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조합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

노동사회

미국 노동조합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

admin 0 6,209 2013.05.08 10:32

1. 머리말

미국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1950년대 이래로 감소를 거듭해 왔다. 한 때 전체 노동력의 33% (1953년)에 달하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그 후 하락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1980년대 이후 그 하락속도는 급속화되어 2000년 현재 14%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미국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930년대 수준으로 후퇴한 것임을 의미한다(Bennett and Kaufman, 2002). 이러한 노동조합의 조직률 저하는 한편으로는 산업구조와 직업구조의 변화, 여성 노동력의 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업의 반 노조 활동, 노동조합의 신규 조직화 노력의 결여 등 노사관계 주체들의 구조와 행태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Yoon, 1997). 미국 노동조합의 조직률 저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저하와 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의 보수화, 우경화 경향에도 일정하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Bronfenbrenner 외, 1998). 

이러한 장기간의 노조 조직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던 미국의 노동조합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1995년 존 스위니(John Sweeney) 전 서비스 노동조합(SEIU) 위원장이 최초의 경선을 거쳐 AFL-CIO 회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하여 미국 노동조합들은 신규 조직화를 위해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고 몇몇 대규모 파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위니 위원장은 노조 재정의 30%를 조직화에 투입하고, 조직화 기구(Organizing Institute)를 설립하여 조직전문가 양성에 나서는 한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Union Summer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Union City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조 밖의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시작하였고 노동조합의 정치참여도 강화하였다. 이러한 미국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의 결과 90년대 말부터 노조 조직률 저하가 일단 멈추었으며 앞으로 미국 노동조합이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에 힘입어 노조가 재생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나오고 있다(Masters, 1992; Turner 외, 2001; Bronfenbrenner 외, 1998).

그런데 이러한 미국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미국 서비스 노동조합(The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SEIU)이다. 현재 14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AFL-CIO 내 최대 산별노조인 SEIU는 AFL-CIO 내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노력하고 있는 노조로서 그 동안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으로 조합원 수가 급증하였다. SEIU가 벌였던 미조직 노동자 신규 조직화 노력 가운데 특히 청소부의 조직화 운동인 ‘청소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Janitors!: 이하 ‘JfJ 운동’) 운동이나 병원 및 의료산업 노동자들의 조직화 등은 최대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SEIU의 이러한 조직화 성공은 종전에 미국의 다른 노동조합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요인들, 특히 일반 노조원의 전투적 동원, 여성 및 이민 노동자 등 소외계층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설정한 점, 산별 노조의 적극적인 재정 및 인력의 투입, 지역사회의 적극적 조직화 등 여러 가지 전략, 전술을 동원한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의 노동조합들에게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SEIU의 이러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노력의 성공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노동조합의 자원(재정, 인력 등)이 집중 투입됨에 따른 기존 노조원들의 소외와 이에 대한 반발, 조직화 대상을 둘러싼 노동조합들 간의 관할권 다툼, 그리고 보다 크게는 미국 노동운동의 향후의 진로를 둘러싼 진보파와 보수파 간의 갈등 등은 지금까지 한국에 별로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한국의 노동조합들도 그 동안 노조 조직률의 저하를 경험해 왔으며 이에 따라 최근 조직화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성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공무원 노조의 불허 등 조직화를 둘러싼 법률적, 제도적 환경의 불리, 사용자 측의 반 노조 전략 등에 기인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화의 주체인 노동조합의 구조적, 행태적 제약(기업별 노조, 정규직 중심의 노조, 기존 노조원의 경제적 이익 우선)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SEIU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의 실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노동조합들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은 필자가 2002년 7월6일부터 8월5일까지 약 1개월 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SEIU 로컬 399 지부 및 434B 지부에서 자원봉사자(volunteer)로 일하면서 노동조합의 여러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과 참여, 인터뷰, 자료수집 등을 통해 파악한 미국 서비스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의 실상을 정리한 것이다.

2. SEIU 로컬 399의 역사, 구조, 조직활동

1) SEIU의 역사와 개황

미국 서비스 노동조합(The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SEIU)은 1921년 ‘건물서비스 노동조합’(The Building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BSEIU)이란 이름으로 미국노동조합연맹(AFL)에 의해 창립되었다. 당시에는 시카고, 뉴욕, 보스턴 등 대도시의 사무실 및 아파트 등에서 일하는 이민 청소부 2,900명을 대표하는 7개의 로컬로 구성된 산별노조였다. BSEIU는 1934년 뉴욕에서 대파업을 일으켜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일대 조직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당시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친노동정책에 의해 이 조직화 작업은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1941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병원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의료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BSEIU의 조합원 수는 11만 5천명에 달했다. 

2차대전 후부터 1970년대 말까지 BSEIU는 성장을 거듭하였다. 1950년대를 통해서 BSEIU는 성장을 계속했고 60년대 초에는 조합원 수가 30만 명에 달했다. 조직대상 범위는 청소부, 병원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와 교육 노동자 등에까지 확대되었다. 1968년 노조는 조합원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명칭을 현재의 SEIU로 바꾸었는데 당시 조합원 수는 40만 명을 넘었다. SEIU는 조직화뿐만 아니라 민권운동, 의료보호 운동, 여성운동 등 각종 진보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정치적 영향력을 넓혔다.

특히 1970년대는 SEIU의 성숙기이자 전성기였다. 이 시기에 SEIU는 조합원 수에서 급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연구, 교육, 출판, 정치행동, 조직화 등의 여러 분야에서 정교한 체계를 개발하여 조합원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SEIU의 조합원 수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전체 산업구조가 2차 산업으로부터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서비스 부문의 노동력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비노조 사업장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잃은 노조 사업장들이 청소업 등을 청소용역기업에 하청을 주는 등 의 영향으로 SEIU는 그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SEIU는 80년대 말 이후 적극적인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노력을 전개하였으며 이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SEIU는 AFL-CIO 내에서 최대 산별노조가 되었으며 그 영향력을 이용하여 조합원에 대한 정치적 성과와 단체교섭상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조직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SEIU의 조합원 수는 140만 명이며 미국과 캐나다에 조합원이 퍼져 있다. 조합원의 절반 정도가 여성이며 모든 인종, 민족적 배경을 가진 조합원들로 다양화되어 있다. 주된 조합원 범위는 병원의 여러 직종(간호사, 간호보조원, 사무직, 청소직, 각종 서비스직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교육위원회,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 등), 건물 서비스 직종(청소부, 건물 유지, 창문청소 등), 그 밖의 각종 서비스직(극장, 볼링장, 운동장, 체육관, 주유소, 보석상, 기타 경공업) 등이다. SEIU는 AFL-CIO의 가맹단체이며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고 북미 전역에 400개 가까운 로컬(지부)을 가지고 있다.

  2) SEIU 로컬 399의 구조와 운영

SEIU 로컬 399는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한 광범한 지역의 병원, 의원, 기타 의료산업 노동자들을 조직한 노조로서 현재 조합원은 약 2만 5천명이다. 교섭대상 사용자(병원) 수는 50개 이상이다. 처음에는 건물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조로 시작하여 그 후 청소부, 병원 등을 조직하였으며 저 유명한 JfJ 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399 지부는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노조로서 오랫동안 조직화 사업에 무관심하였으나 80년대 말 이후 청소부들의 조직화에 성공함으로써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 후 조직 내부 갈등에 따라 1997년 청소부들이 다른 로컬로 독립하여 나가고 현재 로컬 399는 전적으로 병원 및 의료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노동조합으로 되었다. 

병원 및 의료산업에서는 오랫동안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JfJ 운동에 자극받아 90년대 중반부터 로컬 399가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의료산업의 조직률은 1997년에만 해도 7%에 불과하였으나 그 동안 노조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 2002년 현재 15%로 증가하였다. 399 지부 역시 2000년에 1,635명, 2001년에 6,365명의 노동자 신규조직화에 성공하였다. 이에 따라 1999년에 비해 조합원 수가 40%나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01년에는 남부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에 걸쳐 소재하고 있는 카톨릭계 병원 11곳을 조직화하고 6개월 내에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함으로써 임금 14~28% 인상, 병원 인원배치위원회 설치 등의 성과를 올렸다. 

로컬 399의 조직과 운영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조합원 총회(Local membership meeting): 조합원 총회는 전체 조합원들로 구성되며 매년 1회 개최된다. 이론상으로는 조합원 총회가 로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다. 모든 중요한 사항이 여기서 논의,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실무자의 설명에 의하면 조합원 총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제 참여도는 매우 낮아서 매년 수십 명 정도밖에 참석하지 않으며 따라서 거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 Delegates): 집행위원회는 로컬의 의사결정기구에 해당하는 조직으로서 로컬의 정책 및 재정문제를 감독, 지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위원회의 구성 및 위원의 선임, 로컬의 전반적인 여러 사항에 대한 정책의 논의 및 결정, 각 위원회의 보고 및 권고의 검토와 이에 기초한 적절한 조치, 로컬 직원들의 보수 및 기타 근로조건 결정, 로컬 단체협약의 승인, 조합비 및 기타 경비의 변경(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승인), 조합원에 대한 상벌의 심판, 로컬 예산의 승인 및 감사보고서의 검토와 채택, 각종 회의와 위원회에 대한 대표권 행사 등이다. 집행위원회는 25명으로 구성되며 3년간의 임기로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된다(조합원 수에 따른 집행위원 수의 배정). 과거 집행위원회는 전원 전문 스탭들로 구성되었으나 1997년 노조 규약이 바뀌어 현재는 전원 일반 노조원 가운데서 선출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매월 1회 개최되며 그밖에 필요시 수시로 회의가 열린다.

- 로컬 위원장(President): 로컬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3년이다. 로컬 위원장은 로컬의 모든 업무를 최종 관장하는 책임자로서 다음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 로컬의 일상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권. 로컬의 직원 인사에 관한 사항. 로컬 직원들과의 단체교섭(로컬 내에 직원노조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 로컬 위원장은 "고용주"가 되는 셈이다). 집행위원회 및 조합원 총회의 의장으로서 회의 소집, 의사진행, 가부동수 시 결정권. 모든 로컬의 기금, 계약, 협정의 승인. 

- 로컬 사무 겸 재무국장(Executive Secretary-Treasurer): 역시 조합원들에 의해 3년 임기로 선출되며 로컬 위원장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로컬 직원들을 지휘하고, 위원장 유고 시 로컬을 대표하며, 모든 회의의 기록 유지, 자금 집행, 계약, 협정 등의 승인, 재무사항 보고 등의 임무를 지닌다. 

- 각 위원회: 집행위원회 산하에 각종 위원회를 두어 각 해당분야의 문제들을 토론, 결정한다. 현재 로컬 399에 설치되어 있는 위원회로서는 시민권 및 인권 위원회(Civil and Human Rights Committee), 은퇴조합원 위원회(Senior Members Committee), 정치교육위원회(Committee on Political Education), 조직위원회(Organizing Committee) 등 네 개가 있다. 그 중 조직위원회의 예를 들자면 위원 수는 모두 92명이며 집행위원회 위원 전원이 조직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열심히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 수는 불과 5~7명 정도이며 나머지는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위원회의 경우 정치관계법률 상 노조가 조합비를 정치 헌금에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므로 특별기금을 만들어 이를 헌금에 사용하며 이름도 "정치교육"이라고 하여 직접적인 로비활동과는 무관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LA에서는 노동조합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커서 이미 SEIU 출신으로 시 정부 등에 진출하여 정치인이 된 사람이 여러 명 된다.

- 지부 전체 숍 스튜어드 협의회(Local-Wide Shop Stewards Council): 노동조합이 있는 각 현장(병원)에는 노조를 대표하는 현장조직인 스튜어드(steward)가 있다. 각 현장의 스튜어드 전원으로 구성된 지부 차원의 스튜어드 협의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 협의회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집행위원회가 결정한 정책 및 사업을 각 현장에서 실시하는 일. 로컬로부터 각종 정보와 자료를 획득하고 이를 현장의 노조원들과 공유하는 일. 현장에서의 이슈를 추출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 현장 노조원들의 훈련 요구를 추출하고 리더쉽을 개발하는 일. 숍 스튜어드로 구성된 분쟁해결 패널을 구성하고 집행위원회에 대해 권고안을 제출하는 일. 현장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기초하여 집행위원회에 각종 건의하는 일.

- 현장 숍 스튜어드 협의회(Facility Shop Stewards Council): 각 현장(병원)에는 현장에서 노조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서 현장 숍 스튜어드 협의회가 있다. 이 협의회는 새로운 숍 스튜어드의 발굴, 노조 정보자료의 배포 및 게시, 현장 노조원 총회(월 1회) 개최, 로컬의 각종 사업(단체교섭, 조직, 정치, 입법, 고충처리, 중재 등)을 현장 차원에서 조정하는 등의 일을 한다. 이 협의회는 현장 위원장, 사무국장, 조합원 동원 담당 위원장, 정치교육 위원장 등의 직책을 둘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장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숍 스튜어드들의 수와 그 대우(예컨대 유급으로 노조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노조 활동 시의 면책 사항 등)는 단체협약에 의해 정해지며 따라서 각 병원 마다 다를 수 있다. 현재 로컬 399에는 478명의 숍 스튜어드들이 있다.

- 노조의 현장 담당자(Union Representative): “rep”이라는 약칭으로 흔히 불리는 로컬 399 소속 각 현장 담당자들은 로컬에 고용된 전문직원들로서 로컬을 대신하여 각 현장의 문제들을 처리해주는 담당자이다. 로컬 399에는 Acute Hospital Sector, Kaiser Sector, Clinic Sector, CHW Sector 등 모두 네 개의 부문을 담당하는 담당자들이 있는데 조합원 수에 따라 담당자 수는 3~9명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숍 스튜어드의 활동 지원, 숍 스튜어드 및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의 제공, 현장 고충해결 등에 대한 지원, 고충처리 절차에서 조합원 대표 등의 업무를 맡는다.

- 로컬 사무국: 로컬 사무국에는 교육부(3~4명), 정치부(1명), 조합원 서비스부, 조직부(15명), 각 가맹 현장 담당(앞에서 살펴본) 등이 있다. 전체 인원은 본부에서 파견된 직원까지 합쳐서 약 40명 정도가 로컬 399에서 일하고 있다. 그밖에 인턴이나 자원봉사자 등은 수시로 바뀐다. 사무국 직원들은 이른바 커리어 직원으로서 로컬에서 직접  채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반 노조원으로부터 채용하기도 하고 다른 외부에서 채용하기도 한다. 일단 채용된 사람 중 상당수는 로컬 399에서 전 커리어를 마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는 다른 로컬이나 다른 노조로, 다른 일부는 정치 분야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승진은 자신의 직종에 따라 다른데 예컨대 조직 담당자의 경우 Organizer Level 1 → Organizer Level 2 → Staff Director → Division Director 등의 계단을 밟아 승진된다. 이 전체 과정은 20년 이상 걸린다. 

3) 로컬 399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미국 노동조합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작업은 많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우선 조직화와 관련된 법률적 환경이 상당히 까다롭게 되어 있다. 미국의 노동법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신규조직화와 관련하여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즉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 주관 하의 노조 승인 선거를 통하는 방법이다. 미조직 노동자를 신규 조직화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해당 교섭단위(bargaining unit = 교섭단위가 되는 기업 또는 직종의 단위) 노동자 중 30% 이상의 노동자들로부터 노조 지지 카드에 서명을 받아 NLRB에 제출하면 NLRB의 주관 하에 노조 승인 선거가 열리고 여기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노조가 공식 인정되며 다음으로 단체협약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 승인 선거에 대해 많은 노동조합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노조 승인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용주들이 다양한 반노조 캠페인을 벌이는데다가 선거를 주관하는 NLRB의 공정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교섭단위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으로부터 노조 지지 서명 카드를 받아 고용주에게 이를 제시하고 고용주가 스스로 노조를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과반수 이상의 노동자들로부터 노조가 지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고용주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여야 할 법률적 강제성은 없다. 따라서 고용주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장기간의 투쟁을 벌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 조직화의 단위가 되는 이른바 ‘교섭단위’가 미국에서는 대부분 단일 고용주(single employer)에 고용되어 있는 단일 직종 노동자들로 되어 있는 점도 조직화에 방해가 된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미국 노동조합은 산별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대부분 기업단위로 하게 되며 또 정규직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한국의 기업별 노조와 비슷하게  비정규 노동자 등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가 매우 어려워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밖에 노동조합의 파업 시 대체노동력의 고용이 허용된다거나 다른 노조들의 연대파업(solidarity strike)이나 간접 파업(secondary strike: 즉 직접 고용주가 아닌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파업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점 등도 조직화를 저해하는 법률들이다.

노조 승인 선거 과정에서 고용주가 다양한 반노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신규 조직화에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법은 해고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고용주가 여러 가지 다른 명목을 들어 노조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가능성은 항상 있으며 이것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조를 선뜻 지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억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고용주들은 노조 승인 선거과정에서 반 노조 교육 집회의 참석 강요, 감독자들에 의한 개별 노동자 면담, 노조지지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경쟁력을 잃거나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위협 등 조직적인 반 노조 캠페인을 벌인다(Friedman and Wood, 2001; Peterson, et.al., 1992).  

SEIU 399 지부 역시 법률 상 허용된 조직화의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소형병원의 경우 일단 노동자들로부터 노조 지지 카드에 서명을 받아 이를 경영진에게 제시하여 노조를 인정하도록 촉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한다. 소형병원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조합의 위협에 순순히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대형병원은 파업위협에 대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계열병원에서 대체 노동자들을 데리고 오거나 직장폐쇄(lock-out)를 단행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병원에 대해서는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에서 정한 절차대로 정식 노조승인 선거(certification election)를 한다. 법률상으로는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30% 이상의 사인을 받으면 노조승인 선거를 요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60% 이상의 노동자들의 사인을 받아 선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노동조합이 미조직 노동자를 신규 조직하는 데 여러 가지 장벽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신규조직화를 위한 재정의 집중적 투입을 들 수 있다. 원래 SEIU는 분산화된 노조였다. 재정 및 인력이 각 로컬에 분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신규 조직화를 위해 워싱턴의 SEIU 본부로 재정과 인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SEIU 본부는 이처럼 산별 노조 본부에 집중된 재정과 인력자원을 기존 노조원에 대한 서비스 부문으로부터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부문으로 재배분하였다. 현재 SEIU는 전체 예산의 25% 정도를 조직화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다른 산별 노조들의 조직화 예산 평균비율이 5% 정도인 데 비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Waldinger 외, 1997). SEIU 본부는 산하 모든 지부에 미조직 노동자 신규조직화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예산 배정 원칙은 각 로컬의 신규조직화 예산에 대응한 매칭 펀드(matching fund) 형식이다. 즉 각 로컬의 예산 중 미조직 노동자 신규조직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10, 15, 30% 등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로컬이 이 중 어느 단계에 도달했느냐에 따라 그와 똑같은 액수의 돈을 산별노조 본부가 로컬에 지원하는 형식이다. 현재 로컬 399가 신규조직화에 배정하고 있는 예산의 비중은 전체 예산의 20%로서 아직 30% 목표에는 미달하고 있어 노력 중이다. SEIU는 이러한 신규조직화 예산지원을 위해 통상적인 노조비와는 별도로 조직강화단결기금(Strength and Unity Fund)이라는 특별기금을 거두었다. SEIU의 조합비는 로컬과 각 조합원의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임금(base wage)의 2.1%가 평균이며 상한선은 매월 70 달러이다. 로컬 399는 LA에서 매우 공격적인 조직화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SEIU  본부로부터 받고 있다. 이 예산으로 로컬 399는 조직화를 위한 연구 활동, 지부 차원의 조직전문가 배치 등에 사용하고 있다. 조직담당 연구원은 노조 미조직 기업에 관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조직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둘째, 신규조직화를 위한 인력의 집중투입이다. 사실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작업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서 인력의 집중적 배치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인력 배치의 이니셔티브는 SEIU 본부에서 취하고 있다. 미국 노동조합의 조직전문가(organizer)는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 활동에만 전념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SEIU는 본격적인 조직화 작업을 하면서 기존의 노조 스탭들의 기능을 재배치하여 거의 절반 정도의 인원을 조직화 작업에 돌렸다. 이들의 직책도 모두 조직전문가(organizer)로 통일하였는데 예컨대밖에 나가서 직접 조직 활동을 하지 않고 노조 내부에서 사무를 보는 직원들도 내부조직가(internal organizer)라는 타이틀로 불릴 정도로 전 직원의 조직전문가화에 힘을 기울였다. 현재 로컬 399에는 로컬이 채용한 조직전문가가 5명, 워싱턴 본부에서 파견된 사람이 15~20명(로컬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 활동의 내용에 따라 사람 수가 유동적이다) 정도 활동하고 있다. 즉 로컬 전임직원의 약 절반 정도가 조직전문가인 셈이다. 이들 조직전문가들은 현재 조직 활동 대상이 되고 있는 각 병원 당 2명 정도씩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SEIU 본부에는 조직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SEIU 조직전문가 훈련소(SEIU Organizer Training Academy)가 있다. 워싱턴에 있는 이 훈련소는 신규 조직전문가 양성을 비롯하여 기존 스탭 재훈련, 단기훈련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기초과정은 신규 조직전문가 양성을 위한 ‘Wave’ 프로그램이다. 1년에 여섯 차례 개최되는 이 프로그램은 매번 1주일 과정으로 진행된다. 참가자(신규 조직훈련생 Organizers in Training: OITs이라고 불린다)는 각 로컬 위원장에 의해 선정되며 SEIU 본부 및 로컬의 조직 스탭들이 훈련을 맡는다. 훈련 내용은 SEIU의 조합원, 역사, 구조, 산업, 조직 모델 등에 대한 소개이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조직훈련생들은 SEIU 산하 각 조직으로 파견되어 실제 조직 활동에 참가한다. 1년 간 조직훈련생 과정이 끝난 후 신규 조직전문가들은 여러 다양한 조직 캠페인을 순회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게 된다. 이 과정에서 6개월 간격으로 SEIU 개발 팀(Development Team)은 이들 조직 훈련생들의 업무를 평가한다. 만약 조직훈련생이 SEIU가 정한 조직화 기준을 만족시킬 경우 그는 SEIU 본부로 돌아와서 다시 강화훈련을 받게 된다. 이는 사회 속에서의 노동운동의 역할, SEIU의 조직화 목표와 계획, SEIU 산하 부문과 그것이 조직화에 미치는 영향, 단체교섭, 조합원들과 그 관심사항, 조합원들이 노조의 방향, 정책, 목표 설정에서 맡는 핵심적 역할, 노동자-노조원, 노조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 조직화 문화, 조직화 방법, 조직활동가로서의 기대 등 다양한 내용이다. 조직 훈련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훈련 목표는 조직화 캠페인의 각 단계에 대한 학습,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 및 관계 개발, 노동자들에 대해 노조, 조직화 캠페인, 이슈, 노조의 이점 등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가가호호 방문,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지지 설득, 리더의 발견, 개발, 동원, 노동자 및 리더들에게 과업을 배정하고 이를 촉진시킬 수 있는 능력, 과업 계획, 차트의 사용, 장부 기장능력 등이다.  SEIU 본부의 개발팀은 각 로컬들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훈련 계획을 작성, 운영한다. 신규 충원된 조직활동가들의 훈련 기간은 Wave 훈련 외에도 2~3개월 정도의 실제 활동 배치, 6개월 훈련, 1년 훈련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편 신규 충원 조직활동가 외에 기존의 조직활동 스탭들을 위해서도 기존 조직활동가 재훈련(3일간), 고급 조직활동가 강화훈련(1주일), 고위 조직활동가 훈련(3일), 로컬 노조 조직국장 회의(3일간), 산업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전략적 캠페인(strategic campaign)을 들 수 있다. 즉 SEIU의 조직 활동 캠페인은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어떤 특정 분야를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노조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전략적 캠페인 형태로 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형태가 보다 효율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로컬 399가 Tenet 병원 그룹 소속 11개 병원의 조직화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넷째, 조직 활동에 대한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병원 체인은 여러 지역의 중소병원들을 인수하여 체인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들이 일정 지역에서 병원을 인수하려고 할 때마다 노조에서는 해당 지역의 지역 사회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대형 병원체인이 지역 병원을 인수하면 병원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홍보하였다. 한편 비영리기관인 카톨릭계 병원은 공공자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공공자금을 노조파괴 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에도 성공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참여했던 로컬 399의 활동 중 많은 부분이 이러한 지역사회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이른바 community organizing activities)이었는데 예컨대 로컬 399 내에는 지역사회 조직전문가가 따로 있으며 지역사회 지지를 얻기 위한 가정방문(‘block walk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역사회 활동가나 종교 지도자등과의 네트워크 구성, 지역사회 이슈의 적극적인 개발(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의 확보를 위한 간호사 인력 충원, 병원 응급실 폐쇄 반대, 대형 병원의 인수 반대 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SEIU 로컬 399의 조직 활동에 대해 병원 측은 감독자를 훈련시켜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넣거나 괴롭히는 방법을 이용했다. 노동조합이 들어오면 환자치료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병원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선전으로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방법이다. 이리하여 약 3~4년 간의 싸움 끝에 마침내 2001년에 노조선거를 거쳐 카톨릭계 병원 11개소에서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인정되었다. 

현재 미국의 병원 노동자들, 특히 간호조무사, 기능직, 청소부, 식당 종사자 등 하위직종 노동자들의 실태는 심각하다.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저임금,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의료보험 혜택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인원배치의 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부담이다. 거기다가 낮은 임금으로 인해 많은 저임금 병원노동자들은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이윤이 낮다는 이유로 인원을 추가 감축하거나 병원 문을 닫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직종간 및 인종간 분리문제이다. 병원에는 의사, 등록간호사(RN), 간호조무사, 영양사, 각종 기술자, 식당직, 청소부, 경비원 등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이들 직종간, 특히 기술이 있고 대학을 졸업한 등록간호사, 기술자 등과 기술이 낮고 학력수준이 낮은 저임금 직종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상위직종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신뢰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편 인종문제도 심각하다. 대체로 등록간호사들은 필리핀인, 백인 등이 많은 반면, 저임금직종 종사자는 라티노가 대부분이다. 병원 경영진은 이러한 직종간, 인종간 분리를 이용해서 교묘한 분리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반노조 캠페인 시 학력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조를 비판하는 회합을 가지며 인종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태도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 병원은 노조 조직률이 낮은 산업이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에 가입할 경우, 해고나 기타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399 지부는 카톨릭계 병원에서의 승리에 이어 현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병원체인인 Tenet 병원그룹을 상대로 새로운 조직화 사업을 시작하였다. 캘리포니아는 지역에 따라 사정이 모두 다르므로 지역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즉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병원들을 한 데 묶어 조직화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는 Valley 지역 4개 병원에 대해 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조직전문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병원 1개소 당 1~2 명씩의 조직전문가밖에 배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와 동시에 해당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3. “청소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Janitors) 운동과  SEIU 로컬 399

과거 로컬 399가 벌인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운동 중 가장 성공한 예로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가 카톨릭계 재단(Catholic Healthcare West) 소속 병원들을 조직한 예이다. 이는 겨우 6개월 만에 조직화에 성공하였으며 노조가 생김으로써 임금 15~20% 인상, 의료보험의 확보, 인원 배정의 증가, 병원 정책 의사결정과정에 종업원 참여 등 여러 가지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가정개호직(家庭介護職, Home healthcare workers)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성공한 예이다. 가정개호(homecare)란 1970년대에 사회보장 서비스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로서 노인, 장애자 등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이들의 일상생활(청소, 요리, 목욕 등)을 돕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양로원이나 기타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가정에 머묾으로써 이들의 독립을 돕고 이웃들과의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이었다. 가정개호직 노동자들은 환자들을 직접 가정으로 방문하여 간호 및 개호를 제공하므로 형식상으로는 환자 본인이 고용주이며 따라서 노조를 만들기가 극히 어려웠다. 이에 노동조합은 이들 가정개호가 대부분 공적 예산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착안하여 주정부에 가정개호직 담당기관을 만들어 이들 가정개호직 노동자들과 교섭하도록 입법을 추진, 성공하였다. 다시 말해서 노동조합이 새로운 고용주를 창출한 셈이다.
 
그 후 노동조합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75,000명에 달하는 가정개호직 노동자들 가운데 30,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가정으로 직접 방문, 그 가운데 10,600명으로부터 노조지지 카드에 사인을 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노조 승인 선거를 요청하였다. SEIU는 다른 로컬로부터 75명의 조직활동가를 불러들여 이 지역에 집중 배치하였다. 그 결과 1999년 2월 열린 노조 승인 투표에서 노조는 승리하여 정식으로 단체교섭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노조는 새로이 창설된 가정개호 담당 주정부 기관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결과, 과거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던 이들의 임금이 인상되는 등 많은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주정부 차원에서는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군(郡)에서는 이러한 기관이 없어서 각 군에서도 이러한 기관이 만들어지도록 노동조합은 노력하고 있다. 가정개호직들은 환자의 치료 및 개호라는 책임을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상 파업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정부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시민불복종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의사를 관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가 바로 유명한 “청소부에게 정의를!(JfJ)” 운동이다. 로컬 399는 바로 이 JfJ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역사적 장소이다. 원래 JfJ 운동은 80년대 초부터 주로 건물 청소 및 유지를 담당하는 저임금 노동자들로부터 일어난 운동으로서 처음에는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시작되었다. 이 운동의 목적은 중노동을 하는 청소원들을 노조로 조직하여 공정한 노동조건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며 지역 사회의 지원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운동이 80년대 말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최초의 큰 성공을 거둔 곳이 바로 로스앤젤레스였으므로 현재는 JfJ 운동이라고 하면 곧 로스앤젤레스를 생각할 정도로 유명하게 되었다. 

사실 80년대 말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이 운동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열악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 캘리포니아 주는 노동조합에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항공산업 등 거대회사에서도 TQM 등을 통해 노사협조주의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에서 이 운동이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둘째, 노동력 구성의 변화이다. 건물청소, 유지산업은 종전에는 흑인 노동자들이 주로 종사하였다. 그런 면에서 북부나 동부의 산업도시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멕시코 등 히스패닉계 이민 노동자들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1980년에 28%이던 이들의 비중이 1990년에는 61%까지 높아졌다. 이들은 불법 이민이 많고 영어를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으며 도시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 노조 조직화가 매우 어렵다. 노조 투표에 참가하는 데 시민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고용주들은 흔히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노조에 참가할 경우 INS(이민귀화국)에 알리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조직화를 방해해 왔다. 이민 노동자의 증가와 더불어 노동력의 성별 구성도 크게 변화하여 여성 노동력의 비중이 높아졌다. 예컨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청소부로 종사하는 멕시코 출신 이민 노동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980년에 30%이던 것이 1990년에는 43%로 높아졌다. 이것 역시 노조 조직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생각되었다.

셋째, 건물 청소·유지 산업의 하청화 경향이다. 80년대 이후 건물소유주들은 청소용역회사(건물유지회사)에게 청소업무를 하청을 주는 경향이 높아졌는데 이는 복잡한 법률문제를 야기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청소용역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므로 건물소유주를 상대로 직접 노조 조직화, 단체교섭, 파업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만약 건물소유주를 상대로 직접 보이코트를 벌이게 되면 이는 이른바 간접 보이코트(secondary boycotting)가 되는데 이는 노동법 상 불법행위이다. 따라서 청소용역회사를 상대로 노동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소용역회사가 설혹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을 해주기로 단체협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건물소유주와 청소용역회사 간의 계약이 종료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건물소유주와 청소용역회사 간의 계약은 통상 어느 일방이 30일 전에 사전 통고하는 것으로 종료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건물소유주가 노조 있는 청소용역회사로부터 노조 없는 회사로 계약을 바꾸기가 매우 용이하며 그 결과 노조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노조 조직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이 분야는 조직화가 가장 어려운 분야였으며 80년대 중반까지 조직률은 극히 낮았다. 그러나 80년대 말 이후 JfJ 운동의 결과로 이 분야에서 노조 조직화에 성공하고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가?

첫째, JfJ 운동은 SEIU라는 강력한 산별노조의 산별 차원의 집중적, 체계적 노력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1980년대 중반 SEIU는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노조가 없는 부문의 경쟁으로 인하여 노조원을 계속 잃고 있었고 임금 및 근로조건의 양보를 거듭했다. 이에 SEIU는 LA의 청소부들을 조직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로컬 399는 처음에는 이러한 SEIU 본부의 결정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신규조직을 하기에는 재정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SEIU 본부는 직접 조직전문가들을 로스앤젤레스에 파견하여 다운타운으로부터 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다. LA 다운타운의 센트럴시티 구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밤 청소를 마치고 오전 두시에 떠나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에서 조직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많은 토론이 벌어졌고 핵심노동자가 양성되었다. 이들 핵심노동자들은 다시 자기 거주지역에 돌아가서 동료 노동자들을 조직하였다. 이리하여 조직화 운동은 LA 시내 전역으로 퍼져 갔으며 나중에는 캘리포니아의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되었다. 그 후에도 SEIU 본부는 이 운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예컨대 2000년의 파업 때에는 다른 지역 로컬들로부터 1백만 달러를 모금하여 LA 지역의 청소부 파업을 지원하였으며 SEIU 본부와 다른 도시의 로컬들을 통해 건물소유주 본사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여 이 운동을 지원하였다. 비단 SEIU 뿐만 아니라 광범한 미국 노동운동이 JfJ 운동을 지원하였는데 예컨대 청소부 노조의 파업 시 건물 유지 및 수송과 관련된 여러 노조들(엘리베이터 수선공, 페인트공, UPS 운전기사, 트럭 운전사 등)의 노조원들이 청소부의 피켓 라인을 존중해주고 파업 중인 건물의 쓰레기 치우기나 엘리베이터 수선, 우편물 배달 등을 거부함으로써 큰 힘이 돼 주었다. LA 지구 노동조합 협의회도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지지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이처럼 JfJ 운동은 SEIU의 산별 노조 차원의 지원 및 다른 노동조합들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SEIU는 앞으로 가능한 한 여러 로컬들의 단체교섭기간을 통일함으로써 ‘사실상의’ 전국 단일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우선 LA 지역의 교섭에 힘을 집중하고 그 결과를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패턴 교섭’을 통해 임금 및 근로조건의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JfJ 운동은 다른 미국 노동조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장 노조원들의 대중적 동원과 전투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특색이 있는 운동이다. 사실 JfJ 운동의 핵심은 현장노조원의 동원과 이들의 전투성 발휘에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JfJ 운동은 처음부터 NLRB 주관 하의 노동조합 승인 선거를 거부하고 조합원의 대중적 동원을 통해 고용주들에게 직접 압력을 넣는 방법을 택했다. 청소부들은 각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무의 성격상 NLRB가 주관하는 노조승인 선거를 하더라도 노조를 인정받기가 극히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청소부들은 노조승인 선거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노조를 지지한다고 사인한 카드를 근거로 고용주들이 직접 노조를 인정하는 절차를 추진하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건물주들과 청소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근 4~5년 정도 회사와 싸웠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여러 가지 전략, 전술을 사용하였지만 항상 그 기조에는 조합원의 전투적 동원이 존재하고 있었다. SEIU는 노동조합을 인정해주지 않는 고용주와 건물소유주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현장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건물 앞 피케팅, 시위, 공공장소에서의 시위 및 행진에 주력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되거나 감옥에 가는 것도 불사하였다. 당시 조합원들은 거의 매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을 행진하였으며 이것이 정기적 행사가 되었다. 또 건물 입주자에게 긴장을 조성하였다. 쓰레기를 건물 앞에 버린다거나 기타 방법으로 입주자를 괴롭히게 되면 입주자들은 건물소유주에게 항의를 한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건물주들은 입주자들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므로 이 방법은 효과적이다. 

셋째, JfJ 운동이 조합원의 대중적 동원을 통한 전투성 고양에 크게 의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여기에 일면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며 다양한 합법적 방법을 활용하였다. JfJ 운동은 처음부터 건물소유주를 목표로 하였다. 청소용역회사에 대해 단편적인 조직화에 성공하더라도 건물소유주가 계약을 끝내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 보이코트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전술을 사용하였다. JfJ 운동은 미국 헌법상의 권리인 ‘언론의 자유’(Right to free speech)를 최대한 행사하여 합법적 방법으로 압력을 넣는 방법을 택했다. 간접 보이콧 자체는 불법이지만 언론의 자유 행사는 합법이기 때문에 합법적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기본적 개념이다. 이 조항을 이용하면 공공장소에선 항상 집회, 데모 등을 할 수 있다. 이는 건물부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목적은 긴장을 조성하는 데 있다. 특히 LA의 고급호텔인 ‘호텔 뉴 오타니’의 경우 일본회사의 소유인데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이들 일본 관광객들에게 미국의 여론을 알림으로써 일본 내 본사에 압력이 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또 건물소유주들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여 활용하였다. 건물의 진정한 소유주가 누구인지, 그들의 약점은 무엇인지.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소유권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의 데이터 베이스는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대개 LA의 큰 빌딩들은 뉴욕 등에 본사를 둔 보험회사 등 거대한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 거대회사들은 노조의 직접적 압력에 취약하다. 따라서 AFL-CIO나 SEIU 등 노조 상급단체에서 건물소유주 본사에 직접 압력을 넣어 청소용역회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노조를 인정해주도록 하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