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비정규 연대가 살 길, 공감대 대폭 확대됐다”

노동사회

“정규 비정규 연대가 살 길, 공감대 대폭 확대됐다”

편집국 0 3,365 2013.05.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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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부위원장 당선 뒤늦게나마 축하합니다. 부위원장님이 비정규직문제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은 것일 텐데요. 선거 과정에서 비정규 문제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고 앞으로 어떤 활동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정의헌: 민주노총의 중요한 사업계획으로 설정된 ‘2기 전략조직화사업’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를 제안을 했습니다. 핵심적인 것은 민주노총 내에 비정규 단위들의 공식적이고 안정적인 교류와 연대, 공동투쟁을 위한 틀 거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비정규직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조직들이 개별적으로 생겨나 자기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데, 이를 정비하고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대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과거에 민주노총 밖에 전국비정규연대회의라는 틀 거리가 존재하기도 했습니다만, 현재는 여러 조건 때문에 약화되고 다시 민주노총의 체계 안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단위에게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을 특화시켜서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은 계획에 따라 진행하되, 단지 그와 별도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자기 확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지는 조건이나 상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 정규 연대의식,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이주환: 2000년대 초중반 비정규직 투쟁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당시의 활력이 안정적인 성과로 구축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노총의 지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정의헌: 의견이 조금 다른데요. 현재는 조금 소강상태긴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의 비정규직 조합원 수와 포괄 범위는 꾸준히 성장해왔고, 사회적으로도 민주노총이 의식 변화를 주도해왔다고 봅니다. 다만 그 성장과정에는 기복과 순환에 있던 것이죠. 과거 경험을 보면, 특정 시기에 특정 부문이나 직종에서 대중적 투쟁이 일어나 조직화가 되었다가, 한두 해 지나 그 부문이 수그러들고 다른 부문에서 또 투쟁과 조직화가 활성화되고 하는 식으로 확장 발전을 거쳐 왔습니다. 2000년대 초기에는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났다가, 그 다음에 화물연대 등의 특수고용, 이후에 건설기계 등에서 활성화됐죠. 최근에는 민간서비스부문이나 용역 및 중소영세사업장 등 중심으로, 폭발적인 투쟁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조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총연맹은 이런 흐름들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다시 한 번의 커다란 폭발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2기 전략조직화사업의 내용 속에 이런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들을 대대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전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은 한편으로는 1기 전략 조직화사업 이후 각 영역별 조직화의 수준과,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주체들의 의지와 역량 등을 판단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비정규직 조직화의 성패는 민주노총 전체의 변화와 상관이 있겠죠. 민주노총이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력이 비정규직들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조직 확장과 위기 극복을 위한 공간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간접고용 청소용역도 조합원으로 받은 부산지하철노조

이주환: 지난 집행부에서도 부위원장을 하셨는데요. 민주노총 내부에서 봤을 때 중요한 성과를 낸 비정규직 사업을 구체적으로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의헌: 여러 가지가 있겠죠. 당장 생각나는 것은 금속노조가 1사1조직 방침을 통해 많은 비정규직을 끌어안은 것, 다음에 보건의료노조에서 정규직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떼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에 사용한 것 등이 있었죠. 한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조직에서 끌어안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부산지하철노조에서 청소용역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서, 5개 지부 중 하나로, 대의원이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가 됐어요. 대단한 일이죠. 또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18명 비정규직 해고 문제 때문에 3천여 명 정규직들이 잔업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죠.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어쨌든 같이 살아야 한다, 정규직 이익의 방패막이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는 의식이 최근 2~3년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주환: 사실 그동안 비정규직투쟁일 발생한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기보다는 갈등한 사례들이 더 많았는데요. 

정의헌: 물론 비정규직투쟁을 정규직 노조가 조직적으로 연대하고 엄호하고 했던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정규직이 자기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동은 점차적으로 대의명분에 비춰 힘을 잃고 있습니다. 또 자기 고용을 지키기는 데도 그러한 행동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규직들도 최근 1~2년 사이 경험적으로 인식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비정규직을 쫓아낼 때 가만히 있으면 이후에 정규직 구조조정 들어갈 때도 움츠리고 있을 거란 걸 전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길이 아니라는 게 증명된 거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그런 사례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례들이 곳곳에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금속노조가 1사1조직 방침을 통과시킨 것은 정규 비정규 연대가 살 길이라는 것을 대중적으로 승인한 것이라 봅니다. 다른 산별연맹에서도 상당하게 분위기가 바뀌었죠. 많은 활동가 동지들과 이야기해 봐도 그런 인식이 확산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이주환: 정의헌 부위원장님은 일반노조 등 비정규직사업을 위한 조직적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러한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정의헌: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일반노조 등이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들이 민주노총의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진입로를 닦았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MF 직후 민주노총의 연맹체계에서는 산별연맹들은 비정규직들을 조직하기 상당히 어려웠거든요. 그렇지만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선 일반노조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확장을 해서 민주노총 내부의 중요한 흐름으로 가려던 전망은 실현이 안 되고 있죠. 그렇게 독자적인 성장 전망은 한계에 부딪쳤지만, 일반노조의 활동 경험과 마인드는 최근에 만들어진 산별노조들이 지역지부 등을 설치해 비정규직들을 조직하려 계획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87년 운동’과 ‘97년 운동’의 화학적 결합이 요구돼

이주환: 2000년대 활성화 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노동운동을 평가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정의헌: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당사자들의 운동이 본격화됐는데요. 이는 1987년 대투쟁을 통해 출발한 대공장 정규직이 중심이 되는 운동과는 맥락이 다른 흐름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흐름들이 민주노총이라는 하나의 조직 안에 존재하는 거죠. 이를 화학적으로 통합해 동등한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산별노조운동의 역사적 과제겠죠.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이 기업별노조 마인드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이 정치적?사회적 조합주의를 지향해야 할 텐데, 저는 큰 방향에서 그렇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이 그런 방향으로 확실하게 가게 되면 지금과는 여러 측면에서 달라지겠죠. 단결의 측면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게 될 것이고, 교섭에 있어서는 산별 중앙교섭을 넘어서서 정부, 지자체, 업종단위 사용자단체 등을 상대하는 교섭, 그리고 근로기준법 등의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교섭 비중이 더 높아지겠죠. 더 나아가 시기 집중 투쟁을 넘어서 정치적 요구를 걸고 사실상의 정치적 파업도 가능해질 수 있으리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노동운동의 사회적 시민권을 확보하는 과정이 될 겁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이상적인 산별노조의 모습을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하죠. 하지만 기존의 기업별노조체제와는 명백히 다른 상태에 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정부와 자본의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는 노동운동, 산별노조가 계급적, 사회적 운동으로 나아가는 골목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이주환: 지난해는 경제위기로 시작해서 비정규직법 개정 소동을 거쳐 복수노조-전임자 법 개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작년의 흐름을 비정규문제의 조건에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정의헌: 작년에 비정규직법 개정 국면에서 정부는 터무니없는 ‘100만 해고대란’설까지 퍼뜨리면서 무력화하려고 했죠. 현재의 비정규직법이란 것도 비정규직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법이 아니지만, 워낙 거세게 공세가 들어오니 민주노총으로서는 방어투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수준이라도 지키자, 그렇게 방어투쟁을 해서 방어해내긴 했는데, 그렇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나아지고 있느냐, 그건 아니죠.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간제한을 넘어서는 사유제한을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개정에 나설 형편이 안 됩니다. 전임자 임금, 복수노조 등의 현안 등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투쟁을 준비하기가 어려운 거죠. 

어쨌거나 비정규직 문제라는 게 전체 노동운동과 다르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자기를 회복하고 보다 힘차게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맞이한 노조법 개악 상황이 비정규직 문제와도 별개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거죠.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편으로 IMF 이후 고용조건의 악화가,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에 노동기본권의 약화 및 형해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는 이를 전면적으로 극복하기 위는 투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이명박 정권 3년을 바라보는 싸움이고, 정권의 변화를 준비하는 싸움이죠. 그런 맥락에서 민주노총은 올해 “노동존중사회가 참된 민주사회입니다”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투쟁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투쟁 결과, 이후 3년 상황 결정할 것 

이주환: 그렇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잠복된 경제적 어려움이 불거지면서 구조조정이 더 거세질 테고, 또 상반기 전임자 임금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더 격심해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요?

정의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함께 돌파해야 하는데, 투쟁으로 돌파하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죠. 많이 깨지면서 위축되기도 했고, 전망이 불투명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저는 올해 정세 전망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관건이라고 봐요. 하나는 생존권 위기와 무권리 상태 때문에 곳곳에서 저항이 분출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것을 민주노총이 어떻게 책임 있게 모아낼 것인가 하는 점이죠. 올해 상반기 민주노총이 기본권 문제와 생존권 문제를 결합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힘 있게 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힘들을 정치적으로 모아내서 정치 지형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죠. 그 방식은 이른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지자체 선거에서 파열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투쟁에서의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향후 3년의 투쟁을 준비하는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민주노총 집행부의 임기가 이명박 임기와 같이 끝나요. 때문에 올해 상반기 싸움은 어떤 기세로 서로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결정되는, 그야말로 승부가 걸려 있는 중요한 싸움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패배하면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지게 될 테고, 우리도 잘못하면 급속하게 쇠퇴해, 실패한 일본 노동운동의 역사를 따라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가 이기리라 봐요. 경제위기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고, 또 우리 현장을 돌아봐도, 너무 몰려서 싸울 수밖에 없다, 싸우자, 그런 기운이 전반적으로 올라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조금 추상적인 대답입니다만, 낙관적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죠.   
      
이주환: 마지막으로 비정규문제 해결을 진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십시오.

정의헌: 최근에 청년유니온 같은 것들도 생겨나고 있고, 또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소영세사업장이나 여성사업장에서 조직하고 하는 활동가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어렵겠지만 거기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노동자 대중의 삶과 희망에 대한 확신을 갖고 버텨내면서, 어려움을 나누고, 절망하지 않고,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대하고, 나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