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하반기 택시노동자들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노동사회

2001년 하반기 택시노동자들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admin 0 2,917 2013.05.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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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라는 이름을 걸고 투쟁할 때는 여타 조직과 비교해서 두 가지의 눈총을 더 받게 된다. 하나는 택시를 탔을 때 겪었던 불친절과 난폭운전에 따른 피해 등을 생각하면서 갖는 보복(?)의 눈초리다. 또 하나는 '매일 그 타령'이란 것으로 벌써 수십년째 똑같은 구호와 똑같은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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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투쟁의 역사는 1984년 대구지역의 사납금 인하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1992년 서울지역 교섭단 매수사건에 이어 1997년 민주택시연맹(위원장 강승규)이 건설된 후 지금까지 하루도 쉼없이 이어져 왔다. 투쟁 요구는 택시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것, 그 하나로 집중되어 왔다. 즉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종인 택시가 그저 손님을 짐짝처럼 운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비싼 돈을 주고 타는 'door to door'의 1회용 자가용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전적으로 택시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납금(회사에 일정금액을 매일 납부해야하는 것으로 현재 사납금제도는 불법이다) 인하 투쟁도, 서울지역 교섭단 매수사건도, 현재 전액관리제에 근거한 월급제 요구 투쟁도 모두 같은 맥락의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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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5일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조합원 700여명이 수도권 지역 조합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 민주택시노조 ]

하반기 요구사항

우선 택시투쟁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는 택시문제 발생의 근본인 사납금제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사납금은 매일 일정금액을 정해놓고 그 금액을 책임지고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몸이 아프든, 손님이 없든, 아니면 차량이 낙후하여 고장이 자주 나든,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해지든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반드시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심지어 집에서 가져다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납부하지 않을 경우 쥐꼬리만한 월급(지방의 경우 40만원 밑도는 경우도 있고, 서울의 경우 75만원에서 80만원에 불과하다)에서 공제한다. 

또 하나는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액관리제는 택시노동자가 운행 중 벌어들인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전액 납부받은 수입금을 관리하며, 노동자는 월급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전액관리제를 실시하게 되면 회사는 투명한 경영을 하게 된다. 세금납부도 투명해진다. 그리고 사납금제하에서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책임졌던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회사의 몫이 된다. 예를 들면, 사납금제 하에서 노동자에게 떠맡겨졌던 운행을 위한 제반경비인 LPG비용, 사고처리비 등이 전액관리제 하에서는 회사의 책임이 된다. 일반회사에서 누가 공장기계의 가동을 위해 기름치는 비용을, 혹은 고장난 기계의 수리비를 노동자에게 물리는가? 당연히 회사에서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납금제 하의 택시노동자는 경영자가 책임질 몫까지 지고 노동을 해왔다. 

택시노동자의 간절한 염원은 안정된 조건 속에서 정당하게 일하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택시연맹은 전액관리제 시행 및 정착을 위한 제반 법률을 지난한 투쟁 끝에 쟁취했고,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2001년 하반기 택시대투쟁의 기본목표는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월급제 쟁취, 택시제도개혁 완수, 산별노조의 확대강화다. 이번 투쟁의 기본 방향은 대정부 투쟁과 대자본 투쟁을 병행하는 것이다. 첫째 목표인 월급제 쟁취투쟁은 임금협정 체결의 과정으로 보면 대자본 투쟁이지만 내용상 대정부 투쟁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택시노동자의 월급제는 작게는 임금체계에 국한될 수 있으나 크게 보면 택시문제의 발생원인이었던 사납금제, 지입·도급제 등 불법경영, 그리고 부실경영까지 근절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됨으로써 택시경영의 근본적 토대 자체를 변화시키는, 택시업계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기 때문에 총체적인 변화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 전제조건으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의 빠른 안착이 필요하고, 정부와 각 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특히 불법과 탈법으로만 회사를 경영하던 사측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월급제 도입을 막으려 할 것이기에 더욱 다방면적인 압박과 투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투쟁을 통해 지난 7월27일 산별노조로서 출범한 민주택시노조의 중앙 교섭틀을 꾸려내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둘째, 택시제도개혁완수는 임금인상·근로조건개선·부가세문제 등의 현안부터 택시산업 및 교통정책 등의 전체적인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택시문제의 심각성은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뿐 아니라 거짓과 위선을 일삼는 정치인들도 알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은 공약사항에 항상 택시문제를 빼놓지 않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통령 택시공약 즉각 실천하라'는 것을 이번 투쟁의 고리로 만들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전액관리제 위반업체 처벌, LPG 운전자 부담 철폐, 월급제 임금지도대책 마련, 등록제 실시, 요금제도개선 등이다. 셋째, 2001년 택시대투쟁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1년 가까이 투쟁을 준비해왔다. 이 투쟁의 과정이 산별노조 조직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지름길이어야 한다. 택시를 단일한 대오로 묶는 산별노조인 만큼 느슨함없이 빠르게 조직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magooo_02_0.jpg민주택시연맹은 2001년 4월부터 전국 순회간부교육을 통해 1천 여명의 간부들을 조직했다. 1박 2일간 택시대투쟁의 요구와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결의를 모았다. 그 후 1노조 1교육을 통해 4,601명의 조합원을 만났고, 투쟁의 결의를 모아냈다. 또 남들이 휴가를 즐기는 8월에 연맹은 충남 안면도에 "해변투쟁학교"를 설치, 2박 3일의 일정으로 총4기 270여명의 간부들을 재교육하고, 택시대투쟁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밖에 선봉대훈련, 강사단 훈련, 신임위원장 교육 등 민주택시연맹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교육을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했다. 이것으로도 2001년 하반기 택시대투쟁이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투쟁의 상과 방향에 대해 일치성을 높인 민주택시연맹·민주택시노조는 단위분회(노조)에서부터 투쟁을 시작하여 지역으로 확대하고, 전국 각지의 투쟁을 중앙으로 모아내 폭발적인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 시작으로 9월20일부터 전국 20여개 시·도 지자체 앞에서 천막농성투쟁을 전개했다. 서울의 경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서울시청 앞, 건설교통부 앞에서 연일 집회를 개최했다. 인천 등 전국적으로 1차 지자체 타격투쟁을 9월27일까지 전개한 것이다. 대자본 투쟁의 고리를 만들기에 위해 중앙차원에서 전국적으로 교섭공문을 발송했다. 이러한 전국 차원의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을 단련시켜 각 권역별로 타격지점을 만들어 집중투쟁을 전개한다. 서울의 경우 10월25일이 수도권 집중투쟁의 날이다. 

서서히 달구어진 투쟁력은 11월초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국집중상경투쟁을 조직함으로 준비과정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다. 택시노동자 투쟁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단지 총파업, 차량시위, 고속도로 점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올해에는 택시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발판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의와 결단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의와 결단은 민주노총 투쟁으로 총화되고, 제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택시노동자의 투쟁은 항상 처절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를 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노동자들만도 스무명이 넘는다. 투쟁의 양상도 항상 극단적이었다. 1984년 대구투쟁에서는 도청 앞에서 택시차량을 폭파시켰고, 1992년 서울에서는 도시의 교통을 마비시켰다. 1998년 11월 연맹산하 조직의 80%가 8일간 총파업을 전개했지만 여론화되지는 못했다. 

택시투쟁이 사회전반을 흔드는 이슈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확히 노·자간의 문제로만 해석되지 못하기에 노동측의 주목을 받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는 이번 택시대투쟁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노동자로서, 이 땅의 진정한 주인·역사의 주체로서 말이다. 택시노동자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