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주간연속 2교대제, 어디까지 왔나

노동사회

현대자동차 주간연속 2교대제, 어디까지 왔나

편집국 0 5,252 2013.05.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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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현대자동차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자문위원 대표)
           엄교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실무팀장

일시: 2011년 4월14일(목) 오후 7시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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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태주(박): 현대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는 벌써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8년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제안되었죠. 이것이 노사 간 교섭의제로 확정된 건 2003년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 드디어 단체협약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하게 되죠. 그 후 2010년까지 다섯 번에 걸쳐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방안을 놓고 단체교섭을 벌였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놓고 지금도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세부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주간연속 2교대제가 무엇인지부터 엄교수 팀장께서 말씀을 해 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엄 교수(엄): 주간연속 2교대제는 10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하고 있는 현재의 근무형태를 8시간씩 일하도록 바꿔 심야시간대에는 일하지 말고 자자는 게 원래 취지였습니다. 주간에 연속으로 2교대 근무하고 나면 심야시간엔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이름이 ‘주간연속 2교대제’로 붙은 거죠. 간단히 말해서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게 주요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조합원들이나 활동가, 간부들이 처음에 갖고 있던 막연한 상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도 줄여야 하지만, 임금도 현재보다 더 나은 조건에다 안정적으로 확보해야겠다는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더 미룰 수 없다

박: 근로기준법에 따른 심야, 즉 야간의 개념은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지요.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 ‘주간연속’이라고 할 때 이에 대응하는 ‘심야’는 새벽 2시부터 6시에 걸친 시간대입니다. 사실 ‘연속 2교대제’라는 말은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이 1990년대 후반에 교대제를 바꾸면서 만든 말입니다. 현대차지부가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주간’이란 말을 덧붙인 거죠. 다시 말해 주간연속 2교대제라는 말에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아울러 심야노동을 철폐해야 한다는 생각이 녹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루에 8시간씩, 낮 시간대에만 일을 하는 근무형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어떻습니까? 현대자동차에서 교대제 변경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게 있을까요?

 

[표1] 현대자동차의 현재 근무형태(10/10)

1 조

2 조

08:00 ~ 10:00

노동시간(2시간)

21:00 ~ 23:00

노동시간(2시간)

10:00 ~ 10:10

휴게시간(10분)

23:00 ~ 23:10

휴게시간(10분)

10:10 ~ 12:00

노동시간(1시간 50분)

23:10 ~ 01:00

노동시간(1시간 50분)

12:00 ~ 13:00

식사시간(60분) 무급

01:00 ~ 02:00

식사시간(60분) 무급

13:00 ~ 15:00

노동시간(2시간)

02:00 ~ 04:00

노동시간(2시간)

15:00 ~ 15:10

휴게시간(10분)

04:00 ~ 04:10

휴게시간(10분)※

15:10 ~ 17:00

노동시간(1시간 50분)

04:10 ~ 06:00

노동시간(1시간 50분)

17:00 ~ 17:15

휴식(간식지급)

06:00 ~ 06:10

휴게시간(10분)

17:15 ~ 18:50

노동시간(1시간 35분)

06:10 ~ 08:00

노동시간(1시간 50분)

연장근무 시 간식 지급 및 1시간 50분 노동시간 인정

연장근무 시 06시부터 10분간 휴게시간 유급인정

※ 혹서기(7월1일∼8월31일)의 오후 휴게시간은 15:00~15:20(야간노동 시는 04:00~04:20).

 

[표2] 2008년 합의한 근무형태(8/9)

1 조

2 조

06:30 ~ 08:30

노동시간(2시간)

15:10 ~ 17:10

노동시간(2시간)

08:30 ~ 08:40

휴게시간(10분)

17:10 ~ 17:20

휴게시간(10분)

08:40 ~ 10:30

노동시간(1시간 50분)

17:20 ~ 19:10

노동시간(1시간 50분)

10:30 ~ 11:10

식사시간(40분) 무급

19:10 ~ 19:50

식사시간(40분)

11:10 ~ 13:10

노동시간(2시간)

19:50 ~ 21:50

노동시간(2시간)

13:10 ~ 13:20

휴게시간(10분)

21:50 ~ 22:00

휴게시간(10분)

13:20 ~ 15:10

노동시간(1시간 50분)

22:00 ~ 23:50

노동시간(1시간 50분)

연장노동 없음

23:50 ~ 00:00

휴게시간(10분)

00:00 ~ 00:50

연장근무(50분)

주: 단, 상기 시·종업시각에 대하여는 도입시점의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노사 간 재논의하기로 함.

 

엄: 처음에 우리가 출발할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국사례를 보면 기업이 경기 위축시기에 생산물량이 줄어들자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이 제도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자동차는 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상황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봤을 땐 무리할 뿐만 아니라 쓸 데 없는 거죠.

그 러나 노동자 입장에선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피로를 많이 느끼고 있고 건강의 위험도 제기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노사 간에 접근하는 내용이나 이해하는 폭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도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생산물량을 보전할 수 있으면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겠다는 원칙은 갖고 있죠.

 

박: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1차적인 과제이겠지만 이제는 노동의 인간화, 일과 삶의 균형이란 부분까지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시간 단축 노력이 갖는 특징은 엄 팀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불황기에 임시적인 대피처를 마련하자는 것이 아니라 호황기에, 그것도 항구적인 근무형태의 변경을 추진한다는 점입니다.

다 른 하나는 현대자동차라는 개별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간의 단축을 요구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노동법의 개정을 통한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간 단체교섭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본격적인 교섭의제로 끄집어낸 것이죠. 현대자동차가 노동시간의 단축이란 의제에서 일종의 유형설정자(pattern-setter)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dialogue_03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노사가 국민경제나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에서 비롯되는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활은 물론이고 생산방식이나 임금체계, 노동강도, 설비투자 등 생산의 제반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달리 말하면 주간연속 2교대제에 이르는 길목 구석구석에서 노사갈등적인 의제들이 숨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대제 변경,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을 생산방식이나 노사관계에서 ‘조용한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소리소문 없이 ‘혁명’이 예비되고 있는 거죠.

 

개별 사업장에서 시작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혁명

사 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인 한국 안에서도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OECD 통계로 보면 한국은 2008년에 2,256시간을 일했는데 이는 일본에 비해서 연간 484시간,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했을 때 무려 60일을 더 일한 겁니다. 근무일수로 따지면 세 달 가까이 더 일한 셈이죠.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한국 평균보다도 더 많은 2,400~2,500시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엔진·변속기공장에서는 주당 64시간이 일반적인가 하면 80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먹고 자는 것과 같은 필수 생활시간만 빼고는 일만 하는, 그야말로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니 “왜 사냐?”라는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를 달리 표현하면 ‘과로의 현대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로봇’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죠.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것이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스스로 “우리는 돈의 노예이고 일하는 기계”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여 년간 열심히 노동운동을 한 대가치고는 참혹하달까, 일이 우리네 삶의 주인이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난 거죠.

현 대자동차의 장시간 노동은 심지어 노동법을 위반할 소지까지도 안고 있습니다. 주당 40시간의 노동과 12시간의 잔업을 허용하는, 그래서 주당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하게 되어 있는 근로기준법이 그것입니다. 물론 근로기준법의 취약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말 노동은 연장 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근로기준법 해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평일 노동을 주야 12시간 맞교대로 진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책임 있는 대기업으로서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런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목적이 바뀌면서 혼선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가령 노동시간 단축이나 심야노동 철폐, 고용의 안정, 그리고 삶의 질 향상, 이런 것들 가운데서 어느 것이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핵심적인 목표인가 하는 것이죠.

 

엄: 표면적으로는 심야노동 철폐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3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노동조합 설립 초기에도 제기됐던 문제거든요. “소나 말도 밤에 불 켜놓고 일하지는 않는데 사람이 그렇게 일해야 하나”, 그런 말까지 했을 정도로 심야노동에 대한 반발은 처음부터 있었죠.

그 렇지만 마음만 먹었으면 조직력이 강했기 때문에 당시에도 심야노동을 없앨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교대 근무 형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금전적 유혹 때문이었죠. 심야노동을 함으로써 주어지는 할증 임금이 평일 주간 때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할증 임금을 더 받기 위한 협상으로 갔지 심야노동을 없애는 쪽으로 가지 못했다는 잘못이 있었죠. 그러다보니 이게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쪽으로 나타나게 된 겁니다. 노동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돼 버린 거예요. 야간노동까지 열심히 힘들게 일하고 있으니 보상을 많이 해달라는 쪽으로 갔다는 거죠.

그 러다 1998년도에 들어서 경기불황이 닥치면서 고용의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회사는 경기가 위축되면 사람 자르는 게 편하니까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한 거고, 조합원들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돈을 더 받는 것보단 차라리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고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얘기하게 된 겁니다.

거 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조합원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피로가 계속 누적되니까 건강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로사로 쓰러지고 질병을 앓게 되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야간 근무하는 노동자들 중에 위장약을 안 먹는 사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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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노동 철폐, 고용안정, 삶의 질까지 달린 복잡한 방정식

이 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세 가지가 다 결부가 된 거죠. 처음에는 심야노동을 철폐하자, 생체리듬에 안 맞다 그러다가 고용의 문제가 됐고, 지금은 삶의 질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이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조합원 누구와 얘기해도 그런 얘기들을 다 아는 정돕니다.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이해의 폭은 대단히 넓어져 있다는 거죠. 지금 당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3분의 2가 넘을 정도로 욕구는 대단히 높아져 있습니다.

 

박: 노조가 2008년 단체협약에서 8/9체제(8/8+1체제: 1조 8시간, 2조 9시간 노동체제)로 합의한 것은 심야노동의 축소라는 점에선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철폐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겁니다. 지금도 토요일 오후 5시에 일하러 들어가서 일요일 아침 8시에 나오는 식으로 주말 특근을 하는 이유가 심야노동이 주는 할증 임금 때문이거든요. 회사로서도 가동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물량이 있는데 공장의 불을 끈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 있겠죠.

그 런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심야노동의 철폐를 얘기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시간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 관해서는 다시 검토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우 리 사회에서 노동시간의 양극화도 심각한 실정입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한쪽은 일에 치여 과로로 쓰러지고 다른 한쪽은 일이 없어 실업으로 쓰러지고 있는 실정이죠.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기존 조합원의 고용안정에서 멈추어버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나누겠다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 사회적 의제화까지 나가자

엄: 사실입니다. 1998년도에 저희가 목표로 했던 것도 지금 있는 인원을 자르지 말고 노동시간을 나눠서 같이 가자는 거였지요. 사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창출돼야 맞거든요. 생산대수를 줄이지 않고 노동시간만 줄이게 되면 시간당 생산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기존에 있는 인원 가지고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는 게 당연한데도 2008년에 노사 간 합의한 내용을 보면 “현재 인원을 기준으로”라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죠. 즉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인원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만 줄이기로 합의가 된 건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단 서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회사는 지금도 편성효율 자체가 낮아서 인원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원의 여유가 없다고 본다면 당연히 신규 인력을 고용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재 인원대로 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죠.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고용의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어느 현장 의견그룹도 신규 고용 창출을 주장한 쪽은 없습니다. 모두 현재 인원의 고용보장을 얘기했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새로운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 현대자동차에는 최근에도 불거졌듯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그들에게 정규직화라는 온기로 다가갈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습니다. 이것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현대자동차지부의 노력이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엄: 사내하청뿐만 아니라 직서열업체들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르는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 역시 큽니다. 지금은 직서열업체가 똑같이 10시간 맞교대를 하면서 필요한 인원들만 고용하고 있는데, 저희는 노조 조직력이 있어서 그나마 노동강도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힘이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현재 인원만으로 더 강해지는 노동강도를 떠안아야 합니다. 노동강도 자체가 이미 한계에 와 있는데 거기다가 10~20% 효율을 더 올리라고 하면 노동강도의 강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물량을 다른 데로 빼거나 줄이면 고용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고요.

저 희들이 몇 군데 협력업체 조합원들 면담을 해 보니 실제로 그런 고용불안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안해하는 것은 지금은 현대자동차가 물량을 보전한다고 하지만, 너희들은 노조 힘이 세니까 어느 날 갑자기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거죠. “너희들은 노동시간 줄어서 편하게 일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고용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 그런 얘기들을 실제로 하고 있죠.

 

노동시간 단축과 하청업체 고용불안, 당사자가 참여해야

박: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자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를 하면서 2008년에는 협력·하청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교대제개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노사 모두 그 합의 자체를 이행하지 않았죠. 지금도 현대자동차 노사가 논의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들은 우리 일정대로 갈 테니까 당신들은 따라와라”라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청업체들을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죠. 노사 가릴 것 없이 원청이 가지는 또 다른 오만함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서는 이들을 포괄하고 있는 금속노조의 역할이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엄: 현재 금속노조는 노동강도위원회가 맨아워 산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고요, 이를 중심으로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다른 완성차 지부의 참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기아자동차 노사는 현대자동차의 추이를 지켜보는 형국이라 본의 아니게 현대자동차가 선도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기는 하죠. 맨아워 산정기준과 관련한 금속노조의 가이드라인은 4월 말에 나올 예정입니다.

또 금속노조는 2010년부터 자동차 산업 분과 안에 주간연속 2교대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서 주간연속 2교대제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하청·협력업체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조사도 포함되어 있고요. 현재 1차 조사보고서가 나왔고 토론회 등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런데 아직까지 하청노조나 부품업체 노조들 입장에서는 완성차가 확실히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 거라는 신뢰가 안 가는 거예요. ‘이러다 마는 거겠지’, ‘정말 하기는 하는 건가’ 하는 불신 속에서 깊이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금속노조는 사전에 조합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고용의 문제나 근로조건 문제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챙겨야겠다는 목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완성차 노조들도 그런 간극을 극복하고자 부품업체 노조들과의 간담회, 설문 및 방문조사를 하고 있고, 저희도 최근에 들어서는 인근 경주나 울산 지역의 1차 협력업체, 4곳을 대상으로 간담회, 설문 및 방문조사를 한 바가 있습니다.

 

박: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건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철저하게 개별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논의 과정이 다른 완성차 업체, 심지어 같은 그룹의 기아자동차와도 공유가 되지 않고 이는 쌍용이나 GM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방금 협력업체나 부품회사의 노사들에게도 이 주간연속 2교대제가 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 충분한 설명도 되지 않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 자체가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죠.

 

폭넓은 논의와 금속노조 전체의 대응이 필요하다

사 실 금속노조도 지난해에 노동시간 단축과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를 핵심 사업의 하나로 잡았었죠. 부품업체들의 노동시간을 조사하고 관련된 회의를 소집하고 논의한 것은 하나의 외곽지원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금속노조 전체 차원에서 이 부분과 관련된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 론적으로 이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산업적 의미가 굉장히 큰데도 현대자동차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논의가 전개되면서 개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내고 사회적 책임 속에서 진행할 것인가 하는 것은 현대자동차 노사가 해야 할 고민들이고 금속노조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 논의를 밖으로 열어야 한다는 것이죠.

 

엄: 금속노조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지금 지적하신 그런 역할들이 100% 수행됐다고 보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 견해를 포함해서 말씀드리면, 금속노조가 처한 상황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거 금속연맹 시절에 협의 체계로 구축돼 왔던 산별교섭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산별노조 이후 함께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지부들에서는 사용자들이 참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철저히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의제 형성도 어렵고 교섭까지 이뤄지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 있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 그럼 이쯤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주간연속 2교대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노사는 2005년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당시 도입시점은 2009년 1월1일이었습니다. 이어 2006년에는 교대제 변경과 연계하여 생산직 월급제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이때 노사전문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졌죠.

교 대제 변경의 큰 줄기가 잡힌 것은 2008년 합의였습니다. 먼저 이행방안에서는 10/10체제에서 8/8체제로 바로 가기보다는 8/9체제를 거쳐 단계적으로 가는 방안이 합의되었습니다. 임금은 생산물량의 보전을 전제로 10/10 기준 연 총액임금을 보장하기로 했고요. 2009년 1월 전주공장 시범실시에 이어 9월에는 전 공장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2008년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닥치고 집행부마저 사퇴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이행은 유야무야되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현재로선 언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지가 오리무중인 상태죠.

엄 팀장님이 노조측 실무팀장을 맡은 것이 2010년 3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현 집행부가 들어선 뒤 2010년에 5차 단체협약을 맺게 된 과정과 현재까지 진행된 경과에 대해서는 엄 팀장께서 설명하시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조합원들과의 소통으로 만든 2010년 합의

엄: 2008년 합의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원칙에 접근한 것입니다. 그런데 노조 내부에선 2008년 합의서가 기존에 단체협약을 통해 확보해 왔던 권리를 저하시킬 수 있고 ‘3무 원칙’를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습니다. 다른 의견그룹은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했고 조직은 치열한 내부논쟁에 빠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행부가 사퇴하고 새 집행부가 당선되었습니다.

당 시 회사는 합의서를 작성했으니 그에 따라 준비작업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었고, 새로 들어선 집행부는 2008년 합의서를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의결과를 이행해야 하는 자기 모순적 상황에 빠지게 됐죠.

그 런 상황에서 저희가 방향을 잡았던 것은 2008년 실패한 사례를 거울로 삼자는 거였습니다. 과거에는 집행 단위가 내용을 만들어서 그 결과를 대중에게 선택받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문제는 대중들이 과정을 모르니까 결과에 대해 수용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집행부가 사퇴하는 상황까지 갔는데 그 방향을 바꾸자는 겁니다.

그 래서 소통과 교섭을 병행해서 협상의 진행과정을 대중적으로 공유하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을 대의원대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장분과위원회라는 모니터 제도, 맨아워위원회, 실무분과 같은 전문단위들을 구축한 겁니다. 제일 큰 변화라면 조합원들에 대한 직접 면접조사를 통해 소통의 과정을 많이 만들었다는 거죠. 이것이 2010년 합의서를 성공적으로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봅니다.

 

박: 그럼 2010년 합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합의서는 2008년 합의를 구체화시켰다고 볼 수 있죠. 먼저 물량보전을 위해 회사가 선(先) 설비투자를 하기로 했고, 2011년 6월 말까지 맨아워위원회를 구성해 맨아워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시기도 2011년 중에 결정하기로 했죠. 엄 팀장께서는 2010년 합의나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엄: 2010년 합의서를 만들기까지는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습니다. 2008년 합의서를 폐기하고 시행시기를 확정지을 것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있었죠. 집행부는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근추위)는 활동을 통해 대중적 불만이나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성향의 활동가들을 하나의 토론단위 속으로 끄집어들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봅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의견그룹의 핵심 활동가들이 근추위 안으로 들어와서 논쟁을 벌였고 그런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하나의 목표로 갈 수 있겠다는 신뢰를 일정 부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조합원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해 주고 의견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그렇게 대중들의 생각을 반영하면서 2010년 합의서가 만들어졌고, 그러다보니 여전히 찬반양론이 있기는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작성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3무 원칙’, 실현 가능하고 옳은 원칙이었나?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