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이 진정 국민행복을 가져다주려면

노동사회

보수주의자들이 진정 국민행복을 가져다주려면

구도희 0 3,838 2013.11.04 04:12
개혁정당, 개혁정치인이 물러나고 보수정당, 보수정치인들이 나라를 다스린 지 6년째. 민주주의와 공동체가 파괴되고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과연 보수주의자들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살릴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패만 남긴 MB 정부 5년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명박산성’으로 화답했다. 또 죽지도 않은 4대강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아름다운 국토를 파헤치고 수십조의 국가예산을 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전용했으며, 건설사들은 온갖 비리와 부패로 날림공사를 했다.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실제로는 운하건설 전초 사업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기는 자원외교도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에만 9천억 원 이상 손실을 입었고, 쿠르드 원유개발에서도 4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어 잘못된 자원외교로 입은 손실을 모두 합치면 그 금액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대북강경책을 펴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갔고, 46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외면한 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 지어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켰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사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북한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점차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우리는 조선을 35년 간 식민통치 했으나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조차 하지 않은 일본과는 군사교류를 확대하고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중국으로부터 불신과 불만을 자아냈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구축하고자 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무색해져 버렸다.
 
이외에도 용산재개발 관련 참사와 축소 지시, 교과부가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직권수정명령을 내린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지시 사건, 반값등록금 투쟁에 참여한 대학생과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 및 공무원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기소, 대리투표 등으로 얼룩진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 처리, 갖가지 방법에 의한 KBS․MBC․YTN 등 공중파 방송 장악, 청와대 행정관 향응․성접대 수수 의혹사건 등 온갖 반민주적 처사와 부패비리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의 삶이 녹녹해진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경제성장률은 747공약이 무색하게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낮은 3%대에 그쳤고, 물가는 4% 가까이 상승했다. 20대 청년 고용률은 60% 이하로 떨어졌고, 특히 20~24세 청년 고용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 결과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 시기의 29.9%에 훨씬 못 미치는 10.7%에 머물렀고, 전세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상승폭은 연평균 24.5%에 달했다(선대인경제연구원, 2012). 1997년 전체 가구의 74.1%이던 중산층(가처분소득 88~263만원)은 2011년 67.7%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고소득층은 17.8%에서 19.9%로, 저소득층은 8.12%에서 12.4%로 각각 늘었다. 그 결과 지니계수는 0.264에서 0.313으로 높아졌으며, 소득 1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의 자산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로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핍박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외교만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마저도 망가뜨린 것이다.
 
 
약속 파기로 임기 시작한 박근혜 정부
 
뒤를 이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실정인 사회양극화를 염두에 두고 경제민주화․일자리창출․한국형 복지확립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 ‘지킬 것만 공약으로 내놨다’고 공언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에 덧붙여 ‘국민대통합’, ‘신뢰정치’, ‘더불어 함께 사는 안전한 공동체’ 등 사회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공약들을 내세웠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일부 공약 파기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취임 후에는 아예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한국형 복지확립․국민대통합․신뢰정치 등 다른 공약들도 ‘공약(公約)은 어차피 공약(空約)이 아니더냐’는 식으로 파기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의문스럽다.
 
‘지킬 것만 공약으로 내놨다’면서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은 기초연금 확대지급, 의료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100개의 지역사업 공약, 철도민영화 추진 반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등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경우 지난 4월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는 원래 예정대로 2015년 12월 목표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3월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에게 전작권 환수시기를 다시 한 번 연장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사실도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 알려졌다. 국민들에게는 약속대로 전작권 전환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미국에게 재연기를 타진한 것이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높아졌다는 것이 재연기 이유였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위협은 항상 있어 왔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악화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애당초 지킬 생각도 없는 공약(空約)으로, 표를 얻기 위해 거짓으로 약속한 것이다.
 
국민을 기만한 것도 문제지만 민족자존심을 이렇게 쉽게 저버렸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외국의 간섭 없이 군을 지휘·통솔할 수 있는 권리다. 자국의 군대에 대한 통제권은 외국군이 주둔하지 않는 것과 함께 한 나라의 주권이 온전히 자국민에게 있음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징표다. 그러기에 1960~70년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소련 그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립노선을 추구하면서 강대국의 횡포를 견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제3세계의 비동맹회의는 회원국이나 참관국으로 외국군이 주둔해 있지 않고 군사주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국가만 받아들였다. 1961년 25개국으로 출범한 비동맹회의는 1980년에는 회원국이 120개국으로 늘어났고, 이러한 다수의 힘으로 유엔총회에서 강대국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평시작전통제권을 이양 받은 1994년 이후인 1997년에야 겨우 게스트로 참석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이미 1975년부터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해 왔다. 어쨌든, 자국의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주권의 가장 핵심적인 표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주권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평시작전권만이 아니라 전시작전권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2012년 4월까지 환수받기로 한 전시작전권을 이명박 정부가 2015년 12월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면서 다시 연기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북한의 위협과 동시에 한국군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이 연기를 요구해야 할 판국에 한국정부가 먼저 재연기를 읍소했으니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일 것이다. 게다가 재연기의 이유가 최윤희 합참의장의 말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라면, 미국은 이를 빌미로 미국제 무기와 군사장비를 팔 수 있게 되니, 반대는커녕 내심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미국의 입장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우리 정부가 알아서 조치를 취한 것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전시작전권 문제는 민생과 직접 관계가 없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복지공약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중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20만원)를 기초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할 때마다, 항상 “이것만은 꼭 지키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랬던 약속이 취임 후 불과 6개월 만에 노인의 70~80%를 대상으로, 20만원 균등지급은 10~20만원 차등지급으로 대폭 후퇴했다. 그마저도 국민연금과 연계하면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기초연금문제는 그마나 나은 편이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약속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포함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약속은 정부가 발표한 4대 질환 보장계획에서 아예 빠져 있다.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간병비도 포함되는가”라고 묻자, 박근혜 후보는 “그렇다, 전부 해당된다”고 강조했었지만 간병비는 커녕 다른 지원도 완전히 없던 것이 됐다.
 
경제민주화 공약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초 언론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중점 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전반기 국회에서 통과했으니 거의 끝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핵심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발의도 안 된 상태다. 이미 경제민주화는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투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박근혜 정부로서는 향후 대기업의 반발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철도민영화에 대해서는 “철도 장기비전을 먼저 마련하겠으며 국민이 반대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취임 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경전선, 진해선 등 8개 지방 적자노선을 단계적으로 사기업에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 또한 최근 철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며 분할 민영화를 위한 법률정비에 착수했다. 노선별, 사업별 분할과 면허 규정 등을 담고 있는 법 개정은 ‘박근혜판 철도 민영화법’으로 불리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제도 정비는 여론수렴은커녕,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참여나 검증도 없이 국토부 공무원과 친정부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추진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니 선거 때는 표를 얻기 위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당선된 뒤에는 국민과의 약속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버리는 마키아벨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약 파기 두둔하는 보수언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새누리당은 물론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두둔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선거 때는 ‘박근혜 공약’을 대서특필하며 홍보했던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단 하루만에 ‘공약 파기’를 부추겼다. 인터넷뉴스 데일리안은 2012년 12월20일 편집국장 칼럼을 통해서 “박 당선인은 신뢰의 정치인입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해온 믿음직한 정치인입니다. 박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약속할 때, ‘꼭’, ‘반드시’를 강조했습니다……하지만 모든 공약을 실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많은 공약들을 5년 안에 실현하려면 우리 재정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돈을 마구 찍어내거나, 후세에게 부담을 주는 국채를 발행해서 하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박 당선인도 잘 아실 겁니다. 공약은 공약이라는 대범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약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시한 것들은 최대한 추진하되, 현실의 벽에 부딪친 것들은 완급을 가려 조절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현실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것입니다”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국민행복시대를 내걸고 출산과 보육에서부터 노후 대비까지 모든 세대의 걱정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총 131조 원이 들어가는 201개 공약을 내놨으나, 박 당선인이 이런 약속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나라 안 경제 사정과 나라 밖 경제 여건이 너무나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당선인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성장이 복지를 뒷받침하고 복지가 다시 성장의 바퀴를 굴려갈 수 있는 한국형 복지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며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 주겠다’는 말만 했는데, 이제부턴 ‘참아 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며,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당장 해야 할 것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을 구분하는 선거공약 아닌 국정(國政) 공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공약 수정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여성 대통령 박근혜…화려한 기록, 무거운 짐>에서 “박근혜에게 닥칠 가장 실존적인 도전은 경제상황”이라며 “저성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를 위협할 것”, “성장이 일정 수준으로 버텨야 복지도, 일자리도, 교육도, 민생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성장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 역시 “경제 잠재성장률 하락과 내수 침체, 중산층 붕괴 등 경제상황이 어렵다”면서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 지켜야 할 것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공약 수정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관련 법안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공약 변경을 두둔하고 나섰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공약 내용이 무조건 모든 분들에게 20만원씩 준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이 아니라 현재 60~80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장애인에게 현재 값의 2배를 지급한다고 (공약집에) 돼 있다. 우리들이 볼 때 우선 공약은 통합이고, 그것은 법에 의해서 단계적으로 한다는 취지였다……복지축소가 세계적인 경향이다. 국가부채가 아직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지만 어느 정도 이상 되면 국가 재정위기로 국가부도까지 갈 수 있다”면서 박대통령의 공약위반을 두둔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소득수준에 따라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방만한 퍼주기식 설계는 절대 안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처럼, 박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 보수주의자들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약이라면 자신의 이념이나 철학에 배치돼 지킬 의사도 없는 것조차 약속하고는, 일단 정권을 장악하면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런 적이 없다거나 상황이 달라졌으니 지킬 수 없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를 불러 모은 취임식에서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라고 다짐했고, 지금도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 나가서 끊임없이 ‘신뢰와 협력’을 외치고 다닌다.
 
 
민주주의와 대북정책 그르치는 보수주의자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주의자들의 문제점은 표를 얻기 위해 그 어떤 약속이라도 한다는 것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으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처벌회피용 정치공작, 검찰총장 관련 민간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 검찰 중립성 훼손 등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이것으로도 모자라 청와대로 찾아온 야당 대표를 일본의 아베 총리보다 적대적으로 대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반대파와 찬성파의 갈등을 야기하여 지역 공동체마저 파괴하고 있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은 온갖 위협과 설득으로 재가동 되었으나, 남북 간의 신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군사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와 다를 게 없을 정도로 경색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것은 남북대화를 외치면서 북핵 폐기를 전제하고, 우리나라 영공과 영해 심지어는 영토에서도 핵 무장한 미국 전함과 전투기가 배치되며, 북한에 적대적인 인사들이 군 수뇌부를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에 포진하여 ‘북한의 핵공격 시 사전 타격’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군국주의로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에 대해서는 이를 공식 지지·지원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항의는커녕 비판도 못해 중국으로부터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0월3일 미국․일본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관한 개방성과 투명성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의 주 대상으로 언급된 ‘제3국’은 주로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서 “미일 군사동맹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세계인들의 불안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일 양국이 “위험한 길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는 미일 양국에게는 공동의 적을 향한 효과적인 조치가 되겠지만,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을 부추겨 결국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과 미국이 직접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은 적지만, 국제사회의 맹주국을 둘러싼 두 국가의 경쟁은 남북한 충돌의 외형을 띤 미중전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주의자들의 대국민 사과에서 시작될 국민행복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수뇌부로 삼고 있는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은 복지․경제민주화 등과 같이 대다수 국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정책은 아무리 굳게 약속한 것이라도 핑계를 대며 내던진다. 반면 전시작전권․철도민영화 등과 같이 자신들에게 득이 되나, 다수 국민에게는 해가 되는 정책은 몰래 추진하거나 대통령의 권한, 다수당의 수적 우세를 무기로 밀어 붙인다. 야당과 국민의 비판이나 저항은 불통․국가보안법․공권력․언론조작 등 적대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청년층․중산층 등 ‘잠재적인’ 비판집단에 대해서는 돈․쾌락 등과 같은 미끼로 비판정신을 마비시키거나 실업․입시지옥 등으로 위협하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한다. 온갖 비리와 실책, 반민주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승리해 온 것은 국민 특히 중산층의 경제성장과 부에 대한 집착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이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이 그렇다. 다른 모든 보수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과 소득증대를 위해 4대강, 부동산개발, 자원외교, 자유무역협정을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을 통해 이런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살리고 국민소득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적 불평등과 대외종속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포함하지 않은 채 보수적인 대안을 고집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박근혜 정부 하의 보수주의자들도 자유무역협정 등 대외경제정책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보여 주었듯이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 않을 리 없다. 국민들의 지지가 낮은 정권은 조급한 마음에 보여주기 식의 졸속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은 ‘배제’, ‘억압’, ‘밥’, ‘쾌락’ 이외 다른 통치방법은 알지도 못하고, 실천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일제식민지로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온갖 잘못을 청산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도 없으니,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간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했던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왜곡 작업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국민행복을 원한다면, 먼저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과 북한에 대해서도 진정한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야당과 국민도 적극 협력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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