파업을 할 수 있었고 또 해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맥없이 한전에서 분할을 강요당했고, 조합원들은 전적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분노하게 되었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부당성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전력 노조시절까지 포함해 4년에 걸친 투쟁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은 파업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 지 깨달았던 것이죠. 

그런 배경에서 지난 두주 동안 95%가 넘는 파업 참여율이 가능했던 것이군요. 

2월24일 파업대기를 하면서 조합원들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파업 돌입을 선언하기 전인 2월24일부터 근무지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날부터 사실상 파업에 들어간 것이고,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이 컸을 텐데 대규모 인원이 모여들면서 조합원들 스스로 놀라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획득했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사실 파업 준비 기간은 짧았고, 부족한 점을 연대파업이 상쇄해 줄 것이라 기대도 했습니다. 3개 노조가 함께 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파업에 들어갔는데 결국에는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스가 떨어져 나갈 때 무난하게 정리했고, 철도가 나갈 때는 심리적 충격이 컸지만 극복해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오기도 발동했고요. 개개인의 체력과 노조 재정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완강하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개투쟁 등 발전노조의 파업 전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조가 설립되고 위원장이 되면서 발전소 매각을 막기 위해서는 파업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파업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했는데, 작년 7월 이후 노조 설립 과정에서 사측이 단협승계를 거부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과거 공공부문의 파업, 특히 필수공익사업장이었던 노조의 전직 위원장이나 파업을 이끌었던 분들을 만나기도 했고, 서울지하철이나 사회보험 등 여러 사업장의 파업평가서도 봤습니다. 

처음엔 저도 산개 전술에 부정적이었어요. 위험 요소가 크고 대단한 조직력이 필요한데, 우리처럼 파업 한번 해보지 않고 노조 활동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검토단계에서 제외했고, 중앙거점 집결이나 지역거점 집결, 그리고 이를 혼합한 전술을 주로 준비했습니다. 2000년 11월29일 '산개 파업' 대기를 했었습니다. 그 때 조합원들이 해보니까 굉장히 재미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업무형태상 교대근무가 많고, 교대근무를 한 조는 상당한 팀웍을 필요로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파업하면 꼭 산개투쟁을 하자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철도가 먼저 타결을 하고,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산개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그때까지도 산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다른 투쟁명령을 내렸는데 조합원들이 요구하니까 분임토의를 하기로 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산개를 하자고 얘기했습니다. 5개 본부장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다 맞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의 투쟁명령은 취소하고 산개로 전환했습니다. 

물론 집행부로서 조합원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게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파업 돌입 이후 보여줬던 조합원들의 투쟁 강도면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산개를 결정했고,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책임 있게 잘 해주고 있습니다. 

3사 노조가 공동파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발전산업노조만 남아 있습니다. 

3사 노조가 연대파업을 준비하고, 결행하고, 이후 투쟁도 같이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운동사적 위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고, 조합원들의 헌신과 열기가 있었습니다. 3개 노조의 연대파업 연장선 위에서 발전산업노조가 파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우리의 투쟁이 종료되고 시간이 좀더 흐른 후에 평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가스공사노조가 파업 돌입 이후 바로 타결했지만 민주노총 가입결정을 했고, 철도노조도 현장 탄압에 맞서면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두가 파업의 연장선에 있는 중요한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성급하긴 하지만, 이번 파업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투쟁이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기는 한데, 전력산업에서 첫 파업이라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해방공간 전평 시절, 철도가 선봉에 서고 총파업할 때 전력회사가 파업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 당시는 전기공급을 중단하면 호롱불 켜면 되는 시절이었고, 전기회사도 3개정도 있을 때라 위력적인 파업을 조직하진 못했지요.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생존권 사수 투쟁을 위해 조합원 절대다수가 파업에 앞장서고, 가족들까지도 신념을 갖고 투쟁하고 있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크게 보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부당한 민영화 정책에 반대해 제대로 투쟁한 첫 사례라 할 수 있고,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과 통일 이후의 민족경제를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향후 투쟁 방향은 어떻습니까?

조합원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이번 싸움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발전소 매각방침 철회에 대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여주는 한 파업을 계속 할 것입니다. 조직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탄압이 거세다 하더라도 이것을 돌파하지 않으면 애초의 요구조건을 관철할 수 없음을 조합원과 지도부 모두 잘 알기 때문에 이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측이나 정부의 탄압이 강화되는 지금 시점에서 맥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노조로서는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돌아갈 의사가 없습니다.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