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산업노조 통일교섭의 성과와 과제

노동사회

증권산업노조 통일교섭의 성과와 과제

admin 0 3,086 2013.05.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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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부터 '산별노조로 간다' 꼭지를 만들었다. 21세기에 들어와 기업별노조의 틀을 깨고 산별노조를 건설하려는 흐름은 한국노동운동의 대세가 되었다. 이 꼭지를 통해 산별노조의 현황·과제·방향을 점검한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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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이하 증권노조)은 2001년 임단투에서 통일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해 소산별노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임단투에서는 산별교섭체제 정립, 통일단체협약 쟁취, 비정규직 해결, 2차 금융구조조정의 방어와 고용안정이라는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는 2년 동안의 준비와 동질적인 업종구조, 어느 정도 표준화된 근로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산별노조가 실질적인 교섭권을 갖고, 동일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균등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교섭을 전개하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쟁취했다는 측면에서 증권노조 임단투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통일교섭을 체결하기까지

IMF를 거치면서 구조조정과 노동의 유연화가 진전되고, 기업별노조들이 무력화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1997∼1998년 양보교섭과 임금동결이 이어지면서 노조의 교섭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었으며, 노조의 영향력도 대폭 감소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99년 3월 8개 지부 3,790명의 조합원이 증권노조를 건설했고, 현재 13개 지부 5,67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증권노조를 건설하기 전과 건설 직후까지 소산별 노조를 건설한 다음 어떤 교섭형태를 취해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했다. 2000년 점심개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증권사 사장들을 점심개장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각 증권사의 사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점심개장으로 인한 초과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통일교섭을 시도했다. 증권노조 7개 지부와 7개 기업별노조에서 교섭권을 위임받아 14개 회사 사장들과 통일교섭을 전개했고, 그 결과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단체협약 보충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후 통일교섭의 초석이 되었다. 

2000년에는 통일단체협약(안)을 사용자들에게 통보하고 두 차례 통일교섭을 가졌다. 사용자들은 교섭테이블에서 사용자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별로 임금과 단체협약이 상이하기 때문에 통일교섭을 통한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노조에서는 대각선교섭을 하되 통일단체협약(안)을 가지고 교섭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기업별교섭보다 위력적인 대각선교섭을 통해 지부의 단체협약의 형식과 내용이 거의 통일되었으며, 이는 2001년 통일단체협약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 2000년 교섭을 통해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 노사간에 교섭권과 체결권이 본조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2001년 통일교섭의 과정

산별노조의 통일교섭은 적정 사용자단체와 교섭 및 협의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증권산업에는 사용자들의 자율기구인 증권업협회가 있지만 사용자들은 협회가 사용자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조도 증권노조의 9개 지부와 10개의 기업별노조가 병존해 있어 증권산업의 대다수 노조를 포괄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증권업협회를 사용자단체로 규정하는 투쟁에 돌입하지 못했으며, 협회를 사용자단체로 규정하기에는 애매한 측면도 있었다. 2001년 임단투에는 통일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세 가지 교섭형태를 사용했다.

증권노조와 각 증권사 사장들로 구성된 교섭위원들이 교섭형태를 결정하는 네 차례의 통일교섭을 진행했다. 노사간의 공방 끝에 임금의 경우 통일교섭을 통해 임금가이드라인을 결정하고, 단체협약은 증권노조의 통일단협(안)을 가지고 대각선교섭을 가진 후 공통된 조항을 통일단체협약으로 만들기로 했다. 

임금통일교섭은 대표교섭과 실무교섭으로 나누었다. 대표교섭은 증권노조와 사장단으로 구성하고, 실무교섭은 증권노조 실무교섭단과 각 증권사 인사담당 임원으로 구성했다.

또, 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합의 하에 대각선교섭을 실시했다. 대각선교섭에서는 단협의 채무적인 부분을 주로 다루었다. 노조의 교섭위원은 본조와 지부별 2인을 교섭단으로 구성해 두 개조로 나누어 교섭에 들어갔다. 지부별 교섭을 통해 통일단체협약의 내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교섭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인사 담당자들의 연석회의를 여는 등 산별노조에 대응해나갔다. 

그리고, 복리후생 등과 관련된 규범적인 조항은 통일단협에 근거조항만을 남기고 지부교섭을 통해 지부 보충협약으로 정리했다. 

임단협 주요 타결 내용

안정적 생활임금 확보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기 위한 임금 요구안으로 11.5%+α를 요구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만들지는 못했다. +α를 임금수준이 낮은 지부의 인상률로 상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사업장이 인상되기보다 기업의 지급여력이나 지부의 조직력이 강한 사업장이 특별상여금을 받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임금가이드라인은 6%로 정해졌다.
단체협약은 전문, 총칙, 조합활동, 인사, 남녀평등·모성보호·육아·노동시간, 근로조건, 쟁의 및 평화의무, 사회적 책무, 경영참여로 나뉘며, 99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고용안정협약은 별도의 협약으로 체결했다.

단협의 주요내용은 첫째, 단체협약의 최고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준수이행을 약속하는 전문에 UN의 노동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본정신, 정치적 지위향상, 공정한 인사와 합리적 경영, 증권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 등 새로운 정신을 명시하였다. 

둘째, 단체협약의 적용범위를 조합원뿐만이 아닌 전직원으로 확대하였다.

셋째, 조합원 범위 확대, 조합의 상근을 본조나 상급단체에 1인 추가, 조합재정자립기금의 명문화 등 조합활동 보장을 강화하였다.

넷째, 인사 원칙 명시, 경력직원 채용 시 노조와 협의, 비정규직 채용의 비율상한 및 정규직 전환프로그램 도입, 무연고지로의 배치전환 시 본인과 노조와 협의하고 인사 소명권에 있어 노조의 소명권을 명시하는 등 인사권의 남용을 방지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다섯째, 남녀고용평등 준수의 원칙을 명시하고 산전산후휴가를 유급으로 90일 이상 보장하고 직장탁아소를 설립키로 하는 등 남녀평등·모성보호를 대폭 강화하였다. 

여섯째, 임금의 원칙을 명시하고 교섭 지연 시 소급을 명문화했으며,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치 운영키로 하였다. 

일곱째, 우리사주 신탁제를 도입키로 하고, 우리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 보장을 명시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명시해 관치금융 및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투자자보호 및 증권산업 발전과 경영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했다.

여덟째,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여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조정 시 노조와 합의 또는 성실한 협의를 진행하고, 인수합병 시 고용승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무분별한 인원정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휴직제 및 리콜제 등을 도입했다.
 
통일교섭 정착과 대산별 건설을 위해


2001년에 강력한 대각선교섭으로 통일협약 및 임금통일교섭을 쟁취했다면, 2002년에는 통일교섭의 정착 및 임단협을 산별에 맞게 보완해나가는 과제가 남아있다.

임금체계 통일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최저임금제 도입 등 산별에 맞는 임금구조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전략이 필요하다. 단협의 경우에도 산업별 협약에서만 다룰 수 있는 제도개선의 내용이 보강되어야 한다. 또한 산별교섭의 요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정책력도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2년 동안 증권노조의 임단협 투쟁은 조직적으로 지부의 수를 늘리고 조합원 수를 늘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자내부에서 산별수준의 연대의식을 확보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아있다.

증권노조는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증권업종의 문제와 증권노동자들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종산별노조이기 때문에 특성을 시기 적절하게 반영하여 투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 조직 형태가 원천적으로 물가안정, 세금, 사회복지 등의 문제를 정부와 교섭할 수 있는 조직틀은 아니다. 

이에 증권노조는 소업종 단일노조로서 자기완결성을 가진 조직이 아닌 산별조직을 지향하는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