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

노동사회

일 포스티노

admin 0 4,931 2013.05.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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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무명씨들이 인터넷에 쓴 <일 포스티노> 영화평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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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 시인과 우체부의 만남 

movie_01_6.jpg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는 감성을 새롭게 깨워 감동의 순간으로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순박한 어부의 아들이 20세기 최고의 좌파 시인과 만나면서 자신의 예술성과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칠레의 대시인 파블루 네루다가 본국에서 추방당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나폴리 근처의 작고 아름다운 섬인 카프리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주었는데,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2차 대전이 끝난 어느 무렵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에 네다루가 찾아오고, 그에게 전세계에서 편지가 날아든다. 그러자 우체국장은 어부의 아들 마리오를 네루다만을 위한 일 포스티노(Il Postino), 즉 집배원으로 고용한다. 그렇게 우체부와 수취인의 관계로 시작된 마리오와 네루다의 관계는 마리오가 마을의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사랑하면서 진전되기 시작한다. 네루다는 사랑의 열병에 걸린 마리오를 도와주고, 그의 친구가 되어 시에 눈뜨게 해준다. 시를 통해 ‘인감임에 피곤할 뿐’이던 한 무식한 어부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살아 있음의 경이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시는 읽는 사람들의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파렐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1924년 「20가지 사랑의 시와 절망의 노래 한 곡」으로 라틴아메리카 최고 시인으로 찬사를 받은 주인공이다. 1973년 9월 군사쿠데타 와중에 심장병으로 사망하기까지 단순하고 쉬운 말로 노동자나 농부들의 감정과 희망을 대변하는 시를 쓴 시인이었으며, 칠레 공산당 당수로서 1970년 인민연합 결성을 주도해 사회당의 아옌데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모든 생애는 시로 가득 찼으며, 1971년엔 노벨문학상과 레닌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대한 노시인 파블로와 ‘은유’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지만 시에 빠져드는 마리오.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을 식당의 아리따운 아가씨 베아트리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마리오는 대시인이자 자신의 스승인 파블로에게 대든다. “시는 시를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 한마디는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일터, 자기 인생을 뒤흔들어버린 시를 자기만이 아닌 세상과 나누려는 시인 초년생의 열망이야말로 네루다와 마리오를 통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아름다운 풍광, 아름다운 음악  

이탈리아 영화는 유쾌하다. 이 영화 역시 시종 아름답고 잔잔하다. 파도소리, 절벽을 쓰다듬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슬픈 그물, 성모마리아 성당의 종소리, 그리고 별들의 속삭임. 세월은 흘러 칠레에 민주주의가 복원되고 네루다는 고국으로 돌아가 공산당의 지도급 인사가 된다. 네루다와는 헤어졌지만 베아트리체와 가정을 꾸린 마리오는 수백 명이 모인 집회에 참가한다. 집회장에서 ‘공산주의 만세’(어이없게도 자막은 사회주의 만세로 되어 있다)가 외쳐지는 가운데 마리오는 단상에 올라 시를 낭독한다. 사랑과 인생과 투쟁과 희망에 대한 시를.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진압경찰들로 집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마리오는 쓰러진다. 
1994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일 포스티노>는 외국어 영화로서는 드물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선정됐다. 이탈리아의 대표 배우이자 감독인 마시모 트로이시가 주인공 마리오 역을 맡았다. 마시모는 투병 중에서도 열정을 불태웠고, 촬영이 끝난 며칠 뒤인 1994년 6월14일 영화 속의 마리오처럼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영화의 주제곡은 1996년 아카데미 최우수 음악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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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결혼식 장면. 오른쪽부터 마시모 트로이시(마리오 역) 마리아 그라지아 쿠치노타(베아뜨리체 역) ]

내가 그 나이 였을때
詩가 날 찾아 왔다…
나는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게 겨울이었는지…강이었는지…
언제 어떻게 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길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 감독 : 마이클 레드포드
- 배우 : 파블로 네루다역 -  필립 느와레
         마리오역 - 마시모 트로이시 
         베아뜨리체역 - 마리아 그라지아 쿠치노타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