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동운동 과제와 방향

노동사회

하반기 노동운동 과제와 방향

admin 0 2,733 2013.05.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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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대우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과 뒤이은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투쟁으로 시작된 노동운동의 상반기 투쟁은 민주노총의 7·5 총파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8월 2일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출두로 막을 내렸다. 한편, 7월 말부터 정부는 주5일제 근무 도입을 확언하는 등 노동운동을 둘러싼 환경은 상반기와는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노조, 비정규직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올 하반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상반기 평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반기 사업 기조와 방향을 올바로 마련하는 일이다. 하반기 정세의 윤곽을 짚어보면서 노동운동의 과제와 방향을 정리해 보자. 

2. 정세의 주요 흐름 

노동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경제상황과 정부와 자본의 구조조정 방향이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7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대를 기록하여 경제통계가 생긴 이래 사상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하고, 2/4분기 성장률도 2.9%밖에 되지 않아 올해 성장률 수정 예측치인 4%대 달성이 힘들게 보이는 등 경기가 전반적인 침체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경제 침체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2/4분기 성장률 0.7%)과 일본의 경제 침체와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하던 반도체 값의 폭락 때문이다. 

경제 침체와 민영화 공세 

심화되고 있는 경제 침체는 노동자에 대한 공격 강화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간부분의 경우, 화섬·석유화학·철강 등 과잉중복투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산업에서 인력감축·비정규직화 등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부문도 부실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가(3월말 현재 60조원 규모) 은행합병 그리고 보험회사의 새로운 자산건전성 도입 등으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공부문의 경우도 철도·전력·가스 등의 민영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을 외치고 있지만, 상황이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철도·전력에서는 새롭게 민주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으며, 정부로서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강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둘러싼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은 해당사업장의 투쟁력, 전체 노동운동의 단결력, 범국민적 연대 전선 구축 여부에 따라 그 명암이 갈라질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정세와 관련하여 다음으로 고려할 점은 정부 노동정책의 기조와 방향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노동배제 정책을 밀어부쳐 왔다. 집권 초기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를 과거 정부와는 다른 전향적인 정책으로서 선전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노사정위원회는 3자 협상 창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또한 정부 스스로 합의사항(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금융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을 지키지 않는 등 노동계로부터 구조조정을 위한 들러리 기구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불신을 초래했다. 게다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에게는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부여하고(물론 재계만큼은 아니지만), 노사정위원회를 거부하는 민주노총에게는 탄압을 퍼붓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을 이용하여 노동운동에 대한 분할 통치(devide and rule)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여전히 인력감축, 비정규직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한발도 비켜서지 않고 있다. 

내년 선거와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200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권력 재편기가 다가오면서, 정부·여당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맞춰 각종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책 기조를 보수·수구세력인 한나라당에 비해 보다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 언론개혁 추진과 주5일제 논의 등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정부가 앞장서서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중인 핵심 쟁점들은 △ 주5일제 근무, △ 비정규직 보호, △ 공무원 노동기본권, △ 직권중재 문제 등이며,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그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 가운데 올해 최대의 쟁점은 주 5일제 근무인데, 그 동안의 논의 과정에서 단계적 실시와 연월차휴가 통합 및 일부 축소 등으로 큰 가닥이 잡혀있다. 생리휴가는 원칙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연계되지 않은 문제이나, 주5일제 도입 대신에 생리휴가의 무급처리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 올해 정부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 정도를 예정하고 있으며, 공무원 노조 문제는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단체 문제 정도만 연내 입법화하고, 노동조합 결성문제는 추후로 미룰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정기국회는 실질적으로 김대중 정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 문제 만이 아니라, 각종 제도개선 현안이 집중될 것이다. 언론·교육·의료보험·국가보안법, 그리고 최근 위헌 판정이 난 비례대표제 문제 등 각종 제도개선 사안을 가지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안별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개혁 과제와 관련해서도 노동운동 진영은 함께 연대하여, 사회개혁을 위한 범국민 연대전선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 주체 역량

마지막으로 주체역량 문제를 들 수 있다. 앞서 이야기된 주요 사안을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고, 나아가 의미 있는 성과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진영의 단결과 투쟁 역량의 힘있는 결집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계속된 투쟁으로 조직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가, 올 상반기 정부의 탄압으로 지도집행력이 취약해져 있으며, 조직 내부의 이견을 민주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자기개혁·조직혁신·발상의 대전환을 서둘러야겠고, 단기적으로는 현장-간부·활동가-지도부로 이어지는 의사소통구조를 원활히 하는 동시에, 조합원 대중의 요구와 이해를 파악하고 대중적 차원에서 총연맹과 산별연맹의 방침을 논의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도부의 모습과 더불어, 조직 전체의 단결되고 일신된 각오와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상반기에 복수노조 금지와 전임자 임금 금지조항을 맞바꾼 것처럼 전체 노동운동의 대의보다 조직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기조를 유지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신 노동대중의 이해와 노동운동의 대의에 충실하면서 전체 노동운동과 함께 연대 전선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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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반기 투쟁 과제 

이런 주객관적 조건과 상황을 바라볼 때, 하반기 노동계의 가장 큰 과제는 △ 구조조정 저지, △ 주 5일제 등 노동관련 제도개선, △ 사회개혁 요구로 집약된다. 

구조조정 투쟁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분석했듯이, 민간부문의 경우 경기침체 국면 속에서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중복과잉투자 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부문은 석유화학, 화섬, 철강, 금융이 될 것이다. 사실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투자나 기술혁신 등에 기인한 구조조정은 언제나 발생하며, 특히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부실산업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인데, 지금까지의 문제점은 구조조정이 비정규직 확대, 인력감축,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귀결되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의 협의나 교섭은 거의 없었으며, 국가와 자본은 시장과 이윤 중심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밀어 부쳤다. 이렇듯 국가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가 시장 근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 저지를 외치는 노동계의 입장은 타당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지'만을 외칠 때에는 '대안 없는 반대세력', '구조조정 반대세력'으로 몰려 사회적 고립과 더불어, 사전에 대응할 기회를 놓쳐 자신의 생존권조차 지켜내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와 더불어, △ 재벌개혁, △ 노동시간 단축 등 일자리 나누기, △ 사회적 안전망 확충, △ 노동자의 개입과 통제 등 민주적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에 기반한 우리 상황에서 인력감축 등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가 들어오면 이를 반대하고 저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고, 노동자의 대안이 적극 선전되거나 정책 요구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업종별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산업·업종 차원의 교섭과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산별연맹과 총연맹의 목적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한편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경우, 철도·전력·가스 등 기간산업의 공공성 회복을 중심으로 노동계뿐만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전력노조 일부와 철도노조는 새 집행부가 구성되었고, 산업 자체가 기간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망라하는 공공부문 연대 틀을 형성할 수 있는 주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개선 투쟁

노동관련 제도개선 문제와 관련해서 노동대중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5일 근무제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이 예상된다. IMF이후 노동계가 일자리 나누기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요구한 주5일 근무제는 노동자와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획기적인 사안이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기존의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을 보완·혁신할 큰 사안임에 틀림없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는 독재정권이 빼앗은 단결권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문제로 독재청산과도 관련되어 있으며, 노조 조직률 제고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또한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직권중재 문제도 중요하다. 

이 요구들은 원래 노동운동이 그 개정을 공세적으로 제기해온 사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투쟁의 초점을 개정에 맞추고, 개악 저지에 주의하는 관점이 요구된다. 노동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국가와 자본의 노동법 개악 기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악 저지에 주력하자는 주장은 그 기조에 문제가 있다. 이런 주장은 (자본의 의도인) 현상 유지가 개악 저지라는 목표의 달성인양 호도할 수 있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개혁은 현상태의 개선이라는 측면과 동시에 (정치권의 야합이나 흥정, 자본과의 협상이라는 측면이 더해지면서) 개악의 측면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대중의 권익 향상과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활동하는 노동운동가들은 현 단계의 힘 관계에서 쟁취해야할 요구와 쟁점을 분명히 가려내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운동의 원칙 확립

"타협과 양보는 절대 없다"는 태도는 현실 운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대중운동의 원칙 확립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을 때 노동운동은 소수 활동가의 분파 운동으로 전락하고 만다. 상반기 민주노총이 제기한 '정권 퇴진' 목표 역시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자 탄압에 분노하는 노동자라면 정권퇴진을 외치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투쟁 슬로건으로 제시하는 것과 일년 사업의 핵심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해의 사업 목표로 제시하였다면, 분명히 정권퇴진을 실현할만한 행동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투쟁을 모아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전선동 슬로건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당면한 제도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사회개혁투쟁 

사회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는 노동자가 사회적이고 국민적인 과제를 앞장서서 제기하고 투쟁함으로써 광범위한 연대 전선을 이루어내고, 노동자와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언론개혁·교육개혁·의료보험제도개혁·국가보안법 철폐 등 주요 요구는 해당 노동조합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전체 민중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하반기 국회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때문에 김대중 정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각종 사회개혁 요구가 정기국회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위헌판결이 난 비례대표제 문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 진출, 내년 선거 대응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이므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보수 정치권의 야합을 분쇄하고, 1인2표제를 완전한 형태로 쟁취해내야 한다. 

하반기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구조조정 저지, △ 노동관련 제도개선, △ 사회개혁 과제 쟁취. 여기에 한가지 더한다면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 노조탄압 저지 및 구속수배노동자 석방이 될 것이다. 이 중에서 구조조정 저지투쟁은 해당 사업장과 연맹을 중심으로 해서 총연맹이 총괄하는 연대투쟁이 전개될 것이고, 전체 노동대중으로 본다면 하반기에 집중되는 제도개선, 특히 주5일 근무제를 비롯한 노동관련 제도개선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하반기 투쟁 방향

이러한 요구와 과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방향은 어떻게 잡혀야 할까? 우선, 그동안 IMF 직후 총연맹 차원의 총파업투쟁이 '선포'만 되고, 일부 관련 사업장만 참여하는 형태가 된 것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조합이 가진 가장 큰 무기가 총파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총파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보다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상층에서 총파업을 결의해도, 이를 조직하려는 실천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며, 조직적 긴장도 별로 없다. 더군다나 상반기를 거치면서 조직력이 많이 약화된 상황이다. 

현장 대중동력 복원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현장 차원의 교육과 선전, 토론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 대중의 총의를 모아내며, 낮은 단계의 단체행동에서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조직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핵심 사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조직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투쟁 전략은 대중 캠페인에서부터 총파업까지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겠지만, 준비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면서 조직의 준비 정도와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한 가운데 그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여진다. 

교섭의 상 정립 

투쟁과 더불어 교섭에 있어서도 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운동이 대중운동인 한, '투쟁만 하고 교섭은 없다'는 태도는 '교섭만 하고 투쟁은 없다'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긴밀히 협의해가면서 전체 노동운동의 대의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는 노동계 연대전선의 구축이 필요하고,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다양한 대정부·대사용자 교섭 형태를 고민하면서 이를 사회 쟁점으로 만들어내는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성 강화 

아울러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나 정치·사회 개혁 과제와 관련해서는 민중단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범국민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은 민영화와 사회개혁 지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집단이 다름 아닌 일반 국민이며, 노동운동 혼자만의 힘으로는 국가와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중운동은 물론 시민사회운동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성 회복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고 시급하다. 

그 동안 노동운동은 김대중 정권 하에서, IMF 라는 상황 속에서 패배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고용불안과 인력감축이라는 (과거의 운동상황과는 180도 다른) 처지와 조건 속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 속에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점하는 상황에서 기업별-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은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노동개혁·사회개혁·정치개혁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에 벌어질 마지막 격돌이 될 가능성이 큰 하반기 투쟁에서 노동운동은 그 동안의 교훈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조직을 활력 있게 정비하며, 동시에 발상을 새롭게 전환함으로써 노동대중의 이해에 복무하고, 사회진보에 기여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