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개혁을 위한 국제연대운동과 그 시사점

노동사회

최저임금제 개혁을 위한 국제연대운동과 그 시사점

편집국 0 8,042 2013.05.29 11:58

1. 머리말

지난 3월 말, 중국 절강성 항주에 있는 절강대학에서는 최저임금에 관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는 한국,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독일, 미국 등에서 온 여러 학자들과 노동운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주로 아시아 각국에서의 최저임금제도의 실태를 보고하고 최저임금제도의 개혁을 위한 국제연대운동의 가능성을 토론하였다. 필자도 이 대회에 참가하여 한국의 최저임금의 실태를 보고하였다. 

한국에서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을 위한 심의가 진행 중에 있지만 노사 간 의견대립이 워낙 커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정부는 최저임금제의 개혁은커녕, 이를 더욱 개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시아 각국에서의 최저임금제 개혁운동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이번 학술대회의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이것이 한국의 최저임금제도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아시아 각국 및 유럽의 최저임금제 실태

1) 한국


한국에서는 1986년 최저임금법이 입법되고 1988년부터 효력이 발효된 이후 이제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국의 최저임금제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1인 이상 종업원을 가진 모든 사업체가 적용 대상이며,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를 채택하고 있고, 노사공 3자 대표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는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최저임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최저임금제가 과연 최저임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현행 최저임금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입법의 기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첫째, 최저임금의 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안정에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 수준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최저생계비 수준과 비교해 보면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0년 현재 최저생계비는 가구 규모별로 1인 가구 50만 4,000원, 2인 가구 85만 8,000원, 3인 가구 111만 원, 4인 가구 136만 3,000원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금년도 최저임금액 85만 9,000원은 2인 가구가 최저생계를 빠듯하게 유지할 정도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을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가구 규모를 알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자료는 없다. 다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조사한 최저임금 미만 급여를 받는 근로자 175만 명(2008년 8월 기준) 가운데 약 절반이 넘는 92만 명이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자녀 포함 3인 이상 가족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가구 가운데 적어도 절반 이상은 3인 이상의 가구를 구성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은 국가가 정한 최저한의 생계수준조차 유지하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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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평균임금 및 중위임금(Median wage) 수준과 비교해보면 최저임금 수준은 2009년 현재 정액급여 기준 중위임금의 55~60%, 평균임금의 46~48%이며, 임금총액 기준으로는 중위임금의 56~61%, 평균임금의 47~5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시급으로 계산된 최저임금을 월 급여액으로 환산하는 가정에서 다소 무리한 가정을 사용함으로써 월 급여액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월 급여액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시급을 환산한 결과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23.1%~38.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노동부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료는 무리한 가정에 의해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과대계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저임금의 국제비교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위에서 제시한 방법에 의해 계산된 최저임금의 상대적 비율을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여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국제적으로 낮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국제비교를 위해 영국 저임금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자료에는 한국 통계가 없기 때문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계산한 최저임금액 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마치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작성된 수치를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하겠다. 국제비교를 위해 굳이 이러한 어색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OECD에서 매년 통일된 기준에 의해 업데이트 되고 있는 최저임금 국제비교 자료가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면 충분하다. 

[표2]에는 그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0.32로서 21개국 가운데 17위에 해당하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0.39로서 18위에 해당한다. 즉 한국의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꼴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국제비교 자료는 크게 왜곡된 것이며, OECD에서 제시한 자료를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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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가 존재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여 다수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 2007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11.9%를 기록하였으며 2008년에도 10.8% 수준을 기록하였다. 즉 전체 임금노동자 1,610만 명 가운데 175만 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주로 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 여성 노동자, 청소년 및 고령층 노동자, 저학력 노동자 등 노동시장에서 가장 보호되어야 할 취약노동자들이다.

이와 같이 방대한 규모의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가족종사자, 가내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최저임금제 적용대상이 아닌 노동자나 수습노동자, 감시 및 단속적 업무 종사자 등 최저임금 감액적용자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최저임금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용자 가운데 37.2%만이 최저임금제가 ‘매우 잘 지켜지고 있다’ 또는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보통이다’가 48.1%, ‘별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4.7%에 달했다. 노동자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각각 27.6%, 49.6%, 22.7%로 나타났다. 결국 사용자의 약 63%가 최저임금제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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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단순히 사용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법률이 올바로 시행되는지를 감독하고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이를 적발, 시정할 책임을 진 것은 정부이다. 결국 정부 스스로 최저임금제의 준수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감독하지 않음으로써 최저임금제가 무력화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생계비나 국제수준에 비추어 매우 낮고,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근로자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최저임금법이 사문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최저임금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즉 현 정부는 그 동안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제 도입, △수습노동자에 대한 감액률 확대 및 고령노동자에 대한 감액제 신규도입, △노사위원을 배제한 공익위원들만의 최저임금 결정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제 개악안을 도입하고자 입법절차를 밟아 왔다. 이러한 개악 시도는 노동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일단 주춤한 상태지만, 정부는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기회를 보아서 다시 입법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최저임금제 개악안이 도입될 경우 최저임금의 지역별, 연령별, 노동자 종류별 격차가 확대되어 임금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은 자기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최저임금 저하경쟁을 벌임으로써 최저임금의 전반적인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으로부터 높은 지역으로 노동자의 이동을 야기함으로써 대도시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2)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에서의 최저임금 규제의 시초는 1971년 발효된 인력부장관령 제131호에 의한 규제였다. 이 법령은 최저생계비에 기초한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되, 지역별 임금연구위원회에서 각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도록 하였다. 지역별 임금연구위원회는 정부 공무원 10명, 노동조합 대표 3명, 기업 측 대표 3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법령에 의한 최저임금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첫째, 지역별 임금연구위원회의 노조 측 대표는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유일한 노조인 FBSI에서만 선출되며 나머지 비공인 노조들은 대표선출 자격이 없다. 둘째, 정부 측 대표들은 다양한 정부기관 출신들인데, 대부분 자기 기관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셋째, 임금연구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열리며 위원들 스스로가 독자적 의안을 제출할 수 없다. 회의록은 위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결국 당시의 최저임금 수준은 실질적으로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었으며 노사는 단지 들러리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 말 개혁정책이 시도되기 전까지 거의 아무런 도전 없이 지속되었다.

1998년 장기간 독재정치를 해 왔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실각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면서 개혁정책이 개시되었다. 이에 따라 2003년 입법된 인력법 제13호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임금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그 일부로서 최저임금 수준을 설정하도록 규정하였다. 여기서 ‘적정한 생활수준’이란 ‘단신(單身) 노동자가 그 육체적, 비육체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표준적 수준’으로 규정하고, 지자체 정부가 임명하는 노사정 3자 대표가 시장조사를 통해 그 구체적 수준을 정하도록 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은 매우 복잡하여 주(州) 단위 최저임금, 군(郡) 단위 최저임금, 주의 산업별 최저임금, 군의 산업별 최저임금 등 네 가지 종류의 최저임금이 있다. 2001년 이후 최저임금 결정의 분권화에 따라 이제 전국 단일 최저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별 최저임금의 결정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각 지방정부는 노사정 3자대표로 구성된 지역별 임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해당 지역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이를 위해 적정한 생활수준 충족을 위한 물가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최저임금의 결정에는 이 밖에도 생산성, 경제성장, 한계산업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네 가지 최저임금 가운데 군 단위 최저임금은 주 단위 최저임금보다 더 높아야 하며, 군 단위 산업별 최저임금은 주 단위 산업별 최저임금보다 5% 더 높게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제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생활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이러한 입법 목적이 달성되지 않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제도는 공식부문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소규모 사업체는 대부분 최저임금 지불의무를 정부로부터 면제받고 있다. 그 결과 전체노동자의 70%에 달하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풀타임 노동자의 30%, 그리고 풀타임 비정규직의 50%가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을 확보하고자 시도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에 대해 해고나 공장폐쇄 등의 위협수단을 사용하여 이를 거부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또한 최저임금제가 투자를 저해하고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선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생계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평균임금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표4]를 살펴보면 1993년부터 2007년 사이에 명목 최저임금은 약 8배나 인상되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1.5배 상승한 데 그쳤으며, 특히 1993~2000년 사이에는 거의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과 비교해보면 1990년대에는 어느 정도 개선이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최저임금이 명목임금의 약 절반 수준에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공식부문에서만 2007년 현재 31%에 달하고 있으며, 비공식부문에서는 5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전체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약 40% 이상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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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적정한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입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임금 수준의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들은 적정한 생활수준 유지를 위해서는 현행 최저임금 수준을 적어도 10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교섭력의 취약성으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의 노동조합은 낮은 조직률(공식부문의 6~7%), 노조의 파편성과 강력한 중앙기구의 부재(전국 수준 연맹이 약 100개나 있으며 전국총연맹은 4개가 있음), 사용자의 노동조합 승인 거부 등으로 인해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영향력이 취약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다양한 개선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데, 즉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물가조사를 하고 최저임금에 대해 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에 걸친 의류산업 최저임금제 도입을 위한 국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고, 노동자의 대중적 동원 및 언론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3) 베트남

베트남에서 최저임금제는 일찍이 1948년 행정 명령에 의해 실시되기 시작했지만 1994년에 와서 비로소 입법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두 차례의 법률 개정과 일곱 차례의 최저임금 수준 변경이 있었다. 마지막 법 개정이 있었던 2007년 11월 이래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세 가지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즉 △행정부 및 공공부문 최저임금, △내국기업 최저임금, △외국인 투자기업 최저임금 등이 그것이다. 내국기업 및 외국인 투자기업의 최저임금은 3개의 지역별 최저임금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저임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는데, 정부는 노사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처럼 최저임금 결정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은 사회정책 및 공공부문 봉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원칙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첫째, 최저생계비로서, 2,300 칼로리를 충족하는 식품비 및 기타 품목 바스켓 비용(가계조사 결과)으로 구성된다. 둘째, 기업의 지불능력으로서, 평균임금, 저임금 등에 관한 조사결과를 참고한다. 셋째, 경제성장요인으로서, GDP 1% 상승 시 최저임금 0.7% 인상이라는 산식을 사용한다. 그 밖에도 명목 최저임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의해 조정되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만을 최저임금 인상률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예산사정으로 인해 물가 상승률의 100%를 모두 반영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회복지지출이나 공공부문의 봉급액 등도 고려대상이 된다.

2010년 현재 최저임금액은 월 65만 동(미화 34달러) 수준인데, 이는 공공부문 평균임금의 40%, 기타 부문 평균임금의 30%, 도시 빈곤선의 250%, 그리고 농촌 빈곤선의 3,255%에 해당한다. [표5]에는 그 동안의 베트남의 최저임금액 추이가 표시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보듯이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06년까지는 국내부문과 외국인 투자기업 부문으로 나누어 시행되다가 2007년부터는 공공부문/내국기업/외국인 투자기업 등 세 부문으로 나누어 시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기업과 내국기업은 각각 세 가지 지역별로 최저임금액이 다르다.

[표5]를 보면 그 동안 베트남의 최저임금액이 가파르게 상승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의 최저임금은 199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명목 기준 5.4배나 상승하였으며, 내국기업의 경우(I지역 기준) 6.7배나 상승하였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우에도 베트남 동으로 환산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10년간 I지역은 1.9 배, Ⅲ지역은 2배가량 상승하였다. 미국 달러로 환산할 경우에도 1992년 대비 2008년의 외국인 투자기업 최저임금액은 실질가치로 약 두 배 정도 상승하였다. 한편 내국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을 비교해볼 경우, 1999년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최저임금이 내국기업 최저임금에 비해 3.5배에 달했으나 2008년에는 1.5배로 축소되었다. 그 만큼 베트남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국내 소득이 증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공공부문의 경우 예산상의 고려로 인해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임으로써 민간부문 기업 및 외국인 투자기업과의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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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트남의 최저임금제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정부예산 제약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됨으로써 기본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최저임금이 일종의 빈곤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낮은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자의 생산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의 조정이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예컨대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동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그 실질가치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단지 5%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배제됨으로써 최저임금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베트남 정부는 다양한 최저임금제도 개혁정책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저임금과 사회복지지출 및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최하임금 사이의 연동을 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은 각종 사회복지지출 및 공공부문의 최하임금과 연동되어 있는데,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각종 사회복지지출 및 공공부문 임금이 동시에 인상됨으로써 재정에 큰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정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 연결고리를 끊음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압박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공무원의 최저임금을 적어도 전체 인구의 평균 생계비 수준까지는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다. 둘째, 최저임금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대부분의 취약그룹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최저임금제도를 보다 단순화시켜 관리가능성을 높이며, 그 일환으로 풀타임 노동자에게는 월 급여 기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임시직 노동자에게는 시급 기준 최저임금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4) 홍콩

홍콩은 현재 법률상의 최저임금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유일한 예외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정부)로서 이들은 법률상의 최저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홍콩에 최저임금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60년 전에 제정된 직종위원회령(Trade Boards Ordinance)에 의하면 홍콩 행정장관(홍콩특별자치구 정부의 최고책임자)은 임금 수준이 비합리적으로 낮은 직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설정할 목적으로 직종별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이 법령은 60년간이나 법전 속에서 잠들어 있을 뿐 실제로 이것이 구성된 예는 없다.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최저임금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입법회(홍콩특별자치구 정부의 입법기관)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1999년부터는 노동조합 출신 입법의원에 의해 정부에 최저임금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수차례 상정되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러나 2004년에는 입법회 산하 인력소위원회에서 정부에 최저임금법의 제정 스케줄을 제시하라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6년부터 청소 및 경비업에 대해 자발적 최저임금제를 시범 실시하였고, 자발적 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최저임금법 입법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2009년 6월 홍콩 행정청은 최저임금법안을 입법회에 제출하였으며 현재 입법회 산하 법안소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이 새로운 법률의 입법절차는 2010년 7월경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새로운 최저임금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적용대상은 계약형태나 파트타임 여부 등을 불문하고 모든 피용자로 하고 있다. 단 학생 인턴, 주거를 같이 하는 가사노동자(가정부), 장애인 등은 적용대상에서 배제된다.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하되, 연말 보너스, 성과급, 현물지급 부가급여 등은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법률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최고 35만 홍콩달러의 벌금과 3년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행정장관의 요청에 의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률에 관한 권고안을 제출한다. 행정장관은 이 권고안을 참고하여(이에 구속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률을 결정한다. 이 결정된 안에 대해 입법회는 승인하거나 혹은 거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으로서는 첫째,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규제하는 것과 저임금 일자리를 잃는 것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것, 
둘째, 홍콩의 경제성장과 경쟁력을 유지할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에 관해서는 위원장과 12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은 공무원 3명, 노동 또는 기업분야에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자 3명, 기타 6명으로 구성한다. 모든 위원은 행정장관이 임명한다. 위원 임명과정에서 입법회는 관여하지 않는다.

현재 제출되어 있는 정부안에 대해 몇 가지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즉, △최저임금제가 실업을 증대시키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가, △식사시간이 근로시간의 일부로 계산되어야 하는가, △가사노동자도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가, △장애인은 그 장애정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최저임금이 감액되는데, 이 경우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은 없는가, △특수고용 노동자(자영자로 분류되어 있는 사실상의 노동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한편,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즉,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록이나 보고서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는 점, △모든 위원들이 행정장관에 의해 임명되며 위원 중 공무원이 3명이나 되는 등 독립성이 결여된 점, △노사 대표의 비율이 매우 낮아 대표성이 결여된 점,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오직 두 가지 요인만 고려하도록 법률에 의해 강제되어 있는 점,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행정장관 및 입법회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5) 유럽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법률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20개국이고, 단체협약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7개국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절대적, 상대적 수준은 회원국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표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의 절대액 면에서 최저국과 최고국 사이에는 1:14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하면 그 격차는 1:6 정도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 역시 상당한 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평균임금과 비교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면에서는 최고국가(프랑스 50.0%)와 최저국가(체코 30.0%) 사이에 20%포인트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체로 35~45% 수준에서 수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6]은 비교를 위해 유럽연합 비회원국인 뉴질랜드, 호주, 한국, 일본, 미국 등의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39.2%, 평균임금 대비 32.0%로 미국, 일본, 체코에 이어 하위권에 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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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최저임금의 일반적 동향을 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평균임금보다 최저임금의 인상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으나,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최저임금에 커다란 압력이 가해지면서 인상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저임금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 면에서는 2009~10년에 유럽연합 회원국 중 무려 10개국에서 실질 최저임금이 삭감되었으며, 특히 루마니아(-5.7%), 리투아니아(-4.5%), 라트비아(-3.8%) 등 구 동구권 국가에서 삭감률이 컸다.

한편 지금까지 법정최저임금이 없고 단체협약에 의해 최저임금을 정해왔던 7개국은 대부분 노동조합 조직률 및 협약적용률이 매우 높은 나라들로서, 굳이 법률로 정하지 않더라도 노사 간 자율교섭에 의해 최저임금의 유효성이 보장되어 왔지만 최근 경제위기의 영향과 노조 조직률 및 협약적용률의 감소현상에 따라 협약최저임금에 위협이 가해지면서, 이들 나라에서도 법률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단체협약 적용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아져, 현재 전체 노동자의 22%에 해당하는 650만 명이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최소한 시급 7.5유로 이상으로 법정최저임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보수우파 연합 정부도 미온적이어서 최저임금제도 도입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에 이른 편이다.

6) 중국

중국에서는 개혁개방정책 이전에는 임금이 국가에 의해 결정되었으므로 최저임금제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개혁개방정책이 추진되고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소득격차의 확대와 상대적 빈곤의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중국정부는 1993년 최초의 최저임금법을 입법하게 된다. 즉 1993년 11월 중국 노동부는 <기업최저임금규정>을 공포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최저임금보장제도를 실시한다. 최저임금의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는 성, 자치구, 직할시의 인민정부가 규정하고, 국무원에 계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중국에서는 전국 단일의 최저임금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입법을 통하여 최저임금 기준의 결정 및 조정, 최저임금의 실시와 감독이라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규정을 정하는 데 지나지 않으며, 실제 최저임금기준을 정하는 것은 각각의 지방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후 2004년 1월, 중국 정부는 새로운 <최저임금규정>을 공포하였으나, 이는 과거의 기업 최저임금규정 일부를 수정, 보충하는 데 불과할 뿐 근본적인 내용 변화는 없었다.

최저임금의 실제 수준은 각 성, 자치구, 직할시가 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각 지방정부는 다시 농촌인가 도시인가, 시내 중심부인가 외곽지역인가에 따라 같은 성이라 하더라도 몇 가지 다른 수준의 지역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다가 풀타임 정규직 노동자(월급제)인가 비정규직 노동자(시급제)인가에 따라 적용되는 최저임금 기준이 다르다. 따라서 현재 중국에는 각 성(자치구, 직할시), 각 시, 각 지역, 전일제 여부 등에 따라 모두 네 가지 종류의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어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각 지방정부에서는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우선 중앙정부 국무원의 지도하에 정부, 노동조합, 경영자단체 3자가 공동으로 검토?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그 지방의 상공업연합회, 재정, 민정, 통계부문의 의견을 듣는다. 각 지역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결정할 때에는 지역 간의 차이 및 특징을 고려하고 경제발전의 정도에 따라서 각 지역의 최저임금 기준을 정해야만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최저임금의 실제 계산에 있어서는 일반 도시 주민 생활비용 지출, 근로자 개인이 납부하는 사회보험금, 주택공적금, 근로자 평균임금, 실업률, 경제발전수준을 고려하여 정하되 비중법(빈민가구의 1인당 생활비용 지출 수준에 취업자 1인에 해당하는 부양계수를 곱하여 정하는 방식)과 엥겔계수법(국가영양학회에서 제공하는 최저음식물 지출표준을 계산한 뒤 엥겔계수를 나누어 최저임금 표준을 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표7]에는 중국의 성별 최저임금 인상률 및 2010년 4월 현재 최저임금액이 표시되어 있다.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해, 광동 등 연안지역과 북경 등 대도시의 최저임금액은 매우 높은 반면, 주로 서부내륙지역 성들의 최저임금은 매우 낮은데, 예컨대 상해시와 안휘성의 최저임금액은 거의 2.5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이처럼 성 간에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성 내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커서 광동성의 경우 같은 성 안에서도 1.5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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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도시에서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그러나 동시에 소비 수준도 높기 때문에 북경이나 상해의 경우 최저임금액은 1인당 소비액의 약 절반을 충족시키는 데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에서는 적어도 가구당 2명 이상이 취업해야 간신히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최저임금액은 공공부문 평균임금액의 28.8%, 중간규모 이상 민간부문 기업 평균임금액의 38.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최저임금의 인상률 면에서도 문제가 발견된다. 우선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의 실질 기준 인상률은 연평균 4~8% 정도인데 지난 20여년 간 중국 경제가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음을 생각할 때 최저임금의 실질인상률이 경제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각 지역별로 최저임금 인상률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 15년간 가장 인상률이 높은 절강성(8.07%)에 비해 가장 인상률이 낮은 강서성(4.04%)은 절반에 불과한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성별, 지역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최저임금제로 인해 많은 혼란과 불편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찾아 대도시 주변부나 서부 내륙지방으로 이전하는가 하면, 많은 농민공들은 높은 최저임금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를 감독할 책임이 각 성, 지역, 구역정부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철저한 감독이 어려우며, 각 지역별로 기업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최저임금법의 엄격한 집행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이 상대적으로 잘 준수되고 있는 반면, 농민공의 경우 도시에 호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시 농민공들의 이동을 촉진함으로써 이들이 한 곳에 정착하여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중국학자들은 입을 모아, △현행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지역별 격차의 완화 내지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의 실시, △최저임금 위반 업체의 단속 강화, 특히 농민공을 위한 특별 조치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급속한 발전도상에 있는 중국 경제로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경제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보다 단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청중으로부터 제기되어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3.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위한 국제적 운동의 추이

앞에서 살펴 본 대로 아시아 각국에서의 최저임금제는, 나라마다 사정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어려운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및 최저임금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광범한 사각지대의 존재 등으로 인해 그 입법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국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제적 연대에 의해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아시아, 유럽, 국제기구 등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1) 유럽

유럽 차원의 단일한 최저임금을 추구하는 데 있어 그 당위적 근거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된다는 점에 있다. UN 인권선언(1948년)에서는 “모든 노동자는 자신 및 그 가족에게 인간의 존엄에 걸맞은 생존수준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정하고 유익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제23조 3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ILO의 최저임금에 관한 협약(1970년)에서도 “모든 ILO 회원국은 최저임금제도를 설치하여야 하며…… 최저임금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a)노동자 및 그 가족의 욕구, (b)경제적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유럽사회헌장(1961년)에서도 “모든 노동자들은 자신과 그 가족을 위한 적정한 생활수준에 충분한 공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아예 헌법에 ‘최저임금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유럽 차원의 최저임금정책이 필요한 이유로서는 △유럽 전역에 걸쳐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 △국가별 최저임금이 종종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설정된다는 점, △최저임금은 전반적인 임금수준을 높일 수 있는 한 수단이 된다는 점, △최저임금을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