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를 움직이는 특별한 힘, 노동조합 교육

노동사회

산별노조를 움직이는 특별한 힘, 노동조합 교육

구도희 0 4,892 2014.09.04 04:06
 
 
--------------------------------------------------------------
편집자주) [노조간부를 위한 실용강의] 기획연재는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노조간부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마련했습니다. 지난 176호의 노동통계 활용법을 시작으로 노동조합 교육 우수사례, 기업경영 분석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산별노조체제의 원동력인 보건의료노조의 다양한 교육 사례를 소개합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교육사업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합원 하루교육이고, 둘째는 산별노조간부 양성을 위한 지부노동교실, 산별간부학교, 학습 소모임, 신임지부장 교육 등이 있으며 셋째로는 특별교육 과정으로 법률학교, 강사훈련, 선전선동교실, 선전홍보 교육 등이 있다. 
2013년부터는 보건의료노조 전체 교육사업을 점검하고 기획하며, 현장의 노조간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교육위원회 준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위원회(준)는 산별노조 중앙과 11개 지역본부 교육담당자, 본부의 교육담당 임원 등 1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건의료노조의 연간 교육사업 계획 및 평가를 진행한다. 또한 산별노조와 의료공공성에 대한 자체 학습과 토론, 강사 훈련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 및 진행방식을 배우는 등 역량을 강화해, 이후 본부 및 지부에서의 교육사업 기획능력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여섯 차례의 교육위원회(준) 회의를 통해 산별간부학교, 지부노동교실, 조합원 하루교육 등 각종 교육에 대한 기획과 집행 및 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 사업과 활동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산별노조 운동과 의료공공성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였다. 아울러 각 지역본부의 교육사업과 다양한 참여교육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 등을 공유하였으며 지부 노동교실의 진행자를 위한 설명서도 제작했다. 
 
산별노조의 원동력인 조합원 하루교육
조합원 하루교육은 산별노조 이전인 병원노련 시절부터 시작한 교육으로 오랜 역사와 함께 산별노조를 지탱해 온 핵심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지부별 단체협약에 의해 조합원들은 연간 8시간을 유급교육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11개 지역본부는 이 시간을 활용해 합동교육을 진행한다. 하루교육은 본부별로 1~2주 가량 진행되며, 보통 상반기에는 4~5월, 하반기에는 10월경에 진행한다. 
교육은 본부별로 진행하지만 전체적인 교육 주제와 주요 프로그램은 산별노조에서 교육위원회 회의와 중앙집행위원회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따라서 산별노조 차원에서 준비한 공통 교안과 주요 영상, 주요 교재 등 동일한 자료를 사용한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하루교육이지만 3교대 근무를 하는 병원 사업장의 특성과 현장 인력의 부족 등을 이유로 연간 참여자 수는 1만 2천 명 정도다. 규모가 큰 지부의 경우 본부에서 진행하는 하루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부별 추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루교육의 내용은 통상 오전에는 정세와 보건의료노조의 사업 및 투쟁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 비디오 상영으로 구성하며, 오후에는 교양교육, 지부별 현안이나 단체협약을 설명하는 지부별 시간 등으로 진행한다. 조합원 숫자가 많고 재정적 여력이 있는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전문 창작집단과 함께 연극, 집체극(集體劇, 노래․연기․풍물 등이 결합된 장르) 등을 기획하여 상연한 사례도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가 보건의료노조의 뜨거운 과제로 떠오른 2014년에는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전 교육은 의료민영화의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한 강의와 영상을 청취하고, 오후에는 조합원들이 집회, 기자회견, 서명운동, 거리행진 등 의료민영화 반대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오후 시간을 집회나 거리행진 등 직접 행동하는 시간으로 준비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으나, 참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조합원 하루교육의 강의는 통상 지역본부장이 담당하기 때문에 사전에 1박 2일의 합숙을 통해 교육주제와 공통교안을 만든다. 또한 본부에서는 지부별 교육부장을 모아 수차례 회의를 열고, 율동 배우기에서부터 사회자 훈련 등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함께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지부 교육부장들의 역량이 크게 성장한다. 
조합원 하루교육에 필요한 경비는 중앙 교육사업비 예산에서 참가자 1명당 5천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각 지역본부에서 부담한다. 
한편 노조에 가입한 지 1년 미만의 신규 조합원들에게는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 이해나 산별노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색다른 교육을 준비한다. 인천부천지역본부, 대전충남지역, 경기지역본부 등에서는 신입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였는데,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서 이후 교육을 확대․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신규 조합원 교육프로그램 중 인천부천지역본부에서 하고 있는 ‘몸으로 알아보는 노동조합’이나 퍼즐 맞추기, 집단 퀴즈 등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지역본부의 경우에는 신입 조합원 교육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투쟁 현장이나 주요 명사, 단체 등을 직접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교육”이라는 평을 받기고 했다. 
조합원 하루교육은 수년 동안의 경험이 축적되어 교육 진행이나 프로그램이 안정화된 편이나, 최근 병원마다 인력 부족이 심해 하루교육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조합원의 60% 이상을 하루교육에 참여시키자는 결의를 하면서 참가 조합원 수가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간부 양성을 위한 3단계 교육
산별노조를 이끌 현장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은 지부노동교실, 산별간부학교, 학습 소모임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지 지부노동교실은 지부의 상집간부나 대의원을 대상으로 해당 지부와 지역본부의 책임 하에 진행한다. 산별노조에서는 교육 자료, 영상 및 강사 등의 지원과 함께 식대 명목으로 참가자 1명당 5천 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강의시간은 비전임 간부들이 참여하므로 업무가 끝난 저녁시간이며, 5~6회 정도의 강의와 토론, 영상시청, 뒤풀이 등으로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산별노조의 역사, △간부활동론, △의료공공성 문제, △노동운동사, △단체협약에 대한 이해, △의료관련 영상 시청 등이다. 아울러 교육 간격은 주1회 혹은 월1회 등 지부별 사정에 따라 다양하다.
서울본부 이화의료원지부의 경우 노동교실을 ‘이화유니온 포럼’이라고 부르고 전현직 간부들이 함께 참여했으며, ‘꽃보다 트래킹’이라는 후속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주전남지역본부, 부산지역본부에서 노동교실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산별간부학교는 각 지역본부에서 10~20여 명의 간부들을 모아 하루 종일 교육과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교와 같은 형태로써 진행되며 보통 4월에 1박 2일로 교육생들과 해당지부의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부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매월 1회 교육을 진행한 뒤 12월 초에 산별노조 차원의 합동 졸업식을 진행한다. 교육주제로는 △보건의료노조 15년의 역사, △간부활동론, △의료공공성 투쟁의 역사, △영화 시청(식코, 맨발의 의사들), △한국 노동운동사, △노동자를 위한 경제학,  △노동자의 철학(전태일 평전읽기, 철학 등), △졸업식 특강 등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매회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가자들의 발제,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지역본부 상황에 따라서는 현장방문 학습이나 야유회를 곁들이기도 한다. 
12월 초에 진행되는 졸업식은 해당 지역본부의 임원과 지부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1박 2일간 열린다. 졸업식에서는 그동안 배운 과정에 대한 문제풀이, 위원장의 특강, 각 지역본부별 발표회, 졸업장 및 상장 수여 등을 진행하고 함께 뒤풀이를 한다. 참가자들은 매월 1회 이상 교육에 참여해야 하고 최소한 전체 과정의 60%에 참여해야 졸업할 수 있다.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해당 지부장들은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조합원들을 지원하며, 산별학교 졸업생들은 이후에 핵심 간부가 되거나 지부장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산별간부학교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별도 후속모임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경기지역본부와 인천․부천지역본부에서 산별간부학교 후속모임의 성격으로 소모임을 진행했으나, 활발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다.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소수 인원으로 격주 1회씩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산별간부학교는 지난해 연말 평가에서 신임간부 충원이 적어 교육대상의 선정이 어렵다는 점과 11개 지역본부 중 대상이 일부 지역본부에 국한되고 있어서 향후에는 지역본부별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이 살아 있는 산별노조’를 위한 특별교육
특별교육 과정으로는 연초에 진행하는 신임지부장 및 전임간부 교육, 의료공공성 학교, 단체교섭 교육, 노동법 교육, 선전학교, 선동교실 등이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 신임지부장 및 전임간부를 대상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신임지부장 및 전임간부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은 ‘기본에 충실한 산별노조’, ‘현장이 살아 있는 산별노조’를 기치로 신임 지부장과 전임간부들이 노동운동에 대한 확신과 자신의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육내용은 주로 △새해 노사관계 전망과 노동운동의 대응, △노동조합 활동과 나, △산별노조의 역사, △위원장의 특강, △회의 진행법, △현장순회, △기초 노동법, △노동문화 등으로 짜여진다. 
지난해 11월에는 의료공공성 학교를 1박 2일간의 합숙교육으로 진행했다. 원격의료 입법 예고 등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현실을 정확히 공유하고, 의료공공성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과 토론을 진행하고자 했다. 의료공공성 학교에는 전국의 지부장 및 간부 등 연인원 6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현황과 의료공공성에 대한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보건의료노조의 의료공공성 투쟁 현황과 과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다. 
노동법 교육, 선전학교, 단체교섭 교육 등은 보통 지역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본조, 본부, 지부 차원의 교육사업 전반에 대하여 사업의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담당자 교육을 1박2일 동안 진행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현장 간부 양성을 위한 지부 노동교실 운영(학습 소모임)의 기본 방향에 대한 강의와 실습, 교육 기획능력과 집행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실습, 다양한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 소개, 지부별 교육 사례 공유 등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에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여름에 2030 캠프를 1박 2일간 운영하였으며, 올해 여름에는 2030 율동패 합숙 수련회를 2박 3일간 진행했다. 젊은 간부 양성이 시대적 과제가 된 상황에서 청년 조직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 외 특화된 교육은 각 지역본부별로 지부장 수련회, 간부교육 등 필요한 과정을 운영한다. 특히 서울지역본부는 지난해 간부양성을 위한 제21기 노동교실을 성황리에 진행했다. 서울본부 노동교실은 1994년에 진행한 제4기 노동교실의 학교식 운영방식을 계승한 과정이다. 노동교실은 지난해 11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저녁에 강의와 토론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모두 7개의 주제에 대해 강의했으며 중간에는 1박 2일 수련회도 진행하였다. 지난해 교육주제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노동운동사1, △한국노동운동사2, △열사의 삶에서 배운다(모란공원 열사묘 참배), △심각한 의료양극화 그 해법은, △복지국가 건설의 전망과 산별노조의 역할 등이었다. 
 
교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소책자와 영상 제작
각 병원에서는 통상 신규직원 교육시간 중에 노조활동 소개 시간이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조의 개요 및 핵심 활동을 소개하는 영상을 병원에 제공한다. 또한 신규 직원들에게 보건의료노조를 소개하는 내용의 소책자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또한 노조 지부장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민영화나 정세 등과 관련한 강의용 자료를 제작하여 공유하고 있으며, 투쟁 시기에는 간부 대의원을 위한 간담회 자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조합원들이 읽을거리를 별도로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다.  
교육용 영상에 대한 요청이 많아짐에 따라 3년 전부터는 영상 제작업체를 통해 교육영상을 대폭 제작했다. ‘보건의료노조 뉴스’를 수시로 제작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데, 주 내용은 기자회견․집회 등의 활동이나 의료민영화에 관한 짧은 교육용 영상들이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책읽기 캠페인’도 벌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캠페인은 홈페이지에 권장도서 목록을 게재하고, 서평을 받아 매주 발행하는 ‘보건의료노조 주간 통신’에 수록하는 방식이다. 
 
조직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은 교육사업 
보건의료노조의 교육사업은 예산이나 참여규모 면에서 조합원 하루교육이 핵심으로, 체계적이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교육이 나름대로 체계적․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교육사업을 조직의 주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체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간 사업과 투쟁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주요 교육사업의 일정과 내용을 고려하며, 결정사항은 전 조직적으로 집행하고 수행 후에는 평가를 거친다. 가령 상반기 조합원 하루교육의 방향과 내용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집중 논의하며, 강사 훈련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핵심 지도부가 참여한다. 조합원 하루교육이나 산별간부학교 등은 산별노조의 장점을 잘 살리는 동시에 조합원들이 산별노조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교육이다. 
반면 보건의료노조 교육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루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교육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올해에도 전체 조합원의 60% 이상을 교육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미흡하다.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교육 참가자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조건을 극복하고, 조합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병원사업장은 이직률이 대단히 높은 편이며, 지부 간부들은 새로 입사한 젊은 세대들에게 산별노조나 노동조합 활동을 소개하고 활동에 참여시키는 일이 여전히 버겁다고 토로한다. 이 역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현장에서부터 간부를 키우고 산별간부 양성이라는 과제에 걸맞는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부에서 활용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부 노동교실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새롭고 흥미로운 주제 및 교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8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