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노동조합운동의 임무

노동사회

세계화와 노동조합운동의 임무

admin 0 2,926 2013.05.08 09:06

 


*************************************************************************************
이 글은 11월 28일.29일 UNI, ILO, FES 공동주최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노사관계대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UNI는 1천개 노조, 1천5백만 조합원을 거느린 국제산별노련이다.
*************************************************************************************


20세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하 아태지역) 노동조합에게는 어려운 시기였다. 세계화는 21세기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하고, 노조운동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세계화, 경제 자유화, 민영화와 기술발전은 노동의 수요·공급 활용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 경쟁 속에서 경제구조의 변화는 노동자를 배치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남을 뜻하며, 대체로 노동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인력이 감축되는 것을 뜻한다. 경제구조와 노동력 배치의 변화는 개별 기업의 노동력 구성과 크기, 노동자의 노조 참여 의지, 노조 간부의 조직과 교섭에서의 대표성, 노조가 현장의 노동 대중에게 보호막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에 영향을 미치며, 노동운동의 발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노동의 유연화가 넓게 퍼져가고 있으며, 노동권을 후퇴시키려는 자본의 공세가 거세다.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간단한 수법으로 수십 년 투쟁을 거쳐 쟁취한 노동권이 하루밤 사이에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21세기는 노동조합운동에게 엄청난 결의와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역할과 임무가 어떠해야하는 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인간을 위한 세계 경제 질서

우선, 영혼과 인간의 얼굴을 가진, 그래서 인간성을 고양하는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시장 점유와 투자 자본을 둘러싼 격렬한 경쟁은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임금 인하, 노동·환경 기준 저하, 사회보장제 철폐를 위해 경쟁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세가 노동 대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체결되었거나 협상중인 WTO 협약들은 인간의 얼굴을 없앤 일면적인 경제발전을 조장하고 있다. 

국제노동조직들은 세계 시장을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과 운용 틀을 요구한다. 세계적인 규제 틀은 민주 정부와 적절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책임성과 투명성 원칙을 가져야 한다. 새 틀은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한 노동 대중의 집단적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여기서 중심 역할을 한다. 정부는 자기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거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버려선 안 된다. 정부가 인민의 권리를 희생시키고 그들의 삶을 더럽히는 것을 계속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실업이 늘고, 사회 서비스가 망가지고, 경쟁 심화로 불평등이 늘어나고,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평등과 정의가 함께 가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강력한 공공부문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독점을 해소하고, 개발이 뒤쳐진 지역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더불어 기본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이고 적절한 접근을 보장하고, 핵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가장 값싸고 온순한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바닥을 향한 질주(the race to the bottom)는 멈춰야 한다. 대신 정상을 향한 올바른 경주(an enlightened race to the top)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부의 분배는 국민경제 발전과 경제 세계화에서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지역적·국제적 경제협력은 무역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경제 관계를 증진하고 사회 발전과 평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 경제 틀은 '인민 우선'(people first) 전략에 뿌리를 둬야 하며, 삶의 질, 일자리 안정, 노동 대중의 교육·보건·복지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권을 포함하여 인간의 권리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 

노동기본권의 인정과 준수

노동기본권의 보편적 인정과 준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세계 경제 질서는 인간의 권리와 노동자의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참여할 권리와 단체교섭권은 모든 정부가 인정하고 지켜야 할 핵심 노동권이다. 이는 ILO 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와 제98호(노조결성권과 단체교섭권)에 규정되어 있다. ILO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이 두 핵심 노동권을 비준한 나라는 거의 없다(한국 정부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역자 주). 비준을 했더라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ILO가 불만을 제기하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나라에서는 ILO 협약의 정신과 원칙을 뒤집으려는 활동도 있다. 경제특별구역을 비롯해 기업과 전국 단위에서 노조를 조직할 권리에 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지나친 자유화로 심화된 경쟁은 노동시장 정책과 규제를 풀고 생산 체제에서 더 많은 유연화를 달성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고용안정과 단체교섭 관련 법제도를 자유화하라는 사용자의 요구다. 새로운 고용관계와 작업조직은 많은 노동자들, 특히 새 노동자들에게 '비정규' 고용을 강요하고 있으며, 낡은 법 제도는 날로 늘어나는 전문관리직들이 노조를 만들고 참여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산업별 수준에서 노조운동과 단체교섭을 방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직관리 및 인적자원관리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다.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임시·계약직 고용 등이 많은 산업에서 채택돼왔다. 인적자원관리 방법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막고, 기존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국가의 사용자들은 확고한 반노조 정책을 갖고 있다. 

노조 결성권과 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은 관련 ILO 협약의 비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협약은 각국의 법률로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즉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과 단체교섭권이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자가 관리직이든 생산직이든, 핵심 부서에서 일하든 외주 부서에서 일하든 간에 상관없이 기본권은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기업의 시민적 책임(citizenship)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노동권 관련 법제도를 존중하도록 교육하는 전국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의 혁신과 개혁 

노동조합운동을 21세기에 맞는 사회운동으로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보수 세력은 신경제 아래서는 노동조합이 필요 없고 머잖아 사라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노동 대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민주적 자주적 노동조합의 강력한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조합은 특별한 조직이다. 정의롭고 진보적인 사회를 유지하는데 노동조합의 철학과 가치는 중요한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권리와 노동자의 존엄에 대한 존중은 과거에도 유효했으며, 오늘날의 상호 의존이 심화된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역사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몇몇 선택된 조합원들을 위한 협상 위주의 좁은 시야는 사회와 노동대중에게서 노조를 고립시킨다. 이런 행태는 노동대중들끼리의 연대감을 망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노조는 실리(bread and butter)를 위주로 하는 서비스 조직 이상이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폭넓은 사회적 시야를 가져야 하며, 작업장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사회적 관심을 포괄하는 의제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은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조합운동은 경제·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네트워크 경제에서 생기는 무수한 도전에 대응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노동조합은 자기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직을 강화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조합원을 늘리고,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사업장 울타리 안팎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의 실질적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시대를 맞아 노동조합은 세계화의 도전에 맞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세계적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 재건은 노조 지도자는 물론 일반 조합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노조 지도자들은 행동과 건설적인 노조활동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노동대중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시아 차원의 사회 포럼 창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노동자 대다수는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법률과 사용자의 교묘한 반노조 태도 때문이다. 특히 전문관리직 노동자들이나, 임시·계약·단시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사실 대규모 비조직 노동자들의 존재는 조직 노동자들의 대열을 약화시키는 데 활용된다. 

노동조합 권리를 위한 투쟁은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대응을 요구하는 도전이 되고 있다. 핵심노동기준 준수를 촉구하는 국제 캠페인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각국 노동조합은 노동권 존중을 위한 국제캠페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ILO를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IMF,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 같은 정부간 지역경제협력기구도 주목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정부, 사용자, 그리고 다른 사회 파트너들과 사회적 대화에 참가해야 한다. 이는 노동 분할에 기반한 세계 무역·금융 질서가 사회 모든 부분과의 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사회적 파트너십을 위한 세계 포럼을 요구한다. 우리는 공평과 정의, 그리고 노동조합 권리와 인간 존중이라는 토대 위에서 사용자 및 정부와 세계적 파트너십을 만들길 원한다. 수입, 소득, 기회가 공평한 곳에서라야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정부에 압력을 넣어 유럽연합(EU)의 사회적 대화에 버금가는 사례를 아시아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 초국적산업에서 사회적 대화와 유럽종업원평의회(European Works Councils)의 도입은 사회적 유럽(Social Europe)의 발전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국제 수준에서 우리는 ASEAN, APEC, ASEM 같은 정부간 기구 참여국 노동조합들 간에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경제 통합과정에 사회적 차원의 과제를 포함시키고, 개발 전략과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정책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조직해야 한다. 

비정규직·여성·청년을 향한 조직화 사업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교섭 방식을 개발하며, 노동자 경영참여 같은 새로운 영역의 교섭 의제를 모색함으로써 단체교섭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법과 환경의 제약 때문에 일부 노조들은 사용자에 대한 '집단 구걸'에 매달리게 된다. 노동조합을 통한 교섭으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재확립하고, 자유로운 단체교섭, 특히 교섭 거부나 노조가 아닌 다른 종업원 조직을 지원하는 사용자의 반노조 부당노동행위같은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 단체교섭이 없다면, 노동운동과 산업민주주의는 속 빈 강정이 된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새로운 형태의 교섭과 대표성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새로운 전문경영직은 기존의 생산직·사무직 노동자와는 다른 요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방식의 조직화 방안은 이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 물론 단결된 힘을 갖기 위해서는 공통의 이해를 지키고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전통적 조직·교섭 방법이 기반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합원의 이익을 더 잘 확보하고, 일자리를 보존하고 생산성 성과를 더 잘 나누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단체교섭은 교섭을 분권화시키고, 직업훈련·재훈련 그리고 신기술 도입과 고용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참여 등의 교섭의제 확대와 다양화를 수반한다. 

노동조합은 편견을 극복하고 폭넓은 변화를 이뤄낼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실질적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이 여자며, 그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여성은 모든 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고용형태 또한 다양하다. 서비스 부문과 네트워크 경제 종사자 다수는 여성이며, 대부분 파트타임·임시·외주·재택 등의 형태를 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대다수 나라에서 잠재적인 조합원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여성들이 노조 밖에 있다. 여성 조직화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노조 참여가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또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 가사 노동과 육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노조를 지배하는 남성 문화는 여성 조직화를 더 어렵게 한다. 이처럼 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관행은 노조의 활동·정책·서비스에서 여성을 소외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 우리는 실질적인 성 평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막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 노동자는 노동조합운동의 미래이며, 이들의 조직화는 노동조합의 최우선 사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경제 환경에서는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노조 내부의 세대차가 청년층 조직을 어렵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청년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적극적이지 않다. 교육을 잘 받고 보다 높은 요구를 가진 청년 노동자 다수는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여긴다. 일부는 노동조합이 '고리타분하다고'(oldish) 여기며, 신경영전략 상황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청년층 조직화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 노동자의 관심과 이해에 맞는 서비스와 조직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편으론 청년들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노조원임이 자랑스럽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운동의 일원임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젊고 영리한 노동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젊은이의 이상을 노동조합운동 발전과 결합시켜야 한다. 노동조합은 젊은이에게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노조 교육 

노동조합은 변화한 환경에 맞게 조직구조와 의사결정과정을 현대화시켜야 한다. 네트워크 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쟁점과 요구가 제기되고, 새로운 노동자층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다. 노조를 시대에 맞게 바꾸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다음의 지점에서 노조 활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 경제의 세계화
●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 미디어·통신 혁명
●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의 재집중화
● 업종·직업 범위의 모호함
● 노조 조직화·교섭에서 시장의 힘 증대

노조는 노조운동의 힘의 원천인 노동자의 통합과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 기울여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열심히 참여하고 노조의 비전·목표·정책에 헌신적인 조합원이 있다면 노조운동은 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노조의 대의를 따르고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단체협상, 고충처리, 물질적 혜택 제공 같은 기본적인 노조 서비스의 제공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노조원들의 연대감을 키우는 작업이 더욱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조합원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이 노조에 소속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책 형성, 복지 프로그램 제공, 교섭 의제 마련, 산업안전보건 등에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조합원들간의 일상적인 만남, 노조 집행부와의 정기적인 회의를 강화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잠재적 조합원, 대중들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효과적·정기적 의사소통은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조합원과 노조와 사회의 관계를 강화한다. 

오늘날 교육활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훈련은 끊임없는 과정이어야 하며, 체계화·구조화되어야 한다. 전지구적 경제(global economy)라는 상황에서 세계화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결과, 그리고 세계화가 제기하는 과제와 도전을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 교육은 세계화에 관련된 경제·정치·사회적 캠페인은 물론 조직화와 연결돼야 한다. 노동조합과 인권, 경제적 정치적 발전, 평등 문제, 청년 문제, 아동노동,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 같은 국제적 쟁점들을 교육 내용으로 다뤄야 한다. 또한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교육활동에 통합시켜야 한다. 

다국적기업 문제 

WTO와 기타 국제 협약에 따른 세계화의 중요한 결과로 삶의 모든 영역에 다국적기업(MNEs)이 엄청나게 침투한 사실을 들 수 있다. 다국적기업의 투자와 국제적 차원의 아웃소싱은 세계화 과정을 거세게 추동하고 있다. 특히 금융, 상업, 통신 산업에서 인수합병의 물결은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의 힘을 강화시켰고, 일부 다국적기업의 투자 집중은 경제 활동의 특정 부문에서 독점적 통제력을 키웠다. 

다국적기업은 노사관계의 관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호한 법률 규정은 다국적기업이 노사관계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도록 만든다. 투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노동기준을 약화시키고 노동을 억압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작업 조직이 국경을 뛰어넘어 비슷한 형태를 가지게 되면서 다국적기업들은 분사를 통해 해외투자를 강화하고, 이런 과정이 노동보호법을 약화시킨다. 광범위한 분사와 지사 네트워크를 통해 다국적기업은 국경을 넘어 자신의 노사관계 관행을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다국적기업의 힘과 영향력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관철된다. 다국적기업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웃소싱 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노조의 양보를 얻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은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심한 경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교섭 과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기업을 면밀히 조사해 그 영향력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의 노동법제가 세계화 경제의 노사관계 관행에 적합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노동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만이 다국적기업에 맞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제산별노련(Global Union Federations)을 통한 지역과 국제차원의 노조 연대는 대단히 중요하다. 국제적 차원의 조직화와 교섭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책임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국제노동기준을 지키게 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과 관련한 중요 국제기준으로는 ILO의 '다국적기업의 원칙과 사회정책에 관한 3자 선언'(Tripartite Declaration of Principles Concerning Multinational Enterprises and Social Policy)과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이 있다. 

사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경우 지역과 세계 차원에서 교섭을 하려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럽 경제권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유럽종업원평의회(EWCs)의 설립은 노동자와 노조가 다국적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법률적인 제약이 없진 않지만, 종업원평의회는 유럽 이외 지역으로 발전·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 혹은 해당 다국적기업의 종업원평의회를 통해서 고용정책, 노사관계 관행의 기본원리, 노동조건 등의 영역을 포괄하는 지역·국제 차원의 협약 틀이 형성될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교섭을 향한 발전은 더디고 점진적이며 불확실하다. 하지만, 국제산별노련 조직들은 지역/국제 차원의 교섭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한 세계적 차원의 교섭은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키우고, 세계화 과정에 노조 참여를 촉진할 것이다. 

일자리 보존과 창출을 위한 캠페인 

세계화 시대에는 일자리를 얻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새로 생긴 일자리는 임시·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이다. 고임금 숙련 전문 노동자들은 '엘리트 노동자층'을 구성하고 있다. 세계화 국면에서 노동시장의 변화는 조합원 감소로 이어진다. 끝없는 다운사이징과 유연 노동 체제의 확산으로 교섭단위가 작아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택할 대안은 무엇인가?

기업, 국가, 지역, 국제 수준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많다. 하지만, 각각의 수준에서 노조가 개발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은 각 나라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노조가 이중의 과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조합원들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존하는 것이고, 둘째는 모두를 위한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일자리는 두 가지 경제적 행위자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와 민간 부문이 그것이다. 민간부문은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로 나눠진다. 문제는 세계적 경쟁이라는 현실에서 일자리의 보전과 창출을 결정하는 행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미시적 접근법과 거시적 접근법 

노조는 일자리 보존, 혹은 이것이 불가능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섭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 환경에 직면한 기업이나 스스로를 현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서 대량해고 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기업 내부에서 새로운 일자리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술훈련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기업 밖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충분한 전직 과정이나 일자리 적응 기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기업의 다운사이징 프로그램은 효율성 향상과 이윤 증대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다운사이징 프로그램이 노동자들 사이에 내분을 불러 일으켰으며, 나아가 지역주민을 비롯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의 갈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올바른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한 '모범 사례'가 있기는 하다. 노사가 교섭을 통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원감축을 이뤄낸 것이다. 사실 기업공정을 현대화하기 위한 신기술 도입은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이 노조에게 기술혁신 프로그램의 내용과 실행 계획을 알리고, 그것이 종업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교섭한다면 소모적인 갈등은 예방될 수 있다. 

최소한 노동조합은 교섭을 통해 일자리 보존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이 기업 생존이 문제가 되거나 시장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강제력을 발휘하기 힘들겠지만, 노사가 일자리 위기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일정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노조는 공정한 고통분담이 보장된다면 기업과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 이익을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 차원의 일자리 보존과 창출을 위해서 노조는 기업운영과 시장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과 기업조직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대해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노조는 전국 수준에서 일자리 보존과 창출을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국제산별노련들은 무역자유화, 민영화, 규제철폐, '구조개혁'을 주장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비판해왔다. 노조는 산업정책과 투자정책을 비롯한 국가의 경제정책 틀을 논의하는 데 참가해야 하며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한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 

어떻게 노조는 고용 문제를 비롯한 각종 쟁점들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3자 기구에 적극 참여해 일자리 보존과 창출에 관한 노조의 입장을 밝히는 게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연구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개입해 그 방향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지역·국제 수준의 접근법 

노조는 지역·국제 차원에서 무역금융과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국제기구에 개입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세계적 차원에서 무역·금융·투자의 틀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은 공평성과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시장의 횡포를 제어해야 한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조직의 참여 없이 형성돼 왔다. 

이런 점에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세계 최대의 다국적기업들로 하여금 노동기본권·인권·환경권을 준수토록 하기 위해 지구적 협약(Global Compact)에 가입토록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세계무역 시스템에서 사회적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은 노조 및 시민단체와 충분한 논쟁과 협의를 통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WTO, ASEAN, APEC 역시 마찬가지다. 

일자리 보존과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각국은 자국의 산업과 농업을 보존·유지·발전시키는 데 있어 나름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WTO는 평등한 기준을 이야기하지만,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평등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킬 뿐이다. 선진국은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관세를 올리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부시 행정부가 자국의 제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철강에 3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 나라들도 개발도상국의 농업장벽을 비난하면서도 자국 농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개발도상국 농산물의 수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다. 

기업·국가·지역·국제 수준에서 노동조합은 일자리 보존 및 창출과 관련한 토론, 교섭,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노조는 일자리 보존과 창출을 위한 슬로건을 만드는 수준을 뛰어넘어, 연구와 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ILO는 '괜찮은 노동'(decent work)을 이야기하지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왜냐하면 세계화 국면에서 '괜찮은 노동'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보존과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은 오늘날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최대의 도전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미래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부딪힌 경제·사회 문제와 구조조정 및 세계화 과정에서 빚어진 고통은 노동자들의 단결 의지를 일깨웠다. 강력하고 진취적이며 단결된 노동자들의 운동은 점점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노동조합운동은 전진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은 자신의 발전을 이루고 다음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단결해야 한다. 

●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전진시켜야 한다. 
●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 
● 사회경제적 정의를 보장해야 한다. 
● 만인을 위한 평등한 기회를 증진해야 한다. 
● 일자리를 보존하고 만들어야 한다. 
● 평화롭고 번영하는 국제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 모두는 국제연대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운동을 혁신하기 위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공평과 정의가 살아있는 인간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