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용전략 2020’ 유감

노동사회

‘국가고용전략 2020’ 유감

편집국 0 4,035 2013.05.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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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발간하는 『노동저널』(2010년 10월)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 『노동사회』 155호(2010년 11· 12월)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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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론: 고용의 양과 질

이명박 정부 임기가 절반 지난 10월12일, 이명박 정부로는 최초의 종합고용대책이라 할 ‘국가고용전략’이 발표되었다. 성장 이외는 고용정책이라고 내세울 게 없던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내놓은 국가고용전략인지라 나름대로 기대도 걸어 봤지만, ‘혹시’ 하던 기대는 ‘역시’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적어도 한 나라의 고용전략이라면 ‘어떻게 고용의 양을 늘릴 것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고용의 질을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균형 있게 담아내야 한다. 고용의 양과 질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고용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고용의 양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강조하고,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일자리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일할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정부가 몇 차례 연기를 거듭한 끝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에서는 고용의 질에 대한 고려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파견근로와 기간제근로 등 비정규직을 늘려 고용의 질만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고용의 양도 매년 일자리를 24만 개씩 늘려 2020년에는 고용률(15~64세)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정책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 때 일자리는 매년 40만 개 늘었고, 참여정부 때는 매년 25만 개 늘었다. 그래도 고용률은 개선되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했다. 그렇지만 매년 일자리를 24만 개 늘리면 10년 뒤 고용률이 7% 개선된다는 목표는, 2016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있기에 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유럽연합은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유연성과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안정성 양자를 적절하게 결합시킬 때만이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의 안정성, 사회통합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다는 데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에는 그러지 않아도 지나친 유연성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만 있을 뿐, 어떻게 안정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2. 추진과제

국가고용전략은 △고용 친화적 경제·산업 정책, △공정·역동적인 일터 조성, △취약인력 활용과 직업능력개발 강화, △근로유인형 사회안전망 개편을 ‘4대 전략’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가. 고용 친화적 경제·산업 정책 

1) 고용확대형 경제·산업 정책 추진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을 추진할 때 고용창출 효과를 중요한 목표와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겠다고 한다. 이는 연초부터 밝혀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에서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제도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상 특혜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임시투자 세액공제로 인한 조세감면액은 2008년 2조 1,148억 원, 2009년 1조 9,802억 원이다. 50만 명에게 400만 원씩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 2009년 말 폐지할 예정이던 임시투자 세액공제는 기한을 1년 더 연장하면서 적용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 LG 디스플레이 파주공장,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까지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 다시 1년 지난 이제는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로 이름을 바꿔 2011년 이후도 존속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의 투자금액에 대해 현행대로 7% 세액 공제하되, 공제한도에 ‘고용증가인원 × 일정금액’을 추가했을 뿐이다.

이밖에 ‘정부발주 사업 추진 시 적정임금 수준의 공사원가 반영’이나 ‘사회보험료 감면’ 등 의미 있는 정책수단은 모두 검토사항으로 넘어갔다. 

2) 고용창출형 산업·기업 집중 육성

간병, 돌봄, 보육 등 사회서비스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들 일자리는 시장에 맡겨 놓으면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기 힘들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원래 사회서비스업은 간병, 돌봄, 보육 이외에, 교육, 의료, 공공행정 등 공공부문의 안정된 일자리까지 포괄한다. 그렇지만 국가고용전략은 교육, 의료를 전문직서비스업으로 분류한 뒤, ‘시장개방, 규제완화, 대형화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처방으로 제시한다. 교육, 의료부문에 시장논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안정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할 때 안정된 일자리 창출은 가능해진다.

나. 공정·역동적인 일터 조성 

1) 사내하도급 개선


국가고용전략은 ‘사내하도급 다수 활용 사업장의 실태를 점검하여 불법파견은 의법 조치하고, 원청 기업의 직접 고용을 지도.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0.7.22)을 계기로 자동차 조선 등 5개 업종 29개소 실태 점검 중. 2011년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등 종합대책 마련’이라 하고 있다. 

이는 사내하도급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5~6년 전이라면 모범 답안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 차례 실태조사를 거듭했고, 대법원까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고법으로 파기 환송한 상태에서는, ‘불법파견 의법 조치와 원청 기업의 직접고용 지도’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급선무다. 아직까지 정부가 행동으로 옮겼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2) 노동시장의 공정과 활력 제고

① 기본적 근로권익 보장 강화


‘서면근로계약 활성화, 임금체불 예방, 최저임금 준수’는, 법대로 하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이 워낙 법을 안 지키기 때문에, 이를 적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넘어선 장시간 근로 금지’도 4대 고용질서에 포함시켜, 있는 법부터 확실히 지키는 관행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차별시정제도 개선은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권한 부여, 복지 분야 등 차별시정 대상범위 확대, 차별시정 신청기간 3월에서 6월로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별시정 주체와 대상 및 비교기준 확대 없는 이 정도의 개선으로 차별시정제도가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② 비정규직 확대

‘2011년 상반기에 파견허용업종 확대, 신설기업과 청소·경비 업무는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적용 제외’는, 정부가 여전히 비정규직 확대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상반기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 때문에 백만 명이 해고 된다’며 ‘백만 고용대란설’을 퍼뜨렸다. 지금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고,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효과는 70%로 집계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설기업과 청소·경비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사용기간 2년 제한’을 없애는 게 불가능해지자 예외 조항을 통해 껍데기만 남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 해결해야 할 비정규직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할 일은 안 하면서 왜 또 기간제 보호법을 건들려고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간제보호법은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 55세 이상 고령자, 15시간미만 단시간 근로자, 박사·노무사 등 ‘사’자 붙은 사람 50~60만 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런 예외조항이나 축소해야 할 것이다.

③ 근로시간 유연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3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과 휴가를 상호 대체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된 상태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나 고용의 유지·창출보다, 기업의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 취약인력 활용과 직업능력개발 강화 

1) 여성 


여성 파트타임을 2009년 12.7%에서 2020년 24.5%로 확대하고, 공공부문부터 상용 파트타임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한다. ‘상용’ 파트타임에 주목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파트타임의 98%가 임시직이거나 일용직이며, 해고제한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상용 파트타임이라면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은 2009년 9.9%로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비자발적 파트타임이 62.0%로 OECD 평균 21.4%보다 3배 높다. 따라서 임시·일용 파트타임을 상용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관행에 따라 나쁜 일자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파트타임에서 풀타임,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권을 보장할 때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가능해질 것이다.

2) 청년

정부는 청년실업 원인을 대졸자 과잉공급과 눈높이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더 이상 눈높이를 어떻게 낮추라는 말이냐? 대학 교육받은 게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같은 또래 10명 중 8명이 대학가는 현실에서, 이제 대학은 개인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자 필수다. 게다가 지난 50년 동안 교육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청년들보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무의미한 얘기를 반복할 게 아니라,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의 무능을 탓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쩌다 여벌로 사회봉사활동 한다고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8월 청년층은 공식 실업자 29만 5천 명, 취업준비생 62만 6천 명, ‘그냥 쉼’ 32만 2천 명으로, 사실상 실업자가 124만 명이 넘는다. 국가고용전략은 2012년까지 청년 일자리를 7만 개 늘리겠다고 한다. 청년인턴 3만 7천 명, 해외취업인턴 1만 2천 명, 창업지원 8천 명 등으로 5만 7천 명이 인턴과 자영업이다. 과연 이 정도로 청년실업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 하고 있다. 이 문구에서 ‘노력하여야’를 삭제하면 청년고용할당제가 된다. 요즈음 제조업 대공장도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 몇 년 뒤 공장을 없앨 게 아니라면 매년 일정 인원을 신규 채용하여 세대 간 단절을 없애야 한다.

라. 근로유인형 사회안전망 개편

일하면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저임금계층이 노동자 4명 중 1명꼴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근로빈곤(working poor)을 해소하려면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개선해야 한다. 국가고용전략은 최저임금 수준 현실화는 언급조차 없고, EITC 개선은 검토사항으로 넘기고 있다.

사회보험 확충도 마찬가지다.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료 감면, 특수고용 고용보험 가입, 실직사유에 관계없이 취업지원과 연계해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은 모두 검토사항이다. 실업급여의 지급대상과 지급기간, 지급수준을 확대하고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고용전략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민간고용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3. 대안

그러면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할 방안은 없는가? 물론 있다. 두 가지만 살펴보자. 

가. 법대로 연장근로 금지

근로기준법 제53조는 주당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는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는 모두 불법이다.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사람은 267만 명(16.1%)이고, 이들의 주당 근로시간 평균은 61.7시간이다. 만약 이들이 근로기준법대로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지켜 매주 52시간만 일한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50만 개 만들 수 있다(268만 명 × 9.7시간 ÷ 52시간 = 49.9만 명). 

그럼에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근로감독행정을 담당하는 노동부가 탈법적인 장시간 근로를 단속하기는커녕, 행정해석 등을 통해 오히려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행정해석(근기 68207-2855, 2000.9.19)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탈법적인 장시간 근로를 합법화하고 있다. 매주 60시간(소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8시간)의 장시간 근로가 합법이란다.

노동부는 이런 황당한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여 장시간 근로 근절에 나서야 한다. 법대로 연장근로만 단속해도 일자리를 50만개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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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업에서 안정된 일자리 창출

작년 초중등학교 교원의 법정 정원은 47만 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확보한 정원은 39만 6천 명이다. 전국의 초중등학교가 교사 1명씩 채용하면 일자리가 1만 개 늘어나고, 법정 정원을 모두 채우면 7만 개 늘어난다.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신규 교사 임용은 정규직 9천 명, 기간제 3만 3천 명이었다. 만약 기간제 대신 정교사로 채용했다면, 안정된 일자리가 3만 3천 개 늘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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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10개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환자 가족들의 많은 호응이 있었음에도 예산이 44억 원밖에 책정되지 않아, 간병인 324명에 지원 대상 환자 1,080명이라는 소규모로 실시되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현하려면 15만 명의 간호사를 충원하고, 연간 4조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간호사 충원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당장 선진국 수준은 불가능하지만, 단계적으로 예산을 늘려간다면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고 안정된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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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