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의 실태와 좋은 일자리 확대 방안

노동사회

청년 일자리의 실태와 좋은 일자리 확대 방안

구도희 0 8,475 2015.09.04 03:43
 
1. 들어가며
우리 노동사회에서 곪아 터질 곳이 드디어 터졌다. 청년 일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청년 일자리 문제가 노동사회 쟁점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청년 일자리를 두고 노사정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정책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해법과 관련한 토론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마뜩잖다. 정부와 여당, 경영계가 한목소리로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인다.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만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정부는 또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을 발표하고 청년 일자리 개수를 20만 개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 몇몇 대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매우 반길만한 뉴스인데 그 면면을 보면 꺼림칙한 구석이 많다. 정부나 대기업의 채용을 늘리겠다는 약속은 몇 해 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정부와 대기업이 약속만 제대로 지켰다면 오늘과 같은 심각한 고용절벽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못 미더운 것은 공수표를 남발한 탓도 있지만, 얄미운 짓만 골라서 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채용한 일자리는 대부분 나쁜 일자리였다. 1년 아니면 길어도 2년 만에 잘리는 일자리였고, 200만 원 언저리의 저임금 일자리였다. 청년 일자리는 양적인 측면에서도 늘어야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일자리이어야 한다. 
 
 
2.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월급 많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좋은 직장’이라 부른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품위있는 일, △ 우리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 △자녀교육을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 △차별로부터 보호되는 일,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일,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일, △품위 있게 은퇴할 수 있는 일. 
또한 ILO는 좋은 일자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4가지 전략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일자리 확대, △노동권 보장, △사회적 보호 확장, △사회적 대화 확대가 그것이다. ILO는 올해 104차 총회에서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노동보호와 사회보장 문제를 논의했다. 노동보호는 임금과 노동시간, 안전보건과 모성보호에 대한 규제를 통해 가능하고 사회보장은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의 효과적 체제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일·가족·삶의 균형, 중소기업에서 노동보호의 확대, 비정규 노동자 보호, 사업장에서 심리․사회적 위험과 폭력 금지, 스트레스와 정신보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이런 내용을 보면, 좋은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우리와 ILO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 청년 일자리의 실태
 
가. 청년 노동자의 고용률과 실업률의 원인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부가조사(이하 청년층부가조사)를 보면,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청년층 인구는 1,016만 명, 취업자는 460만 명이었으며, 2015년 청년층 인구는 950만 명, 취업자는 396만 명이었다. 청년층 인구는 66만 명이 줄었고 취업자는 64만 명이 감소했다. 고용률로 보면 2004년 45.2%에서 2015년 41.7%로 3.5%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실업자는 2004년 41만 명이었는데 2015년에도 41만 명이다. 실업률은 2004년 8.1%에서 2015년 9.3%로 1.2% 포인트 올라갔다. 실업자 수는 변함이 없는데 실업률이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표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취업자는 감소했는데 실업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경제활동인구마저 10년째 같은 수준을 보인다는 점도 위험을 알리는 징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2004년 516만 명이었는데 2015년에도 513만 명이다. 10년 동안 겨우 3만 명 줄었다. 즉, 이른바 ‘백수’라 불리는 청년 수가 여전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실업자와 백수인 청년들이 왜 줄지 않느냐는 의문이 든다. 답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청년고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은 고용의 양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결론이 도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청년 실업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고용의 질적인 면도 살펴야 한다. 
 
나. 청년 노동자의 근속연수
근속연수를 통해 청년 고용의 질을 따져볼 수 있다. 청년 노동자의 근속연수는 지속해서 짧아지고 있다. 청년층부가조사를 살펴보면, 2004년 21개월에서 2015년에는 18개월로 짧아졌다. 
 
 
[그림1]을 보면, 청년들의 퇴사 이유 중에서 유일하게 수치가 올라간 항목이 ‘근로여건 불만족’과 ‘계약기간 끝남’이다. 이 중에서도 ‘근로여건 불만족’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2004년 39.4%에서 2015년에는 47.7%로 8.3% 포인트나 올라갔다.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2004년에는 5.3%에 불과했는데 2015년에는 11.2%로 올랐다. 청년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기보다는 나쁜 일자리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놓고 혹자는 청년 구직자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처럼 눈높이를 낮추면 고용률은 올라갈까.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청년 노동자에게 잔인하다. 
 
다. 청년 노동자의 고용형태
청년 노동자의 근로계약형태를 살펴보면,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청년 노동자의 비율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반면,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청년 노동자의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표1]).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 노동자들이 사회생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비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졸자취업진로조사(HSGES) 자료와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자료는 조사 시점으로부터 1년 내 졸업한 고졸자와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다. 조사 결과, 고졸자의 75.5%만 정규직이고 대졸자는 65.2%만 정규직이었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단계부터 청년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빠지고 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수는 얼마나 될까. [표2]는 계약기간이 끝난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청년 노동자만 국한된 통계는 아니지만, 기간제 근로자를 대표하는 통계인 만큼 참고할 만하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2014년 4분기에는 9.3%였고, 2015년 1분기에는 1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17.6%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 69.2%는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 종류
청년 노동자들이 어떤 산업과 직종에서 일하는지 살펴보면, 산업별로 고졸자는 제조업 취업률이 42.3%로 가장 높았고, 도매 및 소매업이 12%를 차지한다. 대졸자도 제조업 취업률이 가장 높았으나 18.1%로 고졸자보다 낮았고, 대신 교육서비스업과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비중이 14.2%로 높게 나타났다. 직종별로 보면, 고졸자와 대졸자 모두 경영·회계 등 사무직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른 직종의 경우 고졸자는 전기·전자 직종의 취업률이 14.9%, 기계 관련직이 9.9%로 높았다. 대졸자의 경우는 연구 관련직의 취업률이 10.1%, 보건·의료 관련직 취업률이 9.5%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청년 취업자가 입사한 기업체 규모를 살펴보면, 고졸자는 10인~29인 규모의 기업체 비율이 19.6%로 가장 높았고, 대졸자는 1,0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체 비율이 26.7%로 가장 높았다. 청년 취업자가 입사한 기업의 유형을 살펴보면, 국내 민간기업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고졸자의 비중이 대졸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졸자의 경우 공공기관에 입사한 비율이 17.7%, 정부기관 5.1% 등으로 입사하는 기업체 유형이 고졸자보다는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 노동자들이 취업한 기업의 유형별로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민간기업과 정부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여전히 30%대를 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법인단체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각각 40.6%, 41.7%로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난 회사들은 공공부문 성격이 짙은 곳이다. 이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임금과 고용이 안정된 회사로 평가되는데 이런 곳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문제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에서 불안정한 일자리 비중이 높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것은 알려진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는 데 있다. 노동부가 만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자료에는 중앙행정기관 48개, 자치단체 245개, 공공기관 306개, 지방공기업 138개, 교육기관 77개로 모두 814개의 기관이 포함돼 있다. 이 많은 기관 중에 지자체가 출연한 공공기관은 없다. 예를 들면 지역마다 있는 의료원·테크노파크·디자인센터·경제고용진흥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발전연구원 등이다. 이렇게 통계에서 빠진 출연기관은 전국적으로 200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의 조사 결과, 이런 출연기관의 비정규직 문제가 더 심각하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관행처럼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되어 있는 출연기관이 많다. 전체 직원 중에서 7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기관도 있었다. 그리고 출연기관에 입사한 비정규직은 거의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경우가 많았고, 월 평균임금은 170만 원 수준이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은 기간제법에 묶여 2년 이상을 근무하지 못한다. 공공부문에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사례다. 
 
마. 청년 노동자의 근로시간과 임금
청년 취업자의 근로일수는 주 5일이며, 근로시간은 고졸자의 경우 주 43.1시간, 초과근로가 5.6시간이었고 대졸자는 주 41시간, 초과근로는 3.7시간이었다. 고졸자가 대졸자보다 정규근로시간과 초과근로시간이 많았다. 2014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근로시간은 38.4시간이었고,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은 44.5시간이었다. 
임금수준을 살펴보면, 고졸자의 월 평균임금은 146.6만 원이었고, 대졸자는 초임이 160.7만 원, 현재 임금은 200.2만 원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 격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대졸자 정규직은 213.4만 원이었고 비정규직은 169.8만 원이었다. 대졸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43.6만 원의 격차가 있었다. 고졸자 정규직은 155.3만 원이었고 비정규직은 120.2만 원으로 그 차이는 35.1만 원이었다. 
 
바. 청년 노동자와 노동조합
노동조합은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노동권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는 노동자의 자주적인 조직이다. 그래서 노조 조직률은 그 사회의 노동권 보호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높을수록 노동권이 잘 보장된 사회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청년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을 살펴보면, 고졸자가 일하는 기업체에 노조가 있는 비율은 18.4%였고, 대졸자가 일하는 기업체에 노조가 있는 비율은 19.7%였다. 노조가 있는 기업체 중에서 노조 가입 비율을 살펴보면, 고졸 취업자는 51.1%가 노조에 가입했지만, 대졸 취업자는 35.2%만 노조에 가입했다. 대졸자가 노조 가입을 더 꺼리고 있었다. 노조가 없는 기업체의 청년 노동자를 모두 포함하여 노조 조직률을 계산하면, 고졸 취업자의 노조 조직률은 9.4%였으며, 대졸 취업자의 노조 조직률은 6.9%였다. 
노조 가입률을 학력별과 고용형태별로 교차해서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표4]를 보면, 고졸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한 비율이 17.8%에 불과했는데 그 이유는 71.1%가 노조 가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11.1%로 낮았다. 반면에 대졸 비정규직의 경우는 고졸과는 내용이 사뭇 달랐다. 대졸 비정규직은 가입 대상자가 아니라는 비율은 45.2%였으며, 가입 대상자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37.1%였고, 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17.7%로 낮았다. 즉, 대졸 비정규직은 자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대졸 취업자, 그 중에서 특히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몇 가지로 추론하면 우선, 비정규직은 자신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노조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아니면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없어서 아예 노조 가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체의 노조가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요즘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꺼리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정규직은 노조 가입률이 43.6%나 된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쨌든 이런 결과를 보면, 청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수준이 낮은데 그 책임이 마냥 사회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 노동자 스스로 조직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확대할 것인가
 
가. 비정규직 없는 일자리, 공공부문부터 모범 보여야
좋은 일자리를 위한 우선 과제는 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청년 일자리도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0%다. 특히, 학교와 연구기관에서의 비정규직 채용 비율은 60%를 넘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장그래’ 이야기가 통계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기업이 청년 노동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형태가 일상화되고 있고,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비정규직 채용을 축소하는 것과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채용은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일자리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정부기관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동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실적을 지난 6월에 발표한 바 있는데, 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출연기관의 비정규직은 빠져있다. 전국 광역단체에 속한 출연기관은 대략 200개 정도로, 이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거의 청년 노동자들이다. 지자체 출연기관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이나 위탁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하고 있다. 공모사업 경쟁에서 탈락하면 언제든지 비정규직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해당 공모사업에서 탈락하더라도 다른 공모사업을 준비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출연기관에서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기도 한다. 출연기관의 경영을 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원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기관은 사업규모가 커지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정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출연기관에 기준인건비 혹은 공모사업비 내에서 인원을 충원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야 한다. 그런 다음에 경영실적을 철저히 평가하면 된다. 
공공부문 일자리의 장점은 고용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임금은 민간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래 일할 수 있어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장점을 가진 공공부문의 일자리에 청년을 고용하고, 그들의 고용을 안정시킴으로써 시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격차 없는 일자리,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 줄여야
좋은 일자리를 위한 두 번째 과제는 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간, 고용형태 간 임금격차가 크며, 복지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청년들이 대기업, 공무원, 자격증 시험으로 몰리는 이유도 이런 격차 때문이다. 일본은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청년 고용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 취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임금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4년제 대졸자의 초임이 기업규모와 업종과 관계없이 월 20만엔 수준(우리 돈 198만 원)이다. 일본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고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복지 측면에서도 기업 간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대학생 학자금이다. 대기업의 경우 대학생 학자금제도가 있고,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중소기업도 대학생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곳이 있지만, 실제로는 많지 않다. 국가의 복지제도가 부족하니까 민간기업에서 복지제도를 떠안고 있는 것이고, 여기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대기업의 복지제도를 국가가 보편적 복지로 받아 안는 것이 맞다. 기업 간 격차를 줄여야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고용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특근이 없는 일자리, 근로시간을 줄여야 
우리나라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5시간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313시간이다.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나마 노동시간이 조금 줄었다. 그럼에도 OECD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휴일근로 때문이다. 주 5일제가 시행됐다고 하지만 토요일에 쉬지 않는 회사가 여전히 많고,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특근’이라는 이름으로 토요일까지 일한다. 기업은 자본이익을 늘리기 위해 고정된 노동력으로 가동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가동시간을 늘리려면 신규채용보다 현재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 노동자 역시 장시간 근로를 통해서 임금을 보전하려고 한다. 노사는 장시간 노동시간의 카르텔을 형성해왔고, 이는 신규 인력의 채용을 막는 요인이 됐다. 노동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그동안은 기업의 요구, 즉 근로시간을 단축했을 때 노동비용이 올라가서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경영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던 노동부가 휴일노동을 연장근로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한시적으로 8시간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궁극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는 사업장은 신규채용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은 신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 면에서는 가장 탁월하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줄이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노동시간이 줄면 임금과 생산량이 줄기 때문이다. 노와 사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정책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임금을 보전하고 생산량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말하기는 쉬운데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경제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기에서는 고용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는 최선의 방법은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시기에는 노사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 노사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노사 모두가 노동시간이 줄지만, 임금은 떨어지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청년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최선의 방안은 임금피크제가 아닌 노동시간 단축으로 풀어야 한다. 
 
라. 노동권이 보호된 일자리, 노동조합 가입률 높여야 
노동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노조 조직률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3%(2013년 조직률 10.3%)이며, OECD 국가 평균은 16.9%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조직률이 낮은 나라는 프랑스(7.7%), 에스토니아(6.4%), 터키(4.5%) 단 3개국 뿐이다(2012년 기준). 
앞서 청년 노동자 중 고졸 취업자는 9.4%만, 대졸 취업자는 6.9%만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청년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낮은 첫 번째 이유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 가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청년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조합 가입대상이 아닌 것은 기존 노조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조직화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조직도 있으나,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노조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노력을 기울일 때 개선할 수 있다. 
청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조 미가입 문제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측면이 있다.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성격 탓일 수도 있고 민주화 이후 세대로서 사회적인 경험이나 교육 등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사업장에서 고용기간이 짧으면 몇 개월, 길어야 2년인 청년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와 같은 초기업단위 노조가 좋은 사례이다. 이들은 비록 단체교섭 대상은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 활동, 열정페이 규탄 활동, 블랙기업 퇴출운동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스스로 노동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런 세대별 노조가 업종별로 또는 지역별로 청년들을 조직화함으로써 청년들이 노동권을 스스로 지키는 민주사회의 노동자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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