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공공부문 정상화와 노동운동의 대응

노동사회

[좌담] 공공부문 정상화와 노동운동의 대응

구도희 0 3,852 2014.05.0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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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4월14일 오후 7시~9시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참석: 박용석 공공운수연맹 공공기관사업본부장, 이승헌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공공정책실장, 임상훈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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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바쁜 가운데『노동사회』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공공부문이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이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집권 초에 공공기관의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 역대 정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강도나 깊이는 어느 정부보다 강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이전 정부 정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먼저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의 전체 방향성 혹은 흐름들을 얘기하면서 논의를 풀어가보죠.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정책의 본질은?
박용석: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하드웨어 측면과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구분되어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DJ정부 당시 IMF 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내용들이 노무현 정부 때 소강 내지는 정체되어 있다가, MB정부 때 부활한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촛불 시위나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저항 때문에 MB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상태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의식한 나머지 정부가 지난해 연말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처럼 우회적으로 민영화를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마디로 DJ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MB정부가 계승했는데, 실제 집행은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죠. 
소프트웨어 측면은 내부 운영방향 개선과 관련되는데, 이 부분은 명확한 경향이 있습니다. DJ,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 모드로, 사업과 인력 등 공공기관 전반에서 효율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절정에 달한 것이 MB정부 때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아닌가 합니다. 이전의 정책을 종합한 것이죠. 과거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과 이번 정상화 대책과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MB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겠다면서 노동조합을 공격했지만 바로 공격하지는 않고 우선 노조를 포섭하는 전략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섭이라기보다는 항복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구조개혁이 절정에 달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보면 하드웨어 측면에서든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든지 박근혜 정부가 뭔가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데 노조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만경영과 노조를 연결시켰고, 이는 최종 종착역인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역대 정부와는 분명히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합니다. 
 
임상훈: 저는 공공기관 정책에 대해 내용과 절차로 구분해봤습니다. 분명히 차이는 있습니다. 우선 내용을 표현하는 단어가 DJ정부 때는 ‘구조조정’이었습니다. MB정부는 ‘민영화’, 이번 정부는 ‘부채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식, 절차를 보면 노동계는 갑갑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DJ정부 때부터 지난 MB정부까지 노조한테는 그나마 ‘비빌 언덕’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DJ정부 때는 노사정위원회에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 특별위원회 등이 있었고, MB정부 때는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로 정부의 부담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빌 언덕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정부가 목표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지를 따져 보면, 얻을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청사진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큰 그림 하에 치밀하게 정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엇갈린 평가들이 있습니다. 공공연맹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 대한 전체적 판단, 역대 정부와의 차별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이승헌: 행정학을 전공하던 당시 신공공관리론에 대해 배웠습니다. 신공공관리론은 국가에서 공공기관을 운영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니 이를 팔아서 재정 누수를 막고, 민간 경기를 활성화하는 등의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DJ, MB, 박근혜 정부 정책의 본질은 다 민영화입니다.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에 적용한 잣대가 신공공관리론에 의거한 것입니다. DJ정부의 명분은 외환 위기를 맞아 국가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하고 공공기관을 민영화 했습니다. IMF 경제위기를 맞아 이 같은 명분이 잘 통했다고 봅니다. 방법론은 빅딜(big deal)이나 컷백 매니지먼트(cutback management) 방식이었고, MB정부도 같은 방식을 시도합니다. MB정부는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방만경영을 내세웠고, 회사를 경영한 대통령의 경험 때문인지 민영화를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명분이 약해 인천공항, 철도 민영화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경우 본질은 같지만 어느 부분을 건드려야 국민이 반응하며, 어떻게 건드려야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논리대로 공공기관이 아무리 방만하게 경영했더라도 판매관리비 대비 임금․복리후생비는 1년 사업 예산의 1.18%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철밥통’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을 다 알면서도 싫어합니다. 정부는 그것을 명분 삼아 공공기관 민영화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죠. 
박용석 본부장님 말씀처럼 민영화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보다는 노조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노조의 단협 조항을 건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MB정부가 직접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방만경영 프레임을 내세우고 국민들이 수긍하는 분위기면 자회사 도입, 민간 자본 도입 등을 차근차근 추진하려는 겁니다. 큰 그림 없이 우연히 추진한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정교합니다. 종합하자면 본질은 민영화, 효율화지만 앞선 세 정부 다 명분은 달랐고,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대 정부들보다 더 집요하고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성공인가 실패인가
사회자: 임 교수님, 앞서 박근혜 정부의 정상화 정책과 역대 정부 정책을 비교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임상훈: 전면에 내세운 목표는 분명히 성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의도한 것은 성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면에 의도한 것은 ‘부채 탕감과 공공개혁’이고, 부수적으로 의도한 것은 ‘노조 때려잡기’입니다. 그런데 공공부채와 관련해 노조 저항을 막고, 몇 개의 공공기관을 민영화 해봤자 국가 부채는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역량, 태생을 보면 목표한대로 달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많은 공공기관 부채는 MB정부 때 늘어난 것으로, 정부가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거든요. 또한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보낼 때도 뚜렷한 목표을 갖고 보내야 할 텐데, 기관장의 면면을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명목은 부채 탕감, 공공부문 개혁이지만 속내는 다른 거죠. 역대 정부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공공부문의 개혁은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의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죠. 다만 명목상의 성공과 속내가 다를텐데 그것이 어떤 차이가 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박용석: 이승헌 정책실장님 말씀대로, 정부가 처음에 철도 분할을 시도하고,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꺼냈을 때는 어딘가 어설퍼 보였습니다. 그런데 6개월 여가 지나고 보니 전부 치밀한 전략 하에 이뤄진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상화 대책은 세 가지를 동시에 노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첫 번째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 위기 상황을 돌파할 동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대선 불공정 시비, 공약 불이행에 따른 국가 재정관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권이 흔들렸습니다. 그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을 연계시킴으로써 두 번째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버린 것 같습니다. 첫 번째인 정책 위기의 문제는 정상화 대책으로 공공기관을 흔들어대면서, 기강을 잡아 고비를 넘겼다고 봅니다. 여론이 낙하산 인사 문제를 그렇게 많이 제기해도 여전히 코드에 맞는 인사를 임명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줬고, 철도노조를 통해서는 노조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박근혜식 통치 스타일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민영화 반대 동력도 생각보다 소강 상태에 빠졌습니다. 다음으로 노조가 버티고 있지만 상황을 돌파할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임 교수님의 의견과 달리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봅니다. 부채문제는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민영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민영화에 대한 위험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기에, 정부가 부채를 해결하고 방만경영을 정상화 시킨다는 차원에서 우회적인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까 합니다. 철도 민영화의 경우도 KTX 분할 민영화를 넘어서 화물 분리 얘기까지 나오고, 가스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연 무엇을 노리는 것이겠습니까. 또한 환경관리공단에 대해 환경관리, 안전관리 기능 등 소위 규제 완화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경영권 매각이라는 종래의 방식이 아닌 다양한 민영화 방식입니다. 
 
이승헌: 저는 임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박근혜 정부가 양두구육(羊頭狗肉)했다고 봅니다. 겉으로는 방만경영, 부채감축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는 거죠. 2007년 경 IFRS(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면서, 자회사와 모회사가 연결재무재표를 쓰는 것이 의무화됐습니다. 도입 이전에는 공공기관의 채무 490조 원을 국가 부채로 잡지 않았는데, 2011년부터 공공기관 연결재무재표를 쓰라고 하니 갑자기 국가 부채 규모가 커진 거죠. 그러다 보니 빚을 갚는 것보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큰 목적이 됐습니다. 두 번째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보면 대형 개발공약이 없어서 경기 부양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정상화 대책을 보면, 전부 민간 자본을 도입하라고 하거든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만 봐도 정부가 ‘분양주택은 LH가 짓지 말고, 임대 주택도 이제 민간기업에서 지으라’고 합니다. 민간부문을 공공부문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쉽게 말해 경기가 침체되니, 공공부문의 일감을 줄여서 민간부분에 넘겨 준 것입니다. 세 번째 요인을 보면 ‘철도든 에너지든 하나만 팔아보자’는 식인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 매각을 통해 대기업 경기를 살릴 수 있을테니까요. 결국 민간부분을 살리기 위해 공공부문을 죽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MB정부가 임기 막판에 공공기관장들을 대거 임명해서 이들의 임기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새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인사가 흔들리다가, 6월 전후로 공공기관 정상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100여 명의 기관장들이 나간 자리를 낙하산 인사로 채웠고요. 안 나가는 기관장들은 흔들어서 억지로 내보내는 등 기강을 잡으면서 소위 ‘내 사람’들로 공공기관을 채웠습니다. 겉으로는 부채탕감, 국가 경제 회복,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해소라는 명분을 잡았지만, 속으로는 부채 책임을 회피하면서 민간기업에 먹을 것을 주고 자기 이미지를 챙기면서 사람도 챙긴 겁니다. 겉으로는 하나도 못 챙기지만 속으로는 다 챙긴거죠. 
 
공공기관 정책, 노조는 어떻게 바라보나
사회자: 정상화 정책에 대해 단순히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이면의 정치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제 노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공공기관 정책에 대해 실제 공공기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의 판단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느끼는 인식의 차이가 있을텐데, 우선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요? 
 
이승헌: 정부 발표에 따르면 LH의 경우 복리후생비가 기존 640만 원에서 160만 원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복리후생비 감액 문제가 직원들에게 아직까지는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640만 원은 복지혜택을 다 받을 때의 얘기거든요.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결혼하고 출산하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퇴직하면서 기념품을 다 받아야만 640만 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는 160만 원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MB정부 때는 선진화 정책에 따라 구조조정이라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의 문제는 복리후생비 160만 원 감액 정도입니다. 실제 현장 반응을 보면 부채 문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겪어왔기에 내성이 생겼고, 160만 원 감액도 따져보면 실제로 손해 보는 것은 크지 않다는 정도의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단계적 접근이 무섭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방만경영 프레임으로 정치적인 효과를 얻고 있잖아요.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상당하지만, 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공공기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임상훈: 공공부문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그룹을 보면, 우선 늘 비판하는 보수층이 있습니다. 그 다음 시민사회단체가 공공부문이 잘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정상화 및 역할을 다 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밖에 어디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유의미하게 봐야 할 것은 ‘철밥통’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노조에게는 우군이라 할 수 있는 기층 민중들입니다. 그러나 기층 민중들이 공공부문을 철밥통이라고 비판할 때의 속내가 보수층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노조는 기층 민중의 비판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설득을 해야 할 여지도 꽤 많고, 방법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하면서 기층 민중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을 개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혁할 이유도 사실 별로 없고요. 따라서 공공부문과 관련해서는 ‘공중전’의 성격이 강할 것 같고, 노조는 잘 대처하기 위해 전략을 잘 짜야 합니다. 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다른 세력으로부터 비빌 언덕을 찾아야 할 텐데, 그 세력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접근방식은 아주 분명하게 공공부문을 정부, 전문가가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공부문 노조 쪽에서는 전문가‧관료를 제외하고 기층 민중들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 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갖고 공공부문 개혁을 반대할 것인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대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반대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얘기들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부가 부채 문제를 갖고 나왔으니 노조에서는 ‘부채 문제를 책임지는 공공부문이 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야 하는데, 새로운 프레임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IMF 이후 16년 여가 지났데도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니 좀 답답합니다.
 
사회자: 현장은 개별화 되어 있고, 정부의 정상화 정책은 불안하지만 위기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도 정부의 무리한 공공기관 정책에 대해 께름칙해 하면서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프레임 속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할 위험성이 있기에 노조가 새로운 전략, 고민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박용석: 이 대목이 난제입니다. 정상화 대책을 둘러싼 공공기관의 많은 현장들, 사업장들의 인식의 편차는 꽤 큽니다. 그런 만큼 대응도 힘있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나마 저강도의 연대틀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초기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도덕적으로 낙인을 찍혔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사회 복지가 취약한 상황에서 기업 복지로 커버해왔던 것이 노조의 역할인데,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는 반발은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느끼고 있을 것 입니다. 두 번째로 기층 민중과 공공기관 종사자들간의 박탈감 문제인데, 기층 민중 입장에서 보면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상당히 안정된 계층으로 기득권층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방만경영의 논리가 통하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이치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박탈감을 느낍니다. 중앙 공공부문의 정규직 직원 수는 27만 명 정도인데, 중앙 행정기관의 정규직 수는 64만 명입니다. 경찰, 군인, 소방 공무원을 빼고도 30만 명에 가까운 공무원이 더 있단 말예요. 또 공무원은 정년, 연금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데 반해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사실 ‘우리가 왜 타겟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울분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취약한 조건 내에서 연대가 이뤄지고, 이 시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대위가 나름의 틀을 가질 수 있는 거죠. 
거꾸로 보면 저희의 고민은 국민들의 눈에 맞는 공공기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연금 개악을 저지해도 철밥통이라고 비난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계속 욕먹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노동운동의 역량 차이 같습니다. 정부가 노조를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볼 때 정부에게 있어 공무원노조는 위협 세력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운동 2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체제를 계속 흔들어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해 방만경영 문제, ‘신의 직장’ 얘기를 꺼낸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저희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공무원에 비해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공공기관을 개혁한다고 해도 생존권의 기반 모두를 내놓고 개혁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으니까 여기서 막히는 겁니다. 
사실 또 하나 피할 수 없는 것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에는 공공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과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국가의 세금을 쓴다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서비스의 독점적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들은 이 두 가지 영역에 대한 책임을 항상 의식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항상 개혁을 주도해야 하고,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방만경영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준비와 논의를 해야 한다는 거죠.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기업별 노조의 틀 속에서 가능한지의 여부입니다. 결국 노동조합이 연대를 확장하면서 질을 높이고, 조직 발전의 논의를 거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산별노조운동이 정체되면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사회 공공성 논의는 노무현 정부 당시보다 후퇴한 측면이 있습니다. 노조의 실력, 조직 발전의 척도가 후퇴했기에 공공성에 대한 목소리가 잘 안 난다는 것이 저희의 고민입니다. 
 
정부에 맞서는 공공기관 공대위 전략은
사회자: 현장의 울분이나 정부의 거짓개혁에 대한 반발이 공대위라는 체계로 묶이고, 투쟁의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동력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가 노조의 고민거리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제 공공기관 공대위에 대해 얘기해보죠. 공대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승헌: 공대위의 정식명칭은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위원회’입니다. 2011년 11월 MB정부 막바지에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개별 노조별로 대응하다 한계를 느끼면서 만들어졌습니다. 공대위 결성의 직접적 요인은 대졸 신입 직원 초임삭감 건이었습니다. 사실상 거기서부터 공대위가 시작됐습니다.
 
사회자: MB정부 때 결성된 공대위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박용석: 2011년 7~8월에 대졸 신입 직원 초임삭감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대노총 공대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그 해 11월에 공대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했습니다. 공대위가 초기에 안정된 기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예산편성지침과 지방이전 사업에 대응하면서 일상 연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승헌: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니 공대위로 모일 수 있었고, 성과를 얻으니까 공대위 체제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신입 초임을 15% 삭감했던 것도 MB정부 마지막에는 다 정상회복을 시켰습니다.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하니까 대응이 가능하더라고요. 또한 정상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공대위가 계속 이어지는 것 자체가 정상화 대응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영평가라는 큰 난관을 앞두고 흩어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조직 상호 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사회자: 지금 공대위에 소속된 노조와 조합원 숫자는 어떻게 되나요?
 
박용석: 중앙공공기관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16~17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공공운수연맹은 7만 명 정도이고, 금융노조는 1만 8천 명, 보건의료노조는 6천 명 정도입니다. 공공노련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까지 포함하면 조합원 수는 3~3만 5천 명 사이입니다. 이를 다 합하면 공대위 소속 조합원 수는 14만 명쯤 되는 것 같습니다. 노조 수로는 50~60개 정도가 될 것 같고요.
 
전례없는 공대위의 연대 투쟁
사회자: 그럼에도 5개 연맹이 분산되어 있고, 공공기관 유형별로 다양한 특성이 있어 사업의 집중성 및 응집력의 한계들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영평가 저지 싸움, 노동절 투쟁 등 상반기 투쟁의 정점으로 올라가는 시점인데, 노조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임상훈: 공대위 지도부의 고민은 대통령의 고민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17일에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열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워크숍을 열어도 공공기관을 장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공대위 역시 소속 조합원 14만 명을 일사분란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고요. 통제하려고 해도 파편화되어 있어서 통제가 안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다양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결국 이 다양성을 탄력적이면서도 어떻게 하나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인 거지, 하나의 기준을 정해서 이를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노조에서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용석: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난 5개월 여 동안 현장의 분노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들을 일정하게 전선으로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IMF 이전까지 포함해서 아마 전례가 없었던 연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 싸워 왔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 벽을 못 넘는다는 애석한 측면이 동시에 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왜 의미가 있느냐면, 제 기억으로 정부 정책에 맞서 양대노총의 연대가 이뤄지거나, 우리 연맹이 단독으로 싸웠던 약 12년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를 되돌아 보면 9~12월까지는 항상 장렬히 싸웠습니다. 그런데 3월에는 전선이 잘 무너지고, 연대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 원인은 경영평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는 ‘경영평가에 문제가 많으니 노조가 경영평가 실시를 환영하거나, 경영평가를 잘 받겠다고 하지는 말자’고 결의했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많은 공공기관이 경영평가를 잘 받으려고 기업별로 흩어지고, 심지어 경영평가 시기에 노사 협조조직이 전면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경영평가 시기에 하다 못해 피케팅을 하고, 반대 현수막이라도 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격세지감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정상화 정책 추진 초기에 경영평가를 막아보자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 조합원들이 느끼는 분노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집행부와 달라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난 2월부터 한 달여의 논의 끝에 나온 전술이지만 현장 조합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무리한 전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기업 부채 문제와 관련되서 정부의 방만경영 프레임에는 절대적으로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경영평가 문제와 성과급 문제를 연계시켜서 사회적 선언을 할 수 있다면 방만 프레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활동가들의 다소 관념적인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경영평가 반대 투쟁에서 한 번 주춤했지만, 지속 측면에서는 역동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4월17일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이라는 변곡점과 워크숍 종료 후 정부의 총공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4월 위기설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냐가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로는 중점기관의 이행계획이 2분기에 마감됩니다. 6월 말이 두 번째 고비입니다. 세 번째 고비는 9월 말입니다. 이 세 번에 걸친 위기를 과연 돌파할 수 있느냐가 고민입니다. 4월에 무너질 기관은 최소한으로 하고 큰 기관의 조직들은 버티며, 6월에 무너지더라도 노조의 근간을 지키면서 정부에 투항하지 않는다면, 그 여세를 몰아 전공공기관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단 하루, 단 한 시간만이라도 총궐기 투쟁을 할 수만 있다면 올해 경영평가 시기에 무기력했던 우리의 모습을 극복할 수 있고, 내년 정세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물론 솔직히 현재 공대위에 속한 연맹들의 조건, 연대의 지형을 본다면 3단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일말의 불안도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노정교섭의 단초를 마련하고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대국민 선전사업을 벌이며, 노동절을 거치면서 싸움을 지속하면 9월까지 투쟁을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3단계별 실천 지침이 아직은 미진하다는 것입니다. 
 
공통의 목소리 모색하고, 최대의 연대 만들어야
사회자: 노조가 공대위의 조건을 고려하면서 공공부문 노조로서의 공공성, 대국민 관계에서 어떤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임상훈: 저는 공대위 체제가 최소한 6월까지는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박 본부장님께서는 오는 9월에 한 시간이라도 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하나가 되어 얘기하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요. 이 부분에 대해 노조가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양대노총이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 버틴 것에 대해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연대는 정말 중요한 경험입니다. 따라서 투쟁을 왜 9월까지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9월에 하려는 얘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대위 전체가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렵기에 공통된 목소리를 갖도록 최대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공대위 논의 수준을 보면 좀 우려스럽습니다. 6월 지방선거까지 주어진 시간 동안 노조는 내부 차이를 조정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잠잠하니, 공대위 내부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부에서 치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공대위에서 공통의 목소리도 만들지 못했는데 틈새는 갈라져 있으니, 9월보다는 6월 지방선거 이후가 우려됩니다. 지금은 공통의 목소리를 모색하는 동시에 최대의 연대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험을 통해 보면 내적인 힘을 스스로 다지는 것은 어려우니, 외부의 힘을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을 계속 지적하며 외부와의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나, 지방선거 이후의 대응을 고민하고 시민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공대위에서 ‘정상화 정책 중단’, ‘박근혜 퇴진’과 같은 요구가 아닌, 공공기관의 실질적 개혁을 위한 방안이나 국회에 별도의 특위를 만들자는 요구 등의 단계적인 논의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용석: 저희는 일단 두 가지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하나는 국회 차원에서 공기업 부채 검증, 방만경영 대책의 적정성에 대해 논의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우리도 수용할 용의가 있으니 노정 간의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이미 입장을 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헌: 첫 번째 논의와 관련해 현재 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기재위 소속 몇몇 의원은 경영평가 개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상화 대책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무조건 노조를 잡는 방향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재위 차원의 소위를 만드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고요. 
노정교섭 같은 경우는 공대위가 교섭권 위임을 받았으니, 개별 사업장이 아닌 공대위와 직접 얘기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을 통해 공공기관을 개혁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 예를 들어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방만경영 때문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공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국민 홍보, 국회 차원 검증, 노정교섭 등의 세 가지 전략을 갖고 지난 몇 달 동안 노력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진짜’ 정상화를 위해
사회자: 공공기관 노조들도 거짓개혁이 아닌 참개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 필요한 정책 의제나 추진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임상훈: 앞서 말씀해주신 세 가지 방안은 절차적인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이슈입니다, 특히 국회 차원의 검증은 부채 탕감과 관련되어 있으며, 거버넌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채탕감, 거버넌스를 묶는 하나의 캐치프레이즈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국민들에게 1~2단어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인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메시지를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즉 노조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시민사회단체, 진보적인 학술단체와 끊임없이 소통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노조는 이리처럼 영악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영악한데, 노조는 영악하지 않고 정당성만을 얘기합니다. 
 
이승헌: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최대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해하면, 결국 문제는 현장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짜도, 현장에서 계획대로 잘하지 못하면 끝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최근 노조 선거를 처음 치르느라 다른 노조의 선거 공약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일반 기업노조와 공약이 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예산편성을 대체해서 임금을 올려줄 것인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니면 정년연장, 육아휴직에 있어 어떻게 경제적 이익을 줄 것인가가 공약의 대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그런데 공공부문은 기업별 노조가 아닙니다. 일부 노조와 조합원들이 ‘남이 어떻게 되든 월급 많이 받고 내 고용안정만 지켜지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공사가 넘어져도 우리 공사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각성해야 합니다. 제가 최근에 ‘생활형 노조’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공공기관 노조를 생활형 노조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최대 과제는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공공부문 노조는 생활형 노조가 아니고, 공공성을 생각하며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용석: 그런데 지금의 현장은 거창한 싸움을 하기보다는 그냥 버텨주기만 해도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조에서 사회 공공성 투쟁에 대해 아무리 외쳐도, 막상 자기 조합원들의 권리와 동떨어진 사회 공공성 투쟁구호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느닷없이 공공백서 운동, 양심선언 운동을 해봤자 별 소용이 없고, 조합원들도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공공부문의 의제가 사회적으로 잘 부각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니 그 첫번째 전략이 ‘기초가 튼튼한 경제’더라고요. 그 안에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가 싸움의 지점일 것입니다. 저는 한국 경제의 토대나 기초를 다지는데 있어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의 성장률이 높아지고, 국민 총생산(GNP)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빈부격차,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경제의 기본 토대를 고용 문제라고 했을 때, 공공부문은 적어도 고용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아니겠습니까. 공공부문을 확장해서 내수를 진작시킴으로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가야 나라의 기반이 안정될텐데 왜 그렇게 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공공부문의 정상화 대책이나 전교조․공무원 노조 기본권 탄압에 대한 문제가 공공부문에만 머물러 있고, 다른 부문은 나아지고 있는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인 정부의 역할이 후퇴했다는 것 자체가 전 사회의 노사불안을 야기합니다. 공공부문의 노사 관계가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부당노동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되고 있어서 사회 전체가 불안하다는 거죠. 이 논리를 우리가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MB정부 때부터 이어지는 경향인데 공공기관이 사조직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에서의 민주주의 후퇴와 역주행 문제가 사회 전체로 퍼지고 있는 거죠. 이 세 가지 지점이 한국경제나 한국사회의 기초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공공기관 노조는 적어도 공공노동 뿐만 아니라 사회 공공적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또 전 사회적으로 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상대는 국가 권력입니다. 국가 권력에 맞서려면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그 동력은 앞서 말한 세 가지 문제를 다 담론으로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노조가 개혁을 추동해야 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노조 스스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과다한 복지 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 담론을 부각하면서 노조도 자기 개혁을 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성사된다면, 진정한 공공기관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것들이 노조가 해야 할 과제이며, 밖에서도 노조와 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임상훈: 낙하산 인사와 대비되는 거버넌스 개혁, 진짜 사용자인 정부와 노조의 책임있는 노사관계 구성, 공공부문의 정상적․합리적인 경영 등 세 가지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국민들이 이 세 가지가 국민의 삶을 좋아지게 한다고 인식하면, 여론은 기재부나 정부를 지지하지 않고 지난해 연말 철도노조 파업 때처럼 노조를 지지할 것입니다. 그러면 노동운동 전체가 강해질텐데, 현재로서는 ‘노정교섭이 이뤄지면 국민이 좋아지는구나’라는 비전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거버넌스 역시 ‘거버넌스가 바뀌면 국민이 행복하겠구나, 안심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공대위의 캐치프레이즈가 ‘국민의 품으로’라고 하는데, 그 내용이 좀 더 명확했으면 합니다. 
 
이승헌: 포지티브 전략으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면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잘 통하지 않아서 네거티브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정부 정상화 방안대로 정책을 추진하면, 민영화와 요금인상으로 여러분의 가계 경제가 더 구겨집니다. 재벌만 좋아집니다’라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 두 번 넘어져도 계속 공대위로 같이 가야”
사회자: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맞서 담론과 프레임을 어떻게 짜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를 공통의 과제로 제기해 주셨습니다. 또한 파편화된 공공기관 노동조합, 기관별 경제 실리주의를 어떻게 떨쳐내고 노조를 사회 연대적이며 개혁적, 통합적인 방향으로 이동시킬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현재 공대위의 싸움은 장벽에 부딪혀 있으며 투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주춤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전선을 넓히려면, 외연을 넓혀야 할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문제를 전체 국민들의 문제로 확대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는 토론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임상훈: 아까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민간부문, 공공부문 노사관계에는 여러 차이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현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민간부문은 시장과 현장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시장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직접적인 반면, 공공부문은 현장이 시장으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지도부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실리를 챙겨서 조합원을 설득하기보다 공공부문의 역할, 기능에 대해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조합원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일 것입니다. 이제는 노조 집행부가 다른 패러다임으로 조합원에게 접근해야 합니다. 실리를 줘서 선거에서 표를 하나 얻으려 하지 않고, 현장에서 떨어져 명분이라는 선물을 주면서 리더십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승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선배들께 외람된 말씀이지만 4월, 6월, 9월 위기에서 넘어져도 서로 등을 돌리거나, 공대위가 흩어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두 번 넘어져도 계속 같이 가야 합니다. 이번 정부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공공부문의 개혁은 분명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 추진 할 겁니다. 이번에 위기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공대위 체제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박용석: 저는 공공부문의 향후 투쟁 전망과 관련해 9월 국면을 희망적으로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화 대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노조의 연대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습니다. 기업별 실리 추구가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과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할 상황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즉 공무원과의 관계, 공공부문에 존재하는 임금의 모순 구조를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죠. 그래서 4월, 6월에 동력이 상실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 예산지침 대응 싸움은 정말 큰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밀리더라도 새로운 동기부여는 될 것입니다. 또한 9월에 공공기관 노조의 사회적 의제, 사회 공공성 투쟁의 문제가 전면적 의제가 된다면 현재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공대위도 공중전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를 강화하면서 거리 투쟁도 강화해 위기를 넘긴다면 결국에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회자: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그 속에서 노조의 대응 전략을 검토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공공기관은 현재 진정한 정상화를 위한 내외부의 도전 속에 있습니다. 노조의 숙제는 그 도전을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인데,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자신의 요구조건을 과감하게 주장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하반기에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에 노조는 긴장감을 갖고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며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공대위의 싸움을 통해 공공기관 종사자들도 재탄생하고, 공공기관도 거듭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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