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청문회에서 밝혀야 하는 것들

노동사회

쌍용차 청문회에서 밝혀야 하는 것들

편집국 0 3,868 2013.06.06 05:17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의 핵심기술을 확보한 후 자본 철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쌍용차가 심각한 부실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국내 경영진, 그리고 회계법인들과 공모하여 유동성 위기를 조장하고 회계를 조작하여, 인위적으로 경영위기 국면,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 쌍용차사태 관련 대국민토론회에서 


2008년 말 노조 선거가 한 참인 가운데 쌍용차 대주주인 상하이 자동차는 갑작스럽게 유동성위기를 유포하며 각종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 그동안 유동성 위기에 대한 어떤 신호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갑작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이는 특히 노동조합 임원 선거를 통해 등장할 새로운 집행부를 향한 선전포고의 성격이 컸으므로, 당시 모든 선본은 회사와 상하이차를 직접 겨냥했다. 그동안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하이자동차가 적반하장으로 나온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그러나 조직되지 않은 분노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당선 후 바로 천막농성에 돌입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집행부는 강경하게 나오는 회사와 상하이차를 향해 단체협약 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막무가내였고, 책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혹자는 이때부터 쌍용자동차지부와 회사가 평행선을 달렸다고 하지만, 평행선의 레일을 놓은 건 회사였다. 여지를 주지 않았고 곧이어 임금을 체불했다. 본격적인 위기조장을 한 것이다. 

2009년 1월9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하이자동차는 무책임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동안 정리해고 규모에만 관심을 집중했던 조합원과 노조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회사의 주장은 현금 보유액이 74억 원밖에 남아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입증하는 자료는 늘 자본이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회계조작에 의한 강제적 정리해고 의혹, 반드시 밝혀내야 

2009년 2월6일 서울 지방법원 파산4부는 쌍용차 회생개시 결정을 내리고, 법정관리를 받아들인다.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회계법인과 회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근거로 법정관리를 받아들였으며, 특히 그 회생개시 결정의 이면엔 대규모 정리해고가 내포되어 있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본격적인 싸움이 준비되는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과 그 전개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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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하반기 이후 쌍용자동차는 유동성(경영) 위기를 유포했다. 채무에 대한 지급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9년 1월 기준으로 상환 예정인 지급어음이 932억 원이었으며 가용 현금은 74억 원이라 발표했다. 또한 2009년 4월25일 1,500억 원의 공모사채가 만기도래 예정이었다. 회사는 2009년 1월9일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하며 2008년 9월 말 결산재무제표를 인용을 하는데, 여기엔 손상차손(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보다 낮을 경우 산출하는 금액)을 인식하지 않은 자료가 포함된다. 

2009년 2월6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의 이유로 유동성 위기를 드는데, 이는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불과하다. 2009년 2월20일, 2008년도 재무제표를 확정한다. 여기엔 ‘손상차손 5,177억 원’이 감안된 재무제표가 등장하는데,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선 “자산의 장부금액이 회수가능가액에 미달할 경우 순매각가치 또는 사용가치를 고려 손상차손을 계상”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안진 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재무제표는 순매각가치는 배제하고 사용가치만 고려하여 장부금액을 계산했다. 이 부분이 외감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재감정 의뢰에 따라 3월10일 한국감정평가원이 자산감정평가서를 제출했다. 이 감정평가의 기준일은 2009년 2월5일이며 시가가 반영된 부동산 감정평가였다. 여기서 주요 부동산 평가액이 2008년 말 장부금액 대비 5,047억 증액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손상차손이 미반영된 토지가 상승 3,707억 때문이다. 그렇지만 쌍용차 측은 3월27일 안진 회계법인이 2008년 말 기준으로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고 이것이 확정된다. 시가가 아닌 손상차손만 감안한 재무제표가 반영된 것이다. 이 부분도 외감범 위반의혹이 짙다. 

이어서 3월31일 회사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법원에 제출한다. 이것은 삼정 KPMG가 맡았다. 그 주요 내용은 향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능별 전략 및 단기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이다. 이 또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회생법) 위반이 의심된다.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시가를 기준으로 자산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삼정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은 시가가 아니라 장부금액을 반영한 안진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서 5월6일 법원이 파견한 삼일 회계법인의 조사위원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 차입을 전제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즉, 정리해고를 합리화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쌍용차는 손상차손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외감법과 회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이 쌍용차 청문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다면 쌍용자동차가 단행한 정리해고는 근거를 잃게 된다. 

공권력은 어떻게 국가폭력이 되었나

2009년 1월21일 쌍용차 노동자들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눈을 의심했다. 2001년 9․11 테러가 영화의 한 장면으로 느껴졌을 만큼 현실감이 없었다면, 용산 남일당 망루에서 벌어진 공권력의 진압은 요즘 세상에 벌어지고 있다고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흡사 과거의 자료 화면이 아닌가 싶었고, 경악스러웠다. 그러나 그 경악스러웠던 장면은 꼭 7개월 뒤 쌍용자동차에서 자신들을 향해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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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서 일찌감치 이명박 정부는 “개별 노사관계에 정부가 할 역할은 없다.”고 선을 긋고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진압계획을 함께 짰음이 드러나고 있다. 테이저건을 발사한 것도, 최루액을 농약 뿌리듯 뿌려댄 것도, 단수와 단전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까지 출입을 막아선 것도 정권이었다. 이를 통해 쌍용차 노동자들을 고사시키고자 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권이 파업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과 혐오감을 갖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이 내세운 ‘경제성장 747공약’이 노조의 극렬한 반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끝까지 잔인하게 진압하고 탄압했다. 그 구체적 사례로는, △용역경비의 불법 폭력행위 방조, △구사대와 용역경비 회사 진입 시 사복 체포조 투입 등 공동작전 진행, △사측 집회는 보호하고 노조집회와 연대집회는 방해하면서 참가자들을 연행, △방송차량을 압수하는 등 사측의 입장에서 대응, △음식․식수․의료진 차단 등이 있었다. 

또한 △감금, 소환장 남발 등 가족대책위에 대한 과잉대응, △기자회견 방해 및 연행, △물대포와 헬기를 이용한 최루액 살포, △테이저건 및 다목적발사기 등 경찰장비의 과잉사용과 부적절한 진압장비 사용, △연행 과정에서의 폭력, △해산 절차 무시한 과도한 진압, △응급구조 조치의 무시, △강제 이송 연행, △취재 방해, △손해배상 청구,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반인권적․반인도적 수사 등 역시 대표적인 탄압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폭력 문제 역시 회계조작과 함께 쌍용차 청문회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성 잃은 공권력이 어떤 지휘체계 속에서 움직였는지, 그 책임자는 누구이며 왜 그렇게까지 진압을 했는지를 우리는 묻고 확인해야 한다. 사적 폭력이라 할 수 있는 용역폭력 문제 또한 매듭져야 한다. 쌍용차에서의 용역폭력이 작년 유성기업으로, 나아가 올해는 SJM과 만도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용역폭력의 잔인한 활극을 우리가 더 이상 봐야 하는가? 이것을 방조하고 묵인하는 공권력을 공권력이라 불러도 좋은가? 우리는 이번 쌍용차 청문회가 이런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희생자들의 ‘사회적 신원’을 확인시켜 줘야

끝으로, 이어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사회적 원인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벌써 22번째 죽음이 발생했다. 지난 4월5일부터 시작된 대한문 노숙농성이 100일을 훌쩍 넘어 계절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죽은 이들의 ‘사회적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못했다. 왜 그런가? 한 사업장에서 22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정리해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음에도 왜 이리 사회는 조용하고 차분한가? 우리는 이것을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천막 하나, 그늘막 하나 설치 못한 가운데서도 우리가 버티고 싸우는 이유는, 먼저 간 동지들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 때문이다. 이 부분을 밝히지 못하고 어찌 우리가 두 발 펴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사회적 단절과 고립 속에서 개인에게 맡겨진 정리해고 이후의 삶이라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온전한 스물 두 개의 세계가 감쪽같이 사라진 희대의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희생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며 시급히 답해져야 할 질문들이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수많은 집회와 ‘쌍용차 포위의 날’, 그리고 범국민대회를 연 바 있다. 횡적 연대와 종적 깊이가 종전과는 다른 시도들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그 결과 거리에서의 정치, 거리 투쟁의 함성이 결국 국회 청문회라는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청문회가 국정조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은 쌍용차 투쟁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여야 합의로 쌍용차 청문회가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라는 형식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는 증인들의 행태로 인해, 쌍용차 청문회가 쌍용차 국정조사의 기폭제 역할을 못 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그러나 현재 조성되고 있는 쌍용차 투쟁에 대한 관심과 지지, 그리고 사회적 해결 의지는 결코 회사의 일방적인 방어로 청문회가 끝나지 않도록 할 것임을 확신한다. 

불안의 판 위에 우리는 함께 서 있다 

쌍용차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구조적 불안에 대해 이 사회의 대처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맹렬한 질주 속에서 부속품처럼 떨어져 나가는 개인들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안전한 삶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쌍용차 청문회는 개별 사업장 문제에 국한되어선 안 된다. 구조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쌍용차 투쟁 이후에도 수많은 사업장이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고 지금도 탄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쌍용차 문제가 이 사회의 탄압의 가장 깊은 곳이라 생각한다. 생채기나 곪을 대로 곪은 이곳을 치료하지 않고 다른 부위로 번지는 정리해고의 고통을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쌍용차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것은 그래서 매우 포괄적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