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의미와 노동·진보진영의 과제

노동사회

2010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의미와 노동·진보진영의 과제

편집국 0 5,498 2013.05.29 11:54

 1. 들어가는 말: 2010 지방선거의 정치사적 의미

ytjeong_01.jpg2010년 6월의 지방선거는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곳곳에 스며들어간 신자유주의 제도와 관행을 제거할 수 있는 지역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자유주의는 개인이나 조직 간의 협력이나 공동체 정신보다는 개인이나 조직 간의 경쟁과 투입 대비 산출의 극대화, 즉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장 원리에 입각하여 탈규제, 민영화, 자유무역을 주요 정책으로 추구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가 ‘국민의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참여정부’를 거쳐 지금의 ‘실용정부’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경제와 정치 그리고 교육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되어 왔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기업지배구조와 노동시장에 적용되었고, 곧이어 국회와 정당 조직, 선거제도 등 정치 분야와, 정부조직, 공무원 등 행정 분야, 초중고와 대학의 교육, 심지어는 지방정부의 운영방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사회는 ‘시장논리가 경제영역에만 적용되는 사회’(market economy)를 넘어서 ‘정치, 행정, 교육, 문화, 종교 등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사회’(market society)로 변모하였고, 그것이 초래하는 온갖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20%에 가까운 빈곤층과 악화되는 빈부격차, OECD회원국 중 최고의 자살률, 지역주민과 정당의 풀뿌리 연결망인 지구당 폐지와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기초자치단체 폐지(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 법안)로 인한 정당과 주민의 거리감 및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심화, 투표율 제고를 위한 투표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제도와 선거법 위반 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제도, 대학의 직업훈련소(또는 소개소)화로 인한 대학교육의 황폐화, 비민주적인 사학지배구조(학교운영위의 비민주적 구성)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로 인한 교육의 상품화 경향 강화 등 그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신자유주의 12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 삭막해졌고 서민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워졌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의 삶』(International Living)이라는 잡지가 매년 발표하는 ‘삶의 질 지표’를 보면, 한국은 2009년 조사(2009년 1월 조사)에서 194개국 중 32위를 차지했고, 2010년 조사(2010년 1월 조사)에서는 42위로 10계단이나 추락했다. 2008년 GDP가 전 세계 15위, 1인당 GDP가 30위(World Bank 자료)인 점을 감안하면, 개별 국민이 누리는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자살사망자 수는 12,858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6.0명에 달하고, 이는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UN의 범죄 통계에 의하면,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등 범죄율(total crimes)은 조사대상 50개국 중 11위였으며, 강간율은 50개국 중 11위, 살인율은 49개국 15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비교적 높은 소득수준임에도 삶의 질은 열악할 뿐만 아니라 해가 갈수록 오히려 나빠지고 있으며, 국내외 각종 통계는 경쟁과 효율, 물질적 성장과 재산 증식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확산된 이후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신자유주의 12년 동안 생산되고 누적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는 하지만, 지역정치가 여전히 중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정당이 후보공천과 선거운동에 관여할 수 있으며, 그간 거의 모든 자치제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신자유주의 청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다. 

이 글에서는 우선, ‘반MB(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론과 ‘반신자유주의론’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실용정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한 다음, 진보개혁진영의 선거전략인 반MB(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론과 반신자유주의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에 근거하여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전략과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밝혀둘 것이 있다. 여기서 논의하는 전략은 이미 연합후보를 선출한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후보를 결정한 지역에서도 이러한 논의는 이미 거쳐 온 과정의 하자나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2. 신자유주의 정부들에 대한 비교 평가와 정책공약

선거전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다. 지역주민의 대표가 되려고 결심한 이들은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명함도 부지런히 돌렸다. 각 정당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인물을 후보자로 선출하기 위해 도덕성, 당선가능성, 정책 등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하여 후보신청자 심사와 당내 경선을 준비하거나 이미 마무리를 지었다. 야권에서는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필승을 위해 후보단일화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협상, 전문가에 의한 후보 검증 공청회, 당원 및 시민배심원 투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선거연합후보 선출까지 마무리 지었다. 무상급식의 전면적인 실시 등과 같은 야권선거연합(반MB/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을 위한 공동의 정책에도 합의했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의 선거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행된 선거전략, 특히 ‘야권연합’에 대한 논의나 실천에는 ‘반MB/반한나라당’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무엇을 위한 연합인지 분명하지 않고, 따라서 이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선거 후 논란과 분쟁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먼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이전의 두 정부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표1]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2인 이상 전 가구의 월 평균소득이 2007년의 320만 원에서 344만 원 정도로 올라 갔으니,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경제 살리기의 실패’ 그 자체는 아닌 듯하다. 물론 경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신이 대선 때 내세운 ‘747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둘째,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2003년 1,3448불, 2007년 21,655불, 2008년 19,106불)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며,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가 거의 모든 재원을 쏟아 부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토목건설사업(4대강 사업, 신도시 건설, 구도심 개발 등)으로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구축하기는커녕 오히려 침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김영삼 정부처럼 경제를 위기나 불황으로 몰아넣지는 않았으니, 경제문제에 관한 한 결정적인 문제점은 없다고 봐도 무난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빈부격차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지니계수나 5분위 배율, 그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빈부격차가 심해진 것은 분명하고, 상대적 빈곤의 측면에서 봤을 때 중위소득 50~150%(중산층), 중위소득 150% 이상(상류층) 등의 기준에서 중산층은 줄어드는 대신 빈곤층과 상류층은 늘어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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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소득이 양극화되는 현상은 이명박 정부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러한 현상은 이미 IMF 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가속되었다. 통계 수치만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 2년차에 들어서는 오히려 주춤해졌다. 

이런 점에서 빈부격차의 심화나 소득 양극화 문제를 이명박 정부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정말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탈법 및 편법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보수집단의 관직 장악,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의회주의 원칙을 예사로 위반하는 행위, △자신의 정책과 입장을 조금이라도 비판하거나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야당 정치인과 일반 국민을 포함한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법치를 내세운) 탄압, 그리고 이와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반대와 비판을 잠재운 뒤 밀어붙이는 사업과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예, 환경파괴, 국가권위 추락, 민족 자존심 손상,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 의료민영화, 자사고 확대 등을 통한 시장논리의 확대 적용) 등일 것이다. 요컨대, △자의적인 법 해석과 적용으로 지난 87년 이후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정착하는 단계에 들어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4대강 사업 등 무분별한 토목건설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며, △의료민영화나 자사고 확대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논리에 복속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본다([표2] 참조).

그럼에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가진 실용정부의 정책들은 지난 10년의 이른바 ‘민주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신자유주의를 극한까지 추진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 경쟁과 효율의 시장논리에 복속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위험하고, 또한 이전의 민주정부와 다르지만 어떤 점에서는 지난 10년 민주정부하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화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전의 민주정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원리 또는 시장논리는 경제영역만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다른 논리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정치와 행정, 사회복지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민주주의의 기초가 침식되기도 하고 국민의식이 개발주의와 재산증식에 더욱 물들어 가기도 했다. 

예를 들면, [표2]에서 보듯이, 실용정부가 토목건설 사업에 집착한다고 하지만 이전의 민주정부도 ‘메가 프로젝트’로 불리는 초대형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실용정부가 사회복지 수혜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예산도 삭감했다고 하지만, 이전의 민주정부도 사회복지를 잔여주의 원칙(residualism)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는 후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실용정부가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 그리고 다수의 횡포와 독단에 의한 국회운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와해했다고 하지만, 이전의 민주정부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시장논리를 정치제도에 적용하여 지구당을 폐지하도록 하고 투표참여와 부정선거행위 고발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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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신자유주의를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과도하게 밀어붙임으로써 민주주의와 지속적인 발전의 기반을 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민주정부와 민주당과는 분명히 차별성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용정부는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 정권’, 민주정부는 ‘온정주의적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두 정부 간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범위와 정도, 그리고 추진방식(특히, 신자유주의의 외부효과에 대한 대처방식)에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민주정부 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최근에 풀뿌리 민주주의 기구인 기초자치단체를 2014년부터 폐지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이것은 참여정부 시절 집권여당이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라는 이유로 지구당을 폐지했던 논리, 즉 정치를 민주주의가 아니라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고, 이런 점에서 실용정부나 한나라당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평가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만이 아니라, 잔여주의적 사회복지에 머물고 경쟁과 효율의 시장논리를 기업경영과 경제운용은 물론 정치, 행정, 교육 등 비경제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온정주의적 신자유주의도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정부 10년 동안 민주적인 국정운영과 온정주의적 사회복지에도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결과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빈곤층과 빈부격차 확대 등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고,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정부보다는 ‘강력한’ 권위주의 정부가 나을지 모르겠다고 보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니, 이제 진보개혁정당은 온정주의적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선거연합도 이루어야 한다. 적어도 기본 원칙은 그래야 할 것이다.

3. 진보개혁진영의 현 주소와 후보 전술

앞에서 민주정부와 실용정부의 정책과 실천의 비교에 근거하여 진보개혁진영이 개발해야 할  정책공약의 방향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진보개혁정당의 선거전략 중에서 후보전술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표3]에서 보듯이, 2009년 말을 기준으로 할 때, 진보개혁정당들의 당원은 모두 합쳐도 한나라당 당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의 수는 더욱 적다. 뿐만 아니라 진보신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2007년에 비해 당원 수가 감소했다. 진성당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권위주의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예, ‘4대강 살리기’ 사업, 방송언론사 장악, 대중적인 야당정치인에 대한 표적 수사,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 등)에도 진보개혁정당들이 지지기반을 확대?심화하는 데 실패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국정지지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해도 그렇고, 정당지지도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그림1]과 [그림2] 참조) 물론 이것은 국민의 다수가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있는 데서 기인하는 바도 있지만, 진보개혁정당들이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정책이나 실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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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상의 조건을 봤을 때 그 어느 진보개혁정당도 자신의 조직력(당원)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원이 전체 선거인 중 차지하는 비중이 10.3%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도 그렇기도 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1% 정도이니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선거에서의 당락은 일반당원의 지지는 물론 정당·후보자의 대중성과 진성당원의 적극적인 지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진성당원이 동원할 수 있는 지지표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개혁정당들이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방법, 즉 당선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각 정당이 진보개혁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지지와 지원을 얼마나 확보하는가 하는 것과, 진보개혁정당 간에 후보문제를 여하히 조정하느냐 하는 것, 즉 ‘성공적인 선거연합의 실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각 정당 내 후보선출은 ‘책임정치의 실현’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되도록 당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유권자 대상 설문조사는 지역주민의 후보에 대한 인지도와 그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점이 있지만, 책임정치의 원칙에도 부합하지도 않고, 당원의 정치적 효능감과 책임감을 떨어뜨려 당원의 참여도를 더욱 축소시킬 우려가 크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적인 용도로 활용해야할 것이다. 당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해 후보의 정책 비교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도 역시 후보결정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역시 당원의 무력감만 증가시킬 것이다.

둘째, 선거연합을 추진할 경우, 다음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①연합공천후보는 ‘정책연합’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정책연합을 바탕에 두지 않을 경우 연합공천으로 당선된 후보는 당선 후 ‘위임민주주의’의 전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②연합공천 후보의 결정은 당연히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야 한다. 다만, 각 정당 내 후보 결정과는 달리 연합공천 후보의 결정 과정에서는 지역유권자와 전문가집단에게 보다 많은 결정권을 부여해도 무방하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후보의 정당 연합공천은 무엇보다도 당선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③단체장 후보일 경우, 후보와 함께 단체장이 임명권을 가진 공직과 각종 자문?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배분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하고 사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체장이 주관하는 각종 자문위원회나 심의회는 정책방향과 사업내용을 결정하는 데 일반적인 인식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정책연합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④이번 선거는 지역의 사정에 맞는 정책의 개발과 실천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지역마다 진보개혁정당의 성격과 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당과 어떤 방식으로 후보연합 전술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 중앙당에서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되며, 지역의 당에게 최대한 많은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⑤마지막으로, 후보연합에 참여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자신의 조직에서 후보를 배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연합후보의 당선에 필요한 모든 조치와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합후보 선출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대표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상을 정리하면 [표4]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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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동진영의 역할

노동진영의 역할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노동조합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간략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적 기반이 취약하여 대표성이 부족하다. 2008년 기준으로 조직률은 10.3%로 임금노동자 16,206천 명 중 조합원은 1,665,798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한국노총 (725,014명)과 민주노총(658,118명), 그리고 상급단체 미가입 노조(282,666명)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있어, 개별적으로는 임금노동자에 대한 대표성과 영향력이 더욱 취약하다. 둘째, [표5]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의 시민사회에 대한 영향력과 시민사회로부터의 신뢰도는 시민단체보다도 낮음은 물론,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일개 대기업보다도 낮다. 더욱 불행한 것은 [표5]와 [표6]을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사회로부터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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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이러한 한계로 말미암아 선거과정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실리적 조합주의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번 선거가 노사관계나 근로조건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정책에 관한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에 조합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도 노사정협의회 등을 통해서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자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수립과 집행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지방선거, 특히 기초의원 선거는 적게는 수십 표, 많아야 1~2천 표 차로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조직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선거개입’은 결정적인 요인일 수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다만, 각 노동조합의 조직적 특성이나 지역 상황에 따라 선거개입 방식은 달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선거운동을 포함한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공무원 노조나 초중고 교사 노조는 정책공약 개발과 투표 독려 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민간노조는 정책공약 개발과 투표 독려 활동은 물론, 후보 선출과 후보지지운동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다. 각 조직별 선거개입 전략과 전술은 [표7]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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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의할 점은 양대 노총이 모두 정치적 통일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로로 조직 전체의 정치적 입장, 특히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야기하여 오히려 진보개혁진영의 선거결과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지정당이나 후보에 관한 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입장과 행동을 모아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정책공약에 관해서는 합의하기가 용이할 것이므로, 이 문제는 공식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조합원의 입장을 규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5. 요약 

이 글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추구할 정책공약은 온정주의적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복원과 심화’(정치와 행정, 그리고 시민사회로부터 시장논리를 배제하고 협의민주주의나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선거연합 시 정책공약과 후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에 의한 합의로 이루어져야 하고, 후보연합은 정책공약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당원에게 우선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반면 연합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전문가와 지역주민이 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후보연합은 특히 단체장 후보의 경우 당선 후 단체장이 인사권을 가진 공직의 배분에 대한 합의를 포함해야 한다. 다섯째,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일꾼을 선출하기 때문에 정책공약 개발과 후보 선출(연합공천 포함)에 있어서 해당 지역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여섯째, 노동조합은 각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과 여건에 합당한 선거활동을 전개하도록 한다.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보장된 민간부문 노조와 조합원의 경우, 정책공약과 후보 선출 과정에 적극 참여함은 물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지 후보나 정당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고, 선거운동이 제한되어 있는 공공부문 노조와 조합원의 경우 한나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과 후보에게 노조의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개별적으로 선거운동과 자금 모금에 참여하거나 주변 조합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투표독려활동을 전개한다. 지방선거 특히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선거에서의 당락은 몇 백 표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투표 독려는 매우 중요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