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리랑축전

노동사회

북한의 아리랑축전

admin 0 4,920 2013.05.08 10:28

북한에서는 4월 말부터 ‘아리랑축전’이 열린다. 북한은 이 행사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외국인을 관광객으로 유치한다고 한다. 남측 정부가 허락만 한다면 남한 사람들도 구경갈 수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부시의 ‘악의 축’ 발언과 방한 이후 북미관계가 더 악화되고 남북관계도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세계를 향해 ‘혁명의 성도(聖都)’라는 평양의 문을 활짝 열고 아리랑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변화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아리랑축전’에 대해 살펴보자. 

'아리랑축전'의 주요 행사

tongil_01_2.jpg'아리랑축전' 때 공연할 작품의 공식 명칭은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이다. 여기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남한식으로 표현하자면 꼭 같지는 않지만 대집단체조란 매스게임을, 예술공연이란 카드섹션을 연상하면 된다. 이 행사를 기획할 당시인 2001년 4월15일에는 창작가들이 행사명을 '첫 태양의 노래'로 계획했다고 한다. 그런데 평양 윤이상 음악연구소 부소장이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공연기획자인 리철우씨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아리랑으로 하자"고 제안해 현재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는 '태양'이란 말이 정치적 색채가 농후하기 때문에 민족적 색채가 짙은 '아리랑'으로 바꾸었고 따라서 내용도 여기에 맞추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리랑축전'의 행사기간은 2002년 4월29일부터 6월29일까지 2개월 동안이고, 일요일은 제외하고 주6회 공연을 한다. 이 기간은 故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4월15일에서 2주 후에 시작되어 6·15 남북공동선언 2주년을 거쳐 남한의 월드컵대회 기간(5.31∼6.30)과 약 1개월 정도 겹친다.

장소는 평양을 흐르는 대동강의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이다. 현재 옥외 경기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1985년 건설한 것이다. 지난 2000년 10월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입장료는 외국인의 경우 특등석 300달러, 1등석 150달러, 2등석 100달러, 3등석 50달러로 책정해 놓고 있다. 북한관광 요금은 일본 관광객의 경우 3박4일 코스가 최저 17만2천엔(약172만원), 4박5일 코스가 최고 19만3천엔(193만원)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조선족 동포의 경우 중국의 한 여행사(遼寧省 中國靑年旅行社)에 의하면 중국 심양(沈陽)에서 항공편으로 평양과 개성을 3박4일 여행할 경우 '아리랑' 관람 비용 미화 30달러 외에 3천위앤을 받고 있으며 역시 항공편으로 평양과 개성, 묘향산 등을 4박5일간 둘러볼 경우에는 3천500위앤을 받는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새로운 업데이트를 보려면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북한의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범태)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인 '조선인포뱅크'에서 서비스하는 한글 '아리랑 특별사이트'(http://www.arirang.dprkorea.com)를 참고하면 된다.

평양에서의 일정과 다양한 관광코스

중국 베이징을 통한 입북 방식에 따른 3박4일부터 6박7일까지 평양 중심의 모델 관광코스 10개가 제시되어 있다. 북한의 관광총국은 일본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조선관광'(http://www.dprknta.com)을 통해 3박4일
관광코스로 평양-개성, 4박5일 관광코스로 △평양-묘향산-개성, △평양-개성-함흥, △평양-백두산-혜산 등을 소개했다. 또 5박6일 코스로 △평양-개성-장수산-해주-사리원, △평양-칠보산-청진-회령-왕재산, △평양-백두산-개성, △평양-원산-개성, △평양-칠보산-개성 등 5개 관광상품과 최장 6박7일 코스로 평양-남포-구월산-개성을 제시했다. 이들 관광코스 가운데 일부는 북한 국내의 전세 비행기 이용이 가능하며, 특히 5박6일 상품인 평양-칠보산-청진-회령-왕재산 코스는 함북 남양의 남양교를 걸어서 중국 투먼(圖們)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다.

또한 평양 음식점들의 '특색있는 음식'들이 아리랑축전 기간 중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그대로 제공될 것으로 보여 흥미를 모으고 있다. 각 음식점들의 특별메뉴로는 옥류관(고기쟁반국수와 평양냉면), 평양수산물백화점 및 류경농마국수집(회냉면), 청류관(국수, 신선로, 전골), 평양메기탕집(메기탕), 평양단고기국집(보신탕 및 요리), 칠성각 및 평천각(소내장탕), 모란식당(꿀떡, 떡국), 압록각(자장면-밀가루면이 아닌 메밀면 사용), 신흥관(감자농마국수), 옥계각(해주교반), 경암각(떡국, 잣죽), 강계면옥(수수경단) 등이 있다.

또한 '아리랑'을 관람하는 외국 관광객들은 희망에 따라 평양의 명소를 비롯한 북한 각지를 관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평양에 오는 관광객들은 주체사상탑, 개선문, 당창건 기념탑, 단군릉, 동명왕릉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보내 온 진기한 선물들이 전시된 국제친선전람관 등을 관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북한 가극예술의 최고봉인 '피바다'와 국제교예축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찬양받은 공중교예 '날아다니는 처녀들'을 비롯해 평양교예단 공연, 평양시 학생소년들의 예술공연, 민족가극 '춘향전' 등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예술의 총화

tongil_02_2.jpg'아리랑'이라는 명칭과 그 내용에서도 짐작되듯 민족적 색채가 강하면서,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통해 남한에는 동족의식을 세계를 향해서는 평화적 연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보(2002.1.1, '희망찬 새해 2002년 세상을 들썩하게 놀래울 아리랑')는 "동방조선이 어떻게 파란 많은 수난의 력사를 거쳐 자기운명의 주인이 되었으며 오늘을 어떻게 존엄 있는 민족으로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아리랑' 노래에서 생활적이면서도 생동한 예술적 장면들로 서사적으로 펼쳐 보이려 한다"고 밝혔으며, 조선신보는 "아리랑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세계를 향한 메시지일 것"이라면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거듭되는 외세의 침략과 압력을 물리치고 평화와 친선을 도모하는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아리랑은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북한 월간잡지 '금수강산'(2001.12)이 아리랑에 대해 "조선의 명곡들과 민족무용, 예술체조와 교예, 황홀한 배경미술, 현대적인 장치물과 조명수단을 총 동원하여 진행하는 종합예술작품"이라면서 "작품은 모두 4개의 장과 서장, 종장, 그리고 10여 개의 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잡지는 이어 북한의 유명한 국제, 국내 콩쿠르 수상자들을 비롯한 예술인들과 재능 있는 청년학생, 어린이 10여만 명이 참가하는 이 작품은 "민족의 얼이 살아 숨쉬는 명곡들로 음악구성이 되어 있고 민족적 색채가 짙은 무용들과 기교 높은 체조로 충만되어 있으며 전설 속의 선남선녀가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리는 금수강산의 절경을 황홀하게 펼쳐 보이는 장면들이 있어 한번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북한식 '주체예술의 총화'라는 '아리랑'의 총연출은 지난 2000년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를 연출해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은 인민예술가 김수조(70) '피바다가극단' 총장이 맡았다. 그는 '아리랑'이 다른 대공연과는 다르다며 이번에는 민족의 얼이 깃든 명곡들, 민족적 색채가 짙은 우아하고 화려한 무용들, 기교 높은 체조와 교예로 꾸며진다고 했다.

이와 같은 내용에다가 여러 수단과 장치를 더하여 호화롭게 한다고 하는데, 그가 제시한 수단과 장치는 인민의 기상과 기백을 담은 체조, 금강산의 선남선녀들의 춤을 담은 무용 율동, 기교 있는 배우들이 펼치는 공중 교예, 황홀한 배경의 미술, 만화천변의 배경대(90여 개 장면의 그림), 특대형 영사화면, 현대적인 레이저 조명장치 등이다.

'아리랑'을 좀더 쉽게 이해하려면 지난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관람한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상기하면 된다. 당시 우리나라 TV에서도 잠깐 그림이 나온 적이 있는데,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10만 명의 출연진이 스탠드 배경대에 글자를 써 보이고 집단체조로 미사일(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장면을 내 보이자 올브라이트가 기겁을 하며 박수를 치던 모습이었다.

한반도에는 평화를 민족에게는 통일을

그렇다면 북한은 '아리랑축전'을 어떤 의도와 목적에서 기획했을까. 먼저 북한은 이른바 '60∼90∼70'을 경축하고 이를 통해 체제의 우월성(단순히 체제유지가 아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2.16), 고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4.15), 인민군 창건 70주년(4.25) 등 내부 3대행사를 마무리짓고 이어서 그 열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둘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획득이다. 북한은 '아리랑축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또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례 없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모든 관광길의 개방, 비자 발급의 완화 및 현지 발급, 모든 편의 제공, 아리랑축전과 연계된 북한 각 지역에 대한 관광, 호텔의 재정비, 신변안전보장, EU(유럽연합) 등을 향한 다양한 관광외교, 그리고 특히 남한에 대해서는 인천-평양간 직항공로 개설이나 금강산-원산-평양으로의 육로관광 개방 등이 그것이다.

셋째, 서방세계에 평양을 개방해서 외국인은 물론 남한사람들에게까지 초청의사를 밝힘으로써, 국제적으로는 평화의 메시지를 그리고 남한에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입각해 민족동질성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즉 한반도에는 평화를, 민족에게는 통일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아리랑축전'에 대해 남한 일부에서 '파시즘적 예술'이니 '월드컵의 맞불'이니 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을 뿐더러 의도적인 왜곡에 가깝다. 6·15공동선언의 정신은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또 하는 일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북한에서 '아리랑축전'을 하든 '쓰리랑축전'을 하든 그건 북한의 고유 사업이고 남한에서는 이를 존중해야지 사시로 볼 필요가 없다.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아리랑축전'을 보면 되는 것이다.

첫째, 북한은 '아리랑'을 전세계인 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게도 구경올 것을 권유하고 있다. "남조선 동포 여러분은 아리랑을 볼 기회를 놓치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는 옆집에서 잔치를 하면 찾아가서 축하해 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답보인 상태에서는 '아리랑'을 구경가는 것이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남북교류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통일의 전령'일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이 평양의 문을 활짝 연 것 자체가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이다. 북한더러 개방하라고 말만하고 정작 북한이 개방을 했는데 이를 거부한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다. 북한의 개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리랑을 구경가자.

둘째, 가능한 아리랑축전과 월드컵대회를 연계시키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양 행사를 남북이 교차관광하자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그럴 듯하지만 자칫 상호주의의 변종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서로가 왔다갔다하면서 월드컵도 구경하고 아리랑도 구경하면 좋은데, 역대적으로 봐서 남북이 서로 무슨 조건을 달거나 상호주의를 내세워서 잘된 적이 별로 없다. 물론 두 행사는 모두 잘 되어야 한다. 두 행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먼저 열리는 아리랑축전에 남한에서 구경가면 된다. 월드컵은, 북한에서 월드컵을 축하해 주러 올 것인가 아닌가는 북한에 맡기면 된다. 물론 그 역의 경우가 되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6·15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정신이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