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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노동패러다임 모색 -2017년 노사관계의 주요 의제 검토-
○ 일시: 2016년 12월 2일(금) 오후 4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실
○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토론: 박태주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태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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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2017년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인 동시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노동계의 새로운 의제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집담회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여는 말로 박태주 교수님의 발표를 듣고, 뒤이어 참석자들이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진단과 문제의 해법, 2017년 노동의제에 대해 10분씩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상호 간 질의응답을 하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집중 토론하겠습니다.
노동은 대안성장전략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박태주)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한국경제는 저성장체제와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이중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론이나 공정성장론, 더불어 성장론, 복지성장론 등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안성장론은 하나같이 소득(임금)을 높여 내수를 늘리고 이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다시 일자리와 내수를 늘리는 경제의 선순환 궤도를 지향합니다. 이 때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자본의 사이에선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고 노동자 사이에서는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머지 하나는 정부의 재분배정책, 즉 복지정책입니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리면 소비증대로 이어진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노동이 복지사회 건설의 동맹군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소득 분배율의 제고, 임금격차의 축소, 그리고 복지지출의 증대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밑바탕을 이룬다면 새로운 성장전략을 실현하는 데서 노동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암묵적이긴 하나 새로운 성장전략의 주체로 개혁적인 정권을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혁적인 정권만으로 이 새로운 성장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지지와 참여를 동원하지 못하면 한계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역시 소득주도성장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노조는 어떻게 새로운 성장전략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노조가 임금격차의 축소를 의미하는 연대임금정책에 나서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나아가 복지 건설의 동맹군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산별체제를 갖추는 게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산별체제는 산별노조 조직을 기반으로 전국 및 산업차원의 사회적 대화와 산별차원의 단체교섭구조, 그리고 기업 차원의 경영참여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 경우 산별체제를 이끄는 이념 혹은 노선은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운동 노조주의일 것입니다. 그 속에서 조합원의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공공적 가치와 결합됩니다.
박근혜 이후 노동의 시계는 흐림
정치권력의 격변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킨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모델인 ‘박정희 모델’을 퇴진시킬 기회라는 걸 의미합니다. 기회는 찬스라는 말이죠. 박정희 모델의 핵심은 국가와 재벌의 동맹,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주도의 성장전략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탄압의 대상이었고 중소기업은 약탈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제 이런 성장 패러다임을 노동중심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노동자 아니면 노동자 가족이고 그들의 삶을 떠받치는 기둥이 임금이라면 ‘노동 없는 성장’은 모래성입니다.
그런데 전망은 흐립니다. 우선 개혁정권의 개혁성도 문제지만 노동이 새로운 성장전략의 주체로 설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야말로 전환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면 국가와 재벌의 동맹을 국가와 노동의 동맹으로 바꾸는, 혁신적이고도 담대한 설계도를 그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의문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그 정권이 그만큼 개혁적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알만한 분들 가운데 그런 분이 있을까,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개혁성과 그것을 밀어붙일 뚝심을 두루 갖춰야하는데 제 눈에는 솔직히 보이지 않습니다. 노동을 전면적으로 껴안기보다는 노동과 얼마만큼의 거리를 둘 것인가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두 번째로 노동이 개혁의 주체가 될 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산별체제의 핵심은 연대고 그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나타납니다. 흔히들 연대임금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로서 우리나라 노조는 연대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에 대해 역시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기업별체제와 경제주의라는 노동운동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잖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태도나 노동시간 단축을 바라보는 입장, 기업복지가 아닌 사회복지를 실현한다거나 노동조합 바깥에 방치된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를 조직하려는 각오 등 노동조합이 내부적으로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멉니다. 연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나 자신의 희생에서 출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연대죠.
따라서 개혁정권은 진정으로 개혁적이지 않은데다 개혁을 밀어붙일만한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노동운동은 자기 이익에 갇혀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정권과 노동은 출발부터 동맹관계가 아닌 긴장관계로 갈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 때 위로부터의 개혁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봤잖습니까. 새 정권은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억눌렸다 분출되는 노동의 욕구를 관리하고 통제하려 들 겁니다. 노동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그러면 정권과 노동 간에는 출발부터 긴장관계가 만들어지겠죠. 노동은 ‘개혁’정권이 노동을 탄압한다고 비난할 테고 정부는 노조가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눈이 멀었다고 우기겠죠. 그러면 정권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노동 또한 재생의 기회를 놓칠 겁니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이후의 시계는 흐리다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처럼 결과적으로 실패가 예견되는 정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물론 이것은 개혁정권이 들어선다는 걸 전제로 하는 분석입니다.
2017 노동체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의 새 좌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개혁주체들의 역량을 모아 ‘2017년 체제’를 고심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산별체제를 바탕으로 연대임금을 실현하고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2017년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스스로의 이해관계는 물론 사회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노조의 정치참여가 중요합니다. 후보가 내놓는 공약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비전을 제시하고 후보를 이끌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친소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에게 줄을 서는 선거운동 전략에선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최소한 미국에서처럼 노조가 후보를 조직적으로 평가하고, 조직의 결정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겁니다. 가칭 ‘2017년 노동체제 모색을 위한 연대회의’를 만들어 노동과 후보 사이의 동맹 같은 것을 고민해 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만한 내부 기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암울한 2017년 거시경제 전망
배규식)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이미 저성장 기조가 정착된 것 같습니다. 거기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각국의 보호무역 경향이 강화되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속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축소에 따른 투자 감소, 2%대의 경제성장 등은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경기 확장국면의 종식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과거 중화학공업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박정희 모델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말로는 이중의 구조조정이 시작됐습니다. 저성장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조선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다른 산업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의 상태인데 미국이 금리를 점차 인상하면, 수요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의 국내시장도 크게 축소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탄핵‧퇴진에 따라 노동계에 새로운 정치적 자유와 공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억눌리거나 밀렸던 인권보장, 노동기본권 보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유보되거나 후퇴한 노동권 보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입니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전략으로 피해를 입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저임금 노동자들의 새로운 요구가 분출할 것입니다.
내년도 정치‧경제 지형을 보면 87년 민주화 때는 정치적‧사회적 요구가 분출했음에도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 요구들을 소화할 수 있었어요. 반면 1998년에는 정치적 요구가 분출했는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에도 비슷했죠. 내년에 저성장과 정권 교체의 상황 속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 역시 박태주 교수님과 비슷한 전망을 합니다. 고용시스템과 기존 경제성장 모델에 기반한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2017년 주요 이슈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내년도에 주요하게 제기될 노동과 고용 이슈는 우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입니다. 이 문제와 연계해서 살펴봐야 할 문제로는 비정규직의 지위와 처우 개선, 사내하청 남용구조의 개혁,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의 개혁,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중소기업 개혁과 업그레이드 등이 있습니다.
또한 반듯한 일자리 창출이 핵심 요구로 등장할 것입니다.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한 장단기 대책이 필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청년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도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구조조정 및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산업을 비롯한 철강, 전자 등 주요 산업의 시장축소, 저성장, 중국이나 동남아 경쟁국의 등장, 보호무역 등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주요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력감축, 임금삭감과 함께 실업률이 증가할 텐데, 노동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는 탓에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구조조정에 대한 단기적‧중장기적 대비와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의 고통 분담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법 준수 문제는 김선수 변호사님께서 말씀해 주실 테니,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조직화 지원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조직화센터, 노조의 기금에 대응한 매칭 펀드 등 지원 방법을 적극 강구해야 합니다.
노동법 개정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일‧생활 균형 보장 등 관련 이슈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대표기구로의 개편, 고용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법 개정 등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혁과 관련해서는 기존 정부 정책, 예를 들어 성과연봉제 등의 정책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연봉제가 하위직급에도 좋은 것이면, 기업들이 먼저 알아서 성과연봉제를 하위직급까지 적용했을 것입니다.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직급까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라는 정부의 요구는 무리가 많습니다. 문제는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예산제약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안전 보장을 위해 공공부문의 복지혜택을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어 사회적 대화와 타협 체제의 재구축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노동개혁을 위한 일시적 수단으로 활용하다 실패하고는 역주행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미 사회적으로 노사정위원회는 그 유용성이 다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기구를 국회도 참여하고, 양대노총만이 아닌, 비정규직 대표, 여성 대표, 청년 대표, 고령자대표, 정부가 참여하는 식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설 기구는 작게 만들고, 의제별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치적 요구의 분출과 경제적 차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여 주요 의제들의 해결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국민연금, 고용보험, 의료보험의 사회적 거버넌스 투명화와 책임성도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와 재벌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국민연금의 발언권을 제고해서 사회적 책임투자를 하면 노동계가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관련해 빈곤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심지어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도나 아동수당의 도입 논의가 절실하고, 이와 연계해 각종 세금 및 사회보험 인상을 본격 논의해야 합니다. 세금 인상은 진보 진영도 꺼리는 문제지만, 다른 방안이 없습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노조가 세금 인상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민주화 이후 2가지 현상, 의제 표출‧조직화
김태현)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보면, 민주화 이후 항상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는 억압된 의제들이 표출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중들의 자발적인 조직화로, 노조의 경우 노조 조직화입니다. 앞서 박태주 교수님께서 산별체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민주노총의 경우 산별 조직체계로의 변화에는 성공했지만, 산별체제로는 전환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로드맵이 제출되지 않으면 산별체제 전환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매개 고리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조 조직화와 연관해 민주노총 내부의 고민은 조직화의 핵심인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들이 노조에 가입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금속노조가 형식적으로는 산별노조이지만, 미조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참여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 노조만 욕할 것이 아니라 지역 지부와 지회도 실제로는 기업별 체제를 근간으로 운영됩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지 않은 거죠. 민주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조 가입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포괄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노조 조직화는 어렵다고 봅니다. 첫 번째 이유로 돌아가 보면 대선 과정에서 노동의제들이 분출될 텐데, 어떤 정치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어제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초안에 합의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내년 대선에 노동계가 중심이 되어 ‘민중후보 전술’을 쓰고, 선거연합당 구성 등의 논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2018년에 본격 상의하자는 것입니다. 노동자‧민중 후보가 나오더라도 전술적으로 야당과 함께 노동의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의제를 쟁점화하고, 당선 가능한 야권 후보까지 포함한 야권연대를 통해 이 의제들을 사회적으로 확장시켜야 합니다.
의제 실행을 위한 로드맵 마련해야
오늘 논의되는 핵심 의제들을 잘 정리하고, 개혁정권의 집권 이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노무현 정권의 개혁이 실패했다고 하셨는데, 개혁 프로그램의 우선순위가 정비되지 않은 채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박근혜 모델’을 대체할 만한 핵심 내용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배규식 선임연구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된 공무원노조‧전교조 불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를 원상회복해야 합니다. 또한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적 조치를 통해 바꿀 수 있는 사안들도 있으니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야당과 양대노총 간에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 몇 가지 핵심사항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를 재빨리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공공부문의 질 낮은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하는 일에도 빨리 나서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준수 등 법 집행의 효율성을 강화해야 하고, 사회보장 제도의 확충과 이를 위한 법인세 인상 등 세법 개정도 필요합니다.
반면 산별 노사관계의 구축 내지 산별 임금교섭은 현재 산별노조의 실력으로는 어렵습니다. 아니, 산별노조 내 기업별 격차가 커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혹은 저임금 지대의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몇몇 대기업노조가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이를 실행하는 것입니다. 안산 반월공단에 30만 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개별업체 종사자 수가 평균 20명 정도입니다. 기존의 조직 방식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및 근로기준법 준수와 같은 핵심적‧표준적인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단 노사정협약 체결 등의 방식을 통해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노동체제의 핵심 5가지
이병훈) 4개월 여 전부터 몇몇 사람들과 함께 노동의제를 고민해 왔습니다. 오늘 얘기할 내용은 이 모임에서 나눈 고민, 논의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현행 노동체제의 핵심으로 △노동양극화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 취업절벽 및 고용불안, △노동취약층 증가와 노동인권 사각지대 확대, △일중독 사회와 산재공화국, △노조운동 침체, 낮은 조직률, 배타적 활동관성 등 5가지를 꼽아 봤습니다. 개혁정권이 들어선다면 어떤 가치를 가장 강조해야 할까요. 노동의 존엄성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노동개혁의 주요 의제를 정책화, 제도화하고 일상 현장에서 규범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의제를 살펴보면 첫째, 노동인권 보장과 일터 민주주의 실현입니다. 우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도 그 내용을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인 측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고용형태 차별금지 명시, 취업규칙의 민주적 규범화 등의 규정 개정이 필요합니다. 노동인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세세한 사항이 많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 특히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원청과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책임성 강화, 비정규직 노조의 실질적 단결권 보장, 쟁의행위 범위 확대, 조업거부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금지, 공공부문의 노동권 복원‧강화 등도 있습니다. 이따 다시 얘기하겠지만, 노조가 변해야 한다는 말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노조가 존재감 있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둘째, 불법적 노무관리 척결입니다. 이는 노동인권, 존엄성과 관련된 것으로, 노동법의 불법‧탈법을 근절하기 위한 근로감독 행정체계 및 노동위원회의 독립성‧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노동‧사회보장법원의 설립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현행 노동사건의 검찰 기소권 독점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셋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강화와 법 보호 사각지대 해소입니다. 기간제 등의 사용사유제한 입법화, 무기계약의 차별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인력공급 문제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인력공급사업에 대한 제도‧규범을 재검토하고 확립해야 합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풀 열쇠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양극화 문제는 차기 정권이 풀어야 할 큰 숙제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 조기 시행, 생활임금 지급, 공공‧사회서비스 조달사업에서의 적정임금제 시행 등의 방안을 통해 노동시장 하층의 임금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밖에도 초기업별 단체교섭을 통한 격차 완화, SK하이닉스 사례처럼 임금공유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 노조와 연계한 여러 방안도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실업안전망 확충‧강화 문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개혁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로, 고용보험의 수혜대상을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가 실업보험을 관리하는 독일의 겐트시스템처럼 노동자 기여와 정부 출연 중심으로 고용보험 운용을 재편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실업부조 도입도 절실한데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청년,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구직활동‧생계급여‧직업 훈련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청년들이 구직 과정에서 워낙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구직촉진수당은 실업부조로 포괄하고, 그와 별도로 사회수당을 지원한다면 이행기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실업보험제 개편의 타당성 여부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의제입니다. 공공부문의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비율을 3%에서 5%로 상향 조정하는 등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쪽에서는 복지공무원 등 공공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울러 사고‧질병 없는 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5월에 발행한 구의역 사고와 같은 산재 사고의 사용자‧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산재사고 및 직업병의 은폐‧악의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며, 감정노동‧열정노동 등의 실종 열악노동에 대한 규제‧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고용부문 의제의 이슈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결부해 지난 대선에서 손학규 후보의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이 대중적 신드롬을 몰고 왔죠.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 정책대안들과 분명하게 대비되는 참신한 노동의제를 슬로건으로 내걸 것을 제안합니다.
이주희) 미래 예측은 낙관적일 수도, 비관적일 수도 있기에 현 상황을 굳이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리어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끝을 냄으로써 제2의 민주화가 시작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첫 번째 민주화가 제도 구축에서 멈췄다면 지금은 학교, 노조, 종교, 언론 등 모든 부분에서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 민주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내세우고 틈새를 메워 우리 사회가 전면적으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정치만 문제라고 생각하시는데,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일자리 감소 문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더불어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패러다임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정규직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개 남성 생산직 노동자 위주로 돌아간 것과 달리, 근래에는 여성이나 해외 인력 등 노동력이 다원화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화의 가속화, 가족해체와 고령화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 서비스산업의 비정규직화 등으로 인해 제조업 시대의 기존 노사관계의 유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전제 하에 몇 가지 세부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노동시장 소수자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중구조 문제의 핵심인 노동시장 소수자의 조직화입니다. 우선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전면 개편하거나 없애야 합니다. 창구단일화 자체만으로도 노조 약화 현상과 노노갈등이 악화되는 실정입니다.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애쓰고 있는 것은 알지만, 재원을 훨씬 더 들여야 합니다. 지난 8월 한국노총이 여야 4당에 하반기 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동회의소법’ 제정을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직화가 어려운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법률서비스 및 소송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산별체제 구축은 저 역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물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만큼, 법제도상의 효력확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일자리 질 개선 및 비정규직 규제입니다. 앞에서 많이 얘기해주셨으니, 한 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이전까지는 비례원칙을 주장했는데, 이 원칙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다 항상 공정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규직을 기준으로 비정규직을 규제할 경우 정규직의 특성과 가장 유사한 노동자만 구제받습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겨났는데도 불구하고요. 따라서 비례원칙에 기반한 차등적 대우 시정보다는 생활임금, 노조활동, 교육훈련권 등과 관련된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셋째, 생활임금의 제도화가 필요한데 노조와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해 봤으면 합니다. 법령을 통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조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노조 조직화 캠페인과 협력해 진행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조달과 고용정책을 연계해서 생활임금 도입을 활성화하고 강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넷째, 앞서 일자리와 복지를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올해 논란이 된 청년수당 문제의 경우, 저는 청년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업보험 개편도 고용보험의 원칙과 달리 비경제활동인구를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다섯째,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주로 재정지원에 국한됐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는 저임금뿐만 아니라 불안정 고용관행, 나쁜 노동조건도 있거든요. 따라서 인적 자원 관리방안 지원,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개발이나 상담, 학교 연계 지원프로그램 제공 등 지원방안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 평등한 노동시장을 위한 방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여러 제안이 있는데, 실효성을 높이려면 재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을 위해 노조의 협력 아래 노동참여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개발하는 등 노조가 이 문제를 좀 더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성 평등한 노동시장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의 고령화로 인해 여성노동력을 노동시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남성 생계부양자가 아닌 두 번째 가구원의 소득에 더 큰 감세혜택을 제공하는 등 조세제도를 보다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면 여성노동력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남녀 간 임금격차로 이는 동시에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이기도 합니다.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는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노조가 적극 나서서 남녀 간 임금격차를 보고하고 모니터링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동떨어진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중 생계부양자‧이중 돌봄자 모델을 확립해야 합니다. 남녀가 일과 양육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돌봄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한 사용자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채용과 대우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돌봄자 모델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일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남녀 모두 직장과 집에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향후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개혁의 제1원칙, 법 해석부터 제대로
김유선) 내년, 내후년이 노동운동 진영에는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까지 구체적으로 노동의제, 실행방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겁니다. 제가 그동안 노동시장 문제에 초점을 맞춰 온 것은 보수정부에선 노사관계 문제를 얘기해봤자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그동안 정리해 온 노동시장 개혁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사관계 개혁방향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일자리 정책 중 고용의 양 확대와 관련해서는 실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단축하고, 고용의 질 개선과 관련해서는 상시‧지속적 일자리와 생명안전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해야 합니다.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은 적어도 대기업 수준까지는 확장해야 합니다. 특수고용직은 근로자 정의, 간접고용은 사용자 정의 확대가 중요합니다. 법 개정을 요구해서 실제로 개정이 되면 좋지만, 법 개정만 바라보다가는 시간이 다 가버릴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실행이나 법 해석과 집행을 제대로 하는 것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직자 생계유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령자 기초연금 확대가 중요하고, 청년들을 위해서는 구직촉진수당을 도입해야 합니다. 요즈음 기본소득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부분 기본소득’ 정도라면 노령연금이나 청년수당과도 접점이 있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임금정책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최고임금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최고임금제 도입이 어렵다면 일정한 구간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됩니다. 더불어 초기업 교섭 확대, 단체협약 효력확장이 필요합니다.
중층적 노사관계의 재구성
노사관계 개혁방향과 관련해서 살펴봐야 할 것은 중층적 노사관계 또는 사회연대적 노사관계의 구축입니다. 중앙차원에서 거의 20년을 끌고 온 노사정위의 기능은 마비된 만큼, 현재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중앙차원의 교섭, 협의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배규식 선임연구위원님은 의제별 위원회를 제안하셨는데, 그 정도로 가능한지 아니면 형태를 바꿔서 중앙차원의 기구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3자 기구가 있는데 수준, 수위가 저마다 다르니, 이 역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산업차원에서의 산별교섭 촉진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교섭창구 단일화 개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서 의제별 사회적 대화의 틀을 얘기했는데, 산업 수준에서도 산업별 노사정협의체 등 대화의 틀을 만든다면 산업별 노사 파트너 형성이 일정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구속력도 없고 대상도 일부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중앙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대로 두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두는 미국식으로 지역별 최저임금의 근거를 만드는 것이 생활임금 보다 오히려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차원에서는 기존의 노사협의회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독일식 종업원평의회로 가야 하는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를 시행 중인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제시해야 하는지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노동권익 보호와 관련해서는 노동계의 주장이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근로감독행정 강화를 위해서는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고, 특정 대기업이나 원청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근로감독을 해야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사분쟁 조정제도의 경우 노동법원 신설과 노동위원회 병존이 있는데, 이 부분은 김선수 변호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행정 분권화와 결부해서 종래에는 지방정부가 노동행정을 수행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노동행정 권한을 어떻게 지방정부로 이양할지, 어떻게 분권화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김선수) 대선 국면만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부터 새로운 정부 출범까지의 시기 역시 중요합니다. 내년 4월에 대선을 치르게 되면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생기는데, 이 임시 과도내각기간 동안 양대 지침의 철회, 노사합의를 전제로 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문제 정리, 단체협약 시정명령 절차의 중단 등 박근혜 정권의 반 노동정책을 폐기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와 노동입법 및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박태주 교수님께서는 비관적으로 보시는데, 노무현 정부 출범 때와는 다를 겁니다. 우선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법을 개정할 때 민주노총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민주노동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8대 대선, 19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했죠. 지금은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볼 때 민주노총, 한국노총, 정의당,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편차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권교체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갖고 국민의당까지 포괄한다면, 정권교체를 이루었을 때 노동계가 요구하는 의제들을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노조 조직률‧단협 적용률 제고 위한 6가지 방안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노동정책은 노조 조직률 30%, 단협 적용률 50%로 제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ILO 핵심협약(87호, 98호, 111호) 비준, △노조 정의 조항의 단서 조항 삭제, △노조 설립신고 제도의 개선(설립신고서 반려 제도 및 법외노조 통보 제도 폐지, 실질적인 자유설립주의), △단체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산별교섭체계의 확립, △단체협약의 효력확장 제도 개선 등이 있습니다.
양극화의 가장 주된 원인인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절실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정도만 지키면 됩니다. 인권위는 지난 2005년 이래로 여섯 번의 의견 표명 또는 권고를 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 표명’, ‘사내하도급근로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대한 의견’ 등이 있는데, 이는 인권위가 비정규직 문제를 단순한 노동정책의 문제가 아닌 인권과 정의의 문제로 보고 접근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인권위 권고 사항을 이행하자고 설득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노동법원, 노동검사의 도입입니다. 노동‧사회보장법원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사회보장 사건까지 관할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참심제로 각종 사회보장제도 관련 행정사건과 민사사건을 관할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반면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법안은 다 완성된 상태이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 19대 국회 때 나온 법안을 보완해서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검사제는 고민해봤는데, 제일 쉬운 방법은 검찰청 내에 노동전담부를 만들고 노동검사를 별도로 임명하는 겁니다. 사건을 일반 검찰청으로 송치해서 노동 전담검사가 담당하는 형태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 계속 노동검사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근로감독청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근로감독 기능을 근로감독청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정도면 특별법 제정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근로감독청에 노동검사를 배치하고 기소‧공소 업무까지 담당하게 하려면 근로감독청법을 새로 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유토론
사회) 발표 잘 들었습니다. 저희가 너무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다 보니 쟁점이 많습니다. 우선 각 발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하고, 이후 몇 가지 의제를 선정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취약계층을 위한 노동회의소법
김유선) 한국노총이 노동회의소법 제정을 제안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추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주희) 올해 8월 한국노총이 여야 4당에 제출한 ‘고용·노동·민생을 살리기 위한 하반기 입법과제’의 하나로, 미조직 노동자와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입니다. 실제 미조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대응할 수단이 없잖아요. 이들에게 법률서비스 및 소송을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박태주) 저는 오스트리아 방식의 노동회의소를 도입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낸 회비로 노동 상담하고, 소송을 대리하며 교육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그렇지 않아도 제 역할을 못하는 노조가 설 땅은 더 좁아질 것입니다. 노동회의소가 노동조합을 보완하면 좋겠지만 노조를 대체해버릴 것 같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섭과 투쟁을 담당할 일차적인 주체는 노동조합이거든요. 물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김칫국을 마시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제도가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두 개 주에만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스트리아만 하더라도 최근 노조 조직률이 크게 떨어졌어요. 조직률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노동회의소에 가면 다 도와주니 굳이 노조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사회) 이주희 교수님께서 노동회의소를 제안하신 이유는 노조 조직화가 어렵고,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접근하기가 힘든데다가 현실적으로 노조도 이들을 잘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상황에 비추어 보면 개념은 조금 다르지만, 서울시가 설립한 노동권익센터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저도 문제의식은 같습니다. 민주노총에 계신 김태현 연구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태현) 민주노총의 경우 지침에는 위배되지만,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서 노동 상담소를 운영하는 지역본부가 꽤 많습니다. 최근 서울본부도 서울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았죠. 노동권익 신장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노동자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하는 방식은 열악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우리 사정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노조가 적극 참여하고, 일정하게 기금을 출연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 현 노사정위원회는 폐지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잘하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산별교섭과 관련해서는 법제화보다는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노동법 개정이나 노동정책의 변화는 오히려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고 하셨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산별 단체협약 효력확장은 가능한가
배규식) 저는 산별체제의 단체협약 효력확장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우선 산별협약을 체결하기 쉽지 않고,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단일한 산별협약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한 가능성은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주희) 산별협약의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 예를 들어 직무의 성격에 따른 임금 수준 혹은 산별노조의 핵심 교섭 내용에 대한 효력확장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산별노조를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동시장의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산별노조로 포괄할 수 없는 노동자들도 너무 많거든요.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기도 하고요.
김유선) 노조 조직률이 낮고, 노동시장 내부 격차가 크기 때문에 산업별 협약을 맺어서 효력을 확장한다 해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산업별 초임, 최저임금 정도만 정하고 점차 조금씩 넓혀 가면 됩니다.
배규식) 오히려 임금실태 공시제를 통해서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등 항목별로 임금 수준을 상세히 밝히면 임금격차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강해질 것입니다.
사회) 저는 반대로 노동계에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공시 대상이 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 한정된 탓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은 드러나지 않고, 고임금 논란만 커질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기업 공시제를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자는 의견에 반대할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근로감독, 제도의 문제인가 의지의 문제인가
사회) 이번에는 근로감독제도에 대해 얘기해보죠. 매년 제기되는 문제로 ‘근로감독관 수가 부족하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라는 불만이 계속 나옵니다. 사회적 논란이 많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장시간 노동을 단속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특별팀을 만들어서 전국 단위로 노동시간을 조사해 발표하고, 장시간 노동 사업장을 일제히 단속했습니다. 그래서 근로감독제도의 문제냐, 의지의 문제냐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이병훈) 현행 근로감독제도만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근로감독관이 노동현장의 문제를 다 해결하도록 요구 받고 있거든요. 노사관계 문제는 노동위원회에서 해결하게 하는 등 근로감독관의 업무에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근로감독관의 절대적인 수도 늘리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시민사회, 노조와 연계한 제도 보완 등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해요. 또한 불법‧탈법의 관행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려면 기구의 집중화, 즉 근로감독청을 신설해 제대로 변화해야 합니다. 노동계 일각에서 노동특별검사 도입을 이야기하는데, 검찰의 노동에 대한 보수 성향이 법원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사법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아니라 형사소추가 가능한 노동특별검사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사법 영역에서 특화된 부문들이 있는 만큼, 노동 분야도 특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규식) 근로감독관 수만 늘려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업장 한두 곳을 타깃으로 삼아 단속하고 ‘의도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는 구속 한다’라는 신호를 주면 임금체불은 많이 없어져요. 오히려 하위권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영세 중소기업 중에는 임금인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곳들이 있거든요. 물론 한계기업은 퇴출해야 하고요. 이처럼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영세기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주희) 저도 근로감독관 숫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속을 해도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이병훈)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의 수가 3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숫자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시장에 신호를 주는 방식의 징벌 제도를 곁들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합니다.
김선수) 근로감독은 여러 제도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장관의 의지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한 것을 집중단속 대상으로 정하고, 공기업 사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불출석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강력한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병훈) 화제를 바꿔 박태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노조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노동이 어떻게 자기혁신을 하고, 노동체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러 고민이 있습니다.
산별체제 구축과 연대임금 전략
박태주) 제가 거듭 말씀드리는 건 산별노조의 기본 정신은 임금의 극대화가 아니라 임금의 평준화, 즉 연대라는 겁니다. 제가 산별체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별 체제에서 연대란 기껏해야 떡국의 고명 정도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닙니다만 ‘계급적 이해’를 실현할 수 없다는 말이죠. 현재의 산별노조가 ‘무늬만 산별’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그래도 그 산별노조가 산별 최저임금도 만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