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필요성과 의의

노동사회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과 의의

구도희 0 16,243 2016.09.09 12:15
 
1. 노동시간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 노동시간은 1988년 2,912시간(주55.8시간)에서 2013년 2,245시간(주43.1시간)으로 667시간(주12.7시간) 단축되었다. 노동자 노동시간은 1987년 2,943시간(주56.4시간)에서 2013년 2,201시간(주42.2시간)으로 742시간(주14.2시간) 단축되었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은 두 차례 이루어진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힘입은 바 컸다. 이것은 법정근로시간과 실 노동시간의 상관계수가 취업자 0.943, 노동자 0.969인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노동시간은 주5일(40시간) 근무제 효과가 소진되면서 2013년 2,201시간, 2014년 2,240시간, 2015년 2,228시간으로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정부가 OECD에 보고한 한국의 취업자 노동시간은 2014년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28시간) 다음으로 길다. 한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285시간이다. 정부 보고 자료에서는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지만, 실제로는 가장 길다. 
OECD 회원국 중 취업자 노동시간이 2천 시간을 넘는 나라는 한국(2,285시간)과 멕시코(2,228시간), 그리스(2,042시간) 세 나라뿐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평균(1,770시간)보다 515시간 길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71시간)보다 914시간 길다([그림1] 참조).
 
 
2. 장시간 노동 원인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주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제53조는 당사자가 합의해도 주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주당 최장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 하는 노동자가 663만 명(34.3%,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15년 8월)이고, 주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자가 345만 명(17.9%,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15년)이다. 
이처럼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맞물려 있다. 첫째,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와 시행령 제7조 [별표1]이 4인 이하 사업장을 근로시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와 제63조(적용의 제외)가 여러 산업과 업무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둘째, 정부와 재계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탈법적으로 해석하고 운용해 왔다. 근로기준법 제53조가 연장근로 한도를 주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휴일근로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동부 해석이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악용되어 왔다.
뿐만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보상함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부(-)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1988.1.4. 제정 노동부예규 제150호; 2012.9.25. 개정 고용노동부예규 제47호)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장시간 노동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다.
셋째, 유럽연합 국가 교대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표준노동시간에 가깝고, 주당 48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도 낮다(배규식외 2013).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대제, 특히 낡은 교대제인 2조격일제, 2조2교대제, 3조3교대제, 3조2교대제가 일상화된 휴일근로와 맞물려 장시간 노동을 구조화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넷째, 노사담합도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인이다.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의 연장근로를 선호하고, 노동자들도 연장근로를 통한 임금소득의 증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시간 최저기준은 인권의 문제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수적이므로, 눈앞의 작은 이익에 휘둘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섯째,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원에서 기업이 법을 어겨도 눈을 감아주는 경우가 많다. 법을 어겨도 벌칙을 적용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일단 안 지키고 보는 관행이 널리 형성되었다. 
 
 
 
3. 노동시간 단축 의의와 기대효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여가생활이 늘어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해지고, 노동자의 건강이 개선되고 산업재해가 줄어든다. 고용의 유지·창출이 가능하고 생산성도 증가한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내수가 진작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저성장 시대에도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수 있다. 
 
 
 
[그림4]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유지·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위쪽 그림)에서 취업자 수는 1980년 1,368만 명에서 2015년 2,594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은 1988년 55.8시간에서 2015년 43.6시간으로 12.2시간 감소했다. (아래쪽 그림)에서 노동총공급(취업자수*주당노동시간)은 1980년 7.4억 시간에서 1996~97년 10.9억 시간으로 증가한 뒤, 2001년(10.9억 시간)부터 2015년(11.3억 시간) 사이에는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대에 주40시간(5일)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취업자 수는 훨씬 적고 실업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임을 말해준다. 
 
 
4. 실 노동시간 단축방안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2020년까지 OECD 수준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했다.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실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수차에 걸쳐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했다. 
2014년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1,770시간이다. 따라서 ‘2020년 1800시간’은 우리 사회에서 합의된 노동시간 단축목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노동시간은 2,200시간대에서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목표(2020년 1800시간)를 실현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노동시간을 80시간씩 단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현가능한 정책수단을 구체화하고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노동시간 단축목표와 정책수단을 요약하면 [그림5]와 같다.
 

 

 
[보론]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전면 적용했을 때 고용창출 효과
 
주5일(40시간) 근무제는 201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4년이 지난 2015년 8월에도 주5일 근무제를 적용받는 노동자가 1,268만 명(전체 노동자의 65.7%)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노동자 3명 중 한 명은 주5일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 사람은 노동시간이 주37.5시간인데, 적용받지 못 하는 사람의 노동시간은 주42.0시간으로 4.5시간 길다.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자도 각각 9.1%와 24.0%로 14.9%p 차이가 난다. 주5일 근무제 적용 여부가 노동시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김유선(2008)은 ‘법정근로시간을 10% 단축하면 실근로시간이 8% 단축된다’고 추정했고, 노용진(2014)은 ‘주40시간제 도입은 실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시켰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실근로시간이 주3~4시간 단축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표1]은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전면 적용했을 때 실노동시간 단축효과와 고용창출효과를 추정한 결과다. 
주5일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 하는 노동자 663만 명(전체 노동자의 34.3%)에게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3~4시간(연 156~208시간) 단축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51~70만개 만들 수 있다. 이 때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1.0~1.4시간(연 54~71시간) 단축된다([표1] 참조).  
 
 
5인 미만 사업체(시행령 별표1)와 적용제외 산업(근기법 제63조)은 주5일(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표2]는 5인 미만 사업체와 농림어업,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제외하고 현행법대로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적용했을 때 실노동시간 단축효과와 고용창출효과를 추정한 결과다. 
현행법 상 주5일(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아야 함에도 아직 적용받지 못 하고 있는 노동자는 365만 명(전체 노동자의 18.9%)이다. 법대로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3~4시간(연 156~208시간) 단축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27~37만개 만들 수 있다. 이 때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0.6~0.8시간(연 30~39시간) 단축된다([표2] 참조).  
 
 
주5일(40시간) 근무제 적용률을 높이려면, ⑴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1]을 개정해 주5일(40시간)제 적용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⑵ 근로기준법 제63조(적용의 제외)의 적용 대상을 필요최소한으로 축소함과 더불어, ⑶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해 법대로 모든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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