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단체교섭과 공무원노조법 개선 방안

노동사회

공무원 단체교섭과 공무원노조법 개선 방안

편집국 0 5,396 2013.05.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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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년 6월15일 공무원노조 대정부교섭단 주최로 개최된<2008년 대정부교섭 토론회>의 발제문을 요약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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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만 5년이 넘었지만, 공무원 노사관계는 여전히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37명의 해직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제도권 바깥에 내팽개쳐져 있다. 또한 중앙단체교섭은 2007년에 한번 체결된 이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 노사관계는 번듯한 외양과는 달리 불구화된 상태이며, ‘앙꼬 없는 찐빵’이라 할 수 있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이 갖는 고유권한이자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다. 이런 점에서 단체교섭이 없는 노사관계는 ‘죽은 노사관계’라 할 수 있다. 왜 법률로 보장된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권은 형해화 되었는가? 제도와 노사 당사자의 문제 두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글은 공무원 단체교섭의 진전을 가로막는 원인을 진단하고 그 발전 대안을 찾고자 한다.

1. 공무원노조법의 문제점

공무원노조법은 법 제정 당시부터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공무원노동조합들은 공무원노조법을 국제 기준에 맞지 않고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해 왔다. 법 제정 당시 제기되었던 공무원노조법의 문제점은, △노조 가입 범위, △교섭창구 단일화방안, △교섭의제의 영역 구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 △분쟁 조정 방안 등이었다.

먼저, 단결권 보장 여부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노조의 조직대상 및 가입대상을 획일적으로 제약한다. 일반직 공무원의 가입 대상을 ‘6급 이하’로 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공무원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갖거나, △인사·보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행정기관의 입장을 취하는 공무원, △교정·수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그리고 △기타 노동조합원으로서 업무수행에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공무원 등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법의 적용대상인 전체 공무원(약 56만 명)중 절반에 가까운 약 27만 명이 단결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결권의 보편적 향유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으며, 기본권의 최소 제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가장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은 단결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둘째, 단체교섭의 영역이다. 이 중 핵심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와 단체교섭 의제(agenda)의 적정성(교섭 대상과 ‘비교섭 대상’)의 문제이다. 현행법은 교섭노동조합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교섭노동조합들 간의 합의에 따라 교섭위원을 선임하되, 법령이 정한 기간 안에 합의하지 못하는 때에는 교섭노동조합들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고, 이 경우 교섭위원 총수는 10인 이내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교섭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해당 노조를 대표하여 교섭에 참여하는 교섭위원의 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렇게 교섭 창구를 강제적으로 단일화하면 노-노 간의 갈등 확대 및 소수조합의 단체교섭권 배제 위험성이 크다.

또한, 현행법은 단체교섭 의제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제약함으로써 교섭의 정상적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 제8조(교섭 및 체결권한 등)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섭의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제도와 단체행동권 보장 문제이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집단적 노동분쟁에 대해 쟁의행위를 통한 자주적 해결방식은 허용하지 않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쟁해결제도는 공무원노조의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기본권 중에서 단체행동권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권리로서,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실현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직무 자체가 고도의 공공성을 가지는 현역군인·경찰공무원·교정공무원·소방공무원의 경우에는 쟁의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나, 일반 공무원의 경우에는 쟁의행위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에 관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의 파업권을 인정하는가는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파업권을 인정하는 경우(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나 미국의 일부 주 등) 파업으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중단과 관련하여 공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①파업의 사전통지제도, ②조정전치제도, ③필수유지업무제도 등의 제도들을 하나 이상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2. 2006년 중앙단체교섭 진단과 평가

교섭창구 단일화
공 무원 단체교섭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2006년 중앙단체교섭을 살펴보자. 중앙단체교섭은 2006년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된 후 2006년 9월13일 공무원노총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으며, 단체협약이 체결된 것은 2007년 12월14일로, 교섭요구에서 타결까지 걸린 기간은 1년 3개월이었다.

공노총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위한 공동교섭단 구성, 교섭의제 단일화, 교섭의 절차·기간·방법을 정하기 위한 예비교섭 등의 과정을 거치며 9개월여의 진통 끝에 2007년 7월5일 본교섭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단체교섭 요구안 제출 이후 본교섭이 시작되기까지 7개월이라는 긴 기간이 소요된 것은 창구 단일화 문제 때문이었다. 대정부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은 10곳이었는데, 이들은 전국단위 총연맹(공무원노총, 한공노 등)부터 교육기관 노조(교육연맹), 그 중에서도 기능직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기공노, 한국교련), 지역단위 노조(서울시강서구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광역시북구공무원노동조합) 등 조직대상, 조합원 수, 직렬 등에서 큰 편차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들 간에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창구 단일화의 세부 원칙과 기준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교섭을 요구한 다수의 공무원노동조합들은 자기 조직에 유리한 방안으로 창구 단일화를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교섭위원 수가 10명, 신청 노조도 10명이니 각 노조에 한명씩 배정하자고 하면 공노총, 행정부노조 등 덩치가 큰 노조들은 받을 수 없었다. 조합원 수에 따라 비례대표로 구성하자고 하면 10개 노조 중 5개 노조가 교섭위원 배정에서 배제되었다. 이처럼 각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다보니 당연히 창구 단일화 논의는 답보 상태였다. 창구 단일화 방안을 둘러싸고 난항을 거듭하던 공무원노동조합들은 논의 시작 7개월 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교섭위원은 총 10명 중 공무원노총 및 행정부노조, 교육연맹 등에 8명을 배정하고, 군소 6개 노조에 2석을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9곳의 공무원단체들은 4월23일 행정자치부에 ‘대정부교섭 교섭위원 통보서’를 제출함으로써 본교섭 준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예비교섭과 본교섭
창 구 단일화 문제가 2007년 4월23일 마무리되자, 공무원단체들은 본격적인 교섭준비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측 공동교섭단은 본교섭, 실무교섭, 분과교섭 등을 담당할 교섭위원 69명을 선임하고, 합동워크숍, 교섭의제 학습, 전문가 수업, 모의 교섭을 개최하는 한편, 교섭단 지원을 위해 교섭 장소, 숙식, 법률 및 행정지원단을 구성하였다.

정부와 공무원노동조합 양측은 교섭의 절차·기간·방법을 정하기 위해 2007년 5월3일부터 6월2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예비교섭을 진행하였다. 예비교섭 결과 2006년 6월21일 ‘2006년 정부교섭 절차 등에 관한 합의서’를 도출하였는데, 이는 단체교섭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교섭단 구성, 진행방식·일시·장소 등 교섭에 필요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교섭단 구조를 보면, 본교섭위원회와 실무교섭위원회, 교섭의제별 분과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실무교섭위원회는 분과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잠정합의하고, 미합의 사항을 교섭한 후 중요의제를 본교섭위원회에 상정한다. 본교섭위원회에서는 실무교섭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추인하고, 중요의제를 교섭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분과위원회는 교섭의제별 7개 분과로 구성한다.

이상과 같은 ‘정부교섭 절차 등에 관한 합의서’에 기초하여, 2007년 7월5일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교섭이 진행되었다. 본교섭에서 노조 측은 362건의 요구안을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공무원 정년 평등화, 공무원연금 개정 논의 중단, 퇴출제 중단, 노동기본권 확대 등과 함께, 기본급 4.7% 인상과 수당 신설 및 인상, 공기업 수준으로의 단계적인 임금 인상, 차등 성과급 폐지 등의 임금인상 요구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7월5일 상견례를 포함한 제1차 본교섭 이후 단체교섭은 실무교섭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무교섭위원회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닥치게 되었는데, 그것은 정부 측 실무교섭위원의 격에 대한 공무원노조 측의 반발로 인한 것이었다. 공무원노조 측은 단체교섭에 참가하는 정부 각 부처의 국장급이 실무교섭위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각 부처에서는 국장급 참석에 난색을 표하였다. 정부 측 실무교섭위원의 ‘격’ 문제와 행자부 1차관의 불참에 따라 한 달 이상 교착상태에 빠졌던 실무교섭은 8월16일 성사되었는데, 동 실무교섭위원회를 통해 노사 양측은 7개 분과위원회에 교섭의제를 배분하고 교섭 운영방법 등에 합의했다.

노조 측 요구안이 분과위원회에 배정되면서, 8월27일 1분과 회의를 시작으로 분과위원회가 개최되었다.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발생하였던 공통 문제는 교섭의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정부 측은 노조 측의 요구안 362개 조항 가운데 절반 넘는 요구안을 ‘비교섭의제’라 판단했고, 노동조합 측 요구안을 최우선 과제와 장기과제, 연구검토과제로 분류해 최우선과제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노조 측도 362개 조항 모두를 이번 교섭에서 타결할 것을 고집하지 않았고 핵심쟁점 위주로 분과위원회 운영에 대한 유연성을 갖고 단체교섭에 임하였다.

초기 대립 양상을 보였던 분과위원회는 교섭 횟수가 2∼3차례 경과하면서 10월에 ‘합의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합의를 보았던 문제는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건과 공무원연금 문제를 다룰 위원회 설치 건 이었다. 그러나 분과위원회의 진전에도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은 지속되었다. 본교섭에서 가장 큰 쟁점은 정년 평등화 문제였다. 12월 4일 열린 2차 본교섭에서도 정년 평등화를 제외한 나머지 의제들은 협의를 거쳐 문구만 수정하면 의견접근이 가능했던 반면, 정년 평등화에 대한 노사 간 입장 차는 분명하였다. 공무원노조 측은 본교섭의 핵심 쟁점인 정년 평등화 문제 해결 없는 단체교섭 타결은 불가하다는 판단 아래, 1인 시위와 중앙인사위원회 항의 방문 등을 통해 정부 측을 압박하였다. 정부도 쟁점의제에 대해 11월30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와 12월11일 장관회의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최종 조율하였다.

대립 국면을 보였던 노사 양측은 시기적 상황을 고려하여 12월19일 대통령선거 이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강행했고, 그 결과 12월14일 3차 본교섭을 갖고 전문과 총칙을 포함 51개 조항으로 구성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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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교섭의제 타결내용 (131건)

- 상호책무: 상호 대등관계, 신뢰로 협약의 성실 이행 및 결과 존중
- 공무원 노동기본권 신장: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에 ‘(가칭)공무원노동관계특별위원회’설치
-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차별 해소: 정년연장 등 합리적 개선 방안 마련
-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제도 개선 시 노조 의견 적극 반영 및 논의 기구 참여 보장
- 공무원퇴직금제도 개선: 민간기업 수준으로 개선⋅지급
- 기능직공무원 차별 해소: 10급제 폐지, 명칭 개칭, 6․7급 상위직급 확대 및 일반직으로 통합 추진
- 성과상여금제 개선: 공무원노조 의견수렴 및 개선 방안 강구
- 초과근무수당 개선: 수당지급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 강구
- 호봉제도 개선: 승진 시 호봉삭감 완화 및 호봉승급일을 월단위로 개선
- 2009년 공무원 보수수준: 노조와 논의하여 반영
- 출산 및 육아휴직자 차별 금지: 정당한 이유 없이 인사상 불리한 처우 금지
- 학교근무 지방공무원 차별 해소: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조정⋅실시
- 5월1일 노동절 휴무: 휴무 실시
- 단체협약의 범위: 조합활동, 신분보장, 보수 및 근로조건, 보건안전과 모성, 후생복지, 협약, 기타 필요한 사항을 범위로 함.
- 조합활동 보장 및 부당노동행위 금지: 노조와 조합원의 활동 보장 및 노조 탈퇴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 금지
- 노조전임자 처우보장: 신분, 인사, 후생복지, 원직복직 등에 불이익 금지
- 노조예우: 정부 주관 행사에 노조 참여
- 노동조건 저하 금지: 기 실시 복리후생, 노조활동 등 노종조건 저하 금지
- 근무시간외 조합원 임의동원 제한: 법정근무시간 외 행사 등에 조합원 동원 시 노조에 사전 통보
- 복무관련 법령 개정 시 노조협의: 노조 의견 청취
- 휴가제도 개선: 휴가제도 개선
- 호봉 산정 시 유사경력 인정: 공공부문 유사경력 인정 검토
- 상훈제도 개선: 공적심사 제도 개선
-보수 현실화: 국가재정 여건, 민간임금 수준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 강구
- 출장비 현실화 및 균등지급: 출장비 단계적 현실화, 직급별 차등지급 완화
- 육아휴직 실시: 실시
- 가족 간호 휴직제 실시: 1년 이내 휴직
- 복지제도 확대 실시: 맞춤형 복지제도 실시
- 공무상 재해보상: 민간 산재보험 수준 고려하여 적정 보상
-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중앙부처 공무원 특별지원: 신규아파트․임대주택 특별분양, 주택자금․전세자금 대출 알선, 주거이 전 시 이사비용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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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중앙단체교섭 평가
2006 년 중앙단체교섭을 약평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법의 제약으로 노동조합 측의 요구안이 단체교섭의 장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였다. 노조의 초기 요구안 362개 중 노조가 철회한 177개 중 대부분이 ‘정책결정 사항’ 또는 ‘인사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교섭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또한 합의된 단체협약서의 상당수가 “노력한다”, “협조한다”, “강구한다”, “수렴한다” 일색이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겨 놓은 합의였다.

둘째,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로 단체교섭 기간이 길어졌고, 정부는 이를 단체교섭 회피의 방편으로 이용하였다. 중앙교섭을 요구한 공무원노조가 10개에 달해 공동교섭단 구성과 요구안 통일에 무려 7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창구 단일화에 따른 교섭의 장기화 법제도적인 문제와 함께, 공무원노조들의 분산된 조직구조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셋 째, 단체교섭의 시기이다. 중앙단체교섭에서 다루어지는 임금, 보수 등 교섭 내용들은 법제도 개편 및 국회 승인을 필요로 하므로, 최소한 정기국회 이전에 교섭이 타결되어야 해당 년도에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2006년 중앙교섭은 교섭 시기가 늦어져 임금교섭은 진행도 하지 못하였다. 상반기(임금교섭), 하반기(단체교섭)이라는 단체교섭의 운영 방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넷 째, 공무원노조 측의 준비 부족 및 전략 한계다. 10여 개 노조들의 요구들을 모두 취합하다보니 교섭 요구안의 내용이 불필요하게 많아졌고, 핵심 쟁점 위주의 교섭을 진행할 수 없었다. 또한 교섭의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조합원의 관심을 집중시켜나가는 데 한계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단체협약의 이행 담보 문제다. 공무원 단체교섭의 특성상 공무원의 임용 및 해고 등 신분과 관련된 사항과, 급여·수당·복무 등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들은 국회의 법률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2006년 중앙교섭의 합의사안 중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 등 많은 미결 과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체교섭 타결 3년 후에 발생하였다. 고용노동부는 2009년 3월18일 공무원 단체협약의 검토 결과로서, ‘2006년 정부교섭 단체협약 비교섭사항’을 통보해 왔으며, 2010년 9월1일에는 ‘2006년 정부교섭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마저도 정부 정책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면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3. 2008년 중앙단체교섭의 현황과 경과

2007 년 중앙단체협약의 체결 이후 MB정부하에서 중앙교섭이 4년째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2008년도 중앙단체교섭에 임하는 노동조합들이 내부 협의를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루어내고 교섭요구안을 확정한 상태에서 단체교섭에 돌입하려고 하자, 정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합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섭을 중단하였다.

공무원노조들은 2008년 12월부터 3개월의 논의를 통해 대정부교섭 교섭위원 배분을 합의하였다. 그 내용은 전공노 2명, 민공노 2명, 공노총 2명, 기공노 1명, 교육기관연맹 1명, 광역조합 1명, 법원노동조합 1명으로 총10명의 교섭위원을 확정하였다. 또한 2009년 7월에는 노동조합 측의 ‘2008년 대정부 단체교섭 공통요구안’이 합의됐다. 각 노동조합들이 제출한 요구안은 모두 268개였는데, 논의를 거쳐서 공동요구안을 106개로 축약하였다. 이후 노동조합 측은 이 최종 교섭요구안을 8월25일 행정안전부에 공문으로 발송하고 교섭 개시를 공식으로 요구하였다. 당시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주요 요구안의 주요 내용은, △인사위원회에 노조가 추천한 자 50% 보장, △남성공무원의 육아휴직 할당제 시행, △노사 합의기구 구성을 통한 임금결정, △기능직 및 별정직 공무원의 일반직 전환, △각종 정부기관의 민간위탁, 공사화 및 민영화 중단, △공무원노동조합법 폐지,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노동권 보장 등이었다.

순조롭게 추진되던 2008년 단체교섭이 난관에 봉착한 것은 정부의 태도 변화 때문이었다. 정부(노동부)는 2009년 9월 중순 전공노에 공무원이 아닌 해고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이것은 노동조합 설립 반려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침내 정부는 통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를 반려함과 함께, 예비교섭 상견례를 바로 며칠 앞두고 불법적 지위의 공무원단체와 단체교섭을 중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단체교섭 진행 중단을 선언하였다. 이에 교섭참가 공무원노조들은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공무원노동조합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으로 맞서고 있어, 2011년 9월 현재까지 교섭은 중단된 상태이다.

이상과 같이 2008년 이후 중앙교섭이 성사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공무원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MB정부는 집권 초부터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담합과 불법 해소”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핵심 방침으로 설정하였다. 고용노동부는 2009년에 이어 2010년도에도 “불합리한 노사문화 및 관행 개선”을 골자로 하는 노사관계 정책을 추진하였다. 2009년의 경우 주요 공무원노조들(공노총, 전공노, 민공노)의 규약을 검토하여,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적법’하게 변경토록 시정명령(2009.8)을 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12월 말 현재 체결된 공무원 단체협약 112개를 분석하여, 전체 단체협약 내용 중 22.4%가 위법·비교섭·부당·기타 불합리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렇듯 정부의 공무원노조 배제 방침은 공무원 단체교섭의 해태 및 지연으로 연결된 주된 원인이었다.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요인을 단체교섭이나 대화로 해결하기보다는 법과 원칙이라는 ‘낡은 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결국 2008년 중앙단체교섭은 공무원노조들의 사전 준비 및 복수노조에 따른 자율적 공동교섭단 결성 및 요구안 통일이라는 발 빠른 준비에도, 정부의 노동조합 거부 방침에 따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공무원노조 측의 뚜렷한 방침 부재도 한 몫을 하였다.

4. 공무원 노사관계 발전 과제: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현 재 공무원 노사관계에서는 단체교섭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 결과 단체협약 체결도 취약하다. 2006년 이후 단체협약 체결 현황을 보면, 중앙교섭은 2007년 1회 체결되었고, 지자체의 단체협약은 2008년에 56개 단위에서 체결되었다. 단체교섭은 2010년 9월 기준으로 정부 222개 교섭단위 중에서 지자체 및 교육청 등 56개 기관에서 체결되었고, 전국단위, 행정부,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교섭이 진행 중이거나 교섭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표] 공무원 단체협약 체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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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성희(2011)

 

대 부분의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음에도 단체교섭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현행 공무원 단체교섭의 실효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무원노조법의 기계적 적용과 법 집행은 공무원 노사 당사자들의 자율적 교섭을 제약하고 있다. 그 결과 단체교섭은 활성화되지 않고 비공식적인 정책협의가 더 지배적인 양상이다.

단체교섭 활성화를 위한 법 개선 방향
이렇듯 공무원 단체교섭이 겪고 있는 난관의 상당부분은 공무원노조법의 독소 조항에 있다. 그렇다면 단체교섭과 연동된 공무원노조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살펴보자.

먼 저,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현행법은 복수의 공무원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수의 공무원노조들이 존재하는 중앙교섭의 경우, 창구 단일화를 위한 노동조합들 간 논의 및 합의에 평균 6∼7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창구 단일화는 단지 교섭위원의 조정과 배분만이 아닌, 교섭의제의 통일 및 교섭 준비에서 마무리까지의 전략·전술의 통일을 의미한다. 현재의 공무원노조법은 복수노조들 간의 자율적 협의만을 강요하며 사용자인 정부는 이를 교섭 회피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수노조들의 교섭권을 보장하면서 교섭비용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은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방안은 현재 교원노조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자율교섭을 보장하는 것이다. 교원노조의 경우 2010년부터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없어져 자율교섭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노조들 간 자율적 협의를 통한 단체교섭 추진 과정에서 긍정적인 사례들이 많이 확인된다. 둘째 방안은 현행 공무원노조법의 부분 개정을 통해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위한 절차와 기준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를 세분하면 3가지 방법이 있다. ‘Ⅰ안’은 현행 공무원노조법의 교섭위원 총수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고 복수의 노동조합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Ⅱ안’은 일정 비율 이상을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에 한정하여 조합원 수에 비례하는 교섭위원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고, ‘Ⅲ안’은 교섭위원 총수를 제한하되 그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검토할 문제는 단체교섭의 장기화로 인해 발생하는 교섭외노조의 단체교섭권 보장 방안이다. 이는 중앙부처와 행정부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에서 확인된다. 단체교섭이 장기화되어 교섭에 참여하지 못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섭 요구 사실 공고일로부터 2년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교섭 대상과 ‘비교섭 사항’의 문제이다. 공무원 단체교섭에서 맞닥뜨리는 첫 난관은 공무원노조가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교섭 의제들이 현행법상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체교섭의 실효성 논란이 발생하고, 단체교섭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공무원 노사관계에 있어 교섭 대상을 규정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교섭의 대상을 △의무적인 교섭사항, △임의적인 교섭사항, △교섭이 불법적인 것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일본의 경우 교섭사항은 급료, 근로시간, 기타 근무조건, 사교적․후생적 활동을 포함한 적법한 활동에 관련된 사항 등에 한정되며, 관리운영사항은 제외된다. 기타 근무조건에는 승직, 강직, 면직, 휴직, 선임권 및 징계의 기준, 근로에 관한 안전, 위생 및 재해보상 등이 해당된다. 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단체교섭제도의 확산과 노동자의 경영참가의 증대 현상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도 단체교섭의 범위를 제한적이긴 하나 최대한 확대 해석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즉, 경영권에 속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사원칙이나 배치전환 기준 등 ‘인사 기준의 설정 요구’가 그 예라 할 것이다.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인사 경영과 관련된 비교섭 사항에 대해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참가의 확대뿐 아니라 단체교섭구조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결국 단체교섭의 교섭대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Ⅰ안’은 공무원노조법 제8조(교섭 및 체결 권한 등)의 교섭대상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즉, 교원노조법과 동일한 수준으로 바꾸어 노사 간 교섭의제에 대한 자율적 권한을 부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Ⅱ안’은 노사 간 자율적 정책협의 기능을 시급하게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을 폐지하고 민간부문과 동일하게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을 도입하여, 노사 간 정보 교류 및 협의를 촉진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인지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
한 편, 현재이 공무원 단체교섭 파행에는 인지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노사갈등의 인지적 요인들로는, 상대방에 대한 왜곡된 이해, 차단된 커뮤니케이션의 통로, 노사 양 당사자 사이의 적대적 감정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인지적 갈등 요인들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협력적 노력을 저하시키며, 갈등의 폭을 더 확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같은 구조적 환경 속에서도 갈등이 확대되는 기관이 있는 반면, 내부적으로 갈등을 완화하는 기관이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많은 부분은 법제도적 문제와 함께, 노사관계 양 당사자 사이의 신뢰 및 믿음의 결여에 원인이 있다. 사용자인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공직사회 개혁과 제도 개혁을 위한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 측 역시 정부에 대해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무원 노사관계에서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노사관계 지형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정부 부처 주요 관리자들은 공무원노조의 부정적 요소에 착목한 나머지 공무원노동조합이 가져 올 공직사회의 변화 및 순기능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결과 공무원노조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 내지는 방관자적 태도에 머물고 있다. 2006년, 2008년 중앙교섭에서 발생한 갈등은 교섭내용과 관련된 입장 차이뿐 아니라, 단체교섭에 임하는 무성의한 정부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와의 단체교섭이 공무원 노동자의 동의를 통해 변화를 합법화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무원 노사관계는 그 특성상 집중화된 교섭구조를 요구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노조들이 조직의 분산성을 극복하고 조직의 집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점에서 공무원노조들의 통합 작업은 보다 더 가속화 될 필요가 있으며, 그 방향은 기관별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는 산별노동조합이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