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도입과 노사관계의 변화

노동사회

복수노조 도입과 노사관계의 변화

편집국 0 6,990 2013.06.0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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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주관한 연구사업인 “복수노조 시행 전후 노사관계 변화 연구”의 원고 중 일부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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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2년 2월9일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7월1일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이후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노조는 676개에 달한다.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복수노조의 확대가 노조 수의 증가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주로 기존 노조에서 분할되는 추세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즉, 노조가 없던 사업장에서 신설된 노조는 22.5%였던 데 반해, 양대 노총에서 분화한 신규 노조는 이보다 3배 이상인 68.8%로 나타났다. 더불어 또한 전체 신규 노조 가운데 상급단체를 두지 않은 미가입 노조가 577개로 8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노사관계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통계 수치를 통한 전망은 기층의 노사관계 지형에 등장하게 될 변화의 구체적인 양상을 드러내기에 충분치 못하다. 2012년에 들어서면서 신규 노조 설립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는 사업장단위의 복수노조에 대한 대응 및 준비 정도와 무관하게, 노사 공히 일종의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조건에서는 통계 수치에 기반한 전망보다는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제도효과가 개별사업장에서 현실화되는 동학, 그리고 이러한 효과가 향후 여타 사업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사례들을 통해 질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복수노조 허용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은, 사업장 내 복수의 노조들 간 경합에 따른 사용자의 일상적 지배개입 패턴이 명확하게 확인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즉, 복수노조 초기 국면에서의 사용자 개입 형태만을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수노조 조건에서 사용자의 지배개입 형태와 관해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추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아래서는 몇몇 실제 사례들을 참고로 복수노조 조건에서 노사 간 역학관계의 변화와 관련된 단초들을 일부 추적해볼 것이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업장 내 복수의 노조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와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다수의 노조들 사이에서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더욱 용이하고 다양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현실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복수노조제도는 사용자의 지배개입을 증가시켜 노사 간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에서는 KEC, 발전노조, 세종호텔, 전북버스 등 4개 사업장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분석을 기초로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형성의 내외적 요인과,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사업장 내 노사 간 권력관계의 변화를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형성의 내외적 요인

사업장단위 복수노조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은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복수노조 도래의 외부적 요인으로는, 시장 상황 요인, 공공정책 요인, 노조법 개정의 효과, 외부 노사관계 관행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시장 상황의 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 내 경영전략의 변화 필요성은 단위사업장 내 노사관계 변화를 추동하고자 하는 사용자 측 유인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요컨대 노사관계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복수노조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종호텔과 KEC 사례에서 나타나듯, 시장 상황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경영전략의 수립은 사용자 측이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조직 개편과 공세적 노무관리 추진으로 나아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복수노조가 노사관계상의 사측 우위를 확보하는 데 효과적 기제로 등장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정부정책, 예산정책, 각종 선진화 프로젝트 등의 공공정책의 변화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발전노조 사례에서 보듯 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이 인력 감축과 단체협약 해지, 그리고 복수노조 도래에 따른 대책 마련 등 일련의 사전적 기획을 가능케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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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노조법 개정 역시 사용자의 공세 혹은 복수노조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적 요인이다. 즉, 노조법 개정은 단순히 복수노조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는 점을 넘어, 개정법이 실효되기 이전부터 관련 사업장에서 노사관계의 경색을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법 시행을 전후하여 노사 간 상이한 전략들이 도출되었다. 즉,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법 개정 자체가 노동 측에게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촉발시켰거나(전북버스노조), 신규 노조가 기존 노조의 무력화를 의도하는 사용자 측 기획의 촉매 역할(KEC, 발전)을 했다.

셋째, 외부 노사관계 관행의 변화를 들 수 있다. KEC 사례에서 보듯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 유사 업종에서의 노사관계 관행 변화가 기존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의 유인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사측이 복수노조를 통해 기존 노조를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작동시키도록 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다음으로, 사업장 내부 요인 또한 영향을 미친다. 복수노조를 추동하는 사업장 내부 요인으로는 노사 양측의 복수노조 사전 대비,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노사 각각이 복수노조에 대한 사전적 대응 시나리오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립하는가가 중요하다. 모든 사례들에서 나타나듯 2011년 7월 이전에 이미 노사는 복수노조의 환경이 노사관계의 주도권 확보와 관련하여 핵심적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 시나리오를 작성해 그대로 추진해 나갔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발전노조, 세종호텔, KEC 사례에서는 1인 대표체제의 공고화(KEC), 친정부적 경영진 등장(발전노조), 친족 간 경영권 각축 및 교체(세종호텔) 등 기업 지배체제와 경영권의 단순화 혹은 변화 등이 나타났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노무관계의 공세적 전환을 추진하는 조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내부 요인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다. 복수노조와 관련된 노동자 내부 요인으로는 노조 구조, 사업장 내부 구성, 기존 노조의 민주적 운영 여부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초기업별노조 여부 및 상급단체 변수 등 기존 노조의 조직형태와 구조는 복수노조 형성과 관련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례 분석에서 나타나듯, 사용자 개입으로 황색노조가 새로 생길 경우, 해당 신규 노조는 상급단체를 두지 않는 독립노조의 형태를 갖기 쉽다(발전, KEC). 반면 복수노조가 노노 간 갈등에서 촉발된 경우 상급단체를 서로 달리하며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세종호텔, 전북버스노조).

특히 발전노조와 금속 KEC지회는 모두 산별노조의 지부에서 복수노조가 만들어진 사례다. 발전의 경우 복수노조 이전부터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 진영을 중심으로 신규 노조를 설립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지원을 보장받은 바 있다. 반대로 전북버스의 경우는 지역별 공동교섭의 관행을 가진 버스부문에서 초기업적 조직을 구성하여, 전략조직화 사업을 집행하고 이중 가입을 사전에 유도하는 등 상급단체의 효과적인 개입을 통해 복수노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종호텔 역시 복수노조의 재편 과정에서 상급단체 변경이 수반됐다. 이러한 복수노조로의 재편 과정은 조합원의 차별적 정체성 유지와 노조의 민주적 운영 여부 등에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상기 사례들은 기존 노조의 분할을 통해 복수노조 체제로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노조 분할은 복수노조 이전부터 존재하던 내적 분리에 따라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기존 노조의 친사용자적 행태에 따른 반발과 내부 분화(전북버스), 기존 노조의 비민주적 운영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신(세종호텔), 친사용자적 내부 집단의 형성과 발흥(동서발전) 등이 작용했다.

3. 복수노조에 따른 노사 간 권력관계의 변화

일반적인 수준에서 볼 때 복수노조가 노사 간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복수노조 허용이 노동조합의 수적 증가와 이에 따른 조합원 증가로 이어져, 전체적인 노조조직률을 제고하고 노동조합의 권력(leverage)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수노조가 기존 노조의 분할로 이어져, 노조 조직률의 증감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사용자가 개입/지원하는 황색노조의 증가로 이어져 이로 인해 사용자의 권력이 증가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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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조 권력 증가 요인 검토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서 볼 때, 시행 초기이기는 하나 현재까지의 복수노조 추세는 후자의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수노조가 노동조합의 수적 증가와 이에 따른 조합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사용자의 완강한 저항과 대응적 노조 설립을 들 수 있다. 복수노조가 노조의 수 증감여부에 미치는 영향은 노조가 없던 사업장에서 노조가 생기는 경우와 기존 노조가 분할하는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본 연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무노조사업장에서 새로이 설립된 노조가 사용자의 대응적 복수노조 활용에 따라 교섭권이 탈각된 소수노조 형태로 연명하는 사례로 나타날 수 있다.

다음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기존 단체협약의 유니언숍 조항이 무력화됨으로 인해 노조원의 양적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즉, 기존에 노조가 존재하던 사업장에서 유지되던 유니언숍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노동자의 단결하지 않을 권리 혹은 노조선택의 권리가 인정되면서 사실상 실효성을 잃는다. 그리고 이는 복수노조가 조합원의 수적 증가와 연결되지 않는 요인이 된다. 

끝으로, 복수노조가 촉발하는 사업장단위 노조들 간 경쟁이 조합원의 양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복수노조 설립 추세를 보면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배제된 상황에서 노노 간 대등한 경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친사용자 노조’와 ‘민주노조’로 분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복수노조가 노조들 간 대등한 경쟁이 아닌 노사갈등과 결부된 사용자 개입으로 인해, 이른바 “상승을 위한 경쟁보다는 바닥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복수노조 허용이 사업장단위 배타적 교섭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증가할 때 핵심적 변수는 과반수 노조의 지위 여부가 된다. 그런데 지배개입을 하는 사용자에게는 노조원의 확대를 통한 교섭권 확보보다는 민주노조의 조합원 축소를 통한 황색노조의 교섭권 확보가 보다 효율적인 전술이 된다. 실제로 사례들을 보면,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사업장단위에서 조합원이 증가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립적 노사관계 국면에서 민주노조의 조합원이 퇴사, 해고, 탈퇴 등을 통해 수적으로 줄어들거나(KEC, 발전), 해당 노조의 조합원 증가 요인이 거세된 경우(세종호텔)를 발견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강성(민주)노조 탄압과 노조 자체의 제압이라는 사용자측 이해가 반영된 결과다. 

2) 사용자 권력 증가 요인 검토

결국 큰 그림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복수노조 추세는 사용자 권력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본 보고서의 사례들을 참고한다면, 대체로 사용자 권력의 증가는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 왔다. 

첫째, 황색노조를 통한 사용자 권력의 증가다. 이는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태의 지배개입 방안이다. KEC와 발전노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측은 치밀한 사전 기획 아래 직접 신규 황색노조의 설립을 주도하거나, 대응 매뉴얼을 통해 친사용자적 노조의 설립을 유도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KEC는 사측이 기업조직을 전사적으로 활용하여 개별조합원들의 기존 민주노조 탈퇴 및 신규 황색노조로 이동을 직접 수행한 사례다. 사업장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으나 발전노조의 경우, 사측은 민주노조의 조직력 이완을 목적으로 조직전환 투표를 유도하고(소위 ‘plan A’), 이후 신규 황색노조의 조직적 틀이 공고화되어 가던 시점에 맞춰 민주노조에 대한 공세 및 신규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plan B’) 투 트랙의 과정을 수행했다. 

둘째, 앞의 것과 긴밀히 연결되는 것으로, 노조들 간 차별을 통한 사용자 지배개입의 증가다. 노조들 간 차별은 다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과 노조들에 대한 차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의 경우, 임금 및 복리후생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 취급과 사용자의 인사권을 활용한 인사상 불이익 취급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례 분석에서는 전북버스의 경우를 제외하면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 및 복리와 관련된 불이익 취급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나 인사상 불이익 취급은 복수노조의 형성 및 사측의 지배개입 확대 과정에서 매우 포괄적이며 효과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징계회부(및 양정 판단), 전직, 배치전환, 업무분장, 승진 등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은 많은 경우 사용자의 배타적 재량권이기 때문에,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발전의 사례에서 사측은 민주노조의 탈퇴와 황색노조로의 이동을 강제하는 과정에서 전환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조합원에 대한 가장 큰 압력수단으로 작용하였다. 

세종호텔의 경우는 인사권의 차별적 활용이 보다 명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종호텔 사측은 민주노조 소속 조합원들에 대해 수차례의 조직 개편을 통해 부당 전보, 업무 변경, 과다 업무 할당 등 지속적인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단행했으며, 민주노조의 활동가를 분할배치하는 양태를 보인 바 있다. 전북버스에서도 민주노조 소속 조합원에 대해 권고사직과 임의적 배차거부 등 차별적 인사정책을 단행했다. 주목할 것은 사측이 비정규직 문제나 정리해고 등 고용 관련 사안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호텔의 경우 부서별로 노조가 분할되어 있는 사업장 특성을 활용하여, 외주화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노조들 간 차별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KEC의 경우 조합원들의 민주노조 탈퇴 및 황색노조로의 이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위협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

다음으로, 노조들 간 차별의 경우다. 여기에는 편의제공 등을 둘러싼 노조들 간 차별과 이를 통한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해당된다. 먼저 편의제공과 관련된 노조 차별은 조합사무소 대여나 시설물의 제공, 조합게시판의 대여, 조합비 공제, 취업시간 중 조합활동에 대한 임금보전 등 각종 편의제공에서 노조들 간 차별을 의미한다. KEC의 사례는 이러한 노조들 간 차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KEC 사측은 민주노조에 대해서 노조사무실 폐쇄, 사내넷 차단, 일상적 노조활동에 대한 조직적 방해작업을 진행하고 조합비 납입거부 서명을 강제한 반면, 황색노조에 대해서는 아직 단체협약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사무실 제공, 각종 시설 활용 보장, 사실상의 전임을 인정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세종호텔 역시 조합비 급여 공제와 노조사무실을 포함한 각종 시설물 이용과 관련하여 명백한 차별을 지속했다. 

이외에도 노조 차별과 관련하여, 특정 노조의 가입/탈퇴를 유도하는 경우(세종호텔, KEC)와 어용노조를 통해 특정 노조의 조합활동 및 조직화를 방해하는 경우(발전)가 사례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셋째,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사용자 지배개입의 증가다. 본 보고서의 대상이 되는 사례들에 국한했을 때 흥미로운 점은 교섭창구 단일화가 교섭비용을 절감하는 형태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당초 의도 혹은 노동부의 홍보 내용(2011년 9월5일자 보도자료 참조)과는 배치된다. 

KEC 사례에서 볼 때, 창구 단일화 과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교섭대표권을 황색노조로 귀속시키고자 하는 사측의 시도는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는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관계기관의 상이한 결정 이후 이중 교섭 상황으로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세종호텔의 경우에는 교섭대표권이 민주노조에게 있다는 법원의 결정에도, 사측은 창구 단일화 절차를 무시하고 어용노조와 단체협약을 조기에 체결하는 탈법적 행위를 자행했다. 전북버스노조의 경우에도 어용노조와의 단체협약이 체결된 상황이기는 하나, 민주노조가 조직력을 바탕으로 별도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사전합의서를 강제했다. 발전의 경우는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은 사례지만, 이 역시 민주노조의 조직적 기반 약화가 교섭권의 실종으로 이어진 것이라 평가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KEC, 세종호텔, 전북버스 등은 민주노조 진영에서 단체교섭 응낙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결국 승소했다. 그럼에도 친사용자적 노조와 별도 개별교섭이 진행되거나(KEC), 담합적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세종호텔), 창구 단일화를 빌미로 민주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어용노조와 교섭을 체결(전북버스)하는 행태들이 발견되고 있다. 

결국, 교섭대표권의 승인 혹은 이에 따른 교섭비용의 절감 여부는 창구 단일화라는 제도보다는 사용자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창구 단일화와 사용자의 지배개입의 구조적 관계를 볼 때, 친사용자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지는 상황에서는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지만(발전), 그렇지 않을 경우 개별교섭(KEC, 전북버스노조) 혹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담합적 교섭(세종호텔)을 감행할 수 있다.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이상의 논의에서 적시된 사용자 지배개입 양태의 대부분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의 지적이 가능하다. 

먼저, 복수노조라는 제도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다. 즉,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의 ‘특정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현실에서는 ‘병존 노조들 간 경쟁’인 것처럼 표현될 수 있다. 사용자의 노조들 간 차별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가를 법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실제로는 노사 간 쟁점임에도 노노 간 쟁점인 것처럼 위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사실상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례들에서 볼 때, 민주노조들의 고소/고발에도 관계기관들은 처리를 지연하고 있거나, 반노조적 결정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그림3] 사례 분석 대상 사업장의 교섭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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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동조합의 대응을 위한 제언

현 시기 사업장단위 복수노조의 허용으로 인해 단위사업장에서 사용자 권력이 증가하고 노동조합에게 불리한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 과연 노동조합의 병존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에 의한 것인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양자에 대한 대응은 분리될 수 없다. 복수노조가 노동자 결사의 자유 확대라는 원칙적 측면에 더욱 부합하는 제도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복수 노동조합들의 병존 자체가 사용자의 개입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명제를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들이 누적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제도적 환경에서 노동조합이 진보적·민주적·변혁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동원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원칙의 문제와 통합적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대응 역시 법리적 측면과 내부적 전략 정립의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법리적 측면에서 노조법 재개정이 시급히 요청된다. 재개정의 폭과 내용은 추후 노동조합의 요구안 마련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될 것이나, 사용자 지배개입의 가장 유력한 도구가 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폐지가 가장 시급히 요청된다는 점은 우선적으로 지적돼야 한다. 당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정부에 의해 사업장단위 노동조합의 병존에 따른 혼란과 교섭비용의 증가에 대한 합리적 대응 방안이라고 설명됐다. 그러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았듯, 실제 교섭의 단순화와 이에 따른 교섭 종료를 이끌었던 것은 창구 단일화라는 제도보다는 사용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또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사들 간 자율교섭의 원리를 탈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수노조 제도의 합리적 핵심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초기업별 노조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위해한 규정이다. 재개정을 통해 폐지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조직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 우선, 복수노조 사례의 공유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현재까지 운수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할 때, 복수노조가 민주노조의 신규 설립으로 혹은 노동자의 자주적 선택권의 증진으로 이어진 사례는 별로 없다. 일부 그런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전략적인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현재는 복수노조를 활용한 사용자의 노조 탄압에 대한 대응이건, 혹은 단위사업장의 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략적 기획이건, 개별사업장에서 복수노조에 대한 사전적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던 각 사업장의 사례를 민주노총 내 모든 사업장이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일종의 통제본부(혹은 부서)를 한시적으로라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복수노조 환경의 도래는 기존의 민주노조진영 내부의 단결력과 통합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법적·제도적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사업장 내 노조들의 병존은 기존 노조가 통합적 집행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며, 사용자의 개입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기존 민주노조의 분할을 막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 노조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제도 정비는 물론, 고충처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일상적 관행의 변화가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복수노조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인식지평과 기획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위사업장에 대한 상급조직의 모니터링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별, 업종별, 지역별 등 초기업별 단위에서 물적 자산과 기획력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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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