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와 노동자 생활

노동사회

북한경제와 노동자 생활

admin 0 3,669 2013.05.07 11:09

1. 들어가는 말

1978년 북한이 제정한 사회주의 노동법에 의하면, '사회주의 하에서의 노동은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된 근로자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 노동', '모든 물질적 및 문화적 재부의 원천이며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개조하는 힘있는 수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국제 사회주의의 후퇴 속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하며, 사회주의를 건설, 고수하는데 전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 사회주의 몰락과 김일성 주석 사망 등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는 김정일 체제에서의 북한 경제정책과 노동자 삶을 살펴본다. 

2. 김정일 체제와 경제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1998년 9월 이후부터 북한경제는 실물부문, 경제제도, 경제정책 등 여러 면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첫 변화가 소폭의 플러스 경제성장이다. 2000년 4월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환기의 북한경제」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실물 부문에서 1999년 들어 10년 만에 첫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변화는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과학기술 개발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유난히 강조한 북한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은 2000년 7월 4일 공개된 노동신문과 근로자의 공동논설 '과학 중시 사상을 틀어쥐고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2001년 공동사설에서도 '올해 경제건설의 중심과업은 현존 경제토대를 정비하고 그 위력을 최대한 높이면서 인민경제 전반을 현대적 기술로 재건하기 위한 사업을 착실히 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든 공장, 기업소들을 대담하게 현대적 기술로 갱신해 나가며, 최신 과학 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생산기지들을 일떠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999년 11월 내각에 전자공업성을 신설했으며, 2000년 노동당 창건 55돌을 앞두고 발표한 당 중앙위 구호를 통해 '전자공학, 생물공학을 비롯한 과학 기술의 첨단 분야를 빨리 발전시키며, 전자 자동화 공업과 컴퓨터 공업 발전에 힘을 넣어 21세기 현대적인 공업을 창설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경제의 현실은 여전히 농업 생산력 증대와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분야의 생산력 복원이라는 해묵은 과제의 극복에 있다. 2001년 신년 공동사설이 이같은 과제를 거듭 강조한 것은 북한의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생산 정상화를 위해 에너지, 금속, 운송 등에 우선 순위를 두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셋째로 '김정일 식 경제개혁'의 주된 내용으로 먼저 연합기업소 체계의 해체를 들 수 있다. 연합기업소 체계는 70년대 초 채택된 북한의 중요한 공업지도 관리체계로서 주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기업소가 산하에 원자재공장, 기업소를 거느리는 수직적 기업통합 형태의 거대 기업집단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편한 이후 올해 초까지 시설규모나 생산실적이 큰 생산업체 등 40여 개의 공장·기업소 조직을 개편했다.

동종(同種)·이종(異種)의 공장·기업소를 하나의 경영단위로 묶은 연합·종합 기업소에 대한 조직 개편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적 생산' 방침이 개별 공장·기업소의 채산성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실리 보장'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중운동으로 '제2의 천리마 대진군'을 채택했으며, 헌법 개정과 함께 행정기구 축소와 외국인투자관련 법규 개정 등 경제제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경제력'이라는 개념을 새로 동원해 '불패의 군력과 정치사상적 위력은 반드시 강력한 경제력에 의하여 안받침 되어야 한다'며 '21세기에 상응한 국가경제력을 다져 나가는 것보다 더 중대한 과업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3. 북한의 노동현실

1) 북한의 경제활동 인구


1997년 4월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용환 책임연구원이, 북한이 1994년 1월 국제연합 인구활동기금(UNFPA)의 도움을 받아 해방이후 최초로 실시, 1995년 유엔에 보고한 인구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노동가능인구(1447만 6천명)의 76%인 1천1백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한의 61.5%에 비해 높은 것이다. 이중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68.9%로 남한보다 20%가량 높았으며,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5%나 됐다. 직업별로는 농민보다 기업소 노동자수가 2.7배 가량 많아 북한이 농업사회가 아닌 공업 위주의 사회임을 보여줬다.

2) 북한 노동자들의 직업배치

북한의 헌법 제70조에 보면 '노동능력이 있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장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노동법 제5조에서는 '모든 근로자들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국가로부터 안정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장받는다'고 되어 있다. 

북한 주민의 직장배치는 중앙당의 계획에 따라 부문별 수요와 계층별 심사를 거쳐 할당 배치되며, 직장의 자의적 이동 역시 조직되고 있다. 직장 배치에서 일차 판단기준은 당사자의 성분과 당성이라는 정치적 측면이며, 그 다음이 학력·자격·활동력·근무평점·실무능력 등 종합적인 집무수행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집단배치가 아닌 경우에는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

특히 집단배치의 중요대상은 탄광·광산·철도·임업·제철소·제강소·농촌 등 어렵고 힘든 부문이며, 또 공장·기업소·농장 등이 신설되어 인력이 부족한 부문으로 김정일 총비서의 비준을 받아 집행되고 있다.

집단배치에서 제외되는 대상은 평양의 경우 외국어학원, 제1고등중학교, 각 구역 1고등중학교, 금성 제1·2고등중학교 등이며, 각 도·직할시 제1고등중학교, 외국어학원, 예술전문학교 등이다.

3) 북한의 생활비와 식량배급

북한 사회주의 노동법 37조에 의하면 '근로자들은 성별, 연령, 민족별 관계없이 같은 노동에 대해 같은 보수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38조에 보면 국가는 근로자들이 노동과정에서 소모하는 육체적 및 정신적 힘을 보상하는 원칙에서 생활비 등급제를 정하고 있다. 제39조에는 노동자 사무원, 협동조합들에게 적용되는 생활의 기본형태는 도급지불제와 정액지불제며, 생활비의 추가 형태는 가급금제와 상금제를 명시하고 있다. 대체로 근로자, 농민에게는 도급지불제, 의사 교사 사무원 등은 급수에 따라 정액지불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노동자들은 노동의 대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즉 맑스의 노동개념에 따라서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힘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이 임금이다. 그러한 배경에서 북한에서는 임금이 생활비라는 말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임금은 노동강도에 따라서는 5가지로 나눠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 제1부류조립 등 경노동자 △ 제2부류전기공, 선반공 등 단순노동자 △ 제3부류건설분야 종사자 등 중노동자 △ 제4부류기관사 등 위해 분야 노동자 △ 특부류용해공, 염산제조공 등 유해분야 종사자들이다.

노동강도에 따라 이처럼 분류된 노동자들은 같은 부류라 하더라도 작업의 양과 질, 근무연수에 따라 1년에 1원 30전∼1원 50전 정도의 임금 차이가 나고 있다.

또한 2000년 1월 국가정보원이 펴낸 탈북자들의 증언집 「최근 북한실상」에 의하면 북한 일반 노동자들의 월 임금은 80∼100원 사이다. 1997년 10월 나온 민족통일연구원이 자료를 보면, 북한 당·정무원 관료들의 평균 봉급은 월3백∼3백50원(북한 원)으로, 이를 우리 원화로 환산할 경우(1대 4백) 12만∼14만원에 해당한다.

이어 △ 특급기업소 지배인(공장장)과 1, 2급 기업소 지배인 250∼300원 △ 대학교수 120∼200원 △ 고등중학교교원 80∼100원 △ 의사 60∼150원 △ 작가, 예술가, 배우 80∼180원 △ 기자, 방송원 90∼180원 등의 순이다. 또 근로자 가운데 광부, 제철, 제견공 등은 90∼100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반면, 중노동자는 92원, 경노동자는 59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우리의 '화이트 칼라'에 해당하는 일반 사무원의 봉급은 60∼70원이며, 여관 식당 이발소 등 서비스직종은 50∼80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금수준이 낮은 사무직, 경공업직, 상업유통 및 보건종사자 등에는 여성들이 많으며, 임금수준이 높은 관료, 대학교수, 중공업 근로자 등에는 남성들이 많은 등 북한에서도 남녀간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5단계 노동분류는 식량배급에서도 그 차이가 나타나는데 명분상 규정에 의하면 1·2부류는 1일 7백g, 3부류는 8백g, 4부류는 9백g을 지급하고, 특부류는 9백g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있다. 1997년 당시 ㎏당 6천 루블(미화 1달러)인 러시아 쌀에 비교하면, 북한의 식량배급 실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4) 노동자들의 생산증산경쟁과 기술혁신

북한은 경제를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계획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1960년대 사회주의 경제관리 형태인 대안의 사업체계를 마련했으며, 이는 경제관리에서 개인의 주관과 독단을 없애고, 정치적 방법으로 경제과업의 수행에 조직 동원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1961년의 천리마운동, 1973년의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이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이러한 관리체계 하에서 정치사상의식을 높이면서 생산증대에 힘쓰고 있다. 또한 북한은 예술 경제선동대, 방송선전차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시대변화의 요구에 맞게 정치사업을 조직할 것을 호소하는 등 경제선동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전력을 비롯해 금속·기계·광업·경공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또한 평양방직기계공장 등은 하루 1시간씩 '기술학습'을 진행하는 등 일과후 직장별로 기술혁신을 위한 기술학습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2001년 4월2일자 조선신보). 한편, 북한 재정성은 2000년 초부터 공장·기업소 등 생산부문에 대한 독립채산제 운영과 그에 따른 장려금 지급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2000년 2월 23일자 민주조선). 재정성이 작성한 규정은 △ 원가절약에 따른 장려금제 실시 △ 자재 회수와 유휴자재 동원 및 그 이용에 따른 장려금 지급 △ 생산계획의 일원화 및 세부화 △ 원가 계획과 절약과제의 합리적인 수립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공장 가동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부추기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를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5) 노동시간, 휴식 및 사회보장

사회주의 노동법에 의하면, 북한은 8시간 노동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해로운 조건을 가진 생산부문과 지하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일을 7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직업총동맹에서 규정하여 북조선인민위원회에서 비준하게 된다. 생산기업과 사무기관에서 일하는 14세로부터 16세까지의 소년의 경우, 노동일은 6시간이며, 모든 산업부문에서 14세 미만자의 노동을 금하고 있다. 시간외 노동은 특별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되 1년에 250시간을 넘지 못한다. 

또한 1주에 하루씩 휴식을 보장하며, 국가가 제정한 명절날과 일요일은 쉬는 날로 정하고 있다. 명절은 매년 1월 1일, 3월 1일, 5월 1일, 8월 25일, 12월 31일로 규정하고 이외 지방인민위원회에서 지방 및 민족적 종교 풍습에 의하여 매년 6년차 내의 특별휴식일을 가진다. 또한 해마다 14일간의 정기휴가와 직종에 따라 7일 내지 21일간의 보충휴가를 받는다. 여성근로자들은 정기 및 보충 휴가 외에 근속연한에 관계없이 산전 35일 산후 42일간의 산전산후휴가를 받는다. 1970년 이후부터 북한 여성의 대부분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 인민의 아침은 청소로 시작되며, 여성들은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7시보다 두 시간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한 후 거리 청소를 한다. 일과가 끝나면 바로 총화에 들어가는데 대체로 근로자들의 일과 종료는 오후 5시나 6경이다. 북한 노동자들의 여가 생활은 독서나 산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청취 같은 사소한 것부터 쇼핑, 문화생활, 체육생활 등이 1990년대에 들어와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이외 북한의 노동자들은 국가사회보험제에 의한 다양한 연금 혜택을 받도록 되어있다.

사회보험제도를 운영을 위해서는 기금 확보는 노동자와 사무원의 노임에서 매월 1%의 보험료를 적립시키는 한편, 국가 기업소, 사회단체에서 임금의 5∼8%를 부담하고, 국고 및 지방비에서 지출되는 사회보험 행정비로 충당하고 있다. 북한의 사회보험은 크게 장기보조금 성격의 연금제도와 단기보험금 성격의 산재보험 및 실업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근속노동연한을 가진 연로연금이나 질병 등에 의한 연금은 기본임금의 60∼80%를 지급 받으며, 식량배급도 1일 300g∼600g정도를 지급 받는다. 산재보험은 1급∼5급으로 나누며 대체로 임금의 최고 75%∼최저 50%까지 지급된다(1995년 8월 15일자 연합통신). 

4. 결론

북한은 자립경제이론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으며, 이것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이는 또한 경제건설 분야에서의 주체사상을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자립경제의 본질적 특징은 자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경제라고 주장한다. 
199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나온 「통일후의 노동정책」 보고서는 급속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 지역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북한주민들이 남한지역으로 이주하는 등 노동시장의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 등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의 지적대로 통일 과정에서 일어날 여러 상황을 착실하게 점검하고 그 대비책을 세울 때만이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