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세와 조세정의로 실현하는 복지국가

노동사회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로 실현하는 복지국가

구도희 0 4,899 2014.11.06 03:58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건설을 공약으로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31일 발표된「공약가계부」의 의의를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이행’하는 신뢰 있는 정부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책임 있는 정부에 뒀다. 그리고 세목신설과 세율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는 지양하되 비과세·감면 축소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확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2017년까지 필요한 134조 8천억 원의 재정은 세입확충(50.7조 원)과 세출절감(84.1조 원)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함으로써 복지국가를 작은 정부의 틀에 가두고 복지공약을 폐기, 축소 또는 연기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격차로부터 발생하는 내수부진의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대규모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세정책은 잘못 쓰면 독이 되지만,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제는 경제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과 노동소득분배율이 동반 하락하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세정책은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을 평가한 후 세제개편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한다.
 
세법개정안을 통해서 본 박근혜 정부 조세정책
박근혜 정부는 집권 첫 해인「2013년 세법개정안」에서 조세정책의 방향을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에 두고 조세부담의 적정화, 조세구조의 정상화, 조세지원의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2년 20.2%인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고작 21.0% 내외로 높이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복지국가의 건설은 정치적 수사에 그치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2013년 세법개정안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과세기반의 확충과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 확대, 대중소기업 간 세액공제율 차등화 등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도 있지만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를 포함하여 종합적인 세제개편이 제시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이 낮은 반면 법인세와 재산세의 비중은 높기 때문에 소득세와 소비세의 비중을 높이고, 법인세와 재산세는 성장친화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인식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차이로 인한 법인의 선호 등으로 법인세 과세 대상이 크기 때문이지 개별 기업의 세 부담은 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소득세수의 비중이 낮은 것은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고, 고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탈세가 만연하며,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에게 제공하는 비과세 감면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향후 5년간 약 11조 원의 추가적인 세수증대는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53조 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결국 2013년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과 비과세 감면의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의 확충에 중점을 두었지만, 공약 이행에 필요한 세수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정부는「2014년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을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도모,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민생안정, 공평과세 실현 및 납세편의 제고 등에 두었다. 세법개정안 중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고용, 근로소득 증대로 유도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며,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제안들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방안들은 정책방향과 부합하지 않다. 더욱이「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14~’18)안」의 실행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2014년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가 강조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과 복지’가 다시 표류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소득자와 서민중산층의 가계소득 지원과는 한참 거리가 먼, 오히려 재벌 대기업과 고액자산가를 지원하는 세제로 평가된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 요건마저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책의 대원칙에 명백히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여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한다는 상속 및 증여세 본연의 기능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의 2천만 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 14%로 분리과세하는 방안도 고액자산가에게 세제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손질해 집권 기간 동안에 18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2013년에 이어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도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지하경제 양성화와 함께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금액은 높고 처벌 수위도 낮다. 더욱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명계좌를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미약하다.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추산한 세수효과는 전년대비 기준 총 5,680억 원에 불과하고, 그마저 절반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2017년까지의 세수입 중 92.6%가 부가가치세수이며, 법인세수는 겨우 5.6%의 증가에 그친다.
 
서민․중산층만 타격 주는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름의 증세전략을 구사했다. 2013년 1월1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개정을 통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명의자가 그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차명계좌는 고액 자산가와 기업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상속, 불법 로비, 주가 조작,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회정의는 물론 과세공평성을 크게 훼손한다.
또한 2013년 1월1일「소득세법」개정을 통해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금액을 4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낮추었고, 2월15일에는「소득세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 과세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로 인해 2013년 7월1일부터 대주주를 판단하는 지분율과 시가총액 기준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기존의 3%와 100억 원에서 2%와 50억 원으로 낮아지고, 코스닥시장의 경우에는 5%와 50억 원에서 4%와 40억 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는 시행되지 못하고, 파생금융상품에 대해서는 과세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3년 8월에는「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세청의 금융정보 이용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고, 2014년 1월1일「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해외금융계좌 금액의 출처에 대해 소명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소명한 경우에는 해당 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금액이 10억 원으로 매우 높고 처벌 수위도 낮다.
2013년 세법개정안의 후속조치로 정부는 2013년 12월26일「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주택에 부과하던 취득세율을 낮추었다.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은 과세표준 9억 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2%, 9억 원 초과 또는 다주택자에 대해 4%를 부과하였지만, 2012년 9.10 부동산대책으로 취득세율이 한시적으로 50% 인하된 상태였다. 정부는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취득세율을 6억 원 이하 주택 1%, 9억 원 초과 주택 3%로 낮추었고,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 수입 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12월24일「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여 지방소비세를 부가가치세액의 5%에서 11%로 높였다. 
이어서 2014년 1월1일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등록면허세의 세율을 인상하고,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각각「소득세법」및「법인세법」과 동일하게 하되, 표준세율을 별도로 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표준세율의 50% 범위 내에서 표준세율을 가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3억 원 초과에서 1억 5천만 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며 보장성 보험,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를 세액공제제도로 전환했다.
한편 2014년 1월1일「조세특례제한법」개정을 통해 대기업에 적용되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 한도를 현행 6%에서 4%로 하향조정하고 기업규모에 따라 연구·인력개발을 위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차등해서 적용하며,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일반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을 1% 포인트 인상했지만 비과세 감면제도의 정리를 통한 과세기반 확충은 대단히 미흡한 상태다. 녹색저축에 대한 과세특례조항의 폐지, 외국인투자기업으로부터 받은 외국인투자가의 배당에 대한 조세감면의 폐지, 조세조약과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 소재한 외국투자가의 투자금액 조세감면 배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제지원의 배제 등과 같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내용은 주로 비과세 감면제도를 신설하거나 연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방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의 하향조정,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대상 확대, 소득세 최고세율의 과세대상 확대 및 일부 소득공제 항목의 세액공제로의 전환, 법인세 최저한세율 1% 포인트 인상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세수확충을 도모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 및 대기업에 대한 과세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발표하였지만 서민중산층의 조세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그 결과 정부는 2013년의 25조 5천억 원에 이어 올해도 33조 6천억 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국가채무도 2013년 46조 7천억 원이 증가했고, 올해도 37조 2천억 원이 증가하여 총 국가채무 규모는 5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세수결손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면서 재정건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소극적이고도 서민․중산층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증세정책으로는 급격히 증가하는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어렵다. 
국가채무의 증가는 미래세대에게로 조세부담을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약가계부에서 한 약속과도 배치된다. 물론 미래세대가 재정지출의 수혜자일 경우 조세부담의 일부를 미래세대에 전가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위한 예산마저 편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국가 재정건전성이 취약해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자율이 상승하여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정부는 사회복지지출을 우선적으로 삭감하려 들기 때문에 노동자 및 서민중산층에게 더욱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세금정책은 증세 없는 복지에 갇혀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외면하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
 
한국 조세체계의 특징,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소득재분배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특징은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소득재분배 기능에 있다. 2011년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각각 19.8%와 25.9%로 OECD 회원국 평균 25.0%와 34.1%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조세부담률보다는 국민부담률의 차이가 더 커서 사회보장기여금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이 낮은 이유는 전반적으로 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과세 감면 조항으로 과세기반이 취약하고, 지하경제에서의 탈세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조세체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취약한 것은 소득세 및 법인세 등 직접세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소득역진적인 간접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13년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41.8%로 OECD 회원국 평균(43.4%)은 물론 일본(50.8%)과 미국(46.3%)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4.2%로 OECD 회원국 평균(25.3%)과 비슷하지만, 일본(37.0%)과 미국(39.1%)에 비해 크게 낮다.
그 결과 상위소득계층의 소득세와 대기업의 세 부담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2년 미화 10만 달러의 소득 수준인 무자녀 독신자의 개인소득세 실효세율(17.1%)은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중견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수준이지만 사업소득에서 차지하는 사회보험료의 비중은 13.4%로 OECD 회원국 평균(23.5%)의 57.0%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2012년 현재 한국 중견기업이 부담하는 총조세부담율은 27.9%로 34개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2.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각종 세제혜택이 고소득층,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조세체계의 공평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2011년에 개인소득의 경우 과세자 상위 10%가 전체 소득공제액의 19.7%를 차지하고 있으며, 법인소득세 공제감면액도 상위 1% 흑자 기업에 전체의 78.7%가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상속 및 증여 행위로 인해 세대 간 부의 불평등은 물론 자산 과세의 형평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재벌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변칙적인 증여 및 상속은 조세정의는 물론 기회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여 시민들의 납세협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분배구조를 악화시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하경제는 세수기반을 침식하여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고용주는 사회보험료 부담을 기피하기 위해 근로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거나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고용인원을 축소하여 보고하기 때문에 영세기업 종사자와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폭넓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 경제, 노동친화 분배정책으로 전환해야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면서 소위 ‘고용 없는 성장’에 이어 ‘임금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1971~1979년에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3%를 기록했지만, 2008~2013년에는 2.9%로 떨어졌다. 부가가치 생산액 10억 원 당 취업자수는 1970년 156명에서 2012년 22명으로 꾸준히 하락했고, 최근에는 실질임금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생산성 증가율은 물론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낮고 저임금계층의 비중도 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고용률의 하락과 실질임금의 감소는 가계소득을 위축시키는 반면, 증가한 기업소득은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되지 못해 내수 부진, 고용 정체, 소득 감소 및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과 소득불평등도의 증가는 내수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수출의존도를 높여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부의 불평등은 세대를 이어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기회의 평등마저 제약하고 있다. 통계청의「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상위 1%와 20% 가구는 각각 총자산의 11.0%와 64.2%를 차지했고, 총자산의 5분위 배율(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비율)과 지니계수는 각각 65배와 0.607을 기록하여 소득보다 높은 불평등도를 보이고 있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측정한 5분위 배율은 무려 319배로 자산의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다. 
부의 불평등한 분배는 자연히 자본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2012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의 경우 상위 1%의 점유 비중은 각각 72.1%와 44.8%이고, 상위 10%의 점유 비중은 각각 93.5%와 90.6%에 달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되고 있는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 또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저해하여 양극화와 불평등구조를 확대한다. 왜냐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자의 소득격차는 양극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경제의 현실은 기존의 ‘자본친화 분배정책’을 ‘노동친화 분배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의 상관관계를 가질 경우 그 경제는 ‘임금주도 경제체제(wage-led economic regime)’로 분류되며,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이윤주도 경제체제(profit-led economic regime)’로 분류된다. 만약 임금주도 경제체제에서 자본친화 분배정책을 취할 경우 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외부의 성장 동인에 의존하게 되며, 그 결과 경제구조는 부채주도형 또는 수출주도형으로 고착화된다. 따라서 임금주도 경제체제에서는 노동친화 분배정책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조세정책,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해야
임금주도 경제체제에 적합한 조세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세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고, 자본소득보다는 근로소득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제를 설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자본형성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유리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금융 및 산업자본에 관대한 세제 혜택,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대 세제, 재벌 기업의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관대한 처벌과 미약한 조세 부과, 임금노동자의 저임금을 각종 소득공제를 통해 보전하는 조세감면정책, 고용주의 낮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과 광범위한 사회보험 사각지대 등 그 사례는 재정체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그 결과 세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세수기반은 확충되지 않아 조세수입이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개발연대(開發年代)의 조세체계는 21세기 복지국가 시대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복지국가 시대에 적합한 조세체계는 연대와 공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높여 조세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소득세 최고세율의 인상은 물론 대주주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과세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하고, 거래세조차 부과하고 있지 않은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 금융소득에 대한 저율의 분리과세를 폐지하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종합과세해야 한다. 대기업에게 적용하는 법인세율과 최저한세율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최저한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공제·감면 항목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거래세를 낮추었기 때문에 보유세를 인상해서 지방정부의 세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실 신고에 대한 유인체계를 구축해 시민들의 납세순응도를 높여야 한다.
최근에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부자감세를 서민층에 대한 증세로 만회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물론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교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서민중산층도 추가 재원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우리 사회에서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이 좀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지 말고, 보편적 누진세로서의 ‘사회보장세’를 포함하여 직접세 위주의 적극적인 증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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