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사관계 및 노동운동 정세 전망

노동사회

2010년 노사관계 및 노동운동 정세 전망

편집국 0 3,707 2013.05.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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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
        노중기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자 :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장소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실

일시  :  2010년 3월 4일(목) 3시 ~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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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노동사회』 특집으로 올해 정세를 내다보는 좌담을 준비했습니다. 양 노총의 정책을 책임지는 두 분,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님과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님, 그리고 전문가 시각에서 전망을 함께 해줄 김유선 소장님과 노중기 교수님을 자리에 모셨는데요. 워낙 노련한 분들을 모셨으니까요. 되도록 편하게, 나중에 정리된 글을 읽는 분들에게 관련된 전망과 정보를 명확하게 제시해줄 수 있는 방향에서 오늘 논의를 이끌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첫 물음을 던져보겠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나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올해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각자의 답을 들은 후 좀 더 구체적인 이슈와 쟁점으로 들어가 보고, 이후 노동조합운동의 과제들을 모색해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김종각 본부장님의 이야기부터 듣죠.  
       
special_04.jpg경제위기 충격 고용불안 강화로… 노조 향한 공세 여전

김종각: 노동자들에게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와 소득일 텐데요. 양 쪽 모두 올해 전망이 밝진 않습니다. 현재 실업률이 수치상은 3%대라고는 하는데, 사실상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죠. 청년 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나서고 있지만, 일자리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죠. 그런 가운데 소득은 더욱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작년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분은 올해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양극화 경향은 더 심화되고 있죠. 정확한 수치가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이 1분위 소득은 100만 원이 안 되는데 10분위 소득은 1천만 원가량이나 됩니다. 올해도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팍팍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건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는 건 먹고 살게 그나마 생긴다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740조 원에 육박하고 있고, 대부분이 부동산에 잠겨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인지라 만약 상환 압박이 한계를 넘어설 경우 부동산 위기가 촉발되겠죠. 그렇게 되면 부채를 진 사람들도 문제겠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순환상 심각한 문제가 도래하게 될 겁니다. 기업은 돈이 있고 가계는 돈이 없는 현재 조건은 심각한 불안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정부나 자본은 고용 문제의 대안으로 ‘서비스업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말은 그렇게 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 그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취임 초부터 노동조합 약화를 목표로 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고리가 전임자 임금-복수노조 문제일 텐데요. 연말에 타협적인 형태로 법안 개정이 이뤄져 지금 세부적인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게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더라도 과거 노사협약으로 정한 것보다는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당연히 진행할 텐데요. 그러나 현재 노동조합측이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장 올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좀 더 논의를 진행하면서 말씀드리도록 하죠. 

김태현: 작년의 엄청난 경제위기가 형식적으로는 극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한 국내 거품과 대응 양상에 따라 전망이 혼미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의 충격은 작년에는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업체에 충격이 머물렀던 반면, 올해에는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에서처럼 정규직이나 대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요. 때문에 고용불안의 불씨가 노동자들의 의식에도 잠재해 있죠. 일례로 올해 금속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이 총연맹 기준보다도 낮습니다. 그 정도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입니다. 

한편 MB정권 들어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 철도파업에 대한 봉쇄, 공공부문의 단체협약 해지,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 강행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노동기본권 저하, 그야말로 1987년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올해 중심 과제라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가 올해 임기 전환점을 돌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예정된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진보세력이 결합해 대응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선: 앞서 이야기하신 분들이 올해 고용사정이 개선될 기미가 잘 안 보인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런데요. 작년에는 약간 멈칫했던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올해는 가속화될 것 같고요.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전임자 임금을 두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앞서 이야기하신 분들과 이견이 없습니다.

MB정부 공세, “대응 까다롭다” vs “아니다 조악하다”     

special_02.jpg노중기: 인터넷상의 진보측 논의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한방에 훅 갈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러나 저는 이 정부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이는 민주화 이후의 지난 20년간 정부들의 공세와 비교해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봅니다. 또 논란의 여지가 매우 큽니다만 세련된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물론 이 정부의 기본적인 노선은 다른 분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노동기본권 저하를 목표로 하고 있는, 87년 체제의 전환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기조에 터하고 있긴 한데, 구체적인 시행과정이 막무가내는 아니었다는 거죠. 그래서 대응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쌍용차 파업만 봐도, 파업이 진행되는 77일간 계속 당장 진압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결국 진압하지 않고 합의 형식으로 마무리했죠. 재작년 화물연대 쟁의 등도 비슷했고요. 물러설 줄 안다는 건데요. 작년에 비정규직법 개정안 국면에서도 당시 노동부 장관이 그렇게 세게 주장을 했음에도, 물론 내용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고 시민사회와 노동진영이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잘 안 되니까 공세를 쉽게 접더라고요. 또 연초에 복수노조-전임자 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도, 제가 관찰자 입장에서 봤을 때,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는 내부 갈등이 존재했음에도 이를 잘 무마하면서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얻어갔다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결코 만만한 정부가 아닙니다. 우리 노사관계가 정부의 영향력을 굉장히 크게 받는다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올해 사정도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나아질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저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공공부문 공세의 기저에는 ‘민주노총 약화’가 노림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정부가 굉장히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민주노총 조직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공세를 가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나 아마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공부문 공세를 통해 얻은 성과를 기반으로 민주노총에게 직접적인 공격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방선거 결과와 맞물려 어떤 국면이 펼쳐질지 예상하긴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원래 표방했던 정책들을 올해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상반기 지자체 선거에서 대패만 하지 않는다면, 대단히 조심스런 전망입니다만, 하반기에는 타깃이 민주노총으로 좁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병훈: 김태현 실장님은 노중기 교수님과 체감하는 정도가 차이가 있을 것도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special_03.jpg김태현: 동의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촛불집회 시 파업을 가지고 민주노총 위원장, 사무총장까지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이는 유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직접 공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취임 초부터 가해졌다는 거죠. 또 쌍용차 파업에서는 다양한 화학약품과 위험물질이 존재하는 대규모 공장에 병력이 투입되면 그 순간 대규모 살상 사건이 벌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심스러웠던 측면이 더 컸다고 봅니다. 비정규직법 개정은 사실 당시 경총에서도 별로 호응이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요구가 아니었고요. 이런 사례들을 두고 이명박 정부가 세련되게 풀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15만 공무원노조의 신고필증을 무시하고 과거처럼 정부의 허가로 길들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는 어떻게 봐도 세련된 태도와는 거리가 멀죠.

그런데 한편으로 최근, 1987년 이후 열린, 합법과 약간의 불법이 결합해 전투적인 투쟁이 가능했던 공간이 굉장히 축소됐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곧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이 제약됐다는 건데, 때문에 노동기본권에 대한 탄압을 과거처럼 왕성한 투쟁으로 돌파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진 거죠. 더 나아가 우리사회의 양극화된 구도가 반영되면서, 이른바 ‘노동귀족’ 레테르가 붙은 노동자들에게는 어느 정도는 노동기본권 탄압이 가해져도 괜찮다는 의식이 확산된 게 돌파를 어렵게 만드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강화될 우려 커  

이병훈: 노중기 교수님이 지자체 선거 이후에 정부의 공세가 더 노골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주셨고, 항간에는 그 공세의 내용이 노동시장정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한데요. 이 자리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진단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종각: 선거 이후 정국은 당연히 선거 결과에 따라 변동이 크겠죠. 더 나아가 정치권 내부의 갈등 국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망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렇지만 어쨌든 그 시기가 이 정부가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임을 고려한다면, 노사관계 관련해서 법제도를 새롭게 고치려는 시도를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노동 정책이라는 게 당사자의 목소리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편이고, 또 지금 정부가 노중기 교수님도 지적하셨듯이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게, 즉 대응하기 어렵게 밀어붙이일 줄 알기 때문에 그럴 거라는 겁니다. 대응하기 어렵게 밀어붙인다는 건, 예를 들면 지금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국면을 봤을 때 노조를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죠. 국민들이 이런 경우에는 노조 편이 되기 어렵다는 걸 아는 거죠. 어쨌든 작년에 노조법 개정을 하면서 현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 틀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점도 있고 해서, 올해 하반기에는 무리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근로기준법까지 건드리긴 어렵겠지만, 고용 쪽에서 유연화 시도를 할 거라 봅니다. 고용은 노조가 잘 모르는 문제이죠. 또 노조 입장에서 보면 유연화 공세일지라도 ‘일자리 확대’ 등으로 포장되면 국민들의 눈에는 노사관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때문에 정부가 유연화 공세를 취해도 노동조합이 ‘노동시장 불안정 강화’ 등으로 선전하고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이런 쪽으로 정책적 변화와 공세를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김유선: 앞서 현 정부의 공세가 세련되고 고단수라는 지적과,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셨는데요. 저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펼쳐온 정책들을 보면 단순무식하고 조악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만 봐도 정말 황당한 주장을 하다가 안 되니까 물러섰던 거고요. 말도 안 되는 걸 시도하다가 물러섰던 거죠. 향후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저도 새로운 법제도 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비정규직법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산별노조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태현: 저는 이 정부가 비정규직법의 개정 용의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법 개정 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겁니다. 그렇지만 올해 정부의 사업계획을 보면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파견 대상을 확대하려 하는 등 고용 유연화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정부가 노동시장의 변화를 위한 준비와 입지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느끼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 법 개정이 아닌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 이를 시도하리라 생각합니다.

양 노총 올해 계획, “국가 고용전략 개입”,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집중”

이병훈: 이제 노동조합 내부 상황을 따져보는 논의로 넘어가겠는데요. 민주노총은 최근 리더십에 변화를 겪었고, 한국노총은 지난해 법 개정 논의에서 총대를 멨고 지금 그 여파를 겪고 있는데요. 그런 내부 상황을 바탕으로 올해 어떤 사업들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양 노총 정책 담당자들에게 듣고,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것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김종각 본부장님부터 말씀해주시죠.

김종각: 작년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정치적 착오를 했죠. 언론에서 ‘백기선언’이라고 선언했던 기자회견에서, 위원장이 “전임자 임금 안 받겠다. 복수노조 유예하자”고 선언하면서 그동안 준비해왔던 총파업 전선이 한꺼번에 무너졌는데요. 최근 있었던 대의원대회에서 그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위원장이 “잘못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치적 사과를 하고, 재신임 문제에 대해 대의원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는데요. 대의원들이 논의 공방 후에, 아직 최종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싸움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최종 협상이 마무리된 다음에 평가를 하고 재신임을 묻자, 하는 의견으로 봉합이 됐습니다. 어쨌든 위원장이 지금 책임지고 물러서라는 의견이 대세는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집행부 임기는 금년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 국면이 정리되면, 재신임을 묻기보다는 새로운 집행부 선거 국면에서 평가를 받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노총은 올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임단투는 단위 사업장에 맡기고 총연맹은 고용전략 개입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사실 고용문제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오지 못했고 총체적인 상을 갖고 있지 못한데요. 노동조합의 고용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개입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서 차근차근 실행해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민주노총에게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공공부문에 대한 탄압에 대응하여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벌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것은 전적으로 방어전선이고, 뭔가 새롭게 돌파지점을 만들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죠. 때문에 “노동자 기본생활 쟁취”라는 구호를 가지고, 한축으로는 최저임금 개선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좋은 일자리 확보 등과 관련된 활동을 벌이고, 또 다른 축으로는 국민적 관심사로서 무상급식 운동이나 보호자 없는 병원 운동 등의 캠페인을 벌이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메이데이 집회를 정점으로 대중적으로 활성화시켜내고, 또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합해 지방선거까지 이어가서 돌파구를 여는 것이 상반기 민주노총의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반복됐던 이야깁니다만, 민주노총은 지금 구체적으로 내부 혁신을 이뤄낼 것을 요구받고 있는데요. 현 민주노총 지도부는 “젊은 민주노총 승리하는 민주노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가능한 통합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 모든 방안에 대해서 집행부가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겠다, 라고 패기 있게 주장하는 모습은 차별점을 갖는 것 같습니다.  

노중기: 밖의 상황이 갑갑하니까 내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은데요. 저는 평가나 제안을 하기에 앞서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먼저 한국노총과 관련해서, 정책연대를 지속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내부에서 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과 문제제기가 있는 건지를 묻고 싶습니다. 우리 노사관계에서 정부의 규정력이 매우 큰데요. 정권과의 관계에 따라 노동조합의 발전 가능성이 조건이 지어지는 만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죠. 그런 맥락에서 올해 현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고민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에게 드리는 말씀인데요.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부와 정치적 전국 전선을 만드는 역할에 매진해왔는데, 지금 그러한 활동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역할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정치전선을 만드는 작업이 현재 장기적인 전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주체 재정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알리바이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다음으로, 작년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보다도 자신의 정확한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합니다. 원론적인 입장은 있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최종 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이냐, 노동운동의 발전과 관련해 이 문제를 어떻게 배치할 거냐, 하는 질문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입장을 갖지 않고 상당부분 회피했다는 거죠. 

직선제 문제도 지난 지도부에서 정리하긴 했습니다만 아직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았고요. 또 전략적 과제로서 산별노조운동이 현재 맞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총연맹이 지도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개별 노조들에게 맡겨놓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또 2년 이상 끌어오고 있는 정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문제도 조직적 입장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안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지형이 매우 나쁜 현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이 노조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병훈: 매우 폭넓은 질문과 평가를 해주셨는데요. 오늘 논의 주제 범위로 좁혀, 2010년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양 노총 정책담당자들께서 답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노정관계? 구조적 변화 없을 것 

김종각: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정책연대가 도마에 오를 텐데요. 한국노총은 아직 지방선거 방침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과거 총선이나 대선에서처럼 하나의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정책방침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중앙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재정 지원밖에 없는 풀뿌리 지방선거의 특성상, 노정관계가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결국 정책연대는 이 정부의 후반기에도 그대로 가면서 점점 약화되다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을 때 근본적으로 재검토되는 과정을 거치리라 생각합니다. 정책연대를 명시적으로 폐기될 가능성은 당장은 없고,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묽어지는 형태를 보이리라 봅니다.

김태현: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한 번도 청와대와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취임 초에 찾아오겠다고 잠깐 떠들더니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무산시켰죠. 저는 이 정부의 성격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노정관계는 정권 끝까지 갈 거라 생각합니다. 한편, 노중기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것과는 달리 저는 특히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이 원칙만 있고 유연성이 전혀 없어서 문제라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원칙만 앙상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것을 명확하게 내놓고 논의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노중기: 저도 같은 말씀을 드린 겁니다. 원칙만 정하고 상황에 따라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거죠. 그렇게 유지되는 원칙은 힘이 없는 원칙이죠.

김태현: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은 먼저 현재 노동시장 구조에 걸맞지 않은 노동조합 틀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라는 원칙 아래서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올해로 민주노총이 출범한지 만 15년이 됐는데, 그런 과정에서 총연맹보다 산별단위의 위상이 훨씬 높아졌죠. 이런 구조가 종합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통을 막고 동맥경화증까지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1996~97년 총파업에서는 총연맹이 단위사업장과 소통을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러면 산별단위에서 당장 항의가 들어오는 구조가 된 겁니다. 자칫 잘못하면 의견도 제대로 전달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거죠. 때문에 저는 내부 혁신이라는 것은 내셔널센터로서 총연맹의 역할과 산별단위들과 단위사업장의 몫이 유기적인 구조를 갖추는 것과 관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체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한 대안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거죠.  

전임자 임금 문제, 노사갈등 심화 피할 수 없어 

이병훈: 이제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전임자 문제, 특히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문제를 중심으로, 더불어 내년에 본격화될 복수노조 문제까지 포함해서, 각자의 전망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유선 소장님부터 말씀해주시죠.

special_05.jpg김유선: 다들 아시겠지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아무리 논의를 해도 당사자들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기준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거기서 어떤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갈등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전임자 임금금지 시행시기를 언제로 보는가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은 7월1일을, 정부와 재계는 1월1일을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단체교섭 개시 여부를 둘러싸고도 상당한 충돌이 예상됩니다. 더 나아가 올해 상반기에 단체교섭이 이루어지더라도, 단협에서 현행 전임자를 유지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를 두고 교섭석상에서 갈등이 일어날 테고요. 종합하자면 금년 상반기에는 당사자들이 원하던 원치 않던, 전임자 임금 문제를 두고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종각: 만들어진 법이 한국노총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법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이 개정법에는 허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한 허점이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동조합의 활동 영역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최대한 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산하 조직들의 교섭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노총의 계획입니다. 최종적인 해석은 법원에서 판례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그런 과정에 노조가 주도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거죠. 실제 만약 단위 사업장에서 전임자 문제로 사용자들과 갈등하게 될 경우에는 끝까지 붙어볼 생각이 있습니다. 노총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대법원까지 가보자는 거죠.

한편, 지난 2월26일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에도 여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사 모두가 결론을 관철시킬 만한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 않죠. 그럴 경우 논의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은데, 당사자 간의 협상보다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노조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도 사용자들도 완강히 저항했습니다만, 노동조합도 개입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죠. 그러한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국회 논의가 노조에게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면 단위사업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될 텐데요. 그렇지만 그 한도를 넘어서서 합의를 끌어내라는 내용의 단체협상 지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정한 한도를 넘어서는 합의를 한다고 해도, 개정법에서는 정부가 노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하거든요. 부당노동행위를 걸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처벌되죠. 

복수노조는 내년으로 7월로 시행이 연기됐습니다만, 올해에는 새로운 조직을 발굴하기보다는 우선 현재 조직을 지키는 데 방점이 놓이겠죠. 쪼개지지 않도록 집안 단속하는 것이 먼저일 테고, 내년 초나 돼야 신규 사업장을 발굴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방침이 수립되리라 봅니다. 신규 사업장 조직은 미조직 사업장을 발굴하거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사업장들을 합치는 것일 텐데, 지금과 같은 시스템과 사고방식 아래서는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장 및 법정투쟁 더불어, 노동운동 재구성 위한 고민 요구돼 

김태현: 전임자 임금을 왜 금지시키려고 했는가 이유를 생각해보면,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으로서 계급적 활동가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에 있었다고 봅니다. 한편 저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와 관련해서 김종각 본부장님과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저는 국회로 넘어가기 전에 결판이 날 것 같아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정부와 자본 입장에서는 회기 넘어가기 전에 결정하면 그만이니까요. 국회로 넘어가면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부와 자본은 기간 안에 어떻게든 끝내려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의 표현으로 “개악 법안 무력화”를 위해 이제 활동가들이 나서고, 단위노조투쟁 통해서 개입하기 시작할 텐데요. 그런데 어려운 조건이 참 많습니다. 특히 공무원이나 비정규직은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결정과는 상관없이 공공부문에서는 정부가 전임자 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충분한 물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죠. 또한 민간부문에서도 일부 산별노조 외에는 단위노조가 특별단체협약을 한다고 해서 전선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고요. 어쨌건 올해 상반기 투쟁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에 따라서 민주노총의 장기적인 대응의 양상이 결정되리라 생각합니다.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는 거죠. 

현재의 복수노조법안은 실질적으로 복수노조를 만들지 말라는 법이에요. 과반수를 넘지 못한 노조는 교섭권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실질적인 이유가 없는 거죠. 법이 시행돼도 복수노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 반면 사측 주도의 회사노조가 만들어질 우려가 상당히 있는데요. 그런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올해 실태조사를 통해서 확인을 해야겠죠. 어쨌든 복수노조 시대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 무노조기업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올해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중기: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는 다들 알다시피 13~14년부터, 길게 보면 1987년부터 제기됐던 것입니다. 사실 이 의제는 처음에는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개혁의제로, 이후에 전임자 임금 금지와 결합해서는 노동조합운동의 발전과 퇴보의 측면을 모두 가진 양날의 칼로 제기됐는데, 최근에 통과된 법은 퇴보의 길만 열려 있는 것이죠. 예컨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최대한으로 쟁취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산별노조를 무력화하고 기업별노조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란 말입니다. 지형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의제에서 기존의 퇴보적인 체계를 강화하는 의제가 됐단 것이죠.    

special_06.jpg올해 상반기에 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지금부터 이러한 구조적 조건을 돌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국지적인 싸움만 열심히 하다가 최종적으로 현 정부가 그어놓은 경계선을 굳히는 결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한편, 김태현 실장님도 지적하셨듯이 이 문제는 공공부문이나 비정규직에게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 민간의 안정적인 조직노동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것이죠.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현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면 좀 더 발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병훈: 대략 다룰 만한 의제는 모두 다룬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삶의 구체적인 현실이 어려워지고 있고, 노정관계나 제도적 변화에 의해서 노동조합이 상당부분 제약되는 조건 속에서 올해 전망을 해주셨는데요. 아무래도 암울한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노동조합운동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겠죠. 이런 구도가 작년, 올해만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큰 흐름으로 고착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올해 더 힘써주시라는 당부를 드리며 오늘 논의를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