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노조법 시행 3년, 실패한 제도와 약화된 현장

노동사회

개정노조법 시행 3년, 실패한 제도와 약화된 현장

구도희 0 2,819 2014.07.08 03:32
 
2010년 1월1일 새벽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이 개정되었다. 오랜 기간 유예되거나 새로 도입되는 제도여서 법률안 제출부터 국회 통과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정부 여당의 주도 아래 처음에는 야당과 노동계가 전면적으로 반대했지만 이후 민주당과 한국노총에서 개정에 동의하면서 현행법이 나오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전임자제도에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를 추가하고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의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그 대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2010년 7월1일부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했다.    
 
타임오프제, 노조 활동 확대는 외려 현장 고사시켜
타임오프제도는 실패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조합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오히려 그나마 있던 중소·영세사업장 전임자는 그 숫자가 대폭 줄었다. 이들 노동현장에서는 근로시간 면제한도 고시가 최소기준이 하닌 한계로서 적용되기 일쑤였다.
이에 반해 대기업 노동조합에서는 대체로 전임자 활동이 유지되었다. 협상력을 발휘하여 무급전임자 급여 보전을 위한 별도의 지원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근로시간면제한도 고시 상한까지 확보하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타임오프는 법 취지대로만 집행이 되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이를 막았다. 법에도 없는 위법한 행정지도가 타임오프제도 실패의 주범이다. 타임오프제도는 전임자제도를 변경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모든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타임오프로 전환하고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정한 편의제공마저 중단하라는 내용의 매뉴얼을 강제했다. 일개 매뉴얼이 헌법과 법률보다 앞서 통용되는 웃지도 못할 암울한 시기였다. 
지난 해 7월, 구간을 단순화하고 사업장 분포를 고려한 새로운 근로시간 면제한도가 고시되고, 상급단체 파견자의 활동을 타임오프 범위 내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행정해석을 일부 변경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다. 이미 노동현장은 고사된 지 오래다. 
사법부의 노동현장의 생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전혀 규범력을 갖지 못하는 성급한 입법과 노동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을 가진 행정부의 왜곡된 법집행이 타임오프제도 실패의 원인이다. 
 
노조 활동 제한으로 변질된 복수노조제도 3년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의 복수노조 허용과 창구단일화제도 또한 실패로 평가된다. 사실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활발한 상황이었는데, 마치 개정법이 처음으로 이를 허용하여 노동3권을 더 많이 보장하겠다는 제안 자체가 거짓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지역, 직종, 산업별 등 초기업 단위에서의 노동조합 설립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는 아주 흔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개정법은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받았다고 덧씌우고 그 대신 노동자들에 창구단일화제도를 강제했다. 
요컨대 이 제도의 본 모습은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 보장이 아니라 ‘창구단일화 강제’다. 더 큰 문제는 창구단일화에 따라 선정된 교섭대표노조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노·사 간 교섭사항 대부분을 대표노조와 소수노조 사이 분쟁으로 변질시킨 데 있다. 노동3권의 실현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과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이어야 함에도, 현재 소수노조의 노동3권은 대표노조를 상대로 타임오프와 노조사무실을 달라는 소송을 해야만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 그리고 대표노조와 소수노조 사이의 갈등은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급격히 약화시켰다. 대신 사용자 측은 큰 어려움 없이 우월한 교섭력을 갖게 된 것이다. 개정 노조법이 노동3권을 보장이라는 헌법 원래의 정신은 간 데 없고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개정노조법 폐지, 시작은 행정해석 개정부터
위 두 제도의 폐해는 이미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폐지되어야 한다.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노사가 자율로 정하고 창구단일화가 아닌 모든 노동조합에게 교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제도(입법)개선에 대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타임오프제도를 폐지하고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현행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만약 창구단일화제도의 틀을 유지한다면 적어도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에서 제외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 단위를 분리, 통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실행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입법부에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은 위법한 행정해석을 하루 빨리 개정하는 것이다. 사실 행정해석 변경을 통해 현재의 노동환경의 상당 부분은 개선될 수 있다. 
그동안 노동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것처럼 근로시간 면제한도 대상업무를 제한하지 않고, 사업장 단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면제한도를 정하는 내용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해야 한다. 근로시간 면제한도 고시 위반을 부당노동행위로 엄격히 처벌할 필요도 있다. 
공정대표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교섭대표노조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교섭대표노조는 노동조합 활동에서부터 근로조건에 이르기까지 소수노조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는 사사건건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단체협약이 동일하게 되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수노조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게 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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