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불평등 막아낼 전교조 투쟁

노동사회

교육불평등 막아낼 전교조 투쟁

admin 0 3,058 2013.05.07 11:01

2001년 9월 6일 전교조 임시 대의원대회는 '파업을 불사하는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보통 노동조합은 단체협상이 '벽'에 부딪쳤을 때 파업을 결의한다. 통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교원노조'에게는 파업권이 없다. 그러함에도 '파업을 불사'하는 결의를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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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1일 전교조 조합원들이 여의도에서 신자유주의적 교육철회,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전교조 교육희망 ]

무너지는 공교육

첫째로 2000년도 단체협약 불이행을 들 수 있다. 제한된 수당신설과 초중등 차별철폐, 자율 연수비 지급 등이 쟁점이었다. 그런데 체결된 단협 중 교원노조의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의 '이행'조차 법령과 규정에 관련된 '예산'의 벽에 부딪쳐 있다. 이는 노동2권의 '제한된 교섭구조'에서 빚어진 결과로 '파업'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파업을 불사하는' 결의를 한 것은 아니었다. 

둘째, '시장주의' 원리의 교육정책이 빚은 사태에 대한 대응이다. 자립형 사립고와 교원 성과급제가 그것이다. 여기에 7차 교육과정까지 맞물리면, 초중고 교육체제 전체가 '시장원리'에 따라 재편되게 된다. 재편의 '핵심원리'는 효율과 경쟁이다. 이는 모두 경제원리에서 파생된다. 공교육 체제 재편을 기획예산처와 그 산하기구인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연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러한 재편의 결과는 학교·교사·학생·학부모를 모두 등급화하는 것이다. 1등을 위한 경쟁체제 속에 집어넣어 효율을 높인다는 발상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편과정에서 파생되는 좁은 의미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이 교원들에게도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의 현실은 아니지만, 2003년 교과목 선택제가 실행되면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교사들의 위기의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핵심은 소위 '임금 유연화'와 '노동 유연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불충분했다. 

셋째, 본질적인 이유는 공교육 붕괴의 위기의식과 교육평등권의 완전한 침해를 교사들이 인식했다는 데 있다. 눈앞의 실리도, 구조조정에 의한 생존권 침탈에 대한 예측도, 파업을 불사하는 투쟁을 결의하는 데는 불충분했다. 그것보다도, 껍데기뿐이긴 하지만 그나마 평준화정책 등으로 형식적 '평등성'을 근근히 유지해 왔던 한국의 공교육이 전반적인 '질적 상향'의 과제를 저버리고, 완전히 '붕괴'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그러한 결의의 바탕이 된 것이다.

유엔 '권고'에 귀 막은 현 정권 

지난 4월, 유엔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에서 한국 공교육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바 있다. '공교육 부실, 사교육 비대'가 그것이다. 이 둘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다. 이에 1997년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입시경쟁교육을 지양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개혁의 기조로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1997년 IMF 이후, 이미 신자유주의 원리 속에 입안되었던 교육정책들이 빠르게 일정에 올려지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본적 정책들은 모두 무시되고 말았다. 2001년 상반기에 쏟아져 나온 교육부의 각종 정책들은 유엔의 권고를 정확히 거스르는 것뿐이었다. 교육부는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정책들을 쏟아냈으며, 경제적 여유계층의 요구와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들만 일정에 올리고 강행하려 했다. 

자립형 사립고나 이상적 학교가 그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기획예산처는 배후의 강력한 조종자였다. 경제원리에 따라 비용절감만을 우선시하다 보니,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정책을 올린 것이다. 교육문제를 다룰 때 '교육내용' 관련 사항들이 아예 빠져버리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오로지 '투입'과 '산출'의 경제논리에 따라 교육을 재단해버린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무조건 공교육 재정을 줄이는 쪽으로 예산을 운용했고, 그 결과 2001년 상반기에는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필요한 최소교원수의 부족사태를 초래했다. 자립형 사립고가 파탄나는 것은 따라서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구사하는 정책이란 늘 정치적 효과만을 타산한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고교 학급당 인원 35명 이하 감축을 내년으로 앞당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고교 학급증설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비판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러나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마련해 놓지 않고, 아랫돌 뽑아 윗돌로 쓰는 꼴이 되고 있다. 실험실과 운동장을 줄여가며 앞뒤 안 가리고 '학급당 인원 감축'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졸속정책은 오로지 교과목 선택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인데, 여기에는 비정규직 확대와 계약제 교원 도입의 속셈을 품은 내년 1만1천명 교원증원 약속이 '미봉책'으로 맞물려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졸속적인 것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눈앞의 정치적 효과에 급급하여 실업교육이나 대학교육 예산까지 끌어다 쓰는 재정운용의 균형파괴를 낳고 있다. 그 후유증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실험실·음악실·미술실·운동장이 없어 과학·음악·미술·체육이 소홀히 되고, 오직 '선택교과'인 컴퓨터와 입시교과인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 진행되는 입시경쟁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또다시 사교육비의 증대 및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이렇듯 기본교육여건을 확충하는 교육정책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생색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로지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정책만이 관료적으로 '강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교육을 경제논리에 따라 재단하는 기획예산처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공교육재정을 줄여보려는 그들의 '흉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교조의 단협은 '임금처우개선'보다 '교육정책' 교섭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02년 교육예산은 또 감축되었다. 국가총예산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21%에서 2002년은 20%로 1%정도 줄었다. 2002년 예산이 112조5천억원이므로, 그 1%는 1조2천5백억원이라는 막대한 액수다. GDP 대비 비율도 4.4%로 올해보다 0.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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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9일 전교조 서울지부가 성과급 반납투쟁에서 성과급 상징물을 태우고 있다.   ▷ 전교조 교육희망 ]

하반기 투쟁

교육재정을 또 다시 줄일 경우 예상되는 사태는 분명하다.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교육재정을 감축한 결과 나타난 문제들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필요한 정규직 교원수 등 최소여건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2000년 단협이행을 통한 '실리'나 2003년 예상되는 '구조조정 저지'보다도 당장 교사들 앞에 떨어진 과제는 '공교육 재정 감축'을 저지하는 일이다. 그로 인한 교원부족으로 현장교사들의 근무강도가 엄청나게 증대했기 때문이다. 재정감축속에 의도적으로 추진된 비정규직화 역시 근무강도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교육부는 한술 더 떠 계약직을 슬그머니 도입하려 한다. 그동안 비정규직 교사는 특히 정년단축과 명예퇴직을 계기로 크게 늘었다. 내년도 교육예산이 감축된 것을 감안하면 결국 비정규직 교원의 확대는 필연적이다.

여름방학 중 9월 중하순까지 교육정세 연수를 받은 초중고 교사들에게는 현 정권의 '경제종속적 교육정책'이 교육불평등과 공교육 붕괴를 낳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 이러한 생각은 교수·대학교직원·대학생·학부모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하여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자립형 사립고 저지투쟁이 9월 중순까지 한 달간 이어지면서, 교육부의 의도를 1차 저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현재 학교현장에서는 '성과급' 반납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10월말 현재 전교조의 반납통장에 입금한 인원은 9만명에 이른다. 이 기세를 모아 현 정부의 경제종속적인 교육정책 기조의 변경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투쟁들은 단체협상과 함께 진행될 것이다. 협상에서 교육불평등 정책의 중지를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매 계기마다 잡무거부·조퇴투쟁·연가투쟁으로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연가투쟁으로도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11월 초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교조의 모든 투쟁은 교육주체(학부모, 학생, 교직원)와 함께 할 계획이다. 경제종속적 교육정책의 중단은 모든 교육주체들의 공통사안이다. 이들은 GDP 6%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불평등 구조의 개선으로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 전교조의 '파업불사' 총력투쟁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약속지켜야
 
노동조합이 '파업'을 상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전교조는 파업까지 나아가지 않고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00년 하반기에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매 계기마다 어떻게 투쟁을 상향시켜 가며, 특히 어떻게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 낼 것인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교육재정 GDP 6% 확보를 통한 교육불평등 구조의 개선은 한국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는 현 정권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공교육 재정 감축은 대국민 약속위반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대통령론'의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