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의 현실과 문제점

노동사회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의 현실과 문제점

편집국 0 9,928 2013.06.06 04:28

Ⅰ. 문제의식

5월1일부터 택배 및 퀵서비스 기사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5월1일이 ‘노동절’이고 4월28일이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인데, 이러한 날들을 기점으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니 기쁜 소식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택배와 퀵서비스 기사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이 이전 특수고용노동자 ‘4대 직군’(레미콘 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산재보험 적용 방식과 내용에 큰 차이가 없고, 여타의 다른 직군들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노동건강 및 산업안전보건 단체들의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기업의 이윤추구 때문에 희생되는 노동자는 매년 220만 명(하루 5천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전쟁으로 생기는 희생자 수보다 많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해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고, 2천 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그렇지만 작업장의 안전과 건강 및 보건을 책임져야할 사업주의 90%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고, 정부 또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제도 및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태는 어떨까? 과거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부터 일부 직군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이지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일부 직군들이 추가로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이 글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00년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와 산재보험 적용을 둘러싼 노사정 차원의 제도적 논의 흐름 및 산재보험 적용실태를 간략히 검토하고, 현 시점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논의 과정과 흐름

1. 특수고용노동자 입법 및 산재보험 적용 문제


전 세계적으로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추세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와 노동이 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산업구조 변화와 경영전략 전환 과정에서 고용관계가 다차원적으로 변화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 직군들이 출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는 20년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고용형태다. 

그간에는 주로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레미콘 기사, 방송구성작가, 간병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자, 화물운송차주, 전기전자 A/S 기사 등의 직종들이 논의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IT 분야 종사자(프로그램 구축자, 웹 디자이너), 문화예술공연 종사자, 이․미용업 종사자, 기타 다양한 형태의 방문 판매업 직군에서 그간 관심을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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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된 노동법 적용 및 입법 문제는 노사정 간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노동자)’에 엄밀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기부터 노동법적 보호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특수고용 관련 연구조사 결과들을 보면 일정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보호와 관련해서 가장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가 산재보험 적용 문제다.

1) 기존 정부 대책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노동부는 2000년 10월에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비정형근로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에서는 ‘근로자에 준하는 자(준근로자)’ 개념을 신설하여, 시행령으로 정하는 일부 규정(보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제한, 산재보험 혜택 등)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특수고용 문제 관련 논의는 노사정위원회로 옮겨 갔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공익위원안’(2003년 5월)을 통해 (가칭)‘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유사근로자’에 대해서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 성희롱, 보수 및 기타 사항에 대한 보호방안 강구, △산재보험 적용, △노동3권(단체의 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 부여) 등을 다루고 있었다. 당시 제시된 안은 3가지였으나, 노사정위원회는 2005년 5월 ‘공익위원 검토의견’을 통해 다른 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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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의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에 관한 법률(안)'

제1안) A~D직군으로 구별하여 보호 수준 차등 적용
제2안) 근로기준법, 노조법 준용은 배제하되, 별도의 개별적, 집단적 보호방안 마련
제3안) 노조법 준용하되, 유니온 숍, 쟁의행위 등에 관해서는 특례를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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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무산된 상태에서, 정부는 2006년 10월 산재보험 적용 방안과 경제법적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①산재보험 및 직업훈련 등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②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 등을 통한 경제법적 보호방안을 추진이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정부는 입법안을 마련하고 2007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리하여 2008년 7월부터 앞서 언급한 4개 직군에 한정하여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2) 입법 논의와 노동계 요구

현재까지(2008년 4대 직군 산재 적용 전후 당시까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와 관련된 입법안 총 6개가 제출되었었다. 6개 법안의 내용은 3개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산재보험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4가지 유형으로 구분 가능하다. 정부 입법안과 달리 진보적 학계와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논의는 법 적용의 범위(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사회보험 적용 등)와 연동된 문제이기에 매우 중요한 논쟁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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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시기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표명'(2007. 10. 16)을 했다. 여기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근로자로 해석되는 자가 아니면서, 특정한 노무제공 상대방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수입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그 사업주에게 의존하는 자로서, 근로자와 유사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자로 설정됐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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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표명'(2007. 10. 16, 국가인권위) 내용 발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제․개정하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업주와의 개별적 관계에 있어서는 계약의 존속 보호, 보수의 지급 보호, 휴일․휴가의 보장, 성희롱의 예방․구제, 산업안전․보건, 모성보호, 균등처우, 노동위원회에 의한 권리구제․분쟁해결 및 근로감독관에 의한 감독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집단적 관계에 있어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계약조건을 유지․개선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하여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직장(사업장)가입자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아울러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임에도 계약의 형식을 이유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자(이른바 ‘위장자영인’)에게는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적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 및 판단기준을 법률에 명시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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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 중 일부 직군(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 설계사)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는 현재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다. 주요 쟁점은 ①특고 4대 직군 이외의 직군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문제, ②특고 4대 직군 직종의 산재보험 적용 방식 및 조건 및 보험료 납부 문제 등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와 관련하여 당시(2008년 7월) 정부는 4개 직군의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토록 했지만, △보험료 공동 부담(사업주와 종사자 각각 50% 부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의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실제 산재보험 적용률은 9% 전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2년 ‘특수형태업무종사자 중 일부 직종(택배, 퀵서비스 등)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이전 직군과 동일한 내용(일부는 오히려 후퇴)으로 고시했다. 고용노동부 고시내용(2012. 3)을 보면, △보험료 공동 혹은 자비 부담(택배 종사자 50%, 퀵서비스 100% 자부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존치라는 제도적 한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예들 들면 정부는 신규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직군의 보험료 부담 방식의 사업주 부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퀵서비스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을 ‘한개 업체에 전속된 경우’로(지역 퀵 서비스 기사만 해당)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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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실태 및 산재보험 적용률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대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김유선, 2001~2011)를 보면, 지난 10년간 특수고용노동자의 비율은 20만 명가량 감소(2001년 6%, 78만 9천명에서 2011년 3.4%, 59만 명)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나 비율이 감소한 통계는, 면밀한 조사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개념과 구분에서 노동계와 정부 사이 차이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부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더 많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산재보험을 적용 받는 4대 직군만 하더라도 약 40만 명이나 된다.

한편 2011년 3월 현재 특수고용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9.6시간(52시간 초과의 장시간 노동 비율 6%, 주5일제 적용비율 57.4%) 정도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서 포착되지 않는 직군과 현장의 실제적인 노동관행과 실태를 고려하면,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실제 특수고용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50~60시간은 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다수는 작업 과정에서 업무와 연동된 각종 사고나 질병 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서비스업(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골프공에 맞거나 골프 카 전복사고, 방문 판매원의 경우 교통사고 등)과 건설운송업(레미콘, 퀵서비스, 대리운전, 택배 기사의 배달․운송 중 겪는 사고)의 경우 중대한 업무상 사고가 빈번할 뿐 아니라, 업무상 유관 질병(근골격계, 소화기 질병, 안구 건조증, 고객으로부터의 폭행 등)도 상대적으로 많이 겪고 있고 그 양태도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은 사업주와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특수고용노동자 20여 개 직군 중 4개 직군에 한해 산재보험 적용 및 경제법적 보호가 실시됐다. 그러나 여전한 사용자의 편법 및 탈법적인 행위(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문제를 입․퇴직 문제와 연동, 적용제외 신청서 강제 혹은 임의작성 등) 때문에, 해당 직군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지난 4년 동안 오히려 7.68%p(2008년 16.2% → 2011년 8.52%) 감소했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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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직군들의 산재보험 적용률 추이를 보면, 레미콘 기사 10.9%p(2008년 37.4% → 2011년 26.50%), 보험 설계사 9.1%p(2008년 17.7% → 2011년 8.60%), 학습지 교사 2.3%p(2008년 9.5% → 2011년 7.2%), 골프장 경기보조원 2.07%p(2008년 4.1% → 2011년 2.03%) 순으로 적용률이 줄어든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그림2]). 산재보험을 제외한 다른 사회보험 가입 현황 또한 매우 낮다. 국민연금(직장: 3.2%, 지역: 29.8%), 건강보험(직장: 4.1%, 지역: 6.14%, 직장 가입 피부양자 30%), 고용보험(3.8%) 가입률 모두 각각 5%도 채 안 된다(김유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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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낮은 것은 입법 및 산재보험 적용 논의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애초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해서는 4가지 안이 제시되었지만, 크게 △‘강제가입-보험료 사업주 부담’, △‘임의가입-보험료 본인 부담’ 등의 두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표2]).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정부의 선택지다. 정부가 어떤 적용 방식을 선택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 설계의 운영상 실효성을 담보한 선택인가의 문제다. 정부의 선택은 가장 소극적인 산재보험 적용 방식을 택했을 뿐 아니라, 제도적 실효성이 미비한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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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산재보험 적용의 주요 문제점은, △높은 적용률 제외 문제, △입직자 전원 적용 제외 사업장의 높은 비율, △소규모사업장의 입직자 전원 적용 제외,△산재보험 가입에 대한 불충분한 홍보 및 교육, △회사의 산재보험 가입에 대한 태도, △산재보험 보장성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2010년 민주노총에서 조사 발표된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태조사 결과자료(김종진, 2010)에서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그림3]은 특수고용노동자 4개 직군(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산재보험 적용실태 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첫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및 적용 인식도는 높으나, 직군, 근속, 조합원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이 4개 직군의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험료 자부담(50%)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다([그림3]). 다만, 이는 조사 대상의 인적 속성(보험 설계사 32.4%, 비조합원 21.4%, 근속 10년 미만 14.2%)에 따라 편차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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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인식도는 높으나, 산재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과 비용 및 제도 운영의 문제로(자부담 50%, 적용 제외 신청서 작성) 산재보험 적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그림4]). 한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재해가 발생해도 산재보험 처리를 하지 않는 이유로 △산재보험제도 홍보 미흡 요인(45.7%), △산재보험료의 자부담 비중이 큼(22.9%), △사용자의 탈법적이고 편법적인 부당행위(23.8%) 등을 꼽았다. 조사대상 특수고용 4개 직군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이(23.7%) “재해가 발생해도 산재보험제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비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10명 가운데 3명 정도(27.3%)는 본인의 희망함에도 사용자가 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하여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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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미적용 문제의 대안으로 사적보험에 의지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2명 이상이 “산재보험을 위해 민간보험회사의 단체보험에 가입”(26.2%)했으며, 그렇게 가입한 주된 이유는 “재해 발생 시 도움의 필요성”(65.2%) 때문이었다. 하지만 면접조사 결과 민간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다수는 공적보험(산재)과 사적보험(민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회사 측의 일방적인(혹은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만을 제공 받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산재보험보다 민간보험을 선호하기도 했다.

넷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의 확대 및 개선을 위해 고용주의 태도와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그림5]). 설문조사 결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용자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64.6점, 산재 적용제외신청서 강제작성 사업장에 대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64.5점을 기록했다. 정부의 제도 변화와 노력(산재보험 자부담의 사업주 부담으로 전환 61.5점 >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및 가입 유도 61.8% > 산재보험 전면도입 60.2점)에 대한 의견도 매우 높았다. 그 밖에도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에 대한 혜택(58.5점)과 정부의 지원(50.4점) 등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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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노동계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비정규직연대회는 정부의 태도와 산재보험 적용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산재보험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윤애림, 20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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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맺음말: 개선 과제와 함의

여기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에 한정하여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현행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해 ‘입법적 측면’과 ‘제도 및 정책적 측면’의 과제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자의 핵심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노동법 적용)을 통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며, 후자는 현재의 특수보험 산재적용 직군을 확대(사각지대 해소)하고 산재보험 적용의 구속성과 실효성 강화(적용제외신청서 및 산재보험료 자부담 문제 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첫째,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는 노동법 적용에 따른 입법화 및 적용범위 확대가 가장 핵심이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성’ 문제로 인해,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결국 노동법 적용 문제다. 노동자성 문제는 법 적용의 범위와도 연동된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노동자성의 전면 인정은 노동계 및 진보적 학계에서 제기하는 ‘원칙적 의견’일 수도 있지만, 현재 특수고용의 노동자성 문제와 산재보험 적용 문제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2011년 5월18일 야4당과 양대 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입법 발의(의원 81인 서명)했다. 그 개정안에는 노조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둘째, 현재의 4개 직군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제도는 실질적이 구속력과 실효성이 있는 방향으로 개편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산재보험 미가입(낮은 적용률) 현상은 상당부분 적용제외신청서 작성(입직자 전원 및 재직자: 강제․임의 신청서 작성, 특히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부당노동행위 성격의 행위를 원인으로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며, 자부담 문제 개선 및 공단의 홍보(산재보험 보장성 홍보)와 노사 교육 강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재설계가 요구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도입 초기와 비교해 현 시점에서 오히려 낮아진 것은 ‘입법 방향’과 ‘제도적 운영’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셋째, 4대 직군 이외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면밀한 실태 파악과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2012년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택배와 퀵서비스는 물론 약 20~30여 직군(종)으로 분류되는 현실적인 양태에 따라 개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거 예술인들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둘러싸고 ‘예술인복지법’ 시행 당시 산재보험 적용 논란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논란이 각 직종에 산재보험 도입을 시도할 때마다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은 기존의 산재 적용 대책(4대 직군)과 동일한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 혹은 다른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와 관련된다. 이는 결국 정책 결정자의 의지와 판단을 넘어서 인권의 차원에서 검토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