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이끄는 소수의 전략이 필요하다”

노동사회

“다수 이끄는 소수의 전략이 필요하다”

편집국 0 3,612 2013.06.06 04:32

6월 중순이 끝나갈 무렵 인터뷰를 위해 만난 심상정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예상 외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연초 많은 이들이 노동 개혁의 전제로 여겼던 여소야대 국면은 실현되지 않았고, 그가 속한 통합진보당의 내홍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당 차원의 기획력과 대응력이 거의 무너져, 명색이 진보정당이라는 통합진보당이 노동과 복지 문제의 공론장에서 주도권은커녕 논의에 제대로 끼지도 못하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노동’이란 단어의 법적 지위 되찾기, 노동 관련 국민 의식의 대전환 주도,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ILO 협약 비준 등 한국 사회의 거시적인 흐름을 바꾸기 위한 기반공사 계획들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여유가 있었다. 이는 벌써 10년차에 수많은 갈등의 장을 헤쳐 왔고 또 두 번째 국회의원 임기를 맞는 ‘진보정치인’으로서 그의 개인적인 경륜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무엇보다도 시대정신으로서 노동, 그리고 19대 국회의 역사적 임무로서 노동권의 획기적 강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또한 그러한 확신이 있기에 역동적인 ‘거대한 소수’를 넘어서는, ‘다수를 이끄는 소수’로서 진보세력의 지혜와 역량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터였다. 

sim_01.jpg- 선거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여소야대 상황이 아닙니다. 그리고 심상정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된 것도 17대 국회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면 많은 이들에게 예상외인데요. 
“총선 결과로 기대와 달리 여대야소가 된 것에 대해 가장 크게 실망한 쪽이 노동계가 아닐까 합니다. 총선 결과가 나왔을 때, 의지할 만한 정치 환경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던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그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했습니다. 한편, 통합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13명 당선자를 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임위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됐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제 상임위 배정 문제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이 선택하신 것을 보고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19대 국회가 무엇보다도 ‘노동권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 당 당선자들 중 환노위에 적극적인 분들이 안 보이길래 제가 맡겠다고 한 것이죠. 또 한편으로, 지금 진보정당이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뿌리이자 제 뿌리이기도 한, ‘노동’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정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역할 아니겠나, 그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19대 국회 임무는 노동권 획기적 강화… 출발은 쌍용차 문제 해결

- 19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등과 함께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쌍용차 의원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어떠한 문제의식과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 의제를 중심에 두고,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말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 혹은 ‘노동자’라는 단어의 시민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법 용어로서 ‘근로자’를 모두 ‘노동자’로 바꾸는 법안을 가장 먼저 제출하려고 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일단은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쌍용차 의원 모임을 제안한 이유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연동해 있습니다. 쌍용차 사태는 개별 기업 노사관계를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스물두 번째 죽음의 당사자가 서른여섯 살 총각인데, 그분의 희생 소식을 선거 유세를 하던 아침에 들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서른여섯 살 노총각이 스스로 삶을 끝내기 위해서 23층까지 올라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죽음의 행렬로 가지 않도록 하는 데 왜 진보정당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저한테 아주 큰 짐이 되는 질문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데 쌍용차 문제의 해결이 입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제가 은수미 의원 등에게 쌍용차 의원 모임을 제안한 것이고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서 활동하고자 합니다. 먼저,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쌍용차 회사와 노동자들은 전형적인 재벌의 ‘문어발 확장’의 피해자이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의 피해자입니다. 그 진실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노사 간 해결을 넘어서 정치사회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 특별법 발의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한편, 최근 정리해고 사업장들이 많았음에도 유달리 쌍용자동차에서 죽음의 행렬이 두드러지는 데는 2009년 파업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인간의 존엄성 짓밟히는 경험의 충격이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도록 하는 것 역시 쌍용차 의원 모임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보정당, 노동의 가치 관한 ‘국민 인식 변화’ 선도해야 

 

- 두 번째 국회의원 활동입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소수’를 천명했고,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에 집중했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진보 정치인 심상정의 핵심 전략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야당들 차원에서는 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의 방향이, 부분적 쟁점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합의된 상태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힘을 만들어서 이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정치활동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경제 규모에 맞지 않은 노동 후진국인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들을 비준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활동들을 통해 통합진보당을 혁신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 연대의 파트너로서 위상을 회복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노동 관련 공약은 90% 이상 같습니다. 민주당 쪽에서 일종의 ‘좌클릭’을 했는데요. 향후 활동에서 통합진보당이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정치활동에서 우선순위는 차별성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바꾸는 것에 두어져야 합니다. 지금 여야 막론하고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의제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렇듯 노동과 복지가 정당들의 핵심의제가 된 것은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제일주의로 인해 삶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국민 대다수의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간 진보정당의 활동과 역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주장해온 의제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의 성과인 동시에 시대정신의 변화라 생각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변화를 실현하려 하는가를 통해 차별성이 드러날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지금 대선 주자로 나선 분들 상당수는 과거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과 정책을 주도한 분들인데요. 이 분들은 노동권을 확립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임무라는 근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현상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 의제를 수동적으로 받아 안은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만큼 철학과 의지를 갖고 노동 의제를 다룰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 속에서 노동 의제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와 진보정당의 역할 중 하나겠죠. 

새누리당 사내하도급법은 ‘정몽구 보호법’… 직업안정법부터 개정해야

- 19대 국회 개원 전에 새누리당이 <국민행복 5대 과제> 12개 우선 입법안을, 민주통합당이 
<7대 민생 과제> 20개 우선 입법안을 내놓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누리당이 내놓은 사내하도급법은 단적으로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구 보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사내하도급업체와 원청업체를 보호하는 법이라는 것이죠. 2007년 갈등 속에서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이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었던 것처럼, 사내하도급보호법 역시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실제로는 변종의 고용형태인 불법파견을 사회적 실체로서 인정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법안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재벌들과의 공감대 속에서 제출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것을 보면, 17대 국회에서 우리가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서 반대했던 기간제 사유제한을 큰 틀에서 수용했더라고요. 고무적입니다만, 구멍이 큽니다. 기간제로 사용 가능한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놨는데, 이럴 경우 대통령 개인 성향에 따라 사유제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거죠. 어쨌든 평가를 하면, 새누리당이 내놓은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일종의 ‘비정규직 기만법’이고, 민주통합당은 전향적인 접근이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보완할 점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파견법과 관련해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입장이 다릅니다. 통합진보당은 폐기를 주장하고, 민주통합당은 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척 예민한 부분인데요. 민주노총은 파견법 폐기 입장이고, 한국노총은 파견법 개정 입장이어서 노동계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슈입니다. 어쨌든 파견이나 용역, 도급 등 간접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법(母法)인 직업안정법을 대폭 손질하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파견만이 아니라 파견과 도급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변종의 고용형태들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파견법으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법인 직업안정법에서 간접고용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파견법은 의미가 없어지니까 자연스럽게 폐지로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견법 폐지’를 국회에 우선적으로 제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저희는 이런 입장을 ‘직업안정법 개정 및 파견법 폐지’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 비정규직 문제를 규율하기 위해 17대, 18대 국회에서도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 경험에서 19대 국회와 통합진보당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17대 국회는 당시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보호법을 두고 한나라당 및 열린우리당과 크게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공세로 법안이 누더기가 됐죠.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누더기가 된 법이 시행되면 부정적 효과가 전방위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했지만, 결국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한편, 18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노동 의제를 말할 기력과 의지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공안 정국에 가까운 상황이 지속됐고, 야당이 절대 열세인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통과시킬 의지를 갖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양극화와 불안정 노동의 그늘이 더욱 커졌고 또 경제 상황도 나빠졌죠. 그러다 보니 지금 와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 불안과 정치 위기, 경제 선순환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대가 모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19대 국회의 정치세력들은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가 시대적 과제가 된 상황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할 시험대에 놓여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그동안 쌓아온 기반 위에서 더욱 멀리 나아가기 위한 전망을 가져야 할 것이고, 과거 ‘거대한 소수’를 자임했던 시절의 모습을 넘어서 ‘다수를 이끌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적 노사관계 정책 전환, ILO 핵심협약 비준에서부터 

- 노무현 정부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책’을, 이명박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노무현 정부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고, ‘예정된 실패’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들의 사회통합적 관계를 주장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정책으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노동계를 배제하고 전문가들이 마련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추진했잖아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책에 ‘노동’은 없었던 셈이고 때문에 실패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으로 계승돼 심화됐죠. 한미 FTA 문제랑 비슷한 꼴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돼 문제가 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나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노무현 정부가 마련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의 내용에 근간한 것이죠. 한편, 이명박 정부 고유의 노사관계 정책은 사실상 없다고 봅니다. 노동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국가 개입만이 간헐적으로 있었죠. 이러한 평가에 바탕할 때, 앞으로 추진해야 할 집단적 노사관계 정책은 지난 5년간 역행한 노사관계를 되돌리고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는 ILO 핵심협약 등의 비준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 10%의 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곱지 않습니다. 이른바 ‘정규직 노조운동 이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울타리 밖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상대적으로 나은 노동조건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이기주의’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가로막고 있는 조건과 제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죠. 그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정부와 자본에 의해 강제된 기업별 노사관계체계, 역대 정권들의 노동배제적 정책과 전략, 경영위기 결과의 노동에 대한 일방적 전가 관행 등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한편, 조직되지 못한 90%는 대체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여성과 노인 노동자들이잖아요. 불안한 고용 상황 때문에 노조 문턱에 다가서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들입니다. 정부가 이러한 조건부터 바꿔야죠. 즉, 노조 가입과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아가 이들에게 유리한 산별교섭 등의 초기업단위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고요. 그럴 때 노동 내부에서부터 분단선을 무너뜨리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국가가 장기적인 조직률 제고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제도 방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책들을 통해 헌법상의 기본 권리를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의정활동 울타리 넘어서 진보정치 책임지는 활동 강화할 것

- 진보정당의 활동은 결국 노동운동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나 노동운동의 관계나 각자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지금 노동운동의 위기가 진보정당의 어려움으로 이전되고, 또 진보정당의 어려움이 노동운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런 때일수록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쨌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형성된 진보정당운동은, 노동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 토양을 조금씩 개선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진보정당도 자기 전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에 의존해서 유지되고 성장했던 관계를 넘어서서, 독자적인 정당으로서 노동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성과를 내서 노동자들에게 대표성을 인정받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정당은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노동자들도 조합원으로서 돈과 표만 주는 수동적 역할이 아닌, 당원으로서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조직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 생각합니다.”

-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 텐데요. 어쨌든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세 가지 정도만 꼽아 주십시오.
“먼저, 쌍용차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정책의 악영향의 집대성이라고 봅니다. 이 문제의 전향적 해결이 노동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과 강제노동 금지 협약을 비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근로자’라는 단어에 가렸던 ‘노동자’라는 단어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입니다.” 

- 노동운동가에서 진보정치인으로 신분을 바꿔 활동한 지 어느덧 10년가량 되었습니다. 스스로 돌이켜 볼 때 어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2004년 시작된 17대 국회에서는 정치인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정활동과 정책활동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이제는 진보정치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보정당을 명실상부한 대안으로 만들어가는 역할에 더 중심을 두고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바쁘신 가운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