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사법 개선 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의의

노동사회

2018년 강사법 개선 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의의

정애경 0 7,589 2018.11.08 11:58

 

전임교원 수 9만 명과 비전임교원수 약 12만 명

 

우리나라의 대학교원은 「고등교육법」 상 교원지위를 가지고 있느냐와 없느냐에 따라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전임교원의 수는 약 9만 명, 비전임교원의 수는 약 12만 명이다. 전임교원 중 비교적 고용안정이 되어 있으면서 고임금1)을 받는 사람들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이다. 이에 비해 그 실태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2)의 수가 지난 15년 간 급증하여 9만 명 중 2만 명을 넘기게 되었다.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현상이 심각하다.

비전임교원 중 시간강사가 약 7만 6천 명이고 겸임·초빙교원의 수는 약 2만 2천 명, 기타 20여 가지 종류의 비전임교원 수는 약 3만 명이다. 비전임교원들은 학내 의사결정권과 자원 배분권이 없다. 이들 비전임교원이 담당하는 연간 강의시간은 약 920만 시간이다. 한 학기가 15주로 구성되며 2개 학기를 합하여 1년으로 간주되는 것을 감안하여 1인당 매주 평균 강의담당시간을 산출하면 1인당 약 4.1시간이다. 비전임교원 중 시간강사의 임금은 절대적으로 시간당 강의료에 의존하므로 이들의 연봉은 강의담당시간에 비례한다. 2017년 기준 시간강사 중 1개 대학만 강의하는 사람은 약 45%이고 1~2개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은 90%가 넘는다. 3개 대학 이상에서 강의하는 사람은 10년 전에는 15% 정도였으나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하여 지금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400여 개 대학 중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을 하는 대학은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의 대학분회가 있는 곳은 매우 소수다.3) 노조가 없는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극단적 저임금4)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비전임교원들은 저임금과 극단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니며 상당수가 차별에 고통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조가 결성되고 지금껏 싸워왔다.

 

 

개선안이 도출되어 발의되기까지

 

2018년 8월 8일 우리나라 고등교육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1962년 박정희에 의해 대학시간강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학사회의 폐부였던 대학강사 문제 해결의 단초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위원 전원합의로 마련한 것이다. 2018년 8월 28일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과 협의회 구성원 간 면담이 이루어졌고 9월 3일 교육부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교조는 그 전신인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하, 전강노)이 1990년에 창립된 이후 꾸준히 내걸었던 강사의 고등교육법상 법적 지위 부여를 약간의 처우개선과 함께 따내는 것에 합의하였다. 비록 1990년에 ‘연구교수제’로, 2010년에 ‘연구강의교수제’로 정식화 된 한교조의 대안을 완벽하게 달성해 내진 못했으나, 대학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갈수록 피폐해 진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비정규교수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유예된 강사법과 같은 악법이 시행될 수밖에 없는 제약조건도 있었다.

속칭 강사법의 역사는 꽤 길다. 2010년 사회통합위원회가 당해 10월에 ‘강사처우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그 안에 강사법의 핵심 요소가 담겼다. 한교조는 이에 대해 비판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10월에 대표 발의한 ‘연구강의교수제’를 지지하는 제1차 비정규교수대회를 열었다. 그렇지만 2011년 11월 강사 등 비정규교수 당사자들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정부가 법안을 만들고 국회의원 다수가 동조하여 강사법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 법은 이후 4차례나 시행이 유예되었다.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악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법안의 방향이 나왔던 2010년 11월부터 반대 의견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입법 강행을 하였다가 2012년 말과 2013년 말 및 2015년 말에 각각 시행 유예 법안이 통과되었다. 2016년에는 교육부가 정책협의회를 만들어 대안을 마련하던 중 ‘1년 후 당연 퇴직’ 등 대학 측의 입장이 전면적으로 반영되는 개악안이 제출되어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이후 정부가 이 개악안을 입법발의 하였으나 비정규교수들과 각계각층의 반대에 부딪쳐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거부할 수밖에 없어 결국 2017년 말에 시행이 한 번 더 유예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런 과오를 딛고 대학 측과 강사 측 그리고 국회의원 추천 전문위원 측이 동수(각각 4명씩 총 12명)로 구성된 협의회가 2018년 3월 새롭게 결성되고 명칭도 대학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로 개칭되어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협의회는 2018년 3월 14일부터 정식 운영되었고 매주 2시간에서 10시간씩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다 6개월 동안 18차례의 공식 회의 끝에 마침내 합의했고 9월 3일 협의체 합의안을 국민들에게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 합의였고 국회가 해결하지 못한 7년간의 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협의회의 강사법 개선 법령 합의안은, 교육부가 회의 준비 실무를 맡으며 여러 의견도 내었고 교육부 장관이 직접 협의회 위원들을 만나 노고를 치하하였으며 9월 3일 합의안 보도자료 작성과 기자회견 역시 교육부에서 담당하였으므로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강사 관련 양대 노조(한교조와 강사노조)가 각각 2명씩 위원으로 참석하여 함께 18차례나 회의하며 합의한 것이니만큼 강사단체들의 공동 입장임도 분명하다. 9월 6일 이들은 대학원생노조와 함께 합동 기자회견도 열었다.5) 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각종 대학 관련 대표 단체들이 위원들을 파견하여 6개월간의 활동 끝에 합의한 것이므로 대학 측의 입장임을 부정할 수도 없다. 국회 상임위에서 추천한 전문가위원 4명이 함께 회의하고 주요한 결정에도 같이 관여하여 만든 대안이기에 국회도 협의체 합의안의 무게감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의체의 합의안이 주목을 받음에도 한교조는 안심하지 않고, 국회에서 또 다시 개악안이 나오거나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편법이 횡행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협의체 합의안 발표 다음날인 9월 4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무기한 철야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농성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농성을 시작 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10월 10일 이찬열 의원(국회 교육위원장, 바른미래당 의원)이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의 주요 의원들과 함께 협의체의 합의법안을 거의 그대로 담은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하였다. 그렇지만 강사법 사태의 원죄가 있고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안을 가져오라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작 합의안이 제출되었음에도 단 한 명도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11월 초순과 중순에 국회 교육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 때 자유한국당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국회 정문 앞 농성이나 여타 투쟁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건의문

 

협의체의 합의안은 법률을 개정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합의하였다. 또한 협의체는 자체 건의문을 만들어 예산 확보나 각종 처우개선 및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의 노조 참여를 강조하였다. 2018년 8월 8일에 최종 합의되어 성안된 건의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사법령안 주요 내용은 ‘강사도 교원으로 인정’

 

협의체의 주요 합의안들을 차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강사에게 「고등교육법」 14조 2항의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 교원의 한 종류로 ‘강사’를 신설하고, 강사는 교원으로서 임용 기간 중 안정적으로 복무토록 하며 임용계약 위반‧형의 선고 등을 제외하고는 임용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면직‧권고사직 제한 및 불체포 특권 보장 등의 신분을 보장한다. 강사뿐만 아니라 고등교육법 제17조(겸임교원 등)에 해당하는 겸임·초빙교원 등에게도 이 신분보장은 적용된다. 강사는 징계처분과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재임용 거부처분 포함)에 대해 교원지위특별법상 소청심사 청구권도 가진다.

강사의 임용계약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계약조건(임용기간, 급여 등)은 법령에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강사는 대학 교원 자격기준(교육년수와 연구년수를 합산하여 대학 졸업 후 2년 이상)을 갖춘 사람 중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공개 임용토록 한다. 강사와 모든 비전임교원은 1년 이상의 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예외 사유는 법률에 명시하여 허용한다. 강사를 임용할 때 1년 미만 계약이 인정될 수 있는 예외사유는 “학기 중 발생하고 객관적으로 증빙된 교원의 6개월 미만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연구년(6개월 이하) 및 교원의 퇴직·사망·직위해제에 따른 학기의 잔여기간에 대한 긴급 대체 강사”로 국한된다. 겸임·초빙교원 등은 위 사유에 “교외에서 발주하는 1년 미만의 연구와 산학협력”이 추가된다. 강사의 임용은 전임교원의 임용절차(기초‧전공‧면접심사 등)와 구분하여 공개 임용을 원칙으로 공정성이 담보된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하도록 되어 있다. 심사 절차 및 심사위원회 구성·운영, 인사위원회의 검증·심의·의결 등에 관한 간소화된 임용절차를 법령에 규정하되, 구체적인 사항은 학칙 또는 정관으로 규정한다. 임용 관련 합의 사항에서 강사에게 특별히 적용되는 재임용절차가 중요한데 강사는 신규임용을 포함하여 3년까지 재임용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강사의 임무는 전임교원과 동일하게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처럼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학·연 협력만을 전담할 수도 있다.

이번 합의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강사를 포함한 비전임교원들의 한 대학 내에서의 최대강의시수를 정한 것이다. 강사와 겸임·초빙교원 등은 매주 6시간(겸임·초빙교원은 매주 9시간) 이하를 원칙(학칙으로 달리 규정 가능)으로 하였다. 다만, 외국인 초빙교원은 제한이 없다. 학교의 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강사와 겸임·초빙교원 등은 매주 9시간(겸임·초빙교원은 매주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칙으로 달리 규정이 가능하다.

또 다른 주요 특징은 겸임·초빙교원에 대한 사용사유와 자격요건 제한 규정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한 것이다. 이는 대학들이 강사 대신 다른 비전임교원을 양산하는 것을 막고 기존의 비전임교원 중 자격요건이 안 되거나 전문 교육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솎아내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10년 간 급증한 겸임·초빙교원의 관리를 위하여 겸임·초빙교원의 도입취지에 부합하는 사용사유와 ‘2018 대학정보공시 양식 및 지침’에 규정된 요건을 겸임·초빙교원 자격요건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하여 이와 같은 사유와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겸임·초빙교원으로 임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렇기에 최근 일부 대학에서 ‘강사 제로화’를 선언하며 겸임교수나 초빙교수로 대체하겠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난센스이거나 정부재정지원을 따내기 위한 협박용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처우개선에서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이 핵심이다. 강사에 대하여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임금수준 등 구체적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대학들이 기존 강의료를 쪼개어 방학에 지급하는 꼼수를 쓰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사회적 통념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대학들이 그 방법을 쓰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든 재정추계자료나 교육부가 만든 재정추계자료도 방학 중 임금은 기존의 강의료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작성되어 있다. 이는 퇴직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년 이상 계약에 어지간하면 3년 계약 보장이 될 수 있으므로 퇴직금은 법에 따라 자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협의체는 향후 초단시간 강의를 하더라도 강의시간에 관계없이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퇴직급여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고 동시에 이와 별도로 대학(사용자), 정부, 강사가 출연하는 기금을 마련하여 강사에 대한 퇴직공제제도를 운영하는 법·제도 마련 역시 건의하고 있다.

그 외 교육부는 자체 예산안을 마련할 때 국립대 강의료 인상 예산(기획재정부 통과하여 정부예산안에 포함), 사립대 강의료 시간당 1만 원 인상 대학이 부담 시 정부가 1만 원 추가 지원하는 예산(기획재정부가 강사법 시행이 불확실하다며 거부), 공익형 평생고등교육 사업 예산(시간강사 또는 학문후속세대, 퇴직교수 등 고등교육 인적 자원의 학문적·교육적 역량 극대화를 위한 신설 사업으로 한교조가 제안하여 협의체가 동의하고 교육부가 정리하여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였으나 거부) 등도 포함한 바 있다. 11월의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이 부분이 다시 다루어질 가능성은 있다. 이 외에도 연구공간 제공, 명절 상여금·휴가비·대학시설(도서관, 주차시설 등) 이용 등에 있어 차별 금지, 대학평가지표에 반영 또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여 교육부가 지속 관리·감독하겠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되어 있다.

 

개선안의 의의와 통과 전망

 

강사법령 개선 합의안에 대해 우리는 ‘많이 미흡하지만 개선의 방향성이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즉각 입법하여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이다. 시간강사제도의 폐지를 지향하고 있으며 애매한 교원제도들에 대한 재정립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가 흘려 온 피와 눈물과 땀방울을 생각하면 아쉬움 가득한 성적표이긴 하지만 1962년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해악을 끼치고 있는 시간강사제도, 2011년의 통과된 유예강사법, 2017년 제출된 개악강사법안에 비해 강사만이 아니라 다른 비전임교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확대 개선안이다.

비록 이번 합의안에서 미흡하거나 아쉬운 지점도 많이 발견되지만 지금은 그것을 강조하기보다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 건설과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학문 성숙을 위해 추가 개선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협의체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 법령안이 연착륙하면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 공공성 강화 재정투자와 대학들에 대한 개선 유도 정책이 필수적이다.

둘째, 총장선출권을 비롯하여 평의회 및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참정권 보장과 연구공간과 연구비 지원에 대한 논의가 개선 강사법 시행과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이제 전임교원들에게도 책임시수가 아니라 최대강의시수 9시간 이하 기준을 적용하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전임교원의 과도한 강의 담당은 강사에게는 강의할 수 있는 기회 박탈을,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 박탈을, 대학원생들에게는 성숙한 학문 탐구를 위한 기회 박탈을 가져오고 있다.

넷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를 폐지하고 원래대로 전임교원제도를 단일화해야 한다.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의 폐해가 극에 달해 있다. 대학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확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완전 폐지 이전에라도 시급하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계약기간이 남은 동안 이들의 권리와 처우수준을 대폭 향상시키는 동시에 최대강의시수 9시간 이하로의 제한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기계’를 양산해서는 학문성숙을 이룰 수 없으며 고등교육의 질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아울러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당사자 역시 소외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제도로 인한 피해자는 교원과 학생 모두이다.

다섯째, 모든 비전임교원들에게 처우개선과 연동한 총합 최대강의시수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워낙 임금이 적고 처우수준이 낮다보니 많은 비전임교원들이 연구해야 할 시간에 길거리에 돈을 뿌려가며 여기저기에서 많은 강의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핀란드처럼 한 대학에서 6시간 정도 강의하면서도 도시노동자 평균임금 정도의 생활임금은 받을 수 있어야 고등교육과 학문탐구에 전념할 수 있다.

여섯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공영형 사립대학 확대, 정년트랙 전임교원 100% 확보, 대학의 민주화, 대학의 자본으로부터의 종속 탈피 등 좀 더 근본적이면서 구조적인 해법 실현을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협의체의 합의안은 10월 10일 입법발의 됨으로써 국회 입구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시간끌기와 무력화 책동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는 11월 초순은 되어야 열릴 것으로 보이고 국회 예산위원회도 11월에야 정상 가동된다. 예산이 딸려올 수밖에 없는 법안이므로 자칫 논의가 길어져 개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11월 초순부터 유은혜 신임 교육부 장관 면담, 여야 교육위 법안소위 의원들 면담과 각종 간담회 개최, 사회적 압박을 위한 노동단체와 대학(원)생 단체 및 대학구성원 단체들의 연쇄 합동기자회견 등 농성과 병행할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강사법령만으로 비전임교원 문제와 그와 연관된 여러 사안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합의안만으로 학문후속세대 문제 해결,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학문 성숙,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 건설 및 대학 자율성 확보 등을 이룰 순 없다. 언제나 투쟁의 과정에서 향후 과제들 역시 부각시키며 더 나은 대학과 더 나은 나라 건설을 위한 지식노동자의 책무를 다할 때 이번 개선안이 현실화되고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1)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정년트랙 전임교원 중 가장 높은 직급인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 원이 조금 넘는다. 대학 내 거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2) 1~3년 단위 계약, 정교수가 될 수 없고 평균 연봉은 2천만 원~4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총장선출권 등 주요 의사결정권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초의 전국 대학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실태조사 결과는 10월 말 나올 예정이다.

3) 경북대, 경상대, 대구대, 부산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영남대, 전남대, 조선대에 한교조 분회가 있고 이 곳의 임금은 노조 분회가 없는 대학에 비해 보통 시간당 1~2만 원 정도가 더 많다. 노조의 분회가 있는 곳에서는 논문게재료, 학술활동지원비, 복리후생비, 공동연구실 등을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한 경우가 많다.

4) 전문대 평균 강의료 약 3만 원, 4년제 사립대학 평균 강의료 약 5만 원, 국립대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의 강의료를 합산한 평균 강의료 약 7만 1천 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기아임금에 다름없다.

5) 협의체 합의안을 조속히 입법하고 시행하라는 성명서는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대학노조,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교수노조,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참여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민중당, 정의당 등에서 발표하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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