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이웃의 이야기

노동사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이웃의 이야기

구도희 0 3,540 2015.01.08 05:06
 
『벼랑에 선 사람들』.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딛어도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릴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만드는 온라인 신문 ‘단비뉴스’에 연재된 특집 기사를 묶은 책이다.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이라는 주제로 2010년 6월부터 1년 반에 걸쳐 연재된 이 특집은 한국 사회 빈곤층의 현 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집의 5대 불안으로 선정된 것은 노동, 주거, 보육, 의료, 금융이다. 단비뉴스 취재팀은 각 주제에 따라 현장으로 취재를 나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의 주인공들은 안전장치도 하나 없는 채로 낭떠러지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다. 취재팀은 이들의 일터와 삶의 곳곳을 찾아가 불안을 공유하고자 하였으며, 이 책에는 그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대한민국 사각지대에 사는 우리 이웃
책을 보며 취재팀에게 감사하였다. 벼랑에 선 한 사람을 보았더니 그 사람과 함께 벼랑에 서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벼랑에 서 있는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고, 내가 겪는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간과해도 될 만큼 이들의 삶이 순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떠오른 한 단어는 ‘사각지대’였다. 노동, 주거, 보육, 의료, 금융의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현주소는 ‘대한민국 사각지대’이다.
취재팀은 15~20일 동안 가락시장의 파 배달꾼, 텔레마케터, 출장 청소부 그리고 특급호텔의 하우스맨이 되었다. 처음 하는 일에 손발이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취재팀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파 배달꾼, 텔레마케터, 출장 청소부, 하우스맨을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들의 모습이 가슴 절절히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에게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신입과 5년 이상 일한 노동자의 월급 차이는 단돈 4만 원에 불과하다. 이들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으며, 독한 주방 세제에 피부가 벗겨져도 참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은 때로는 의뢰인 앞에서 투명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열악한 환경,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임금과 노동자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인권이 무너진 현실일 것이다. 야근 수당은 기대도 할 수 없으며, 최저임금을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하는 삶이다. ‘근로빈곤’을 입에 올리며,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대안들이 실은 ‘척’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빈곤층의 쓰린 현실,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책에는 ‘현시대에도 이러한 주거 형태가 존재하는 게 사실일까?’라는 물음을 가질 정도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변기에 쭈그리고 앉으면 곧 쓰레기통이 무릎에 닿는 쪽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무시러 오셨죠? 3천 원입니다”라고 맞이하는 다방, 담배 냄새와 온갖 찌든 때로 얼룩진 만화방 그리고 방음을 기대하는 것이 사치인 고시원이 빈곤층의 주거 현실이었다.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삶의 모습들을 잊고 살아왔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서울에만 약 5,000여 가구가 비닐하우스에 산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빈곤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내놓으면서, 이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이야기하는 정부는 정말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보육은 이 시대를 살아내야만 하는 주부들을 참 힘들게 한다. 책 속에는 말로만 듣던 경력단절 여성의 삶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으며, 양육과 일 사이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아가는 삶의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은 없다. 저출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들을 파악조차 못하는 정부이니,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빈곤층에 대한 부끄러운 편견을 돌아보다
단비뉴스팀은 노동, 주거, 보육, 의료, 금융에 대한 경험을 풀어낼 뿐만 아니라 이들을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 실제 해당 주제마다 정책을 논의하고, 토론을 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이 연결되니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해가 된다. 이들의 대안좌담에서 눈에 들어온 대목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나 스스로도 ‘빈곤층이 가난을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고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난이 되풀이되는 사회적 구조를 망각한 것이다. 우리는 빈곤층에 대해 과연 어떤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벼랑에 선 사람들』을 통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외면해서는 안 될 이들의 이야기를 직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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