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노동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가?

노동사회

아동노동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가?

편집국 0 8,586 2013.05.22 09:44

월드컵 시즌의 해에는 유럽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월드컵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최대 행사고, 이에 따라 월드컵과 관련한 많은 소비재와 문화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재 생산과 문화에 관련된 사회적 이슈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동노동’도 이렇게 캠페인이 벌어지는 주요한 사회이슈 중 하나다. 특히 축구공의 제조에 참가하는 아동노동에 관한 이슈는 축구공 제조에 국한되지 않는 아동노동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의 주요 방송사도 월드컵 해를 맞이하여 올해 초에는 아동노동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들의 문제제기는 극히 취약하긴 했으나, 단지 사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아동노동의 실제적인 상황이 주는 충격은 컸다. 그러나 이도 결국 6월이 다가오면서 다른 사회적 이슈와 동일하게 축구 프로그램에 밀려나버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운동 내에서도 아동노동 이슈를 제기하는 곳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사회운동의 폭이 넓은 곳도 세계에서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아동노동 이슈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ahkim_01.jpg2002년 방한했던 소냐를 기억하시나요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5월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월드컵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실 월드컵 캠페인은 2002년 글로벌 마치(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r)라는 단체가 제안한 활동으로 고유명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한국에서의 월드컵 캠페인은 한국시민사회단체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이후 글로벌 마치의 도움으로 아동노동자가 결합하였다.

2002년 한국에서 벌어진 월드컵 캠페인은 두 가지의 노동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 하나는 해외투자 한국기업에서 제기되는 노동문제였다. 의류제조업 분야의 한국기업 상당수가 해외로 진출해 있고, 그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에는 바로 월드컵의 공식 후원업체인 아디다스의 것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가 바로 축구공을 만드는 아동노동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로 축구공의 제조에 참가했던 아동노동자 소냐가 캠페인 기간 동안 함께 하면서, 그 해맑은 웃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어 우리를 한동안 울먹이게 한 적도 있다. 

2002년 아동노동 철폐 캠페인은 한국에서 아동노동의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민사회단체 15개가 모여서 시작된 캠페인은 서울과 지방에서 연달아 진행되었는데 그 준비정도와 규모에 비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사실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도 그렇게 큰 관심을 받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월드컵 캠페인 이후 해외투자 한국기업 캠페인은 계속 진행될 수 있었으나, 아동노동 관련 활동은 후속적인 사업을 연결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아쉽게도 캠페인 기간 동안 아동노동에 대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갈 주체단위를 형성하지 못 한 것이다.

아동노동 철폐 캠페인이 이렇게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끝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참여했던 주체들의 말을 빌려보면 그 원인을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참여주체조차 아동노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아동노동에 대한 실상뿐만 아니라 아동노동과 관련한 활동내용이 무엇이 있을 수 있으며, 실질적인 아동노동에 대한 대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였다. 참가단체들에게 월드컵 캠페인의 중심의제는 월드컵과 다국적기업의 관련성, 그 속에서 제기되는 노동문제였다. ‘아동노동’이란 주제의 독자적 성격에 대해서는 관심과 지식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아동노동에 관한 후속 사업들이 진행되지 못 한 두 번째 원인은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이 가지는 ‘현장 중심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동노동의 문제가 국내 현장과는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활동에 대한 관심이 없고, 그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외투자 한국기업의 노동문제의 경우는 문제의 현장은 해외이지만 대부분 본사가 한국에 있는 한국기업이란 이유로 활동의 명분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역량의 문제였다. 참가단체들이 여기에 투자할 역량의 여유가 없으며, 해외단체와의 교류에 수반되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는 앞에서 제기한 두 가지의 원인과 연결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해결책을 고민하는 차원에서는 별도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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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 동북부 아베이마을에서 열린 '인신매매아동-부모 재결합'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 ]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해외 활동 사례들

아동노동의 폐해에 대해서는 모두 공히 인정하는 바다. 아동들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미숙하기 때문에 더욱 극심한 환경, 노동형태와 직결되기가 쉽다.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Worst Forms of Child Labor Convention)’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매매, 강제노동, 위험한 작업환경 등 극심한 노동형태가 아니라하더라도 아동노동은 복잡한 위치에 놓여있다. 노동자로서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자기 가정 내에서의 노동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업노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의 노동은 학교교육 외의 시간을 활용한 노동참가가 아니다. 가내 아동노동자들은 절대적 시간을 노동에 투여하고 있으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들의 노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자신의 생존과 가족의 생존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경우다.

현재의 아동노동 인구는 얼마나 될까? 아동노동은 1990년대 들어서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1980년대에 7천3백만여명이었던 아동노동은 1990년대에는 2억 5천만여명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중 아시아의 아이들이 1억 5천3백만여명에 달한다. 그리고 세계 5~14세 이하의 아동노동자 중 생존을 위해서 노동하는 인구는 무려 1/4에 해당한다(ILO Press Release, 25 May 1998). 이처럼 아동노동 인구가 1990년대에 3배로 증가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반지구화론자들은 지구화의 파고가 거세어지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현저하게 아동노동이 증가한 것은 바로 지구화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구화가 빈곤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빈곤을 만연시키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아동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은 아동노동이 집중되는 당사국에 국한되지 않고 서구에서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구의 활동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과 같이 국내의 현장성을 가지지 않은 활동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무역과 아동노동을 연결시키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례로는 미국노총(AFL-CIO)이 대표적이다. 무역협정에 사회적 조항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블루라운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조항 안에는 아동노동에 관한 국제협약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조항을 지키지 않은 상품의 교역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캠페인이 있다. 그 예가 나이키 캠페인, 월드컵 캠페인, 발렌타인 데이 캠페인 등이다. 이러한 다국적기업 대항 캠페인 활동단체 중에는 무역협정과 사회적 조항을 연결시키는 것에 반대하거나, 중심적 활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거의 없고, 극적인 사례가 해외에서 소개되면서 잠시 경보가 울리고 사회적 압력이 대두되곤 하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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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캠페인: 1990년대 초 나이키가 인도네시아에서 ‘아동노동’을 활용한 사실, 그리고 1998년 캄보디아와 파키스탄에서 아동노동을 활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발렌타인 데이 캠페인: 국제노동권리기금(ILRF/www.laborrights.org)이 2005년 코코아 공급업체(네슬레와 카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등 다국적 기업들)를 상대로 아동 인신매매와 노동착취 혐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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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다. 이는 제3세계 생산자의 권리와 생활을 보장 못 하는 다국적기업과의 거래를 줄이고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직거래방식을 통하여 생산자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아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정수입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커피, 바나나 등을 생산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생산자들과 연결되는 것에서부터 의류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거래되는 상품은 ‘공정무역 상품’이라고 불린다. 주요한 활동단체로는 대안무역재단(Fair Trade Foundation)과 글로벌 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 등이 있다. 소비자들이 제3세계의 아동노동을 근절시킨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구입하면서 아동노동 철폐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동복지적 측면에서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생활, 복지적 측면에서 아동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와 관련한 활동의 대표적인 것이 ‘학교보내기 운동’이다. 이는 주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운동은 1990년대 말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ILO도 아동노동에 대한 협약을 새롭게 제정했고,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프로그램’(ILO/IPEC, the International Programme on the Elimination of Child Labour)이란 이름으로 아동노동에 관한 지속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서 매년 6월12일을 ‘아동노동 근절의 날’로 지정하였다. 이런 노력은 다행스럽게 통계적으로 가시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ILO에 따르면 2000년 2억4600만명이었던 아동노동자의 수는 2004년 2억1800만명으로 11%나 감소했다.

반지구화 맥락에서 접근하는 활동이 필요  

국내 문제로서 아동노동 이슈가 제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것은 한국사회가 경제뿐만 아니라 인권적 측면에서도 조금이나마 발전된 사회임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동시에 이러한 진보는 비록 국내 현장성과 상대적으로 관련이 적은 다른 지역의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동노동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아동복지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동복지에 대한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아동복지적 접근과 함께 지구화라는 맥락에서 접근하는 활동이 전무하다는 데에 있다. 아동노동은 지구화가 만드는 구조적 폭력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다. 즉 빈곤과 착취라는 구조적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동노동의 문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정치적 민주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버마와 네팔 등이 적절한 사례일 것이다.

월드컵 해를 맞아, 우리도 이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아동노동 문제를 고민해봐야 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홈페이지에 아동노동에 대한 작은 글, 사진, 배너달기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우리의 지원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