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닦는 소년

노동사회

구두 닦는 소년

admin 0 3,284 2013.05.07 10:53

구두 닦는 소년 

정 호 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똥별도 주어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 1982년, 시집 「서울의 예수」, 정호승은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대구에서 성장.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