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사회

[인터뷰]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구도희 0 4,440 2013.09.04 03:38
8월2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신승철 위원장을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인터뷰 장소에 온 그는 취임 후 한 달간의 격무로 몹시 피로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망을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금세 그늘이 사라지고 목소리에 활력이 돌았다. 신승철 위원장은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강조했다. 매년 되풀이해왔던 사업들도 관성에 맞춰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새롭게, 좀 더 전략적으로 숙고하면서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정책대의원대회’ 개최나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기금 200억 원 모금, 연합정당 정치 방침의 확립 등이 잘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어쨌든 민주노총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크게 꿈틀댈 거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약속을 지킨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신승철 위원장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빈다.  
 
 
숙의구조 강화하고 ‘정책대의원대회’ 열 것
 
이주환: 늦었지만 위원장에 당선된 것 축하드립니다. 본인을 지지한 대의원들의 요구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위원장으로서 활동한 소감은?
 
신승철: 대의원들이 저와 유기수 총장 후보조를 택한 이유는 공조직 중심으로 통합력과 단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적인 의사결정체계를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를 강조한 것에 대해 대의원들이 공감해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회 곳곳에서 민주노조운동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고 민주노총이 해야 할 것도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민주노총이 변혁과 진보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주환: 집회문화를 바꿔 연설을 3분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약속 잘 지키고 계십니까? 
 
신승철: 간담회 같이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그렇지 못하지만, 집회 인사말이나 대회사 등은 3분을 넘기지 않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시간을 재겠다는 분들도 있었고, 3분은 너무 짧으니 더 하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연설을 3분만 하겠다는 약속은 우리 조직문화와 집회문화를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지금 집회 모습을 보면 무슨무슨 위원장들만 앞에 나와서 비슷한 이야기를 길게 하면서 참여자들을 대상화시키고 있잖아요.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3분 이내 연설을 약속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짧게 연설을 하다보니까 다른 분들도 조금씩 연설이 짧아지는 것 같아요. 작은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이주환: 공조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신승철: 당선되자마자 산별대표자 간담회, 지역본부장 간담회, 사무총국 수련회를 했습니다. 중앙위원회 수련회도 8월 말에 개최합니다. 그리고 11월 노동자대회를 끝내고 나면, 내년도 사업계획의 큰 그림을 잡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 총연맹 사무총국과 각 산별단위조직 사무총국이 모두 참여하는 ‘전국 사무총국 수련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중앙위원회 수련회나 전국 사무총국 수련회는 지금까지 한 적이 없었죠. 이렇듯 결정만 내리고 마는 회의가 아니라 다양한 의제를 두고 좀 더 풍성하게 소통할 수 있는 논의공간을 확대함으로써 조직 내 숙의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실천력을 높여내고자 합니다.   
저는 결정만 하는 회의에 대해 회의적이에요. 풍부한 소통과 논의가 없다면 결정이 되더라도 참여자들의 실질적인 동의가 모이질 않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정은 실천력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동일한 결론으로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 의견을 진솔하게 나누면서 의견을 통일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숙의 과정을 통해서 참여자들이 자신이 실천할 것들을 결의해나가는 거죠. 민주적 조직의 권위와 공조직의 위상은 다양한 대화와 소통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의제가 있을 때 한 번 회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간담회 등 대화의 공간을 충분하게 가지려고 합니다. 모든 회의구조를 그렇게 만들 생각입니다. 한편, 제가 앞서 총연맹 및 가맹 산별단위조직의 사무총국 수련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를 ‘정책대의원대회’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 사무총국 수련회는 민주노총의 핵심간부가 전부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 속에서 총연맹과 산별연맹의 역할 및 전략, 각 조직의 2014년 사업계획 등을 입안단계부터 논의하고 통일해나간다면, 이후 1,000명의 민주노총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의원대회에서도 정책을 숙의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합원 창의성 수용해 운동의 소프트웨어 변화시켜야
 
이주환: 민주노조운동의 소프트웨어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승철: 우선 지켜야 할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이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주성과 민주성, 연대와 단결의 정신, 사회 변혁에 대한 지향 등 노동조합 활동가가 가져야 할 기본 이념들입니다. 다음으로 바꿔야 할 부분은 자신의 틀만을 고수하는 태도입니다. 진보는 변화를 의미하는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칭 진보 활동가들이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평가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운동 초기에는 민주노총이 깃발만 들어도 사람들이 모이는 당위와 대의가 사람들 인식 속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형식적 민주주의가 진전됐고, 또 현장에 조합원들을 대상화시키는 자판기식 노동조합운동이 만연하면서, 이제는 당위와 대의만으로는 단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결국 소통이 필요합니다. 위로부터 아래로 말고 아래로부터 위로의 소통, 그런 속에서 간부들도 스스로를 변화시켜야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촛불시위가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에 근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발성과 창조성이 조합원들에게도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집회에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요구를 가져오게 만들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와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주환: 생활정치와 지역정치 강화를 주장하셨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총연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신승철: 무엇보다도 생활정치와 지역정치의 주체를 세우는 것이죠. 핵심적인 역할은 해당 지역의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해야 할 테지만, 총연맹 역시 좋은 사례를 전파하고 반성할 부분이나 평가 지점을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총연맹은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운동의 생활정치, 지역정치란 결국 노조의 이름으로 공장울타리를 넘어서는 사회적 실천을 만들어내는 것일 텐데요. 이를테면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자기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데 돈과 사람을 지원하고, 그런 활동 속에서 지역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위상을 강화하고, 그 바탕 위에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실천할 수 있을 겁니다. 얼마 뒤면 이른바 ‘87년 세대’들이 정년퇴직을 하게 될 텐데요. 이들에게 각 지역의 민주노조운동이 만들어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을 활동공간으로 열어주거나, 또는 미조직비정규직 조직사업에 참여하도록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노동운동 속에서 단련된 노동자들이 생활정치와 지역정치에 나설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들이 제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삶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지역정치와 생활정치에 있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의 가치를 공장 밖 지역사회로 
 
이주환: 민주노총이 왜 생활정치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승철: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보니 제도와 사회를 바꾸는 실천의 필요성을 느껴 ‘정치세력화’를 하고 진보정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진보정당의 활동은 의회정치, 인물정치 중심으로 진행됐잖아요. 그러다보니 비례대표로 상당수를 국회로 보냈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경우는 매우 소수였습니다. 그 핵심 원인은 공장울타리 안에서는 노동자라는 이름과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질서 아래서 진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공장울타리 밖에서는 중산층이나 서민의 이름 아래 보수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가치의 불일치 상황’을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치의 불일치 상황을 해결해나는 활동이 바로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생활정치란 노동운동의 진보적 가치가 노동자들의 공장 밖 일상 속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인 거죠. 작업복 입었을 때는 노동자고 노동조합원이지만, 일상복을 입으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관행을 깨야 합니다. 저는 인물정치와 의회정치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활정치와 지역정치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정치세력화는 반쪽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운동이 의료생협이나 교육생협, 사회공헌사업 등 어떤 형태든 노동자의 이름으로 지역 소외계층과 연대하는 사업들을 만들어갈 때 정치세력화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민주노총의 힘은 조직력뿐만 아니라 정책 대응능력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의 정책역량을 어떻게 키워갈 생각입니까?
 
신승철: 현재 민주노총은 중요한 정책을 만드는 능력은 뛰어난데, 이를 실제로 실현하는 능력은 취약한 것 같습니다. 일단 정권과 자본이 민주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책을 수용할 리가 없잖아요.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관련된 공약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정책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여권이 선심성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한편, 저는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정책역량이 너무 분산돼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 민주노조운동은 매우 다양한 영역에 대응하고 있는데, 정책역량이 분산돼 있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해서 저는 총연맹 정책연구원과 각 산별단위조직의 연구소를 통합하여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기능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통합하여 운영하면서, 내용적으로도 각 연구소들이 전체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정책을 생산한다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소통과 참여로 만들어질 ‘미래전략’
 
이주환: 연장선상에 있는 질문일 수 있는데요. 미래전략위원회는 어떤 배경과 고민 속에 제출된 공약입니까?
 
신승철: 조합원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의 이질성이 확대되면서, 과거와 달리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지향과 의견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다양한 경향들이 집행권력을 두고 경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전략과 가치는 20년 전 그대로입니다. 때문에 민주노조운동이 변화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지향해야 할 것에 대한 전략적 고민들을 소통하고 통일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전략위원회는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그런데 80만 조직의 ‘미래전략’이라는 게 몇 사람이 연구해서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초안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조직의 구성원들이 전략적 가치와 목표를 논의하면서 동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것에는 참여 안 하면 그만이거든요. 사회가 다양화되고 개인화되서 민주노조운동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역으로 말하면 개인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실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개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적극적인 활동가들을 얼마든지 길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일단 당위의 깃발을 꽂고 나서 여기로 모여라 하고 외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현장 조합원들의 실제적인 동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래전략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참여와 소통 속에서 주요 의제들의 내용을 채워가기 위한 소통구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럴 때 변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지금 전국 사무총국 수련회, 정책대의원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숙의공간 속에서 다양한 전략과 의제들을 논의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장기적인 지향과 전략을 고민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강화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 단계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산별추진위원회, 조직 내부 혁신 방안을 검토하는 혁신위원회 등을 이와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겁니다.   
 
이주환: 민영화나 장기투쟁사업장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반기 투쟁계획의 초점은 무엇입니까? 
 
신승철: 구체적인 하반기 사업계획은 논의 중입니다. 곧 제출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투쟁계획의 한 축은 민영화와 연금개혁 대응이고, 또 다른 한 축은 노동 기본권 문제 대응입니다. 쌍용자동차 투쟁이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등 장기투쟁사업장들에서는 당연히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고요.    
 
투쟁 속에서도 대화 틀 마련 고민할 것
 
이주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쟁뿐만 아니라 대화도 필요할 텐데요. 현 정부는 민주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승철: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정부가 민주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먼저 제의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에도 참여할 수 없죠. 그렇지만 제도적 참여를 아예 배제할 수도 없는데요.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대화체계를 구성한 경험이 몇 차례 있습니다.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해보고 있습니다.   
한편, 노사정위원회 문제와 관련해, 기존 노사정위원회 운영방식이 갖는 문제점들은 무시하고, ‘왜 민주노총이 참여하는가 하지 않는가’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 틀을 깨야 합니다. 사안별 협의 참여는 가능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현재 철도 민영화가 중요한 현안인데, 이와 관련해 철도노조 당사자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노사정 협의구조를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나아가 철도산업의 발전전략에 대한 능동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민영화 문제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해나가면서 사안별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 구조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이번 중앙위원회 전후로 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전략조직화사업 기금, 200억 모은다 
 
이주환: 사무총장 시절 전략조직화사업 기금 마련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략조직화사업이 어느덧 제2기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신승철: 제1기 전략조직화사업은 활동가 양성에 집중했으나 이후 관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목표했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제2기 전략조직화사업은 현재 평가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2기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이 사업이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훨씬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1기 기금이 5억 원을 목표로 했고, 제2기는 50억 원을 목표로 했습니다. 당시 제2기 기금 모금은 제가 제안했었습니다. 제3기를 위한 기금 모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현재 제3기 전략조직화사업 기금 모금의 목표를 20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전략조직화사업 기금 200억 원 마련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사업이 아닙니다. 목표액 자체는 전술적 목표일뿐이죠. 전략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사업은 사회적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이 전조직적으로 나서면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정규직 중심의 사고방식과 관행에 길들여져 있는 사업장단위조직의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의제이기도 하고요. 이 사업을 바탕으로 홍보전술이나 내부혁신 방침들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게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소프트웨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창립된 이래 18년간의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보면 사업계획을 제시하는 틀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추상적입니다. 구체적인 맥락적 판단 속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조직 내부를 바꾸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야합을 넘어서기 위한 연합정당 전략
 
이주환: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으로 이른바 ‘연합정당론’을 지지하면서 의제 중심의 정당연합을 얘기하셨습니다. 조금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승철: 제가 생각하는 연합정당은 단순한 한시적 선거연합이 아니라, 합의된 의제를 중심으로 각 진보정치세력들이 상호 독자적인 정체성을 인정하되 조직적으로 통합한 정당(블록정당)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나 각 진보정당 지도부가 주도해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과거 경험을 봤을 때 그런 방식은 진보정당운동의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지도부가 “진보가 힘을 모아야 하니 합치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당연히 ‘야합’이라고 합니다. 
한편,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 해보니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대략 85%입니다. 이러한 광범한 심정적 지지를 기반으로 아래로부터 통합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80만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실제로 필요한 진보정당운동의 상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그룹들로 갈린 정치활동의 중심을 모아내고자 합니다. 새롭게 전략을 정비하고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를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방향의 정치방침을 확정할 수 있다면, 현재의 진보정당들에게 조직통합과 ‘연합정당’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대 대중조직에서 아래로부터 모인 조합원들의 의견을 정당들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이러한 대중적 요구에 근거한 각 정당들의 연합 모색은 ‘야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연하게도 연합정당을 위한 모색의 과정 역시도 대중적으로 공유되어야 하고요. 과거의 경험에 근거했을 때 진보정당운동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의견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실제 제가 지난 2년간 다양한 정파 활동가들과의 소통 속에서 확인한 결과입니다. 조만간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수련회를 하는데, 다양한 정파들도 참여하도록 요구할 겁니다. 의견그룹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치전략의 방향을 다듬고,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된 방침의 위상을 강화하고 실천력을 높여내고자 합니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지킨 위원장으로 남고파
 
이주환: 마지막 질문입니다. 임기가 길진 않은데요.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신승철: 제 임기는 정확히 1년 5개월이 남았습니다. 저는 대의원대회 때서도 얘기했지만 공약을 지킨 위원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공조직 중심의 통합력, 단결력이라는 것을 마련해서 공조직이 자기 위상을 회복하고 민주노총이 이 사회의 진보에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일한 ‘머슴’ 같은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주환: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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