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중심에서 노조 조직화로

노동사회

노사관계 중심에서 노조 조직화로

admin 0 3,047 2013.05.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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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제노동자교육협회(IFWEA)가 발행하는 『노동자교육』(Workers' Education) 2001년 8월호에 실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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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존경받는 미국의 노동교육가인 로이스 그레이(Lois Grey)는 서구 나라들의 노동교육과는 달리 미국 노동교육은 노사관계 교육이었다고 지적했다. 노동교육의 "핵심 과정"은 단체교섭, 근로계약 운영, 고충처리 및 중재 등으로 이뤄졌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노동교육에서 가장 큰 변화는 노조 지도력 문제가 교육의 중심 주제로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 노동/노동자교육의 구조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상당히 틀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미국의 고유한 특징은 노동교육 전달 시스템이 노동조합 조직과 대학에 부속된 노동교육센터에 의해 정확히 양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노조들은 지도부와 활동가들에게 자체 교육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다른 노조들은 대학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조는 양자 모두를 활용한다. 게다가, 미국노총(AFL-CIO)은 교육과정의 목표와 '가르치면서 배운다'(train-the-trainer)는 원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부를 두고 있다. 조지미니센터(George Meany Center for Labor Studies) 전국노동대학은 미국노총 가맹조직들이 이용하는 노동조합 교육센터이자, 동시에 노동학과 관련된 학위를 주는 대학제도의 일부이기도 하다. 

노조 조직화가 교육 목표

susan_01.jpg지난 10년 동안 미국 노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은 노조 및 대학이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노조 조직화와 관련된 과정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다. 이것은 90년대 들어 노동력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조직률이 계속 하락한 데 기인한다(실제 조합원수는 지난 45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 잘 알려진 대로, 역사적으로 미국 노동운동은 단체교섭을 통해서 작업장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프랑스 등과 달리, 미국 노동법은 대부분의 경우 단체협약의 적용범위를 동일 산업 혹은 동일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까지 확장시키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수가 노조 전략에 중요하다. 

조직화 교육과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조직화 교육훈련에 대한 합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조직화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합의의 부족은 미국 노동운동 내부에 조직화 전략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엄청나게 복잡한 미국 민간부문 노동법과 이 법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미국은 일반인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 조합원 자격은 개별 사용자와 단체협상을 하는 단위에 속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미국의 노동조합 구조는 몹시 분절·분산되어 있다. 이런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벌어진 노동력의 부문별 및 지리적 이동과 결부되면서 노동조합들 사이에 (조합원 가입을 둘러싼-역자) 관할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노조들 사이에 조직화 캠페인을 둘러싸고 경쟁이 심화되어 왔다. 이러한 경쟁은 효과적인 조직가 교육프로그램, 특히 복수노조(multi-union)를 위한 공개 과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들어, 일부 지역 혹은 부문의 노조들은 복수노조 조직화 캠페인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일단의 노조들은 최근 푸에르토리코와 매릴랜드 주에서의 공공부문 단체협상권 쟁취를 위해 다함께 노력했다. 

조직화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연구"와 "전략적 캠페인" 훈련이 있다. 전자는 복잡한 정보(특히 인터넷 정보)를 사용하기 위한 노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이를 통해 잠재적인 조직 대상을 선정하고 효과적인 조직 방안을 준비한다. 전략적 캠페인 훈련은 조직화 혹은 협상 기간 동안 노조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전략적 캠페인은 복수노조와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최대한의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조 활동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다자간 조정,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조정은 미국 노조에는 생소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위해 노조 지도부와 활동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제공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학 교육과 지도자 양성 과정의 확대 

미국노동자들이 조직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학 기초 과정을 배워야 한다. 초중등 학교의 교과 과정에는 경제학 과정이 없으며, 경제학은 직업학교나 대학입시에 필요한 과목이 아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관점은 신자유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미국노총 교육국은 '알기 쉬운 경제학'(Common Sense Economics)이라는 새 교과과정을 마련했다. 이 과정은 '가르치면서 배우는' 형식을 통해 일반 조합원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금까지 39개 주에서 700명의 강사를 양성했다. 이 강사들은 노조 사무실, 중앙노동협의회, 각종 회의장 등 노조 활동가나 노동자들이 모이는 어느 곳이든 가서 경제학을 가르친다. 몇몇 노조들은 '알기 쉬운 경제학'(CSE)을 자체 교육과정에 통합했다. 예를 들어, 미국전기노조(IBEW)는 자체의 건설노동자 조직화 교육훈련 프로그램(COMET)에 이 과정을 편입시켰는데, 이를 통해 건설노동자들이 조직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 등, '알기 쉬운 경제학'이 COMET 프로그램을 강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조합과 대학의 노동센터들, 혹은 노조와 대학의 콘소시움은 많은 수의 지도자 과정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미국서비스노조(SEIU)는 몇몇 학술기관과 함께 대규모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뉴욕에서 뉴욕중앙노동연맹은 뉴욕주노사관계대학(코넬 대학)과 함께 대규모 노조 지도자 양성 과정을 개발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노동운동은 주 예산을 배당 받아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과 버클리의 노사관계 프로그램과 연계된 새로운 단체를 만든다. 노조 지도자 교육이 새 단체의 주요 활동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민과 세계경제에 관한 교과과정이 미국노총 교육국의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은 미국노총 안의 공공정책국, 국제국 그리고 조지미니센터가 함께 돕고 있다. 이것은 세계경제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조지미니센터의 활동

조지미니센터가 가진 시설과 운영은 노조의 건설, 성장, 활동에 초점을 둔 전통적인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새로운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의 교과과정을 점검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센터의 중재 수업은 더 이상 법률적이고 기술적인 테크닉을 강조하지 않으며, 대신 노조가 어떻게 중재 사건을 조합원을 동원하고 활동적으로 만드는 데 활용할 것인가 등의 실천적인 문제를 다룬다. 아마도 조지미니센터에서 가장 중대한 발전은 학위인정(degree-based) 과정의 성장이다. 1997년 전국노동대학을 설립하고 노동학 과정에 학사 학위를 확대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등록된 학생 수는 200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학생 수는 거의 4천 명으로 늘어났다. 더 중요한 것은 학사 과정에 등록된 여성 및 소수민족의 수가 10% 이하에서 30%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노동자/노동조합 교육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과장해서 말하고 싶진 않다. 우리는 아직 "전략적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노조에 요구되는 변화의 강도가 모든 수준의 지도부와 활동가들 사이에 학습 요구를 부추김으로써 전환의 새벽을 맞고 있음은 분명하다. 많은 노동교육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조는 여전히 새 조합원을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해 교섭, 협약 이행, 보건안전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노동교육 분야에서 우리는 새 과정과 전통적인 과정에 대한 수정된 접근을 통해 이러한 도전에 맞서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각국 노동 형제들의 지원과 연대를 위해 우리의 손을 내밀고 있다. 

* 관련 사이트
조지미니센터 
www.georgemeany.org
미국노총 www.aflcio.org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