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수수료 받는 일만 해왔어요.” -야쿠르트 판매원 박선희 씨 이야기

노동사회

“평생을 수수료 받는 일만 해왔어요.” -야쿠르트 판매원 박선희 씨 이야기

편집국 0 8,739 2013.05.30 12:14

 

kang_01.jpg
[  출처: 박진희 작가 ]

“부유하지가 않으니까 결혼식은 처음에 못 하고 우선 같이 살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일을 좀 해 봐야겠다, 살기가 어려우니까. 그렇게 해서 제가 ‘○○우유’도 해보고, ‘○○알로에’ 한 2년 정도 했고, ‘○○생명보험 회사’도 6, 7년 했고. 그리고 지금 야쿠르트 7년째 하고 있어요. 그냥 뭐랄까, 남편 만나서 지금까지 그냥 놀지 않았던 거 같애.”

특고 1. 우유배달

가장 처음에(결혼 후에) 한 일은 우유배달이에요. 우유배달을 하기 전에 원래는 야쿠르트 하려고 교육도 받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근처에 자리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일하려는 사람이 많았던 건지, 아니면 그냥 자리가 안 났던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동네에 우유 넣는 아줌마가 언제 자리 날지 모르니까 우유 한번 해 보라고 해서. 거의 한 우유를 4년 했던 거 같아. 

우유 보급소가 여기 근처 ‘○○시장’에 있었어요. 그러면 보급소에서 나 사는 동네에다가 우유를 새벽에 갖다 주면, 나는 그것을 받아서 배달을 하는데, 새벽 네 시 반, 다섯 시 쯤에 나가서 아침 한 아홉 시 정도까지 배달했어요. 그때도 카트로 배달하는 거는 지금처럼 똑같아요. 지금 내가 하는 거는 ‘자동’(자동카트)이지만, 자동은 이런 평지에는 안 줘요. 고지대에만 주고. 만약에 평지인데도 그걸 원하면 한 달 사용료를 내게 돼 있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결혼날짜를 잡았는데, 결혼 얼마 전에 길 건너다가 사고가 났어요. 교통사고가 가볍게 나서 아마, 머리 한 다섯 방, 여섯 방을 꿰맸던 거 같아. 그리고는 일을 자연스럽게 잠깐 쉬게 되면서 그만 두게 되었어요. 그때 머리 꿰매고서 제주도까지 신혼여행 갔다 왔어요. 애기는 맡기고(웃음). 그때 그만 둘 때도 퇴직금 같은 건 없었어요. 그것도 자기 판매, 수수료예요. 근데 일하려면 보통 다른 우유 하는 데는 ‘재정보증금’이라는 걸 내요. 한 달에 이게 잔 돈 푼 얼마 안 되는 거 같아도, 많이 하는 사람은 거의 칠백, 팔백, 천까지도 가져가요. 그러다 보니까 현금 문제가 있어서, 권리금은 없지만 재정 보증금을 냈지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 내 기억에는 나는 안 냈던 거 같아요. 내가 한 데는 그걸 안 받았던 거 같은데, 그때 다른 우유회사는 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특고 2. 보험모집인

우유 그만 두고서 이제 보험회사를 갔죠. 결혼식 하고나서 좀 쉬고 있는데, 또 계속 쉴 수 없으니까. 어떤 일자리를 좀 알아봐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명’ 다니는 아줌마, 보험설계사죠? 그 분이 우리 집을 방문했어요. 보험 들라고 오긴 했지만, 보험은 안 들었어요. 그때 보험이 별로 인식이 안 좋았어요. 보험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보장을 해준다고 해놓고 안 해주는 경우가 있었고. 또 보험회사 다니면 엄마들이, 안 그런 엄마도 있지만, 거의 다 한 팔, 구십 프로는 바람난다, 이런 게……. 그래서 인식이 안 좋았던 거 같아요. 또 보험회사 다니면 빚진다는 말도 많았어요. 

그래서 보험은 안 들어도 커피 한 잔 드릴 수 있다고, 그러다가 친해져서……, 그 아줌마 권유로 보험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나는 그렇게 빚지거나 이런 거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때 아는 이발소하시는 분이 백이십만 원 짜리 적금을 들어주셔 가지고, 그때 돈이면 엄청 큰 거거든요. 그리고 보험 새로 발굴하는 거를 ‘개척’이라고 하는데, 우유도 하고 그랬으니까, 살던 동네에서 다니면서 개척해서 실적도 많이 했어요. 또 사람 데려가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애기 엄마들 아는 사람들 데리고 가면, 또 나보다 더 업적을 많이 내는 엄마들도 있으니까. 나는 그때는 그냥 중간만, 욕심 안내고, 가짜로 실적 올리기도 하는데, 그런 걸 ‘가라계약’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거는 안했어요. 그리고 한 십년 전(1999년)쯤? 그때쯤 그만 뒀어요. 

(면담자: 왜 그만 두셨어요?) 보험 가입할 때 가입설계서라는 게 있어요. 그거를 컴퓨터로 했었거든요. 하긴 했는데, 또 잘 못하겠는 것도 있고, 또 자료를 다 해서 빼서 고객에게 갖다 줘야 되고……. 인제 그 가입설계서라는 걸 컴퓨터로 자료를 빼고 할 때 쉽지가 않았어요. 그때 당시에도 나이든 사람은 또 못하고 누구한테 해달라고 하고 그러지.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도 물어봐가면서 하고 그랬었는데, 그런 것 도 힘들고. 또 6년이면 또 이제 어느 정도 다닐 만큼 다닌 거야. 왜냐하면 판매 쪽은, 모든 이 판매 쪽은 서로가 이 인간관계가 정말 원만해야지, 모든 게, 장사에는 좀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정말 내가 아는,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많아야 돼. 그렇지 않으면 개척을 정말 열심히 해가지고 개척으로 많이 해야 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는 힘들고 그랬던 게……, 그래서 아마 또 그만 두는 동기도 되고. 

특고3. 건강식품 판매원

그렇게 또 잠깐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 하니까, ‘○○알로에’에 다니게 됐어요. 그것도 누구 소개로 가게 됐는데, 식품도 있고, 화장품도 있고. 그것도 방문판매예요. 그것도 처음에 개척을 못하거나 못 팔면 월급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이건 약간 원리가 ‘다단계’예요. 파는 것도 있고 또 내가 누구를 데리고 가면 거기서 얼마를 나한테 떼서 주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다단계랑 비슷하지. 근데 그거는 단가가 세니까 방문하고 판매하고 수금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그때는 수수료가 삼십 프로였던 거 같아요. 그 퍼센트는 안 올라요. 무조건 그냥 자기 판 거에서 이십, 삼십 프로만 받는 거죠. 그런데 단가가 세니까 만약에 삼십만 원이다 그러면 한꺼번에 돈을 안주고 나눠서 주고 그러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수금을 해야 하는데, 돈 줄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러다 보면 내 돈으로 해야 할 때도 있고 그런 거죠. 가서 돈 달라고 말하기가 좀 그러니까요. 그런 게 힘든 부분이이요. 

kang_02.jpg
[  출처: 박진희 작가 ]

특고 4. 야쿠르트 판매원

(면담자: 쿠르트는 어떻게 하시게 되셨어요?) 야쿠르트는 ‘○○알로에’ 사무실에 갔는데, 야쿠르트 옷 입은 아줌마가 가끔 오시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아, 이게 내가 많이 팔아야지만 내 소득이 되는 건데, 좀 ‘월급’을 받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야쿠르트해 볼 생각 없냐고 그래서, 면접 보고 나서 하게 됐죠. 그 아주머니는 보니까 야쿠르트도 하고 ○○알로에도 하고 그런 거였어요. 원래는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돈을 벌어야 하니까 두 가지를 하신 거죠. ○○알로에는 출근일수가 정해져있어요. 20일인가? 그렇게는 출근을 해야 해요. 그런데 야쿠르트는 이제 매일 해야 하죠. 그래도 이거는 기본급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인제 고정으로 넣는 거, 어느 정도 회사에서 해줘요. 

“월급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내가 맨 처음에 6년 전에 들어갔을 때도 한 월급이 칠십, 팔십, 그것밖에 안됐어요. 고정으로 넣는 거 하고, 이제 우리가 ‘유동’(길에서 파는 것)이라고 하거든요? 유동으로 파는 거 까지 해서, 한 달에 그러니까 월급이 칠십, 팔십만 원 정도 되는 거예요. 고정으로 뭐 한 오십 가구, 칠십 가구 이렇게 딱 넣는 것만 파는 게 아니라 유동까지해서요. 

처음에 들어가면 ‘구역’을 정해줘요. 고정으로는 넣는 걸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매상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판촉도 해야 하는 거고요. 또 그 전에는 판촉사원이 따로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없어요.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그런 것도 모르고, 아,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 해서, 그냥 한 달에 월급 얼마 되나보다, 잘하고 못하고 보다 그냥 어느 정도 이렇게 해 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나중에 하다가 보니까. 그것도 그렇고, 이제 집집마다 제품만 전달해 주고 끝나는 건줄 알았어요. 이렇게 길에서 파는 거는 생각을 못 했던 거야. 처음에는 그냥 자유롭게 그냥 전달만 하고, 그냥 내 볼일 인제 일찍 끝내고, 교회 다니니까 교회봉사 좀 하고, 시간이 자유롭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하나라도 더 팔아야 나한테 그 수당이 떨어지고 그런 거니까. 어쨌든 뭐 될 수 있으면 시간을 안 비우려고 하지요. 

kang_03.jpg“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해야 해요.”

하루하루 내가 타오는 제품은 그 ‘판매노트’가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다 기록을 해 갖고 한 달 총 해서 얼마 가지고 간 거, 거기에 매출을 얼마, 한 달 총 해서 백 프로 수금 완납을 한 다음에 그 이튿날 수수료를 받는 거죠. 지금 수수료는 이십 프로 조금 넘어요. 지금 같은 경우에도 길에서 일하는 것 치고 돈 백만 원이면 그렇게 많은 수입은 아니에요, 사실은. 길에서 일하는 거, 노동의 대가는 별로 안 되는 거예요, 백만 원은. 

저희는 아침에 최소한 아무리 늦어도 여덟 시까지는 와야 해요. 가서 제품을 타서 가방에 다 챙겨서 넣어야 되니까. 또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요. 그렇게 시작해서 저녁 다섯 시나 여섯 시쯤에 마감을 하죠. 토요일도 일하고요. 우리는 주일하고, 또 개천절, 광복절같이 국경일, 그리고 구정, 추석 명절 이렇게만 쉬어요. 많이 팔아야 하니까요. 저희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오후에 나와서, 고정, 집집마다 주는 것만 전달하는 것만 전달하고 돌아간 적도 있고요. 내가 만약에 내일 무슨 볼일이 있다 그러면, 미리 주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럽게 못 나올 경우에는 뭐 어쩔 수 없지요. 그러면 그날 거는 못 주는 거고 판매도 없는 거고 수입도 없는 거죠. 작년에 눈이 엄청 나게 많이 온 날이 있었는데, 그날도 일했어요. 전동 카가 눈 때문에 굴러가지를 않아서, 언덕길이 다 얼어서 걸어 다니면서 배달했어요. 비 오는 날도 마찬가지예요. 카트를 끌어야 하니까 우비를 입고 일해야 해요(전동 카트는 두 손을 모두 손잡이에 대야만 움직인다).

전동카트 월 사용료 3만원, 제복은 1년에 한 벌

옛날에는 다 수동으로 했는데요? 그래도 지금은 전동카가 있어서, 고지대에서 일하는 데는 크게 힘들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 달 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수수료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은 그 수수료 삼만 원도 많은 거죠. 수동이 힘들어서 전동카를 쓸 때는 고지대가 아니면 삼만 원을 내고 써야 해요. 저는 원래 지대가 고지대라서 만 원 내요. 벌이도 많지 않으니까, 사용료 내는 거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죠. 

옷도 처음에는 계절에 한 벌씩 줘요. 여름옷도 일 년에 하나 나와요. 더운 데를 걸어 다니니까 매일 빨아야 해요. 다행히 저는 작년에 받은 거, 그 전에 받은 거 해서, 몇 개가 있어서 돌려가면서 입지만, 처음에는 빨아서 하루 만에 말려야 해요. 그래도 여름이니까 잘 마르던데요?

또 ‘서비스’ 주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제 수수료에서 나가는 거지요. 많이 사는 고객들한테는 한 개씩 더 주기도 하고 다른 거 드셔 보라고 드리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다 제가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건 회사가 지원해 주는 건 아니죠. 다 내 수수료에서 빠지는 거예요.

“매일 길에서 일하는데, 백만 원보단 더 벌었으면.”

오백만 원 정도 팔아요. 그리고 거기서 수수료로 받는 돈이 평균적으로 따지면 거의 백만 원 선이예요, 저 같은 경우는. 겨울에는 12월, 1월 그때 좀 아무래도 이게 음료니까 수입이 줄기는 하지만 고정으로 넣는 거는 별 차이가 없어요. 수수료는 많이 파는 사람이나 적게 파는 사람이나 떼는 비율이 똑같아요, 진짜. 그거는 어쩔 수가 없어요. 왜냐면 회사에서 정해진 대로 하는 거기 때문에, 우리가 더 달라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서. 다른 회사는 노조가 있는데 여기는 노조라는 게 없어요. 그거를 하려고 했었는데, 안 되나보더라고. 근데 그런 게 있으면, 회사하고 협상이 되니까…… 근데 그게 쉬운 게 아닌가 보더라고요. 

예전에는 22, 20%였어요. 지금은 23% 정도 돼요. 좀 올랐는데, 근데 그거는 다 우리한테 23%다 떨어지는 돈이 아니에요. 고객들이 야쿠르트를 사면, 뭐 만 원이나 이렇게 사면, 고맙다고 뭐 하나 더 드릴수도 있고, 그런 거가 빠지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내가 오백만 원을 해 가지고 가도 백만 원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요. 일하는 거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거는 아니라는 생각은 하는데, 또 지금 다른 직장에 가기도 그렇고, 뭐 식당 같은 데를 가도 그렇고……. 요즘에는 식당에도 젊은 사람들 쓰지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 안 써요. 

그래도 하루 종일, 일주일에 하루 쉬고, 토요일까지 일하니까, 길에서 일하는 거 비하면 월급이 적죠. 많은 편은 아니죠. 그래도 식당이나 뭐 공장에서 일하는 거보다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은 해요. 또 여자가 백만 원 넘게 벌기가 쉽지가 않으니까, 그렇게 많이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이게 길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힘드니까, 그래도 백삼십만 원은 되면, 좀 일하는 거만큼 버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나이가 많으면 백만 원 벌기도 힘들어요. 

“노조요? 우리끼리 그냥 만날 시간도 없어요.”

노조요? 아, 있어야겠다, 그렇게 생각은 아직 안 해 봤지만, 있으면 좋겠죠. 근데 쉽지가 않다고 그러더라고요. 이게 아무래도 장사다 보니까. 그냥 뭐, 아무래도 힘이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단체가 좀 나서서 해 주고, 그런 게 되면 그래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런데 자기 장사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게 되겠어요? 잘 안 되는 거지요.

아침에 나오면 제품을 타요. 타서 인제 가방에 다 준비를 해야지요. 그래가지고 자기 일하는 데로 오는 거지요, 매일 같이. 뭐, 조회 이런 거는 없고요. 아침 조회는 가끔 한 번씩 하고요.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2~3개월에 한 번 정도? 한 달에 월 첫 연수가 있고, 말에 연수가 있어요. 동료들하고 다 같이 회식이나 이런 건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그나마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모여서 뭘 같이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힘들죠.

바라는 거요? 그냥 매일 길에서 일하는데, 백만 원보다는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백삼십 만 원에서 백오십만 원 정도면, 그래도 일하는 만큼 받는 거 아닐까요?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