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체제와 기업연금의 비교연구

노동사회

복지국가체제와 기업연금의 비교연구

admin 0 4,022 2013.05.08 09:17

 


I. 문제제기

연금제도의 장기적인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최근 많은 국가에서 연금제도가 수정되고 있다. 전후에 만들어진 '노인을 위한 복지국가(welfare states for the elder)'의 기본틀이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주요 원인은 인구구성의 변화, 국가경쟁력에 대한 고려, 실질임금의 느린 성장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Myles and Pierson, 2001).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에게 집합적으로 소득보장을 제공하는 모델은 사유화되고 시장에 기초를 둔 퇴직저축모델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국가는 빈민의 소득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잔여적 책임을 맡을 것'이라는 월드뱅크(World Bank)의 신자유주의적 가설이 강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는 연금 수급연령의 증가, 연금권 계산의 기준 기간의 변화, 적립방식의 수용, 기여와 급부 사이의 연결 강화 등 연금 위기를 벗어나려는 여러 가지 형태의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Bonoli, 2000). 그리고 여러 국가들에서 기업에 기초를 둔 사회정책이 도입되고 있기도 하다. 많은 국가에서 공적 부문의 변화가 기업 부분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전체 연금 시스템에서 기업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국가의 상호작용이 복지 혼합(welfare mix)의 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Rein & Wadensjo, 1997)1).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금 시스템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체 연금구성에서 차지하는 기업연금의 지위와 공적연금과의 상호작용, 규제의 성격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들어 기업연금에 대한 연구성과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이 기업연금에 대한 기술적 연구에 그칠 뿐 기업연금의 동학, 기업연금과 공적연금의 상호작용, 기업연금에 대한 주요 행위자들의 태도 등에 대해서는 별 다른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라별 연구가 이루어졌을 뿐 아직 기업연금의 국가별 비교연구의 수준은 일천하다. 이러한 연구상황을 염두해 두고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기업연금에 대한 유형론적인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이 글의 2장에서는 연구대상과 방법을 밝혀주고 3장에서는 연금제도를 개관한다. 그리고 4장에서는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각국 기업연금제도의 발전을 정리하고 5장에서는 기업연금의 규제를 각국별로 비교해보며 6장에서 이 글의 결론을 내리기로 한다. 

Ⅱ. 연구대상과 방법

잘 알려져 있듯이 복지국가체제에 관한 이론은 티트머스(Richard Titmus)의 런던정경대학 사회복지학과의 개설 수업에 두고 있다. 그는 복지국가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생산적, 효율적 노동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써 직업적인 사회 급여를 이용하는 산업성취 모델이며 둘째는 보다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여 자원을 재분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적인 국가 급여와 재정(fiscal) 제도를 이용하는 제도적 재분배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자원을 집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산조사와 온건한 급여를 이용하는 잔여적 제도이다. 티트머스의 이 연구는 에스핑-안데르센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복지 체제를 가진 국가 이론으로 정교해진다(Esping-Andersen, 1990).

에스핑-안데르센은 탈상품화와 계층화의 정도 및 국가와 시장의 상대적 역할 비중을 복지체계 유형화의 기준으로 하여 복지체제를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조합주의적, 사회민주주의적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복지국가의 차이는 지출규모만이 아니라, 재원조달의 기반, 수급자격조건, 재분배적 역량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체제유형론은 주로 복지비 지출규모의 양적인 비교에 머물던 이전의 복지국가 비교연구로부터 벗어나 국가, 시장, 공공정책의 관계유형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경제학적 체제론으로 논의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하였다(이혜경, 2002). 

이러한 에스핑-안데르센의 모델은 비교복지국가연구에서 폭넓게 수용되면서 다양한 경험적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준거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본 연구 역시 에스핑-안데르센의 복지국가 체제의 유형론을 수용하면서 각각의 체제 내에서 기업연금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기업연금은 별개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복지체제, 보수주의적-조합주의적 복지체제, 자유주의적 복지체제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는 스웨덴, 독일, 영국의 기업연금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기업연금의 규제 및 포괄성 등에 대한 유형론적인 비교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Ⅲ. 연금제도 개관

1. 스웨덴


스웨덴의 노령연금은 이념형적인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델은 ① 연금제도가 보편적인 적용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② 기초연금의 수준이 높고 ③ 공적인 소득비례연금이 높은 소득안정성을 보증하며 ④ 기업연금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사회보험인데 기초연금인 NDC(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명목확정갹출형 제도) PAYG(Pay-As-You-Go)2) 가 소득대비 보험료 18.5%중 16%를 차지한다. 나머지 2.5% 포인트는 보험료 적립계정(premium reserve account)에 저축되어 이자가 가산되며 연금가입자에게 동 계정의 기금관리자 선택권이 부여된다. 2층은 기업연금으로서 노동자 소득의 2∼4.5%가 여기에 투입된다. 3층은 개인연금/생명보험, 개인별 퇴직저축 계좌 등으로 구성된다. 사회보장위원회(The National Social Security Board)가 기초연금을 관리하며 PPA(Prefunded Pensions Administration)가 보험료 적립 계정을 관리한다. 생애기간 동안 소득의 16%에 대해 연금권이 발생하며 연금권의 자격은 16세에 시작된다. 연령의 상한은 없다. 

스웨덴의 기업연금은 종업원의 90%를 포괄하며 단체협약에 근거하고 있다. 스웨덴의 노동시장에는 기업연금에 관한 네 개의 단체협약이 존재한다. 첫째는 민간부문 블루칼라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SAF-LO 단체연금(Collective Pension)이다. 둘째는 민간부문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ITP이다. 셋째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PEA98이며, 넷째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연금협약이다. SAF-LO 단체연금은 140만명의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1996년 이후 실행되었다. 기여금의 갹출에 의해 운영되며 1996년 이후 DB형3)에서 DC형4)으로 전환되었다. 연금수급권은 65세부터이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55세부터 받을 수 있으며 65세 이후에도 받을 수 있다. 파트타임 노동자에게도 동등한 가입 자격이 제공된다. 피용자가 21세에 도달하면 사용자가 임금의 3.5%를 연금으로 지불한다. LO와 SAF는 공동으로 연금을 관리하는 서비스 회사인 FORA를 두고 있다. 화이트칼라의 기업연금 가운데 민간부문의 ITP 플랜이 가장 대표적이며 연금계획의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사용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해 주며 연금수급자에 대해서는 과세하고 있다. 기업연금의 추세를 보면 민간부문의 화이트칼라인 경우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 중에 있으며, 민간부문의 블루칼라인 경우 1996년 DB에서 DC로 전환하였다. 공무원들은 DB PAYG이며, 지방공무원은 DB형에서 DC형로 전환하였다. 

2. 독일

비교 복지국가 연구에서 독일은 비스마르크 복지국가의 원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가 연금은 소득비례연금이고 비교적 후한 편이다. 기업연금에 참여할 유인은 아주 적다. 그러나 재정적 기초가 PAYG이기 때문에 인구 노령화와 실업에 취약하다. 급여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여금을 대폭 늘려야 하거나 국가의 보조금이 증액되어야 한다. 

독일의 연금제도는 3층 구조이다. 1층은 소득비례연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층은 보충적
기업연금(supplementary occupational schemes)이며, 3층은 개인연금이다. 소득비례연금이 퇴직소득의 85%를 차지하고 기업연금이 5%, 개인연금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 인구를 포괄하는 보편적인 연금제도는 없으며 인구의 특정 집단을 위한 여러 개의 법정 연금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법정 연금제도이다. 연금이 지급되는 사례는 노령, 장애, 사망시이며, 노사의 기여금과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에 의해 운영된다. 기타 특수 직역 연금으로는 공무원 연금, 농민연금, 의사연금, 법률가연금, 건축가연금 등이 존재한다. PAYG가 80% 정도를 차지하며 적립방식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연금은 사용자가 9.75 유로, 피용자가 9.75 유로를 내는 사회보장세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국가는 기여금이 충당하지 못하는 부분만을 보조하며 45년 동안 근무한 평균 노동자의 평균 순소득에 대해 70%를 충당한다. 

2001년의 연금개혁으로 인하여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10년까지 70%에서 64%로 점진적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그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기업연금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 되었다. 

2001년의 연금개혁 이전까지 기업연금은 독일의 연금체계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용주가 인사정책의 목적으로 핵심노동자들을 이끌어들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급여였다. 1990년 기준으로 기업연금의 97%는 사용자가 지불하며 3%만이 피용자가 지불한다. 

기업연금의 방식은 5가지이다. 장부 적립(reserves), 펀드(support funds), 보험, 보험형식의 연금기금, 연금기금이다. 개혁 이전까지는 장부 적립, 생명보험회사형이 지배적이었다. 이들 가운데 후자의 세 개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을 갖춘 것들이다. 2001년의 연금개혁으로 인하여 연금수급의 자격기간이 단축되고, 통산성(portability)이 보다 수월하게 되었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면제를 받기 위한 자격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종업원이 60세가 될 때까지 투자가 이루어질 것 ② 장기 지속적이며 증가하는 월 연금지급액은 보장되어야 한다 ③ 종업원의 전체 기여금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동산압류로부터 면제되어야 한다. 

3. 영국 

영국은 다층구조의 연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즉 공적 연금체계로서는 기초연금과 공적 비례연금이 존재하고 있으며, 사적인 연금체계로서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이 운용되고 있다. 공적 비례연금을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적용제외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적용제외제도는 공적연금의 소득비례부분(SERPS)에 대해 기업연금 감독청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연금 또는 개인연금에 가입하였을 경우에 가입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은 정액연금이다. 기초연금은 자산조사를 하는 최저퇴직소득보장제도(Guaranteed Mi nimum Retirement Income)로 1999년 4월부터 적용되고 있으며, 독신에 대해서는 주당 75파운드, 부부에 대해서는 주당 116.60파운드를 지급하고 있다. 공적연금 중 소득비례연금은 2002년 이후 S2P로 불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기초연금에만 가입하며,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소득비례연금의 가입자격이 없다. 소득비례연금은 기초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의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1957년 노동당이 제안하여 1978년 도입되었으며, 현재 보험료는 소득수준에 따라 근로자는 2%에서 10%까지 납입하며, 사용자도 근로자 소득수준에 따라 3%∼10%를 납입하도록 되어 있다.

공적연금에 대한 갹출금(공적연금+장해연금+실업보험)은 근로자의 경우 주급여의 89파운드에서 585파운드까지 급여의 10%를 부과하고, 기업주는 주당 89파운드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서 한도없이 11.8%를 부담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연간 4,615파운드에서 30,420파운드까지 이익의 7%를 납입해야 하며, 주당 2파운드를 추가로 부담한다.

기업연금은 확정급부형을 취하고 있으나, 최근 확정갹출형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가입은 자발적이다. 1995년 기준으로 노동자의 약 50%가 가입되어 있다. 기업연금에 대한 평균 갹출률은 노동자가 5%, 기업이 15% 수준이다. 기업연금은 역사적으로 DB형을 취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서 DC형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Ⅳ. 기업연금의 역사와 성장

1. 스웨덴


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기업연금의 기원이 공적 연금보다 오래 되었다. 20세기 초반에 이미 공무원, 민간부문의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와 소수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기업연금의 수혜자였다. 1913년에 설립된 공적 연금은 바로 이들 이외의 다른 집단들에게도 노령연금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적 연금은 점점 더 자산조사적 성격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보상의 수준도 증가하였다. 공적연금의 발전의 배후에는 기업연금이 있었던 것이다5). 

1950년대 후반에 공적인 보충연금제도인 ATP가 설립되었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주요한 배경도 기업연금이라고 할 수 있다. LO와 사회민주당은 기업연금제도를 갖지 못했던 민간부문의 블루칼라 노동자와 서비스부문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위하여 ATP를 만든 것이다. ATP의 도입은 기업연금의 설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민간부문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연금제도들은 대부분 보상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폐지되었다. 그리고 공무원과 화이트칼라, 대기업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연금은 ATP의 도입 이후에도 지속되었으나 수정되었다. 민간부문 화이트칼라의 기업연금인 ITP는 공적연금에 대한 보완으로서 설계되었다. 1970년대 초반에 공공부문의 블루칼라들은 공적연금에 대한 보완으로서 기업연금제도를 갖게 되었다. 

1960년대 초반 이후 LO는 블루칼라 노동자를 위한 기업연금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는데 노사간의 중앙집중적 교섭을 통해서 블루칼라 노동자의 기업연금인 STP가 만들어진 것은 1973년이었다. 1996년 이후 STP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금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때 블루칼라 노동자의 고용환경이 더욱 나빠지게 되고 재정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노사는 STP를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2. 독일

독일 기업연금의 기원은 공적 연금 보험이 도입된 188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전통적인 복지제공 장치들이 약화되면서 그 책임을 고용주가 떠맡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1891년 노동자들을 위한 법정 노령연금이 법제화되자 기업연금은 보충급여가 되었다. 처음에 국가연금의 수준이 아주 낮았으므로 기업연금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더욱이 공적 연금보험의 급부 자격은 블루칼라 노동자에게만 제공되었으며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제외되었다. 그것 때문에 상당한 기간까지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기업연금제도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되었다(Schm hl, 1997) 

독일에서 기업 연금 제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까지 폭넓게 공급되었다. 공적 연금 보험의 낮은 급여수준 때문에 추가적인 연금 급여를 위한 강력한 요구가 지속된 것이다. 마침내 1974년 12월 19일 기업 노령보호법(Gesetz zur Verbesserung der betrieblichen Altersversorgung, BetrAVBG)이 제정되었다. 이 법으로 인하여 기업연금에 대한 규제틀이 마련되게 되었다. 그러나 주로 기업의 경제적 상황의 악화 때문에 이후 10∼15년 동안 기업연금은 더 이상 팽창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근에 이르러서는 축소되어왔다. 그러다가 다시 2001년 연금법 개정을 계기로 기업연금이 확장되었다. 

개혁의 골자는 현재의 Pay-As-You-Go 시스템을 Pay-As-You-Go와 사적연금이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즉 공적연금에 대한 보완물로서 적립방식의 사적 연금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그 당시 연금개혁을 추진한 발터 리스터(Walter Riester) 계획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에 대한 기여는 장기적으로는 사적 연금을 통해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총임금의 19.3% 수준에서 정해지는 공적 연금에 대한 기여는 2020년에는 20%, 2040년에는 22% 수준에서 억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적 연금의 수준도 현재 평균 소득의 70%에서 2030년에는 60%, 2050년에는 54%로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축소되는 공적연금의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이 사적 연금에게 부여된 과제였다. 피용자들은 총임금의 0.5%를 기업연금 또는 개인연금으로 지출하여야 하며 2008년까지는 매년 0.5%씩 갹츌률을 증가시켜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이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응은 정당과 이익집단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야당인 기민당은 사적 연금의 기여에 대한 보조금을 늘릴 것을 조건으로 해서 개혁안을 수용했다. 독일경총은 정부의 원래 개혁안을 지지하며 야당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독일노총은 사적연금에 대한 기여율은 계획된 4%가 아니라 2.5%가 되어야 하며 그 기여금은 노사 양측이 공동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독일 노총은 정규직만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피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인 연금개혁을 요구하였으며, 연금의 투자자본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획된 대로 연금개혁이 추진될 경우 연금수급액이 낮아지므로 임금이 낮거나 기여기간이 짧은 퇴직노인의 경우 빈곤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단체는 개혁안이 여성들에 대해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적 연금이 공적 연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기여를 계산한다고 지적했다. 사적 연금은 여성들의 기대수명 때문에 자신들이 기여금을 더 높게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노총 산하 최대의 노조인 독일금속노조(IG Metall)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1년 5월 독일의 상원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승인하였으며 2002년 1월부터 발효하게 되었다. 

3. 영국

기업연금이 발전할 가능성은 공적 연금의 수준과 내용에 의존한다. 영국에서는 특히 공적연금인 기초연금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충분한 수준이었으므로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기업연금의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해 왔다. 영국에서 기업연금은 주로 대기업의 피용자들을 대상으로 빅토리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이차대전 직전 기업연금의 가입률은 전체 노동자의 15% 정도였다. 기업연금은 이차대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는데, 1953년에는 28%의 노동자가 기업연금 가입자였다(Davis, 1997). 10년 뒤인 1963년에 전체 피용자의 48%가, 그리고 1975년에 49%가 기업연금의 가입자였다(Lynes, 1997). 그러나 영국에서 기업연금이 성장한 계기가 된 것은 소득비례연금인 SERPS에 대한 적용제외 규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SERPS는 1975년의 연금개혁을 통해 도입되었다. 연금개혁은 모든 피용자에게 강제적인 보충연금을 제공하였지만, 기업연금의 구성원으로 계속 남고자 원하는 피용자들에게는 그것을 인정하는 예외규정을 두었다. 따라서 사용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연금을 제공할 경우 피용자는 국가의 공적 연금으로부터 적용제외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이후 기업연금 가입자 수는 계속 증가하였는데 79년에 50%, 83년에는 53%를 기록했다. 

SERPS에 대한 적용제외를 개인연금에게까지 확대했던 1986년의 연금개혁 역시 기업연금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개혁으로 인하여 피용자들은 보충 연금에 관하여 공적 연금인 SERPS, 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개인연금은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주지만 기엽연금은 90년대 초반까지 답보상태에 있다가 이후 약간씩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Bonoli, 2000). 기업연금과 관련하여 또 하나 의미있는 변화는 1986년의 연금개혁으로 인하여 DC형의 발전에 유리한 조항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1. 관리와 규제

스웨덴의 기업연금은 단체교섭의 대상이지만 독일과 영국의 기업연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6) 그러나 독일의 공공부문은 교섭의 대상이다. 스웨덴의 기업연금은 중앙정부의 공무원, 지방정부의 공무원,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4개이지만 영국의 경우 근로자 수가 400만이 넘는 공공부문에만 180개의 기업연금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에 노동자는 쉽게 이전 급부의 손실 없이 기업들 사이를 이동할 수 있으며, 영국과 독일의 경우 손실이 따를 수 있다. 

기업연금의 조직과 관리에 관한 법적 규제 역시 이들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앵글로-색슨의 전통에서 기업연금은 트러스트 즉 독립된 기금에서 관리한다. 사용자가 이 기금의 스폰서가 되며 사용자가 지명하는 위원회(BOARD)가 통제한다. 그리고 트러스트의 법적 전통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74년 법이 기업연금 모델을 규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규제하며 노사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여 기금을 관리한다. 독일에서는 사용자가 독립적으로 책임을 지며 공장평의회는 약한 권리만을 가지고 있다. 

2. 재원

독일의 공무원 연금과 스웨덴 기업연금의 일부는 PAYG 시스템이다. 기타 모든 기업연금은 적립방식이다. 영국에서는 DB형이 일반적인 형태이지만, 최근 DC형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연금기금은 과거에는 보다 안전한 국채에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부동산과 해외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최대의 연금기금은 기업의 장부상 적립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연금의 적립금을 기업에 재투자한다. 영국에서 트러스트는 기업으로부터 법적으로 독립적이다. 연금기금의 관리자들은 해외투자를 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연금기금은 기업 차원 혹은 규모가 작은 기금보다 더 나은 리스트 관리를 제공한다. 

3. 포괄성과 급여

기업연금이 어느 정도 다양한 노동자를 포괄하는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집중화된 교섭구조와 노동운동의 파워 때문에 거의 모든 임금소득자를 포괄한다. 그러나 독일과 영국의 경우 공공부문에서는 거의 모든 근로자를 포괄하지만 민간부문의 경우 독일에서는 46%(1993), 영국에서는 39%(1991)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에서 정규노동자는 파트타임 노동자보다 더 많이 기업연금의 수혜자가 되며(46% 대 39%), 여성은 남성보다 기업연금 수혜의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났다(27% 대 48%). 독일에서는 공업부문의 노동자들이 금융과 보험산업을 제외한 서비스부문의 노동자들보다 기업연금 수혜의 비율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Ⅵ. 결론

이상의 분석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복지체제의 유형에 관계없이 공적 연금이 감소하고 기업연금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었다. 많은 정부들은 사적연금의 확대를 PAYG 시스템의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복지체제에 따라 기업연금의 형식과 내용이 크게 차이가 있었다.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체제에 속하는 스웨덴의 경우 높은 기초연금 수준, 낮은 기업연금,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기업연금의 수급자가 되는 포괄성, 노사간의 중앙집중적 교섭을 통한 규제 등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으며, 보수주의적-조합주의적 복지국가에 속하는 독일의 경우 높은 소득비례연금, 낮은 기업연금, 사용자 주도, 기업의 핵심종업원에 대한 제공 등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복지체제에 속하는 영국은 낮은 기초연금, 낮은 보충연금, 적용제외 규정, 공적보험에 대한 사적보험의 우위, 파편화된 노사관계에서 비롯되는 기업연금의 다양성 등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었다. 

***각주***
1) Shalev(1996), Esping-Anderson(1996), Ebbinghaus(2000)는 이 상호작용을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사이의 변증법'이라고 표현하고 Rein and Wadenj (1997)은 기업연금을 '국가와 시장 사이의 중간영역, 회색지대'라고 표현한다. 
2) 명목확정갹출(NDC) 제도는 부과방식(Pay-as-you-go: PAYG)으로 운영됨에 따라 실제 기금이 적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 가입자 개개인의 보험료 기여액 및 실질임금 상승분 조정액을 가입자 개인의 명목계정(Notional Account)에 귀속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부과방식이란 퇴직자의 연금을 현재의 근로세대가 부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3) DB형이란 연금의 급여가 사전에 제도 안에 명시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사용주의 갹출에 의해 기금이 적립되며 별도 법인을 설립하여 기금운용자에 의해 운용되는 제도이다. 기금의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제도의 후원자인 사용자에게 있다.
4) DC형이란 연금의 급여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고, 대신 갹출의무만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제도이다.
5) 이하의 설명은 주로 Wadensjo (1997)를 참조했음. 
6) 이하의 서술에 대해서는 주로 Ebbinghaus(2000)을 참고했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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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ev Michael, Introduction, in Michael Shalev ed., The Privatization of Social Policy? 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Israel,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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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ing-Anderson Gosta, Conclusion: Occupational Welfare in the Social Policy Nexus, in Michael Shalev ed., The Privatization of Social Policy? 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Israel,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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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