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에서 바라본 6·2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노동사회

노동운동에서 바라본 6·2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편집국 0 3,050 2013.05.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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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0년 6월5일 언론노조 교육관에서 개최된 ‘6·2 선거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표한 필자의 발표문을 새롭게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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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9일 봉은사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이번 선거 결과는 정권의 오만한 독주를 견제하는 지혜로운 시민들의 승리다.  ▷ 노동과세계 ]

경주 불국사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아저씨는 평생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을 지지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다른 당”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지지 정당을 바꾸는 데 많은 생각을 했지만, “과거 정권이 추진한 사업들을 전부 파기하거나 흔적조차 없애려는 무식할 만큼의 과격한 한나라당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드러나듯, 이번 선거 결과는 현명한 국민들이 견제 심리를 작동하여 새로운 대안 세력이 형성되기 전까지 각 정당들이 독단적으로 민심을 위반할 수 없도록 과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었다. 

독선을 경계하는 지혜로운 국민들의 승리 

6·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북풍을 앞세워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는 데 반발한 20대, 30대의 젊은 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 와 60~70% 이상이 한나라당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MB 정권이 자랑하는 대통령 국정지지 50%의 허구성이 폭로되었고, 4대강, 세종시, 대북 강경정책, 노동탄압과 전교조 죽이기, 파행적 교육정책 등 핵심 국정기조에 대해서 중간심판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MB정권의 오만한 일방독주에 견제를 하면서도,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 구 집권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또한 진보진영의 반MB연대를 지지하면서도 진보진영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분열한 지점에 대해서도 냉엄하게 꾸짖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어떤 정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지혜로운 국민들의 승리라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대안세력이 등장하기 전까지 권력의 독주와 불균형을 조정하여, 전체 정당들의 민심 위반을 견제할 수 있는 과도기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묻지마 반MB연대”, 그리고 정책선거의 실종 

이러럼 나는 이번 선거의 승리자를 ‘정당’이 아닌 지혜로운 ‘국민들’이라고 평가한다. 왜냐면 촛불 민심을 깔아뭉개기,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걸핏하면 말 바꾸기 등을 일삼으며 일방독주와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MB정권으로 인해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견제심리가 발동을 했고, 이를 국민들이 지방선거에서의 중간심판을 통해 실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오만한 MB정권과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야당들에게는 ‘반MB연대’가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국민들은 반MB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이룬 선거구에서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식으로 한나라당을 배제하여, 그러한 노력에 대한 대응하는 결과로 답을 했다. 이는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경상도와 부산, 울산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대거 당선되었고,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한 것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선거 역시 반MB ‘바람 선거’일뿐 ‘정책 선거’가 아니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석의 원내 진출과 15.8%의 지지율을 획득했었다. 그런데 당시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선택을 받았던 걸까?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MB연대가 아닌 정책선거가 이뤄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당선된 후보들은 자신의 진보적 정체성을 평가받아 그러한 결과를 얻은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2004년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반작용)으로 민주노동당이 실력보다 과분한 선택을 받았다. 이번 2010년 지방선거 또한 천안함, 세종시, 4대강, 언론장악 등 MB정부에 의한 민주주의가 후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MB정권 견제와 심판을 위해 국민들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그러한 구도에 이용당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당선자의 증가라는 결과만 보고 “승리”로 평가한다면, 이는 선거용 정당으로서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일 터다. “묻지마 반MB연대”로 인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인 민주당이 성장하는 대신 분열된 진보정당의 정체성은 상실되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10년 이상 후퇴하는 결과가 나타났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이 정책으로 선택받지 못한 바람 선거의 결과는 뜬구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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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31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자 투표참여 및 정책선거 호소 기자회견’ 모습 ▷ 노동과세계 ]

진보진영 당선자 양적인 증가는 ‘풍선효과’일 뿐

선거 전 민주노총 조합원 90% 이상이 대의원대회 결의를 통해 진보대연합을 요구했다. 그 결의대로 진보대연합을 먼저 이루고 반MB연대를 위한 야권 단일후보를 추진했다면, 진보신당의 주장대로 이번 선거가 진보적 가치를 확산시킬 기회로 작용했을 텐데 너무 아쉽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의 경우 수도권 최초로 인천 남동구와 동구에서 기초단체장을 내고 울산 북구를 탈환하였고, 광역·기초의원도 2006년 지방선거 때의 81명보다 많은 142명을 당선시키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진보신당도 끝까지 완주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저조한 득표(서울 3.3%, 울산 9.5% 등)에도 불구하고 광역·기초의원이 이전 15명에서 25명으로 증가했다. 민주노총 후보와 민주노총 지지 후보는 총 463명이 출마하여 181명이 당선되었다.(기초단체장 3명, 교육감 6명, 교육위원 16명, 기초의원 132명, 광역의원 24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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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번 선거 결과를 수량적으로만 보면, 반MB 야권연대의 효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약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처음 볼 때는 잘 드러나지 않은 질적인 리스크가 매우 크게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진보정치와 노동진영의 입장에서 이번 6·2선거의 최종성적표는 ‘풍선효과’ 혹은 ‘제로섬 효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절반의 승리와 절판의 실패로 평가할 수 있겠다. 

진보대연합 실패로 진보진영 존재감이 크게 약화돼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방선거의 꽃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반쪽짜리 반MB야권연대에 매몰되고 진보신당은 완주와 후보 사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광역비례 정당별 지지율과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이 당선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낮았다. 반MB연합으로 인천, 경남, 중부권 등에서는 한나라당을 저지시키는 성과는 있었으나, 중앙정치의 바람을 100% 타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민주당에 표를 몰아 준 셈이 된 것이다. 수도권이 진보정당의 무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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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열하기 전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12%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지율을 합해도 10.5%로 떨어졌다. 2004년 총선 직후 당 지지율이 20%까지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진보정당의 분열과 이번 6?2선거에서조차 진보대연합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이 양당에 대한 지지율의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특히, 울산, 거제 등 노동자 밀집 지대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열하여 패배한 곳이 많다. 우선 울산시장 선거에서 진보정당 창립 후 최초로 후보단일화를 실패하여 역대 최대의 패배를 당했다. 울산 북구는 구청장 후보 3명(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무소속)의 후보단일화 효과가 노동자와 청년층 표의 결집으로 나타난 반면, 울산시장 후보의 분열은 교육감과 남구와 동구 구청창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구와 동구에서 한나라당과의 격차가 각각 1.4%, 2.6%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시장 선거는 진보진영이 분열하여 아깝게 놓쳤다고 봐야 한다. 

또한 정말 아쉬운 것은 경남 거제시장 선거에서다. 거제시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들의 표를 합치면 34.8%로 한나라당 당선자에 비해 0.9% 뒤진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됐다면 시너지 효과로 진보진영의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다. 

반면에 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한 곳에서는 좋은 성적이 나왔다. 예를 들어 진보 단일후보이자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한 서울 노원구 6선거구의 진보신당 허섭 후보(서울지하철 노조)와 노원구 4선거구의 민주노동당 강호원 후보(도시철도 노조)는, 처녀 출전에도 불구하고 각각 16.6%와 13.3%라는 좋은 성적을 고르게 올렸다.  

진보정당 분열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후퇴  

그런데 2006년과 2002년, 올해 등 세 차례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노총 후보들을 비교 분석해 보면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외연의 축소다. 2002년 112명이었던 민주노총 후보는 2006년 204명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는 147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8년 분당한 뒤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화전략인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징조로 봐야 한다.  

특히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울산 지역에서 민주노총 후보 출마의 위축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국 출마자 규모가 비슷했던 2002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울산 지역 후보 수는 25명에서 9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출마자 합계도 2006년 민주노동당 출마자 수에 못 미친다. 올해 두 당의 출마자 수를 더하면 626명으로, 이는 2006년 민주노동당 출마자(802명)보다 21.9%나 줄어든 수치다. 이정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006년과 비교하면 올해 민주노총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가 모두 줄었다”며 “진보정당 분당의 영향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분열정치 속 중심 잃은 민주노총의 편법과 역행

진보진영의 분열정치는 민주노총이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 하게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2009년 9월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세력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사업을 결의하였고, 2010년 1월부터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대통합을 통한 새로운 진보정당 재창당 1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나, 내외적인 사보타지와 지도부의 불철저성으로 인하여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치위원회 사업은 지속적으로 공동화되었고, 통추위 사업도 현안 투쟁을 핑계로 중단됐다. 

또한 진보대연합 후보만을 지지하고 5+4의 반MB연대 단일후보는 연합이 깨진 것으로 간주하던 방침에서 갑자기 선회하여 민주노총 위원장이 양당의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한 것도, 양당의 선거연합을 견인하는 후속 사업이 없어 해프닝으로 끝났다. 나아가 막판에 민주노동당 편들기 식으로 노회찬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에서 빼고, 승산이 없는 경남 창원을 전략지구로 정하여 위원장이 직접 캠프를 차리고 김두관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쪽짜리 반MB연대에 얹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우회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진보대연합 정신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울산과 거제 등 민주노총 계급투표로 승산이 있는 노동자 밀집 지대에서 진보후보 단일화를 강제하여 기초단체장을 장악하는 것을 주된 전략적 목표로 삼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 치명적 과오였다.      
  
진보대연합이 필요조건이고 야권연대는 충분조건이다!

그렇다면, 이번 6·2 지방선거처럼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위신을 크게 추락시키는 “묻지마 반MB연대”가 아닌 제대로 된 반MB연대를 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반MB연대는 필요조건이고 진보대연합은 충분조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진보대연합보다 반MB야권연대를 우선하고 있다. 또 진보신당은 반MB야권연대에 부정적이다. 둘 다 틀렸다. 반MB진보대연합이 필요조건이고 반MB야권연대가 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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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무소불위의 일방독주를 일삼는 MB독재를 심판하려면 MB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이때 진보진영이 권위가 있고 힘이 있어야 야권연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할 수 있다. 만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진보대연합을 이루어 양당 지지율 합계 10% 정도에 걸맞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면, ‘4+5 회의’에서 최소 1곳 이상의 광역단체장 후보 배정을 포함하여 권력 배분과 정책 내용 면에서 민주당의 양보 선이 커졌을 것이다. 

진보대연합과 진보정당세력 강화는 장기적 전략목표이며, 범야권의 반MB선거연대는 그를 위한 현 시기 전술 과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진보대연합도 반MB연합이고, 야권연대도 반MB연합의 연장이다. 단, 반MB진보대연합이 반MB민주대연합을 부분적으로나마 ‘반신자유주의’로 견인하는 것이 현 시기 MB독재 아래에서 더 긴급한 임무인 것이다. 

그리고 보수 야당과의 반MB연대는 진보대연합에 기초하여 선택적이고 탄력적인 전술을 통해 구사되어야 한다. 보수 야당과의 반MB연대는 물론 상황적으로 필요하지만, 지역과 중앙의 실정에 맞게 추진하여야 한다. 조건이 안 맞으면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적인 것으로 봐야 하고, 연대의 방식에 있어서도 시점에 따라 정책 연합, 후보 단일화, 후보 사퇴 등을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의 가치 중심으로 ‘진보대통합당’ 재창당해야  

진보진영의 분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 추세로 가면 2012년 총선에서 진보정당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실패하고, 반신자유주의로의 정권교체를 이룰 가능성도 점점 적어질 것이다. 지방선거보다 의석의 수가 훨씬 적은 총선에서는 최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진보정당에게 양보할 지역이 거의 없다. 또한 대선에서는 더욱 반MB연대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대통합 재창당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내고 새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양 진보정당은 먼저 진보대연합을 이루고 그 합의 내용에 근거하여 4+5 야권연합에 한 목소리로 참여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성급하게 반MB야권연대에 참여함으로써 자기 역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진보정치가 정파들의 분파주의적 활동에 의해 좌우된 결과, 진보정치의 주력인 노동대중 및 평당원들의 직접참여 정치가 배제되어 상층과 하층, 당과 국민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당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노총 당원들이 대다수 ‘페이퍼 당원’에 머물러 있고, 민주노총 지도부와 정치위원회가 진보정당운동 정파들에게 의존하고 위탁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책임지는 자세로 주동적인 결합을 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따라서 향후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둔 급선무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토대해 민주노총 당원을 조합원 30%까지 확대하고 노동자 진성당원의 직접참여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힘으로 진보진영의 패권정치와 분열정치를 혁파하고, ‘제2의 진보대통합당’을 제3지대에서 재창당하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재창당 되는 진보정당은 다양한 진보적 가치 중 노동의 가치를 최상위의 가치로 합의하여, 가치충돌로 인한 재분열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실 자본주의에서 최대 다수를 점하는 계급의 대표로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중심성과 계급성을 확고히 하는 ‘노동자 당’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재창당이 합의된다면, 기존 정파의 패권적인 좌편향-우편향을 배제하고 중심세력이 확고히 설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괜찮은 정도” 넘어, 철저해야 할 진보적 생활정치
 

“시켜줘도 못 하더라”는 뼈아픈 지적을 상기해야 한다. 진보정치인들 또한 개인출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보수 정당과 차별성 없이 다음 선거 출마 준비를 하며, 그저 “깨끗하고 마음 좋은 정치”를 한다면 하루아침에 심판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구정권의 미관말직까지 발본색원하여 몰아내고, 부자에게 철저하게 감세해주는 MB에게, 계급정치의 진수를 배워야 한다. 

이번에 당선된 인천과 울산의 기초단체장은 ‘지방혁신정부’를 수립한다는 각오로, 진보적인 가치와 정책 담론을 대대적으로 민중 속에 뿌리내리고 아래로부터의 진보적 근거지를 확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기초단체를 장악한 곳의 지방의원들은 단체장과 잘 협력하여, 민의를 제 때 수렴하고 토호세력 의원과 유지들의 부정비리와 척결하고, 깨끗하고 올바른 지방행정으로 개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경남 지역의 원내교섭단체 또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의 전범을 보여줘야만 한다. 나아가 진보진영 지방의원이 극소수인 지역일지라도 항상 주민 속에서 소통하고 고락을 같이 하면서, 공약의 준수와 진보적 조례 제정 관철, 부정부패와의 투쟁 등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저 보수당 단체장이나 의원들보다 ‘좀 더 괜찮은 정도’로서는 진보정치 1번지 울산북구와 동구에서 몰락하고 심판을 당했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당선자들은 보수정객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참신한 활동으로 진보적 생활정치의 개척과 새 역사 창조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길 바란다. 평당원과 진보적 대중들의 깨어있는 지성과 적극적인 참여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지도자 한명의 교체로는 불가능하지만 세력이 교체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