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틀을 깨고 새 틀을 짜자! (하)

노동사회

낡은 틀을 깨고 새 틀을 짜자! (하)

편집국 0 4,102 2013.05.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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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규모였던 금속노조가 15만 규모로 덩치를 불린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급격하게 변한 조직의 조건에 맞게 내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이 필수다. 교육사업의 질과 양에 대한 평가는 조직의 건강성과 에너지를 체크하는 바로미터다. 노동운동이 더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다시 일어서기 위한 토대를 쌓는 것도 교육사업이다. 박장현 금속노조 교육원장의 금속노조 교육사업 평가를 2회에 걸쳐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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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

1) 새로운 선택의 방향


교육원은 『2008 금속노조 교육사업 실태조사』를 통하여 금속노조 교육사업이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서 2009년 사업으로 △금속노조 교육사업 모범사례 심층조사, △우리나라 다른 노조 모범교육사례 조사, △다른 나라 금속산별노조 교육사업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준비작업을 토대로 교육원은 2009년 말경에 금속노조 교육사업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제안할 작정이다. 

아직 준비작업들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써 새로운 전략적 선택의 내용을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벌써 단언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간부교육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조합원교육의 중요성을 부인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금속노조가 조합원교육에 매몰되어 간부교육을 방치하는 전략적 실패를 더 이상 지속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금속노조의 장래 교육체제는 조합원교육을 한 축으로 하고 간부교육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양축 체제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합이 주도하는 중앙교육과 지역과 사업장이 주도하는 현장교육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가 ‘간부교육 강화’라는 새로운 교육사업 전략 목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인적 및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간부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물적 자원으로는 우선 교육시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중앙연수원의 설립은 간부교육체제를 정립하는 데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계기를 이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동시에 필요한 것이 소프트웨어다. 간부교육이 성공을 거두려면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기존의 간부교육 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은 ‘획일적 - 단발적 - 단기적 교육’이라는 형식에 있다.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장차 금속노조 간부교육 프로그램들은 ‘선택식 - 단계별 - 주기적 - 의무적 교육’이라는 형식을 띠어야 할 것이다. ‘주먹밥식 교육’ 또는 ‘김밥식 교육’의 제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금속노조 교육원은 그것에 ‘뷔페식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그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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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실험 

『2008 금속노조 교육사업 실태조사』를 통하여 확인한 사실들 및 그로부터 도출되는 예상사실들을 토대로 삼아 교육원은 2009년에 새로운 형식의 간부교육을 실험적으로 실시해 볼 것을 교육실에 건의했고, 그 건의에 따라 교육실은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을 사업으로 입안, 2009년 2월 중에 실시했다.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은 이른바 ‘모델사업’으로 기획되었으며, 장차 금속노조 교육사업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이 추구해야 할 여러 가지 내용을 시도했다. 새로운 시도의 핵심내용은 간부집단을 대상으로 ‘선택식 - 단계별 - 주기적 - 의무적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었다. 이번 교육은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실험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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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직 금속노조는 새로운 형식의 간부교육을 실시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교육사업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결의하지도 않은 상태였으며, 그것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적 및 물적 준비도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육형식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널리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② 선택식 - 단계별 교육을 실시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고 축적된 노하우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교육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많은 상상력이 요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매우 복잡한 준비작업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교육원과 교육실에 일시적으로 매우 큰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각오해야 했다. 

③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의지와 간부집단의 규율이 요구되었는데, 둘 다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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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리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교육원이 이번 교육을 강행하도록 건의한 데에는 시간적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금속노조의 활동 사이클을 두고 볼 때 2009년 1~2월 중에 한 번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조금 무리가 따르더라도 이번에 시도해볼 것인가, 아니면 준비를 충실하게 하면서 1년을 기다릴 것인가? 금속노조 교육사업 주체들은 실험 시기는 앞당기되 실험 규모는 최소한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교육을 계획하고 집행하면서 금속노조 교육사업 주체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경험했고, 여러 가지 과제들을 확인했다. 이번에 겪은 어려움들은 장차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겪게 될 난제들의 예고편이 아니었을까? 

3) 새로운 프로그램

이번 교육의 계획 및 집행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선택식 -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필요한 강사인력을 조직하는 데 있었다. 

‘선택식 교육’이란 교육을 받을 사람이 다수의 강좌들 중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강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런 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3개의 ‘선택강좌’와 3개의 ‘열린강좌’를 제공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간부들은 1박2일 동안 공통강좌(2시간), 선택강좌(8시간), 열린강좌(3시간), 공동토론(임원과의 대화 2시간)으로 이어지는 15시간 과정을 이수해야 했는데, 그 중 공통강좌와 공동토론은 모든 참가자들이 수강해야 하는 강좌였고, 선택강좌와 열린강좌는 참가자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강좌였다. 선택강좌는 수강신청할 때 결정하도록 했고, 열린강좌는 당일 교육장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단계별 교육’이란 한 주제에 대하여 초급강좌, 중급강좌, 상급강좌를 개설하여 교육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강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교육체계이다. 이번 교육프로그램에서 단계별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공된 3개의 선택강좌는 지금까지 금속노조가 실시해온 간부교육 강좌들과 비교할 때, 중급강좌 또는 상급강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단일 주제에 대하여 8시간을 배정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높은 수준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여 열린강좌들은 3시간 강좌로 개설되었고, 지금까지 실시되어온 간부교육 강좌들과 비슷한 수준의 강좌, 즉 초급강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선택식 - 단계별 교육을 구현하기 위하여 계획된 선택강좌와 열린강좌의 상세한 내용구성은 [표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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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 의적 교육’이란 간부들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주기적이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실시된 것은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모든 간부들을 대상으로 선택식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5기 2년차에는 일단 500명 정도의 간부들을 교육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그에 따라 조합 - 지부의 임원·상집간부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도록 정했고(379명), 지회간부들 중 적극적으로 자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선택식 - 단계별 교육을 실험한다는 것과 더불어 이번 교육은 또 하나의 목표를 추구했다. 그것은 금속노조 간부들이 연수원 설립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한편, 장차 연수원을 설립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그 운영법을 미리 경험해본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번 교육은 ‘연수원 없는 연수원 교육’으로 기획되었다. 그에 따라 모든 교육을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연수시설에서 실시했다. 그곳에서 교육참가자들은 선택과목에 따라 3개 반으로 나뉘어 교육을 받았는데, 각 반의 교육은 공통강좌 - 선택강좌 - 열린강좌 - 공동토론 순서로 진행되었다([그림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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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계획 및 집행

(1) 제안, 토론, 의결


교육원이 이번 교육을 처음 제안한 것은 2008년 8월20일이었다. 5기 2년차 금속노조 교육사업을 입안하기 위하여 교육원과 교육실이 연석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교육원은 △교육사업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 △새로운 간부교육체제, △선택식 - 단계별 교육이라는 구상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4개 선택과목을 6차수에 걸쳐서 교육할 경우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들을 포함하여 500명 정도의 간부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이어서 8월21일에 금속노조 5기 2년차 교육사업계획을 심의하기 위한 교육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 교육원은 지부 교육위원장들 및 교육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간부교육의 새로운 틀을 제안하고 설명했다. 그것은 지부의 교육주체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내용이었다. 새로운 틀에 대하여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몇 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금속노조 교육주체들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보기로 뜻을 모아나갔다. 새로운 틀에 입각한 간부교육을 시도해본다는 계획은 마침내 2008년 11월2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5기 2년차 금속노조 사업계획의 일부로 확정되었다. 

이때부터 교육원은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집행을 준비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했다. 금속노조의 활동 사이클을 두고 볼 때 1~2월을 놓치면 계획을 집행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틀에 대한 경험도 노하우도 전혀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불과 한두 달 안에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집행을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었다.

다시 몇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금속노조 교육주체들은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했다. 가장 중요한 수정은 교육시간의 단축이었다. 본래 교육원은 2박3일 18시간을 제안했으나, 회의를 거치면서 그것이 1박2일 15시간으로 단축되었다. 간부들이 어떤 교육주제들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교육원은 조합 및 지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약식 수요조사도 실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교육원은 3개의 선택과목과 3개의 열린강좌를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임원?상집간부들이 이런저런 업무에 쫓겨 교육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동일한 프로그램을 4차례에 걸쳐서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에 따라 간부들은 각자 4차례의 일정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들 중 과연 몇 명이나 교육에 참여할 것인가? 이 점은 마지막 계획단계에서도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12월23일에 열린 중앙집행위원회는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에 모든 대상자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결의했다. 그러나 이 결의조차도 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 곧 드러나게 된다.

(2) 집행

교육일정 확정, 교육장소 물색, 강사 섭외, 교안 준비 등등의 실무적인 준비는 12월23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의가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우선 교육일정을 확정하고 교육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이런저런 논의와 수정을 거쳐 교육일정은 2월 5~6일, 12~13일, 19~20일, 26~27일 4차례에 걸쳐서 실시하기로 확정했고, 장소는 충북 충주의 건설경영연수원을 예약했다.

강사를 섭외하고 교안을 준비하는 일도 매우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금속노조 교육주체들의 역량으로는 짧은 기간 안에 방대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채우기 힘들었기 때문에 교육원은 각 선택강좌마다 1명의 책임강사를 위촉했고, 책임강사들과 함께 선택강좌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했다. 그리고 각 책임강사는 1~2명의 보조강사와 함께 자신이 맡은 강좌의 교안을 작성했고, 이어서 강좌의 진행도 책임지기로 했다.

1월19일 교육실은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을 통보하면서 대상자들에게 23일까지 수강신청을 완료하라는 공문을 모든 지부로 발송했는데, 총무실과 소통이 여의치 않아 이 공문은 21일에 발송되었다. 교육대상자들에게 “수강신청을 완료하라”는 주문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완료일을 1월30일로 늦추지 않을 수 없었다.  

2월2일 수강신청 인원을 확인했을 때 교육원과 교육실은 심각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반의 수강신청 인원이 10명 미만일 경우 그 반은 폐강한다’는 원칙을 따라 1차(2월 5~6일) 교육은 수강신청 인원 미달로 실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교육원과 교육실은 황급히 회의를 열어 1차 교육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그 사실을 2월3일에 공문으로 각 지부에 알렸다. 1차 교육에 수강신청 했던 사람들 중에는 수강 일정을 변경한 사람도 있지만 일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아예 수강을 포기한 사람도 생겼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차(2월 12~13일) 교육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3차(2월 19~20일) 교육은 다시 수강신청 인원 미달로 포기되었다. 결국 교육은 2차 교육과 4차 교육만 실시될 수 있었다. 

(3) 결산 및 평가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 의무교육’을 이수한 총인원은 99명이다(중복수강 포함). 홍보일정이 매우 짧았을 뿐만 아니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점, 예정된 네 차례의 일정 중 두 차례가 취소됨으로써 많은 혼란을 야기한 점, 몇몇 지부들에서는 다급한 현안들이 발생한 점 등등을 고려할 때 결코 적은 인원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교육 참가 간부들의 편중 현상이다. 지역지부 간부들은 교육에 비교적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반면에 (140명 중 75명 참가), 기업지부들은 단 한 명도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다 (168명 중 0명 참가).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은 인천지부로서, 지부 임원·상집간부들 외에 지부 교육위원들과 지회 임원·상집간부들도 다수 교육에 참가했다. 위원장과 6명의 지부장이 교육에 참가한 점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기록할만하다.

이번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모두 25명인데, “그저 그렇다”고 평가한 사람이 3명, “좋았다”고 평가한 사람이 20명, “매우 좋았다”고 평가한 사람이 2명이었다. 

서술식 평가의 내용 중에는 선택식 교육의 취지를 이해하고 찬성하는 대답이 많았다. “시도는 옳았다”, “선택강의 주제를 고민하고 꾸준한 계획이 필요하다”, “당장 효과에 개의치 말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자”, “교육인원이 적정했다”, “1년에 2회로 하자”, “계속 추진하자” 등등을 그런 대답으로 분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구성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중복되는 강의내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여유 있게 가지고 현재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 “심화교육다운 교육준비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구조조정투쟁에 대한 고민내용이 없다”, “앞으로 실무역량 및 현장조직 활성화 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교육하자”, “체육시간을 배치했으면 좋겠다” 등등의 대답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규율과 진행방식에 대한 지적이 많았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지적으로는 “교육 참가가 너무 적었다”, “기업지부 참석을 강제해야 한다”, “지회까지 함께 해야 한다”, “의무교육에 대한 간부들의 의식이 부족해 아쉽다”, “좀 더 짜임새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 중간에 가버리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 “교육이 너무 길다” 등등을 꼽을 수 있다. 

(4) 교육비용

이번 간부교육에는 총 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수강자 1인당 15만 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강사비로서, 총비용의 절반 정도인 740만 원을 지출했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항목은 식비로서 324만 원이 들었다. 시설사용 비용으로는 숙박비 174만 원과 강당사용료 120만 원을 지출했다. 그리고 교재 인쇄비로 132만 원이 들었고, 기타 소모품비로 7만 원이 들었다.

교육비용은 교육계획을 세울 때부터 교육이 끝난 뒤까지 거듭 논란거리로 되었다. 특히 강사비용의 적절성을 두고 재정부서와 교육부서 사이에 적지 않은 승강이가 벌어졌다. 100명의 간부를 1박2일 교육하는 데 74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강사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은 금속노조 교육사업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재정부서는 여러 차례 강사비의 지출이 과다하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그것의 절감을 요청했다. 제3차 교육일정이 취소된 데에는 재정부서의 이 같은 압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제1차 교육일정이 취소되고 그에 따라 수강신청을 변경한 사람들을 합쳐서 제3차 교육에는 40~50명의 간부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재정부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교육부서는 제3차 교육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재정부서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은 간부들 중에서도 ‘인원 대비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며, 지부 교육활동가들 중에서도 같은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5. 확인 및 전망

약간의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금속노조는 ‘5기 2년차 조합 - 지부 임원·상집간부 의무교육’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애당초 이번 교육은 실험의 성격이 강한 모델 교육으로 기획되었고, 그런 만큼 여러 가지 평가거리를 제공했다. 교육원은 이번 교육의 경험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장차 금속노조 교육사업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조할 예정이다.

이번 교육을 통하여 교육원이 새삼스럽게 확인한 점은 낡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속노조 간부교육사업을 옭아매고 있는 낡은 고정관념들 중 가장 완고한 것으로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노조교육 하면 곧 ‘조합원교육’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그 하나이다. 이것은 교육대상과 관련된 고정관념인데, 현재 금속노조에는 간부교육을 조합원교육의 ‘기레빠시(자투리)’ 정도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다. 다른 하나의 고정관념은 교육형식과 관련된 것이다. 노조교육 하면 곧 ‘주먹밥식 교육’ 또는 ‘김밥식 교육’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규율과 관련된 고정관념도 있다. “바빠서 교육받으러 갈 시간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의무교육’이라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수많은 간부들이 그들의 의무를 방기한 데에는 “교육은 한가할 때 받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고정관념은 장차 금속노조가 새로운 간부교육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꽤 오랫동안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 또는 지부의 지도부와 집행부가 이런 고정관념을 고집할 경우 교육사업의 틀을 바꾸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번 교육을 통하여 금속노조는 이런 고정관념들에 맞서면서 새로운 틀을 실험해보았다. 

물론 이번 교육의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3개의 강좌로 ‘뷔페식 교육’을 충분히 구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밥식 교육’ 또는 ‘주먹밥식 교육’을 원칙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교육프로그램이 모델 역할은 충분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받을 사람이 교육받을 강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만이, ‘받았던 교육을 또 받는’ 낭비를 피할 수 있다. 장차 새로운 간부교육체제가 정립될 경우 금속노조는 간부들에게 3개 강좌가 아니라 30개 강좌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의 산별노조들이 간부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모습을 두고 볼 때, 300개 강좌를 제공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럴 경우 간부들은 자신의 관심과 필요, 학습경력과 학습수준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강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간부들이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서 8시간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이 그 주제에 대하여 중급 또는 상급 수준의 역량을 획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교육을 통하여 단시간(1~2시간)교육 관행을 원칙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장차 새로운 간부교육체제가 발전하면서 교육시간은 16시간(2박3일), 24시간(3박4일), 32시간(4박5일) 식으로 점점 늘어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여 교육수준도 점점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연수원을 이용하여 간부들에게 한 주제에 대하여 1주일 또는 2주일씩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외국의 산별노조들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끝으로, 의무교육이라는 형식은 금속노조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지부장이나 교육담당자 등 지부 교육사업 결정권자들의 교육사업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를 제공했다. 교육이수 현황을 두고 볼 때, 간부들 개개인이 교육참가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부가 그것을 결정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간부도 교육에 참가하지 않은 지부들이 많다는 사실이 그런 짐작을 가능하게 해준다. 지부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교육 불참을 결정했는지, 아니면 지부장이나 교육담당자 등 한두 명이 그것을 결정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아무튼 5개 기업지부는 단 한 명의 간부도 교육에 보내지 않았다. 무슨 급박한 사정 때문에 간부들의 교육권을 박탈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교육을 통하여 교육원은 장차 금속노조가 새로운 간부교육체제를 정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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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간부교육시간을 단체협약으로 확보해야 한다. 대의원과 현장위원을 포함한 모든 간부들이 체계적이고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단체협약을 통하여 간부들의 근태를 해결해야 한다. 

②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1박2일 교육에 든 비용은 1인당 15만 원이었다. 교육대상을 모든 간부로 확대하고 그들에게 더 장시간의 교육을 제공하자면 그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조합비를 쪼개어 교육예산을 조달하는 방식으로는 재정마련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단체협약 등을 통하여 교육기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③ 체계적인 간부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능력 있는 강사들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기존간부 역량강화교육 프로그램도 신임간부 양성교육 프로그램도 모두 ‘선택식 - 단계별 - 주기적 - 의무적 교육’이라는 원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조합 교육활동가들이 간부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을 주제별로 전문화시키는 교육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④ 교육이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간부들은 노동조합이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동시에, 자신들의 역량과 신념을 강화시킬 의무가 있다. 간부집단에게 교육규율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교육이수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이수제도는 교육사업이 정파경쟁의 종속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⑤ 중앙연수원을 설립해야 한다. 교육대상을 모든 간부로 확대하고, 간부들의 전문영역과 학습수준에 따라 다양한 주제별 - 단계별 강좌들을 마련하고, 장시간 숙박교육을 제공하자면 연수원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⑥ 지부 수준의 간부교육체제를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부교육위원회는 조합원교육만 담당해왔고, 간부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지부교육위원회와 중앙연수원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간부교육체제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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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교육사업의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그것을 단숨에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략적 목표의 실현은 적지 않은 시간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그 기간 동안 교육사업이 담당해야 하는 단기적 과제를 방기할 수도 없다. 연달아 닥치는 당면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장기적, 전략적 목표를 놓치지 않으려면 ‘교육사업발전 5개년계획’ 같은 것을 세워서 그것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직도 노동조합 일각에서는 기업별노조 시대의 낡은 틀을 단지 수리하고 치장만 하여 산별노조 시대 간부교육을 담아보려는 게으르고 어리석은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낡은 틀을 이리저리 잡아당겨 그것의 용량을 키워보려는 사람들도 있고, 얄팍한 기교주의를 덧대어 그것을 치장해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그들은 경험주의와 소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물은 아무리 커도 우물이고, 김밥은 아무리 세련되게 말아도 김밥이다. 낡은 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그것의 수명만 연장할 것이며, 그만큼 새 틀을 짜려는 시도는 늦어질 것이다. 손에 익은 연장이 만만하지만, 만만한 연장만 다루면 낯선 연장을 익힐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 틀을 짜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