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당

노동사회

북한의 정당

admin 0 7,456 2013.05.08 09:13

북한에서 '수령'과 '당'은 모든 권력의 원천이자 핵심이다. '수령'이 인민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부권(父權)을 상징한다면, '당'은 인민을 품어 안은 어머니라 볼 수 있다. 즉 북한에서 '수령-당-인민'은 정치적 생명을 연결하는 관계의 총체다. 수령과 인민을 혈연적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당'인 것이다. 

우리가 추악한 괴뢰집단으로 배웠던 그 '공산당'의 공식명칭은 '조선로동당'이다. '조선로동당'은 북한에서 "모든 조직체 중에서 최고 형태의 혁명조직"으로 규정된다. 이른바 수령이라는 절대권력의 지배가 노동당의 이름으로 집행되고 행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초월적 권력의 상징인 노동당도 나름의 존립 명분과 조직 체계, 그리고 변화 과정을 거쳐왔다. '추악한 괴뢰집단'으로부터 나름의 실체를 분명히 지닌 권력체로서 노동당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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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노동당 지방당 대회 모습  ▷ 국정원 ]

조선노동당의 기원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1945년 평양에서 개최된 '조선공산당 서북 5도당 책임자 및 열성자 대회'에서 채택한 '정치노선과 조직강화에 관한 결정서'에 의거, 창설된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을 모체로 탄생했다. 따라서 공식적인 당 창건일은 이 대회가 개막된 10월10일이다.

1946년 8월28일∼30일 제1차 당 대회가 개최된 후 지금까지 당 대회는 제6차 당 대회(1980년)까지 개최되었다. 당 대회는 5년 간격으로 소집되어야 하나 보통 10년 주기로 개최되었으며,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제7차 당 대회는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개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당 대회는 주로 북한 정치역사의 주요 고비 직후 개최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권력의 위기라든가 내부의 대규모 숙청이 완료된 후 이를 총화하는 자리가 당 대회였다. 

이런 면에서 당 대회는 당 규약에 규정된 '당 사업 결산, 당 노선과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 결정, 당 중앙위원 선출, 당 규약 개정 권한 등을 가진 당의 최고지도기관'이라는 의미 외에 북한 권력의 변화를 가늠하는 가장 큰 정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의 목표와 조직체계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은 노동당의 당면목표를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인민민주주의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또 최종목적으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규정하고 있다.

조직체계는 최고지도기관으로 당 대회가 있고 도(직할시), 시(구역), 군 당조직의 최고지도기관인 해당 당대표회가 있다. 그리고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가 최고지도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는 전당에 유일사상체계 확립, 당노선과 정책수립 및 그 수행의 조직·지도, 당과 혁명대열 공고화, 행정·경제사업의 지도·조정, 혁명적 무력의 조직 및 전투력 제고, 기타 정당 및 국내외기관의 활동에서 당을 대표, 당의 재정관리 등의 권한과 임무를 지니고 있다. 제6기 21차 전원회의까지 열린 것으로 알려져 이후 개최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한편 당 중앙위원회 산하에는 정치국과 비서국, 그리고 검열위원회 등이 있다. 정치국은 북한의 상징적인 절대권력기관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제6차 당 대회시 총 19명이었던 정위원들이 사망 등의 이유로 현재는 상무위원인 김정일 이외에 6명만 남아있다. 

비서국은 당내 인사문제를 비롯한 당면 문제를 정기적으로 토의·결정하고 그 결정의 집행을 조직·지도하며(당규약 제26조) 당 중앙위원회의 각 전문부서를 일상적으로 지휘·감독하는 당의 핵심기관이다. 현재 전병호, 한성룡, 계응태, 최태복, 김국태, 김기남, 김중린, 김용순 등 김정일의 최측근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바 권력의 실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사실상 북한의 권력을 좌우하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로 따지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다.

비서국 산하에는 20여 개의 전문부서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핵심부서다. '조직지도부'는 모든 조직에 대한 인사권과 감찰권을 쥐고 당원들의 당 조직 생활과 모든 활동을 지도 통제하는 '당 속의 당'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 핵심부서다. 현재 조직지도부 부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장성택, 이용철 등 4명의 제1부부장들을 내세워 조직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선전선동부'는 당의 선전과 사상교양을 관장하는 당의 핵심부서로서, '사상사업'을 중시하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다. 조직지도부가 주로 당원들의 당 조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을 담당한다면, 당 사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을 선전선동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검열위원회는(위원장 박용석)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비롯해 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거나 당 노선과 정책을 위반하는 당원들을 책벌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노동당의 전체 당원 수는 1961년 제4차 당 대회에서 1,311,563명, 당 세포 수만 65,000개로 공식 발표된 게 전부며, 그 후 정확한 숫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 참가한 당대표 중 결의권 대표 수와 결의권 대표의 선출 비율을 고려할 때 당시 당원 수를 320만 명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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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10월에 개최된 6차 조선노동당 당대회 전경   ▷ 국정원 ]

북한 주민들의 노동당 입당 

노동당 규약에 의하면 입당 자격을 "만 18세 이상으로, 유일사상체계가 튼튼히 서있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옹호관철하기 위해 견결히 투쟁하며 당규약을 준수하려는 근로자"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한편 규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당 입당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당원은 1년의 후보기간을 거친 후보당원들 가운데서 일정한 심의를 통해서 받아들이는데, 특수한 경우에는 입당 청원자를 직접 당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먼저 후보당원이 되려면 입당신청서와 당원(당원경력 2년 이상) 2인의 입당 보증서를 당세포에 제출하여야 하며, 시·군당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최종 확정된다. 당세포는 후보당원의 후보기간이 끝나면 총회에서 당원자격 여부를 심의·결정하는데, 입당준비가 안되었을 때는 후보기간을 1년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자격을 갖추지 못할 때는 제명토록 되어 있다.

기타 정당

북한에도 야당이 있을까? 물론 있다. 이름하여 '우당(友黨)'으로 불리워지는 조선천도교청우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그것이다. '우당'이란 북한의 표현을 빌자면 "벗으로 되는 정당이라는 뜻으로 '로동계급의 당을 지지하며 로동계급의 당과 통일전선을 이룬 단계에 있는 정당'을 로동계급의 립장에서 이르는 말"이다(『조선말대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우선 천도교청우당은 해방이후 김일성의 정권기반 수립을 위한 내부 통일전선 전략에 따라 1946년 2월 노동당의 우당으로 창당되었다. 그러나 지방조직도 없이 유명무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어용정당으로서 대남 선전선동을 비롯한 노동당의 대내외 정책수행을 지지·찬동하는 어용단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우당은 6·25 전쟁 후 한때 해체위기를 맞기도 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 지방조직을 해체하고 노동당의 정책 발표 또는 중요행사시 지지성명을 내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명목상의 정당으로 활동하다가 1970년대 이후부터는 남북 대화에 청우당 간부가 남북 회담 자문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대남선전을 위한 통일전선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현재 당 중앙위원장으로 과거 월북한 최덕신의 부인인 류미영이 1993년 7월부터 맡고 있다.

사회민주당은 1945년 11월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창당되었으며 천도교청우당과 함께 노동당의 우당으로서 대남 선전선동을 비롯한 노동당의 대내외 정책수행을 지지·찬동하는 어용단체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들어 김일성 권력이 공고화되자 사회민주당은 지방조직을 전면 해체하였고, 1980년대 들어 남한에서 민주당, 사회당 등 이념정당이 출현하자 이들과의 민족통일전선을 획책하는등 남한 혁명여건 조성에 주력하였다. 1990년대에는 노동당의 대내외 정책을 지지하는 대남 선전선동 활동을 주로 해오고 있다. 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1998년에 선출된 김영대(現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가 맡고 있다.

제7차 당 대회 전망

1997년 10월 김정일이 총비서로 추대된 후, 당 대회 개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른바 김정일 시대의 노선과 정책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당 대회와 같은 공식적인 정치행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당 창건 기념일(56주년)은 김정일의 총비서 추대 4주년 행사에 가려 오히려 조촐하게 치뤄졌다. 당 대회라는 형식적인 정치행사보다는 '당의 영도자'인 김정일의 총비서 추대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실상 당 대회의 의미가 퇴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02년은 김정일 60회 생일(2·16)과 김일성 출생 90주년(4·15)이 예정되어 있다. 각 언론매체는 굵직한 이들 정치행사를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고조된 분위기를 타고 제7차 당 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명실공히 대내적으로 '고난의 행군'이 종결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 당 대회를 통해 제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