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와 한국노총

노동사회

6.4 지방선거와 한국노총

구도희 0 3,367 2014.07.08 11:24
 
6.4 지방선거 평가의 가장 큰 화두 ‘세월호’
모든 사회적 현상이 그러하겠지만, 정치활동 역시 하나의 시점만을 두고 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부터 급속히 확대되어 2012년 정점을 찍은 사회세력과 정치세력 간의 연대전략을 놓고 볼 때,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를 평가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세력과 다종다양한 정치세력의 솔직한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나, 현재의 지형에서 그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인 듯하다. 
그럼에도 일반적 평가를 우선 하자면, 6.4지방선거 평가의 가장 큰 화두는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4월 중순까지 국정원 사건과 김한길-안철수의 연대라는 굵직한 사안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압도적 우세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적 분노를 순식간에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여권으로 하여금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전국적 읍소 행위까지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국민적 분노의 범위가 비단 여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야권의 성찰이 부재했다는 데 있다. 세월호 정국 속 흔들리는 보수층을 상대로 한 여권의 읍소 행위에 비해, 국민의 분노를 수렴할 수 있는 야권의 진정성 있는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304명의 귀중한 생명이 순식간에 바다로 침몰한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정권 심판’을 뛰어넘어 ‘기성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과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이와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별도의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다. 우선 박원순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그냥 ‘박원순’이라서 당선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다시 말하면, 서울시장으로서 박원순이라는 사람, 그 사람이 행했던 시정운영에 대한 솔직한 평가다. 
한편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세월호 참사의 영향 속에 소위 ‘앵그리 맘’의 표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역시 정당과의 연계와는 무관하게 각 후보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선택이었다. 
 
한국노총의 선거 참여방침은 어땠나
한국노총의 6.4 지방선거 참여 방침은 ① 한국노총 출신자 및 친노동계 후보가 다수 당선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하되 한국노총 주요 의제에 대한 수용 여부를 기준으로 함. ② 각 회원조합 및 지역본부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결정할 경우 반드시 각종 민주적 의사결정기구의 승인을 받도록 함. ③ 지지 후보가 결정될 경우 한국노총 주요 의제를 바탕으로 협약식을 체결하도록 하며, 당선 이후 공약 실천을 위한 지역사회 내 의정협의회를 조직함. 등이다. 이는 특정 정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에 대한 지역별 평가를 중심으로 한 지지 방침이며, 선거 이후 당선자와 지역본부 간 소통체계 구성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한국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비판은 특정 정당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조직 노동자의 단결된 입장에서 선거를 치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노동자의 대표체 중 하나인 한국노총이 집권여당의 노동정책에 대한 조직적 압력의 통로로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원인이 정치방침에 따른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노총의 역대 지방선거 참여 방침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표명을 중심으로 하지 않았다. 그것은 총․대선에 비해 지방선거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이한 지역별 정치적 역관계를 일정한 수준에서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물론 총․대선을 넘어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등 모든 정치지형에 대한 조직적 접근과 단일한 방침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조직적 현실이 고려되지 못한 정치방침은 오히려 내부 갈등과 충돌을 야기시킬 뿐이다. 특히 2012년을 경과하며 발생한 정치방침에 대한 논쟁과 갈등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후과를 돌아볼 때, 정치지형에 대한 노총의 조직적 접근만을 우선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노동계 출신 또는 한국노총 주요 의제 수용 후보의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한 참여 방침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점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주요 의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한 점, 각 후보에 대한 의제 수용 여부 절차를 전국적 움직임으로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나아가 협약식 체결 여부를 중심으로 실제 지역사회 내 의정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후속 사업도 지속적으로 검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6.4 지방선거의 핵심 화두인 ‘세월호 참사’ 국면에 대한 인식의 부족함 역시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지점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는 노동의제와 직접적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자는 여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계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도의적 책임 문제, 한국노총의 기치인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 등을 기준으로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노총, 현장 비판 해소하며 중장기적 정치전략 세워야
2000년대를 경과하며 노동의 정치참여는 매우 활발해졌다. 우선 IMF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 특히 신자유주의의 대대적 공세는 노동자,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치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절대화시켰다. 노동의제는 개별 단위조합을 넘어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접근되었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우군의 정치적 포진을 강력히 요청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또한 정치지형의 변화 즉, 시민의 정치참여 공간이 확대된 지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소위 진보개혁적 성향의 정당들은 노동계에 대한 포섭을 전략 또는 전술적 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으며, 노동계 역시 총․대선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정치참여로 일정의 지분을 획득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영향 아래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건설과 이를 통한 안정적 정계 진출 및 집권을 목표로 하게 되었으며, 한국노총은 주되게는 집권가능한 정당과의 정책제휴 또는 참여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이는 보수냐 진보냐의 성향을 넘어 단기적으로는 노동의 의회 참여, 장기적으로는 집권을 목표로 하는 데에서 동일한 입장을 보인다. 
최근 한국노총의 정치참여는 크게 2007년 조합원 총투표를 근거로 한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 2012년 민주당 및 시민진영과의 통합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7년 방침은 근본적으로 이명박 후보, 즉 한나라당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결국 조합원 총투표와 정책연대라는 대대적인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재개정조차 이루지 못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에 비해 2012년 방침은 한국노총 역사상 최초로 집권 가능한 정당에 대한 조직적 참여와 이를 근거로 한 선거 참여로 이루어졌다. 당 규약에 보장된 노동계 지분을 중심으로 소속 조직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 과정에서 지지 선언을 넘어서는 조직적 운동을 펼쳐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총선 패배 이후 통합에 대한 회의감 및 불안감에 따른 내부적 균열과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은 사실상 표류되었다. 
한국노총 소속 대다수의 조합원이 지적하듯, 과거 정치방침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노동자 정치활동에 대한 현장의 불신을 확산시켰다. “소수의 정계 진출을 위한 정치방침”이란 냉소부터 한국노총의 정치참여가 내부의 결속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서술했듯, 노동의 정치참여에 대한 필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한국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 존재하는 한편,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협의는 더욱 크게 요구될 것이다. 
결국 현장의 냉소와 비판을 해소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한국노총의 정치전략을 세우고 이에 대한 설득과 참여를 적극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조합 상층의 정치적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현장의 정치적 이탈을 막기 위한 설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2012년 정치방침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현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노동의제 중심으로, 노동이 전선 형성에 나서야
노동에 대한 입장을 전제로,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일상적 연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노총의 일상 정치활동은 집권정당 및 제1야당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2014년 현재 집권정당은 노동에 대한 입장이 바닥을 치고 있고, 제1야당 역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제1야당과 제2, 제3야당의 차이가 워낙 큰 현재의 조건에서 그 외 정당 또는 정치세력과의 연계는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핵심은 크든 작든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또한 노동이 나서서 정치지형 내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과 같은 의제를 놓고 이에 합의할 수 있는 정치세력들을 하나의 테이블로 이끌어낼 구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정치권 내 노동의 위상이 정립되고 노동자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층도 형성될 수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노동정치는 실종되었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 가운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노동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나, 노동계의 대응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의 몸집이 작아질수록, 정치의 노동에 대한 관심도 비례하여 떨어진다. 
전략적 사고와 총체적 대응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6.4 지방선거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종합적인 평가를 한편으로, 다가올 총․대선을 대비한 빠른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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