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숍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과정

노동사회

헤어숍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과정

편집국 0 11,469 2013.05.30 09:38

1. 머리말

도 심 거리 곳곳을 둘러보면 소수 대형업체들이 운영하는 ‘○○○헤어숍’이 즐비하다. 국내 유명 헤어숍(Hair Shop) 대부분은 도심 상권이나 교통요지(지하철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프랜차이즈형 헤어숍 내부는 카페같이 안락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해놓았고, 숍(점)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엔 대기 시간 동안 인터넷(PC)을 사용할 수도 있고, 커피숍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커피와 차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의 등장은 몇몇 대형 업체들이 주도하면서 ‘프랜차이즈형 헤어숍’과 ‘개인 헤어숍’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이 형성된 것은 30년 전부터로 볼 수 있다. 미용 프랜차이즈 사업은 1980년대 초 명동의 일부 몇몇 대형 헤어숍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현재에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 등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산업”이란 말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부 및 미용업의 성장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에 종사하는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의 실태는 어떨까? 이 글에서는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형 헤어숍 종사자의 노동과정과 실태를 살펴본다.

2. 프랜차이즈형 헤어숍 현황과 실태

통계청 자료를 보면 미용업(헤어)은 업체 수(25.3%), 종사자 수(19.8%), 매출(21.1%) 모두 증가했으며, 정부는 2015년까지 미용업 종사자가 연평균 0.047%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3년 동안(2007년: 업체 77,032개, 종사자 118,184명, 매출 3조1천5백억 → 2009년: 업체 78,154개, 종사자 119,042명, 매출 3조4천6백억) 전체적으로 규모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헤어숍은 고객 커트나 컬러뿐 아니라, 두피모발관리, 네일아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전문 헤어숍의 경우 업무 공간을 분리(예를 들어, A층: 고객대기, 카운슬링, 스타일링, 샴푸 등 / B층: 헤드 스파 룸, 샴푸, 고객상담, 스타일링, 네일아트 등의 전문 부스 운영)하여 차별화하는 곳도 있다. 또한 몇몇 대형 프랜차이즈 헤어숍은 가맹 운영점이 200개나 되면서, 규모의 경제뿐 아니라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테면 자체 POS(계산) 프로그램 도입, 교육기관 설립(아카데미), 전문잡지 발간, 대학 산학 프로그램 등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 헤어숍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약 9만 5천 개에 달하는 국내 헤어숍 중 4%(3천 개) 수준인 프랜차이즈 헤어숍을 제외한 대부분은 개인 브랜드로 운영되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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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년 현재 국내 주요 대형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은 약 1,100여 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체들은 직영점과 가맹점(프랜차이즈) 형태로 구분하여 운영한다.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주요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은 서울과 경기 지역(약 750개, 서울 평균 75개)에 거의 대부분 몰려 있으며, 주요 5개 업체(박승철, 리안, 박준, 이철, 이가자)가 적게는 110개에서 많게는 2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인력 현황은, 홈페이지에 정보를 공개한 3개 업체(박승철, 리안, 자쓰리)를 근거로 하여 볼 때, 현재 전체 직원은 평균 355명이고, 디자이너 210명, 스태프 195명, 데스크 56명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수치상으로만 보면 ‘디자이너 :스태프: 데스크’ 인력 구성은 ‘4.5 : 4 : 1’의 비율로 판단된다([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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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의 노동과정

1) 주요 일과 및 업무

일 반적으로 주요 헤어숍의 경우 1년 365일 중 명절(설, 추석)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날에 영업을 한다. 헤어숍 근무형태는 내부 업무영역에 따라 다른데, 디자이너는 주6일제, 스태프와 데스크는 주5일제 근무형태다. 헤어숍 영업은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하여 밤 8시쯤 끝난다. 주말 영업은 평일보다 1시간 정도 긴 밤 9시에 끝난다. 하지만 업체별로 영업시간이 다소 상이하여, 일부 매장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해당 헤어숍 내부 직원들의 근무형태는 교대제(오전-중간-오후)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대제 인원은 업체별-점별-규모별로 상이하다([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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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상 헤어디자이너는 숍 영업 시작 시간(10시30분) 전인 10시에 출근하지만, 스태프의 경우엔 1시간 빠른 9시나 9시30분 출근하여 청소와 정리정돈을 한다. 물론 스태프, 데스크(점장, 부점장-매니저), 헤어디자이너 모두 스타일리시한 근무복장과 헤어 및 메이크업을 해야 하기에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헤어숍 영업 전에는 조회가 진행되는데 10시10분에서 15분 사이에 시작되고, 점장으로부터 주요일정에 대한 보고를 듣고 의견을 나눈다. 주된 내용은 당일 예약된 고객 이름 등 신상메모와 모발특성, 스타일, 취향 등의 정보를 담당디자이너와 스태프들에게 브리핑 하는 것이다.

숍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스태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매장 오픈 전의 청소와 정리정돈이다. 또한 스태프는 하루 일과의 중간 중간 바닥 머리카락을 수시로 청소하며, 샴푸실 청소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헤어숍 바닥 머리카락과 샴푸실 바닥 물방울 등은 청결문제뿐 아니라, 방치해두면 헤어숍 종사자나 고객이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치우는 것은 스태프의 주요 업무다. 물론 헤어숍 내부 선반은 물론이고 의자 다리, 매장 바닥까지 무릎을 굽히고 일일이 손걸레로 청소해야 할 때 도 있다.

오전 영업(오픈 10시30분) 시작과 동시에 첫 예약 손님이 올 경우 데스크에서 자연스럽게 고객을 안내한다. 헤어숍에 찾아온 고객을 디자이너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몫은 스태프의 역할이다. 커트 고객을 기준으로 한 스태프의 주된 역할은, ‘인사 → (담당 디자이너나 데스크 물품보관) → 고객 샴푸 → 드라이 → 커트 준비 → 커트(시술)’ 등의 순이다. 헤어숍 내 지정된 의자(헤어디자이너 담당)에 고객이 앉은 이후 스태프의 주된 역할은 고객에 다양한 서비스(음료수, 책 등)를 제공하고 헤어디자이너를 보조하는 것이다.

통상 고객은 담당 디자이너에게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받고, 디자이너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된다. 가끔 고객이 직접 잡지 등에서 스크랩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컬러(염색)의 경우 고객 특성(피부톤 등)에 맞게 컬러링 작업이 진행된다. 특히 여성 파마(펌 스타일)의 경우 웨이브를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드리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스타일 상담은 디자이너로서 숙련된 기술과 함께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암묵지 중 하나다.

숍 점장님이 짜준 월별 스케줄에 따라 출퇴근이 짜여요. 조근, 중근, 야근으로 구분되는데, 스케줄은 한 달씩 나와요. 숍에 오자마자 출근카드 찍은 다음 의상이나 헤어 준비하고 고객을 받죠. 보통 저녁 9시30분까지는 고객님 받으니까 10시에 퇴근하는 편이에요. 조근은 8시나 9시 출근, 중근은 10시, 야근은 12시 출근이죠. 스태프는 선생님들보다 1시간30분 더 일찍 나와서 준비해요. 데스크(점장-부점장 혹은 매니저)는 디자이너랑 똑 같아요. 매장에서 “평균적으로 30분당(커트) 고객 예약을 받아요. 고객 한 분당 30분인데 보통 빨리 하는 경우도 있고, 저는 15분 정도 걸려요. 펌이 제일 오래 걸리고 웨이브도 하고, 머리 숯이 많은 고객은 4시간 30분까지도 걸리죠! 중간 중간 다른 커트 고객 받기도 하지만 저희가 하루 10시간 근무하다보면 정말 바쁜 경우엔 풀로 다 차는 경우도 있어요. …… 일하다 보면 바닥 전선 의자다리 등에 걸려 넘어지거나, 손으로 일하다 보니, 손목이나 어깨가 아플 때가 있어요. 베이고 찔릴 때도 많죠. 하루종일 서서 일다 보면 다리나 발도 아파요. 그래서 하지 정맥류 때문에 병원 다니는 사람도 많아요. 운동화 신고 일하면 좋은데 여자 선생님들은 운동화를 못 신어요. 디자이너들은 매장에서 보여주는 직업이고 자기가 꾸며야 하기 때문에 운동화는 못 신는 거죠. 저도 하지 정맥류가 심해요.”   - A 헤어숍 디자이너 -

“디자이너가 되더라도 처음엔 중고등학생이나 아저씨 위주로 고객을 받다가 여성 커트를 받아요. 아무래도 여성이나 아이들보다는 마음이 편하니까요. 꼬마들은 힘들어요. 왜 힘드냐면 애들은 머리가 움푹 들어가기도 하고, 튀어 나오기도 해서 힘들어요. 아직 머리 형태가 완성되지 않은 거죠. 그리고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애들은 혼자 오지 않고, 옆에 엄마가 있어요. 그런데 꼬마들은 머리 자를 때 막 움직여요. 보통 사람들 같으면 머리가 조금 뜨면 누르면 되는데, 애들 같은 경우엔 예쁘게 잘라 놔도 어머님들이 민감해하니까 쉽진 않아요.”   - B 헤어숍 디자이너 -

한편 헤어숍 디자이너와 데스크 및 스태프의 공식적인 휴게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사 시간도 불규칙적으로 주어진다. 식사는 통상 숍 내부 직원실(오피스)에서 함께 먹는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헤어숍에서는 식사를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한다. 일부 헤어숍을 제외하고 반찬이나 밥 등을 외부에서 제공받기 때문에 크게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스태프의 가외적인 업무가 되기도 한다.

국내 주요 헤어숍의 교육훈련은 자체적인 시설 및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된다.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 모두 정기적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현재 헤어숍의 스태프 교육은 6개월(펌-드라이-컬러-커트)마다, 그리고 헤어디자이너는 연차별로 각 레벨별로 진행된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의 경우 자체 강사나 수석디자이너가 직접 교육을 담당하고, 일반적인 서비스 매뉴얼 교육과 시범 등은 현장 교육(OJT) 형태로 운영된다. 스태프와 헤어디자이너 모두 레벨별로 혹은 연차별로 자체 강사(혹은 수석디자이너)에게 스타일 지도를 받으면서 경력을 쌓는다. 스태프 교육은 실기 위주의 교육이며, 인근에 위치한 지점들의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서 강의를 접한다. 예를 들면 스타일리스트의 커트도 ‘베이직-어드밴스-크리에이티브’(각 단계별 6개월) 순으로 레벨이 있다. 때문에 스태프는 물론 디자이너도 개인별 승급시험과 테스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하면 하이레벨의 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평소 교육이 없는 날에도 영업 종료 후 남아서 개인연습을 하기도 한다.

“헤어숍 들어와도 스태프(인턴) 3년 과정을 지내야 헤어 디자이너가 돼요. 그래서 오래 못 견디고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예전에 스태프가 주6일이었는데 요즘 6일 근무하면 숍에서 애들을 구할 수가 없어서 주5일로 바뀌었어요.…… 스태프는 펌, 드라이, 컬러, 커트 각 단계별 과정을 거쳐야 돼요. 각 단계별로 6개월이 지나면 레벨 테스트를 받는데,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3년 정도 걸려요. 인내심이 없으면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기 힘들어요. 이쪽일이 하루 11시간 일 해야 하고, 손에 물이 마를 때가 없거든요. 겨울엔 더 힘들어요.”   - B 헤어숍 스태프 -

국내 주요 헤어숍 스태프들은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의 장시간 일을 하면서도 70~100만 원 내외의 월급을 받는 저임금 구조 속에서 놓여 있다. 사실 국내 거의 대부분의 헤어숍은 근로기준법(최저임금, 주휴수당, 휴게시간, 연차 사용 등)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한 헤어숍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3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만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데, 임금 수준은 100만 원 안팎에 불과하여 오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이직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에 스태프(인턴, 월급제)에서 디자이너가 되면 지위가 ‘특수고용 노동자’로 전환되며, 업체와 수익 배분(인센티브형식) 형태를 취한다. 이런 이유로 디자이너 또한 업체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때론 노동시장에서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업체로 이동하기도 한다[그림1, 2].

 

[그림1] 헤어숍 B 스태프 노동시장 이동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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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헤어숍 A디자이너 노동시장 이동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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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휘 감독과 통제

[그 림3]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랜차이즈 헤어숍의 내부 고용관계 및 업무 형태는 ‘데스크-디자이너-스태프’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헤어숍에 입사할 때는 스태프(인턴)으로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는데, 스태프 중 일부가 면접과정에서 데스크 쪽으로의 권유를 받게 된다. 통상 국내 주요 헤어숍의 경우 데스크 2~3명(점장-부점장-매니저), 디자이너 5~10명 내외(수석-실장-부실장-스타일리스트), 스태프 4~8명 내외(‘스태프짱’-스태프)'로 고용관계를 형성한다. 매장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3개의 업무 영역에 따라 고용형태가 달라진다. 데스크 쪽은 디자이너(특고)나 인턴(비정규 기간제)과 달리 정식 직원(정규직, 월급제)이다.

 

[그림 3] 프랜차이즈형 헤어숍 디자이너-스태프-데스크 위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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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저, 데스크 점장과 부점장(혹은 매니저)은 고객 안내 및 계산, 제품관리, 디자이너 및 스태프 관리와 업무 스케줄 배치, 신입 스태프 면접 등을 조직운영을 담당한다. 때문에 예전과 달리 헤어숍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내부 역학관계의 비중이 디자이너에서 데스크 쪽으로 이동한 상태다. 디자이너의 경우 3년 동안의 스태프(인턴) 생활을 끝내면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능력과 경력에 따라 ‘부실장-실장-수석’으로 승진하게 된다. 헤어숍 디자이너 승진은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일 뿐 아니라, 소득 증가(고객 지불 금액 증가)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헤어숍 매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디자이너의 인사승진 사다리는 세분화되어있다.

스태프의 경우 2명당 1명의 ‘담당 디자이너’가 배치되며, 주요한 지위명령을 디자이너에게서 받는다. 때문에 스태프와 디자이너의 위계관계는 전자본주의 시스템의 잔재인 도제관계다. 실제로 스태프는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기술(skill)을 도제식으로 전수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휘명령관계에 있어서 담당 디자이너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다. 숍 내부에 ‘'스태프짱’이라는 선임자가 있어 스태프 전체를 조율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큰 역할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 와 같은 숍 내부 업무와 위계관계로 인해 디자이너와 스태프 사이의 갈등, 그리고 데스크와의 갈등 등이 표출된다. 스태프와 디자이너의 이직 요인으로는 노동조건 이외에 내부 동료 간 갈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실제 헤어숍의 디자이너와 스태프들은 내부 문제를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같이 들어온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점장님하고 불화 때문에 모두 나갔어요. 저도 그때 같이 그만 두려 했는데, 애들이 나와 상의도 없이 바로 질러버린 거예요. 어떻게 대처할 방법도 없이 그만둔 거죠. 그때 (디자이너)선생님들이, 그 애들하고 같이 나가면 너만 망가지는 거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잡은 거죠.” - A 헤어숍 스태프 -

“사 실 이쪽 일 힘든 건 내부 문제 때문이죠. 내부에서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희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든요. 어느 누군가에게 시달리다 보면, 아! 그만 두어야겠다, 그냥 다른 데로 가 보자, 이래서 왔다 갔다 하죠. 다른 데로 갈 땐 아는 사람들 소개로 많이 가는 편이에요. 일하면서 알게 된 분들이, 이쪽으로 와 봐라, 그래 가지고 옮기게 되는 거죠. 하지만 옮기면 손해예요. 원래 알던 사이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지정고객도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요. 숍 내부엔 디자이너 선생님들도 순번(위계)이 있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힘들죠. 그래서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데스크(점장, 매니저)쪽 마찰도 좀 있어요. 왜냐면 숍 매출을 올리는 건 디자이너인데 어느 순간부터 점장님들에게 밀리더라고요. 사소한 것에 마찰이 생기다보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불만도 생기고. 그게 쌓이다 보면 트러블이 생기는 거죠. 윗분(실장이나 수석디자이너와 점장)들이 따로 얘기는 하죠. 그런데 자꾸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이제 딱 한꺼번에 일이 터지는 거죠. 그래서 조금 아니다 싶으면 나가게 돼요.”   - B 헤어숍 디자이너 -

4. 맺음말

건 강과 미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뷰티산업은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30여년 사이 우리나라 두발미용업은 몇몇 주요 업체들의 프랜차이즈 사업의 확장과 함께 고용규모 또한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헤어 프랜차이즈 산업의 증가 이면에는 전근대적인 고용구조와 비정규직 활용이 확인된다. 특히 프랜차이즈 헤어숍 종사자인 스태프(인턴 3년)의 장시간 저임금 구조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전자본주의적 잔재인 도제식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의 고용관계는 기존의 고용형태와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간 동네 골목골목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개인형 헤어숍과 달리,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은 헤어디자이너와의 고용관계를 자유소득자(개인사업자)로 구분하고 근로계약이 아닌 ‘비즈니스 계약’(인센티브제)을 체결했다. 하지만 헤어디자이너는 사용 및 경제적 종속성은 물론 조직적 종속성 모두에 있어 여타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비해 노동자성이 매우 높은 직군이다. 그럼에도 법제도적인 보호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프랜차이즈형 헤어숍의 증가와 동시에 양적으로 성장한 헤어숍 종사자(디자이너와 스태프)의 노동자성 문제와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구조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글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헤어디자이너의 노동자성 문제와 헤어숍 스태프(인턴)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 등은 우리나라 뷰티산업의 성장 속에 묻힌 어두운 그늘의 한 단면이기에, 학계와 노동계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관심과 정책적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