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바리스타와 스태프 노동과정과 실태

노동사회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와 스태프 노동과정과 실태

편집국 0 19,558 2013.06.06 04:51

1. 머리말

‘시크릿 가든’이나 ‘아테네’ 등의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들에는 몇몇 연예인을 배경으로 한 커피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처럼 최근엔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을 벗어난 독자적인 커피전문점까지 드라마 배경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신촌이나 홍대, 강남대로 그리고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파스쿠찌부터 시작하여 스웨덴 커피 전문점 FIKA는 물론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국내외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들이 즐비하다.

1999년 스타벅스의 이대점 탄생은 우리나라의 커피전문점 형태와 소비문화를 구조적으로 바꾼 계기였다. 삼성 계열의 신세계와의 합작회사인 스타벅스의 국내 상륙은 서구적 스타일과 편리함, 고급스러움 그리고 웰빙(well-being) 문화를 추구하는 세대와 계층(급)의 취향을 파고든 것이었다. 이는 또한 테이크아웃(Take-out)과 에스프레소라는 소비문화를 보급하는 데 1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커피는 맛이 아니라 브랜드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심지어 인사동과 한국GM부평 공장(스타벅스), 그리고 서울대학교(투썸플레이스) 같은 곳에도 국내외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이 진출했다.

사실 지난 10여 년 이상 외식・창업업계에서 가장 호황을 누린 아이템 또한 단연 커피전문점이었다. 각 기업체들의 홍보 때문이겠지만, 비교적 운영이 용이하고 깔끔하면서도 수익성이 좋다고 알려진 것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특히 30대부터 40대, 50대 여성들의 로망이 ‘커피점 운영’이란 얘기가 떠돌았을 정도였고, 금융권 조기 퇴직자들의 창업 선호도에서도 커피전문점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바리스타(barista: 커피전문가)를 꿈꾸는 이들로 관련 대학이나 학원들이 번성할 정도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이러한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증가는, 동시에 파트타임 고용 창출의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커피전문점 일자리는 과연 어떠한 일자리일까? 선진적인 양질의 좋은 일자리(Decent work)일까?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우리나라 주요 커피전문점의 노동실태와 노동과정을 탐색적 차원에서 다루었다.

2. 커피전문점 현황과 실태

대표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Starbucks)는 1971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커피 원두 로스팅(roasting: 볶기)을 하면서 홍차(tea)와 기타 향신료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현재 전 세계 50여 개 국 1만 7천 여 매장에서 18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커피전문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리고 커피빈 앤드 티리프(The Coffee Bean & Tea Leaf: 커피콩과 찻잎)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1963년 최초 매장)를 두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및 홍차 전문점이며, 파스쿠찌(pascucci) 또한 이탈리아의 대표적 커피전문점 중 하나다. 국내 커피전문점의 경우 롯데그룹의 롯데리아 커피 사업본부인 엔제리너스(Angel-in-us), CJ 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A Twosome Place), 그리고 독자적인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caffebene), 탐앤탐스(TOM N TOMS), 할리스(Hollys Coffe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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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9년 기준 비알콜 음료점 사업체 27,768개(매출 2조 1,887억 7천 2백만 원, 종사자는 6만 6,683명) 중 커피전문점이 대략 전반이 넘는데, 현재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2006년 1천2백여 개에서 2011년 기준으로 약 1만 2천여 개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8대 브랜드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2008년 740개(국내 브랜드 339개, 외국 브랜드 401개)에서 2,833개(국내 브랜드 2,022개, 외국 브랜드 811)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커피전문점은 5배 증가하여, 외국 커피전문점(2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커피전문점은 직영 매장 수는 적고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1,440개)이 거의 대부분이다. 최근 각 업체별로 30% 이상 매장 확대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서 확인 가능한데, 커피전문점 시장은 약 6천억 규모로 전체 커피 시장(2조 3천억 원)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다. 2010년 10월 기준으로 커피전문점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약 1조 원이나 된다. 이와 같은 요인은 커피전문점의 무분별한 확장과 프랜차이즈 시스템 때문이며, 이는 해당 매점 종사자의 노동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은 본점과의 계약관계(로열티 제공, 3년 재계약, 리모델링 등)로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커피전문점의 폐점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매장 종사자 임금 또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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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커피전문점의 출점 못지않게 폐점이 매우 많았다. 지난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할리스 폐점은 27곳(그 외에 명의 이전 38건, 신규 출점 148개)이나 되었으며, 이디야는 35곳(그 외에 명의 이전 68개, 신규 143개)으로 약 40% 이상이 폐점을 했거나 사업을 접었다. 2012년 상반기 현재(1월~5월) 업계 1위인 카페베네의 경우 50곳이 폐점을 했고(51개 출점), 스타벅스는 35곳이 폐점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50개 출점). [그림1]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은 매출액 중 원가(약 24%)를 제외한 매출이익은 76%이며, 여기서 임대료, 관리비, 소모품 비용, 인건비 및 복리후생 비용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약 29% 정도다.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용은 21% 남짓이다. 커피전문점 가맹점의 경우에는 본사에 로열티(순 매출액의 2.5% 수준)와 주기적인 매장 리모델링 비용 등도 감수해야 한다.

3.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와 스태프 노동과정

1) 주요 일과 및 업무


주요 커피전문점은 소수의 정규직(풀타임 바리스타)과 다수의 비정규직(바리스타, 파트타임 스태프 = 바리스타, 팀 멤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3교대제(5시간가량 파트타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개별 업체, 매장 형태(직영, 가맹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주중과 주말 영업시간과 근무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한 매장에 약 4~5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풀타임 정규직(점장, 부점장, 매니저)과 파트타임 비정규직(오픈조 - 미들조 - 마감조)의 운영 형태는 비슷하다. 물론 주말엔 평일보다 근무 인원이 더 많고, 밤엔 근무 인원이 적다. 심야영업을 하는 커피전문점의 경우 야간 근무는 1명만 배치한다. 커피전문점 정규직(바리스타)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파트타임 근무형태(5시간)의 정규직이 있으며, 스태프의 경우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2~3일(1일 5시간)에서 4~5일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주요 커피전문점 스태프의 하루 일과 및 작업과정은 [표2]와 같다. 먼저, 커피전문점의 업무는 교대근무 형태(오픈조 - 미들조 - 마감조)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업무(커피 및 차 제품 판매, 정리, 멤버십 카드 발급, 설거지, 테이블 정리 등)는 비슷하다. 오픈조 및 마감조의 경우 매장 청소나 정리 등의 업무가 추가적으로 있기에 상대적으로 업체별로 출퇴근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오픈조의 경우 당일 제품 판매에 필요한 물품(음료, 과일 식재로, 빙수, 기타 소모품 등)을 준비하는 과정이 주된 업무가 된다. 마감조의 경우 주요 기자재 설거지 및 테이블 정리, 마감업무 등이 주요 업무다. 미들조와 마감조 업무가 상대적으로 가장 바쁜 편이며, 시간대로 보면 식사 시간 이후가 가장 바쁘다. 

고객과의 대면서비스를 담당하는 바리스타(혹은 스태프)는 고객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일이 기본 업무다. 거의 대부분 하루 5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며, 매장 상황에 따라 연장근무도 한다. 주요 업무는 바(Bar), 포스(Pos), 플로어(Floor) 관리다. 포스에서는 고객의 요구를 확인하여 주문을 받고, 바는 고객의 요구에 맞게 음료를 제조한다. 플로어 관리는 테이블 및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다.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와 스태프의 세부 업무 형태(커피, 베이커리, 빙수, 과일)는 매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카페베네처럼 바리스타 업무 과정이 커피, 스무디, 와플, 브레드 종류에 따라 작업과정(레시피)을 거의 현장에서 스스로 물어가며 배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일명: “센스 있는 알바생”). 

커피빈에서는 라떼를 저지방 우유와 일반 우유로 구분한다. 따라서 고객이 라떼 음료에 저지방 우유를 주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브랜드 및 매장 특수적 지식을 빨리 습득해야 한다. 카라멜 마끼아또와 카라멜 라떼는 이름은 비슷한데 들어가는 성분이 다르기에 초기 스태프들이 고생하는 것 중 하나다. 해당 음료에 ‘파우더’를 넣느냐 ‘시럽’을 넣느냐의 차이인데, 카라멜 마끼아또는 일반 우유를 사용하고 카라멜 라떼는 저지방 우유를 사용한다. 이 모든 매뉴얼을 아르바이트생들은 입사 초기 거의 대부분 그냥 눈치껏 배우는 형편이다. 

바리스타와 스태프 업무 중 커피 제조 과정(추출, 로스팅)이나 판매 업무 역시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A업체의 경우 직원들만이 커피 제조를 담당하지만, B업체는 직원과 스태프 모두 담당한다. 또한 직영과 가맹점 여부에 따라서도 커피 제조 업무 분장이 다르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에는 샷을 뽑고 컵에 담는 일까지가 바리스타가 하는 것이고, 옆에서 물을 붓는 것이 바로 스태프(파트타임)의 몫이다. 직영 매장의 경우 바리스타와 스태프 사이에서 커피 제조 업무 분장이 구분되는 곳들이 있으나, 가맹점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매장에서 커피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커피 판매가 주된 곳(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과, 커피 종류가 많거나 기타 제품 판매가 많은 곳(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카페베네) 사이에도 업무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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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요 커피전문점의 노동조건은 어떨까?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대부분의 인력은 일부 정규직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파트타임 바리스타 혹은 파트타임 스태프(팀 멤버)인데, 대략 하루 5시간 정도 일을 한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커피전문점 스태프의 거의 대부분은 하루 5시간(주 15시간 미만 혹은 한 달 60시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표3]에서 알 수 있듯이, 2011년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주요 커피전문점 거의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시급 4,320원) 수준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주휴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노동부 점검조사에서도 약 150억 원의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4]에서 알 수 있듯이 2012년 우리나라 주요 커피전문점 스태프의 시급은 4,580원에서 5,500원 사이다. 법정 최저임금(2012년 시급 4,580원) 수준이거나 그보다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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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실제 시간당 임금(시급) 차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식대 제공 여부 등의 종합적인 비교검토가 필요하나, 대략적으로 스태프의 경우 40~60만 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2~4년차 정규직 직원(부점장 및 매니저급)의 경우에도 150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경우 식대가 제공되지만, 기타 브랜드 스태프 거의 대부분은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근무 중 음료 1~2잔을 먹을 수 있는 자유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일부 커피전문점의 경우 출근시간이 10분에서 15분 정도 늦을 경우 근로시간을 30분 연장하거나 출근 시간 자체를 30분부터 체크하는 곳들도 있다. 

우리나라 주요 커피전문점 에스프레소 한잔의 마진율이 4~5배(원가 734원 수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커피전문점 스태프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한 상태다. 특히 직영과 가맹점 거의 모두 법 위반 혐의가 있을 뿐 아니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로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임의적인 임금지급 변경(구두), 휴게시간 문제, 연장근무수당 미지급 문제부터, 식사 문제, 유니폼 제공 문제, 산업재해 문제 등 포괄적인 노동조건 및 환경이 열악한 상태다. 그 주요 내용을 커피전문점 스태프와의 면접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추가 수당 안 주는 거, 연장근무 시간도 안 쳐 주는데, 15분이나 일찍 오라고 하는데, 만약에 5분이나 10분 혹은 15분 늦으면 아예 출근시간을 30분부터 적으라고 하거든요. 한 20분 늦으면 30분 이상 그때부터 출근한 걸로 치라고. 그게 좀 어이없어요. 추가 수당은 안 주면서. 우리 매장은 고객 없으면 잠시 나가 있다고 오라고 해서 1~2시간 임금 쳐주지 않기도 해요. 어이없죠. 게다가 마감하다가 지하철 막차를 놓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날 모두 택시를 탔는데, 택시비 지원은 당연히 못 받죠. 정직원은 택시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만, 알바는 안 되거든요.” (국내 A브랜드 커피 가맹점 스태프)

“2011년 처음 들어갈 때는 분명히 (시급) 4,500원이라고 매니저님한테 들었어요. 그래서 나쁘지 않네, 라고 시작했는데, 나중에 월급 계산을 했는데 직원 분 중에서 고참인 분이 월급계산을 하셨는데, 나중에 받을 때는 4,320원이더라고요. 그래서 물어 보니, 그건 그때 직원과 이야기가 잘못 오간 것 같다, 라고 하더라고요.” (국내 C브랜드 커피 가맹점 스태프)

“법 위반 하는 것 많아요. 저희 매장은 점장이 관리하는데 근로계약서를 안 쓰더라고요. 그러는데 다른 매장은 쓰나 봐요. 그냥 안 해도 별 문제가 없으니까, 안하는 점장도 있고 하는 사람은 하고 그런데, 무조건 3개월 단위로 해요. 그리고 가능하면 절대 1년 이상 안 써요. 그래서 10개월이나, 11개월 되면 잘라요. 퇴직금 지급 안 하려고. 그리고 만약 1년이 지나도, 알바생이 퇴직금이 어딨냐,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알바생들이) 요구할 생각도 안하니까 안 주는 거죠. 직원들 입장에는 6개월 이상 일하면 모르는 일이 없어요. 그러면 계속 데리고 일을 하고 싶어요. 바뀌면 본인들도 힘들어하니까, 아는 친구 통장을 받아와서 일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본사에서도 알더라고요. 왜냐하면 자기 통장으로 받고 싶은데 안 된다는 걸 피드백하고 그러니까.” (외국계 E브랜드 커피 직영점 스태프)


2) 지위감독과 통제

주요 커피전문점의 고용관계는 정규직(바리스타 = 풀타임, 파트타임)과 비정규직(스태프 혹은 팀 멤버 =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구분된다. 직영인가 가맹점인가에 따라 고용관계 또한 일부 차이가 있다. 한편, 같은 외국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경우에도 고용관계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거의 대부분 본사에서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데 비해, 커피빈은 외부업체(하도급)를 통해 고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2010년 스타벅스의 하청노동자 비율이 26%(원청 1,182명, 하청 420명)인 것에 비해, 커피빈의 하청노동자 비율은 99.8%(원청 6, 하청 2,445명)였다. 사실상 커피빈은 거의 모두 외부 하도급업체를 통해 매장 인력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인 조건만 봤을 때 스타벅스에 비해 커피빈의 고용관계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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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나 커피빈의 경우 가맹점이 아닌 직영 형태로 본사에서 모두 관리하기 때문에 인사승진 및 교육훈련 등에 있어 타 업체에 비해 그나마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요 커피전문점의 경우 스타벅스나 커피빈 유경험자를 직원 채용에 있어 선호하고 있다. 한편, 스타벅스(바리스타) 및 커피빈(팀 멤버)은 별도의 내부 직책명이 있으나, 그 밖의 커피전문점의 경우 통상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의 이름(“***씨”)을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스타벅스의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작업장 내 지휘명령 및 통제 등을 살펴본다. 

먼저, 스타벅스의 고용관계상 위계는 ‘매장관리(DM) - 매장관리(SM, ASM) - 슈퍼바이저 -(S.S/V) - 바리스타(스태프)’의 4단계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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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매장관리자(SM, ASM)는 일반적인 점장 및 부점장으로, 사실상 매장관리 및 매출, 직원 채용 및 관리 등을 담당한다. 이들은 본사 홈페이지(직영) 혹은 각 매장(가맹점)에 제출된 채용 원서 등의 서류 검토와 면접을 담당한다. 이제 현장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와 바리스타(스태프)의 고용관계와 업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스타벅스 슈퍼바이저(S.S/V)는 기본적으로 바리스타의 역할 이외에도 매장의 Shift(근무조) 책임자다. 때문에 슈퍼바이저는 매장관리자(ASM이나 SM) 부재 시 Shift의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매장의 오픈 근무 때는 매장에 입고된 물건의 수량 체크 및 매장의 운영 및 영업을 위해 기본적인 세팅을 담당한다. 또한 매장 영업 중에는 바리스타와 함께 고객에게 음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커피전문점 현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바리스타 혹은 스태프와의 일상적인 관계는 슈퍼바이저들의 몫이다. 스타벅스와 비슷한 위치의 커피빈은 통상 6개월마다 매장을 이동하는데, 각 매장에서 경험을 통해 매장관리자로의 인사승진이 가능하다. 통상 스태프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명령을 하는 슈퍼바이저라고 볼 수 있다. 가끔 슈퍼바이저의 업무가 바리스타인 스태프에게 전가되기도 하고, 때론 슈퍼바이저와의 갈등으로 일부 스태프가 어려운 매장 생활을 겪곤 한다. 

한편, 커피전문점 내 근무 인원이 작다 보니 노동강도가 심할 때가 있다. 때문에 새로 들어온 스태프가 제대로 교육을 받거나 업무 매뉴얼 등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그대로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현장에서 업무를 배워가며 일을 하는 스태프의 입장에서는 직원(점장, 부점장 혹은 매니저, 슈퍼바이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 기존 직원의 근로시간 배정뿐 아니라 부당한 업무지시 또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직원들도 가르쳐 주기는 하는데, 자기 일 계속 하고 있어야 되고. 그때그때 하나씩 가르쳐 주는 것 밖에 없고……. 인수인계를 하는 기간 있잖아요. 내가 그만두면, 내 시간에 들어오는 알바생한테 이렇게 해서 조금씩 가르쳐 주고, 현장에서 눈치껏 배우는 거예요.” (외국계 E브랜드 커피 직영점 스태프)

“일을 차근차근 한 사람이 가르쳐 주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때는 대충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고……. 눈치껏 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카드가 할인이 되는 거라든지, 쿠폰이라든지 그리고 쿠폰이나 동전이 떨어지면 어디서 꺼내서 뜯어서 계산대에 넣어야 되는지. 새로 멤버십 카드를 발급을 하면 그 카드가 어디에 있는지 그런 것을 세세하게 모르잖아요.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다들 알아서.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봐야 되고…….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야 했죠.” (국내 B브랜드 커피 가맹점 스태프)

“오후 3시에서 저녁 10시로 근무시간을 정한 건데, 가끔 1시간 더 일찍 와줄 수 있냐, 그래요. 주말이다 보니까 특히 바쁘잖아요. 그리고 2시나 3시가 점심 먹고 나서 사람들 많이 들어오는 타임이라서 바쁘니까. 그런데 제가 일을 하다가 음료를 잘못 내가거나 실수를 했어요, 그러면 30분 연장을 시켜요. 그래서 10시 30분이나 11시까지 근무했던 적도 있어요. 만약에 실수를 2번해서 1시간 더 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10시 이후라서 사람들이 많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다음날 1시간 앞 당겨 2시에 오라고 그래요. 그때가 바쁘니까. 예를 들어서 주문이 들어온 것은 블루베리 스무디인데, 홍시를 넣었다 그러면 만들어진 재료값도 있다고 하면서 30분 연장해요. 잘못하면 무조건 30분 연장이에요.” (국내 B브랜드 커피 가맹점 스태프)


4. 맺음말

직장인들과 친구들의 모임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커피전문점은 우리들의 일상이 되었다. 그만큼 지난 20여 년 사이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스태프) 거의 대부분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이다. 이들은 하루 5시간 남짓 일하면서, 법정 최저임금(4,580원)을 조금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이유야 각양각색이겠지만, 생계형부터 생계보조형이나 임시일자리형 등 다양하다. 

현재 커피전문점의 노동 상황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적인 법제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고(근로계약 서면체결 및 임금, 근로시간 위반 등), 포괄적인 노동인권 침해(출근 및 지각 시 연장근로, ‘꺾기’, 휴게시간 및 공간, 산재 등)가 만연한 상태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하는 계약쯤은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의 커피전문점 스태프의 이야기처럼, 단시간 근로라는 이유로 식사시간이 제공되지 않아 몇 달 동안 와플로 끼니를 때워야 하거나 손님이 남긴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 전근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커피전문점 사측이 할 수 있는 변명은 없을 것이다. 

“식사시간은 따로 없고요. 손님이 케이크 남기면 저희끼리 먹거든요. 하나하나 조금씩 집어먹는 것도 있고, 점장님이 집에서 뭐 싸 오시는 것도 있고……. (일할 때는) 그렇게 배는 안 고픈데, 끝나면 배가 고파요. 그때는 편의점가서 사 먹어요. 오픈조는 점심시간이 겹쳐서 식대가 따로 있는데, 미들이나 마감은 따로 없어요. 음료는 커피 같은 것 하나 아무거나 할 수 있고, 와플 하나 할 수 있어요. 저는 20분 잠깐 쉬고……. 밥도 아니고, 와플만 먹으니까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밥 시간은 제때 줘야 되는 것 아니야 그랬어요.” (국내 D브랜드 커피 가맹점 스태프)

게다가 서비스업의 산업재해 문제 증가와 맞물려 커피전문점 내에서도 작지만 업무상 산재 성격의 사고(칼에 베임, 화상)도 확인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마찬가지로 왜 커피숍에는 유니폼을 한 벌만 지급할까? 그나마 제공하는 유니폼은 왜 반팔 셔츠일까? 혹자들은 더위와 작업의 불편함을 이유로 든다. 그렇다면 작업의 불편함과 더위 해소를 위해 커피전문점의 작업상 재해문제를 이대로 그냥 방치해도 된다는 것인가?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가장 열악하고 힘없는 곳 중 하나인 저임금 서비스업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부터 노동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크게 다치는 건 없어요. 넘어져서 멍드는 것 있고, 커피에 데는 것도 있고. 토마토 자르다가 칼에 베이기도 하고……. 그리고 커피 샷 뽑는 그게 쇳덩어리라 무겁거든요. 그런데 오븐이 좀 위험해요. 되게 뜨거워서 데일 수도 있고.” (외국계 D브랜드 커피 직영점 스태프)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