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노동사회

[인터뷰]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구도희 0 4,513 2014.01.03 05:04
“삼성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삶을 바꾸자!” 
지난 2013년 12월10일 이 같은 구호를 내세우고 시민사회단체 하나가 출범했다.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를 감시하겠다는 이 단체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이하 지킴이)다. 세계인권선언일에 열린 지킴이의 출범식에는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 조대환 지킴이 사무국장이 있었다. 
 
삼성을 바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조 사무국장은 지킴이의 유일한 상근 활동가다. 외부에서 지킴이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숱하지만 내부에서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은 조 사무국장이 유일하다. 단체 출범 초기라 사무실 마련과 재정 자립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측면이 클 터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활동에 어려움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다부진 그다. 내부에서 지킴이를 꾸려가는 조 사무국장과 출범 이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12월17일 오후 용산구의 한 까페에서 조 사무국장을 만났다. 우선 출범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물었다. 
 
“출범 이후 지킴이에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더라고요. 회원 가입도 많이 받았습니다. 삼성과 관련돼 질문이나 상담하려는 사람들도 있고요.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거죠. 전반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상황입니다. 또한 언론에서는 주로 향후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단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문의합니다.”
 
지킴이는 특정 기업을 전담하는 최초의 단체인 만큼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출범 전부터 노동 및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정치계, 법조계, 언론계, 학계, 노동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인권단체의 지도자문위원만도 49명에 달한다. 그래도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조돈문 상임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 한 쪽에 지킴이의 둥지를 마련했다. 조 사무국장은 특히 한국비정규노동센터로부터 사무실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 받는데다, 미조직되고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삼성의 노동자들을 주체로 조직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에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베테랑 활동가가 삼성에 맞서기까지
조 사무국장은 현재 지킴이의 사무국장이자, 시민사회단체 ‘이윤보다 인간을’의 활동가를 겸하고 있다. 조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윤보다 인간을’은 사회운동단체이자, 활동가들의 단체다. 이곳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한지는 6~7년 정도 됐다고 한다. 
 
“‘이윤보다 인간을’은 쉽게 말하면 정치조직입니다. 그래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만, 사회운동 내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확장하는 일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회원들은 주로 노동조합 활동가, 인권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반 사회인들도 있어요. 다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동조합, 인권 단체에서 활동할 때 어떤 지향을 가질 것인지를 공유하며 자신의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단체인 셈이죠. 그리고 지난주에 지킴이가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은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당분간 활동 병행을 고민 중입니다. ‘이윤보다 인간을’의 경우 최근에 대외 활동을 줄였거든요. 그래서 현재는 단체 내부에서 조율과 소통 정도만 하고 있어서 지킴이와의 역할이 중첩되거나, 충돌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윤보다 인간을’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묻자, “계속 시민사회단체에서 있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 사무국장은 대학을 졸업한 후 1998년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를 거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출범 초반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했다. 한때 진보교육 연구소와 함께 교육비평에서 진보적 교육 이론을 담아내는 이론지를 만들기도 했으며, 이후에는 ‘이윤보다 인간을’에 합류했다. 시민사회운동을 한지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은 셈이다.
 
지킴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 역시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따랐다.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항상 뜨거운 화두잖아요. 저 역시 삼성에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또 삼성이네’라며,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삼성처럼 영향력이 큰 재벌기업이면서 노조를 탄압하는 자본이 많긴 하지만 삼성이 더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삼성이 만들어서 확장하는 이데올로기가 있기 때문이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편법 지배구조 전환과 불법 비자금 등 삼성이 저지른 범죄가 많은데, 무죄 판결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았잖아요. 이 논리가 다른 재벌들로 확장되고, 이를 본 국민들은 우리 사회 정의에 대해 포기하고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고, 민주사회로 가려면 삼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삼성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조직하는 일이 필요하죠.”
 
마침 경기도 수원에서 노동인권 문제를 두고 삼성과 오랫동안 싸워왔던 다산인권센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가들,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에버랜드 해고 노동자들도 상설되고, 안정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더 직접적인 계기는 삼성지회(에버랜드)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삼성과 관련해 싸우고,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결합해 201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지킴이에 대한 상을 잡아 나갔다. 그리고 조 사무국장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지역에서 삼성과 싸우던 동지들이 삼성에 대한 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단체를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었어요. 저 역시 삼성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적극 결합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 노동자의 노동인권 강화할 지킴이 
그렇게 조 사무국장은 지킴이 설립 단계에서 결합, 출범을 위한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울러 지도자문위원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킴이는 1년여 후인 지난 12월 출범식을 가질 수 있었다. 
 
출범 이후 지킴이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을 지지하며,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다시 삼성을 묻는다-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연속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회는 6차례에 걸쳐 삼성재벌의 사회적 책임 부재가 사회적 지배력 강화와 결부되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과 폐해를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지킴이는 이 토론회를 주관해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동현장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물론, 지킴이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민변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변호사들이 지킴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지킴이는 삼성 노동자의 노동인권 강화를 위해 언론을 조직하고, 삼성노조 지원과 엄호,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삼성 내에서 노조를 만들지 않더라도 부당한 노동인권 문제를 제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판단, 이 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대언론 활동을 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문제를 알리는 작업이 없으면, 삼성에서 일하는 분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거든요. 저희들이 삼성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 그 자체로 삼성을 감시하는 것이 되고, 삼성에서 일하는 분들은 ‘지킴이에 가면 내 문제와 고민을 나눌 수 있겠구나. 저 사람들을 믿고 상담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또한 조 사무국장은 삼성노조 지원 활동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분들이 계시니, 그 분들이 삼성노조를 지원하는게 제일 맞습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삼성 내부에서 노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분들이 찾아와서 노동권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노조를 지원하고,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 지킴이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삼성에 맞서기 위해서다. 조 사무국장은 “삼성에게는 ‘삼성 장학생’이 있으니까, 이들을 통해 문제를 정당화 하려고 하죠. 반면,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려고 하거나, 잘못된 점을 문제제기 하면 패가망신 합니다. 그런 이데올로기가 삼성 전체로 확산되면서 ‘아, 삼성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저렇게 되는 구나’, ‘정당한 권리를 외쳤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구나’라는 인식이 형성됐습니다. 그래서 지킴이 활동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문제제기를 하면 국회의원을 비롯해 법조인, 예술인 등 시민사회가 나서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삼성의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용기를 얻을 테니까요.”라고 설명했다. 
 
     
<2013년 12월10일 가톨릭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식>
 
“연대의 마음으로 삼성의 변화 위해 함께 갈 것”
아울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반올림 등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에 맞서 싸우는 조직들과의 향후 연대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관련한 문제 전체를 지킴이가 이끌기는 어렵고, 광범위한 사회노동운동에 결합해서 지킴이가 고민하는 삼성 투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풀어질 수 있게 앞에서 이끄는 역할을 할 겁니다. 반올림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대요. 반올림의 활동 목표는 삼성만이 아니라, 전자산업 전반으로 확장된 상태거든요. 그래서 반올림은 단체가 결합하기 보다는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협력한다는 거죠. 또한 삼성지회의 경우에는 노조를 만들어서 일상적 투쟁을 하고 있으니, 사업 계획을 조율해서 함께 사업을 벌여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지킴이 혼자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삼성의 노동자들을 지원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으로 다양한 사회 세력들과 함께 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조 사무국장은 삼성이 다른 기업들을 움직이고, 심지어 법을 바꾸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삼성에 맞서 싸워도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이 두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얘기했다. 결국 변화는 삼성을 바꿔야 한다는 모두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삼성은 불법파견을 했음에도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죠. 사실 저나 지킴이 출범을 준비하는 사람들 내에는 삼성에 대한 공포가 있었습니다.  삼성이 무서워서라기보다, 모두가 삼성의 편이기에 ‘싸워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진보진영 내에는 그런 공포가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반올림의 경우에도 처음에 ‘삼성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슈가 확산되면서 제보가 늘어났고, 몇 년에 걸친 투쟁 끝에 최근 교섭에 들어가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삼성을 굴복시키고, 모든 잘못을 반성하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삼성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면, 삼성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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