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반노동 정책, 어떻게 진행돼 왔나

노동사회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 정책, 어떻게 진행돼 왔나

편집국 0 3,393 2013.05.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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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법 논의는 시행 유예에만 초점이 맞춰져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근본 해법은 실종됐다. 7월10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열린 ‘비정규 월례포럼’ 모습. ▷ 레디앙 ]

이명박 정부의 반 노동정책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노동조합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CEO 출신 대통령의 철학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사상 최대의 구직난에 임시직인 행정인턴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내년 7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재계가 경제위기를 이유로 제도 시행 이래 최초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시하는 총공세로, 2.75%라는 사상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관철시켰다.

또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들은 비정규직법(기간제보호법, 파견법)에 따라 7월1일부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100만 해고대란설’을 제기하며 법 시행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각계각층에서 일었던 정부의 ‘불통’을 지적하는 시국선언 흐름에 참여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들에 대해서는 징계 등의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행인’ 일자리 양산이 청년실업 대책?

2008년부터 경기가 악화되고 청년실업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나온 것이 ‘행정인턴’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2008년 12월22일 <2009년도 업무추진 계획>에서 행정인턴 2만 2천여 명(국가 5,200명, 지방 5,600명, 공공기관 10,000명, 지방공기업 1,300명)의 채용계획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도 올해 2월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강조하며 청년인턴을 많이 채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후 대기업·중소기업·공기업·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인턴 채용 계획이 쏟아져 나왔다. 행정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조차 “정부가 행정인턴을 채용하겠다고 한 뒤 기업들도 정규직 대신 인턴만 뽑는 것 같다”고 비판할 정도로 민간 기업들의 인턴 채용이 확대됐다.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기관 등에서 일하는 행정인턴도 올해 1만 6천 명으로 규모가 확대됐고, 공기업에서도 1만 2천 명 이상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쏟아진 행정인턴들은 ‘행인’(안정적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일자리라는 뜻)이라는 은어를 낳으며 대표적인 졸속행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단기계약직인 행정인턴 속성상 계약 기간이 끝난 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을 하면서도 이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도 행정인턴에게 제대로 된 업무를 주기 꺼려한다. 결국 6~11개월의 ‘초단기 계약직’인 이들은 조직에 녹아들지 못하고 눈치 보며 이직을 준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시계를 거꾸로, 최저임금 싸게 부려보세

정부의 반노동 공세는 가장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이들인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2008년 11월1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습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10% 감액 적용하는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들이 합의해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숙식비를 최저임금으로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3월27일에는 국무총리실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를 2년 동안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 2010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제도가 시행된 이래 최초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내놓았다. 현재 최저임금인 시간당 4,000원을 시간당 3,770원으로 5.8% 삭감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한 3,770원은 공교롭게도 2008년에 적용됐던 최저임금과 정확히 일치한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 정부와 재계의 간절한 바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노총은 ‘국민임투’를 내세우며 압박했고 한국노총 역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최저임금 삭감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최저임금 심의는 최저임금 결정안을 노동부에 제출할 시한까지 넘겨가면서 진통을 겪었고,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75% 인상된 시급 4,11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삭감이라는 전대 미문의 사건은 막았지만 ‘중소영세사업장의 고통’을 빌미로 한 정부와 재계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말 그대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까지 뻗친 공세가 적어도 이 정부 집권 내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행 유예기간 프레임에 갇혔던 비정규직법 논의

최근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됐던 것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문제다. 법 시행 2년을 앞둔 올해 초부터 정부는 ‘100만 비정규직 해고 대란설’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직법의 기간 제한 2년 조항이 해고 대란설의 근거였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6월18일 “비정규직법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고, 7월1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달에만 최소 6만~8만 명 정도가 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70만~100만 명이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동부는 7월이 되면 100만 명이 해고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 허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7월부터’ 70만~100만 명이 해고된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수상한’ 해고 대란설을 흘린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노동계는 “의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조장해 비정규직법 개악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기극”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도 보조를 맞춰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법 시행을 아예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비정규직법을 놓고 갈등하던 여야는 6월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3개 교섭단체(민주당,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간사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대표가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처음부터 ‘시행 유예기간’이라는 보수 세력의 프레임에 갇혔다.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시행 유예기간을 몇 년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지를 따지는 논의 안에서 실종됐다. 처음에 민주당은 유예 불가를, 한나라당은 4년 유예의 정부안보다 1년 낮춘 3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법 적용 시한이 하루 남은 6월30일에는 1년 유예(민주당)와 1년 6개월 유예(한나라당)까지 좁혀졌다.

해고 자유롭게 하면 고용이 안정된다는 거짓말

결국 정부의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시도는 무산됐다. 시행 유예기간을 둘러싼 입장차로 인해 여야는 합의를 보지 못했고, 7월1일부터 비정규직법의 효력은 발생된 상태다. 그러나 해고 대란설을 흘렸던 노동부는 여전히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해고의 주범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노동부는 법 적용 보름 후에 한나라당 정책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소속된 5인 이상 8,931개 사업장에 대해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고자가 4,325명(72.5%)인 반면 정규직 전환 근로자는 1,644명(27.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의 해고는 공공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7월1~3일 25개 산별노조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규모 해고 움직임은 공공연맹에서만 포착됐다. 한국노총 산하 73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6,945명 가운데 6월30일로 고용기간 2년을 맞은 경우는 379명이었는데 이 중 217명(57%)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업장은 도로공사(22명), 주택공사(31명), 토지공사(145명), 한국폴리텍(19명) 등이다. 노동계가 “해고 대란설을 입증해 공포감을 유발시키려는 기획해고”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갈등에서 두드러졌던 것은 정부와 여당의 ‘모순’이었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고용 유연화가 중요하다는 모순투성이 주장 속에서 정부와 여당은 ‘서민 지킴이’로의 극적인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의 순기능과 해고 대란설의 허구성이 입증되면서 비정규직법 논의는 조금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다만 미디어법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비정규직법 논의가 실종된 면도 있기 때문에, 미디어법이 통과된 현재로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공세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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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월19일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635명의 교사가 참여한 '민주주의 수호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 프레시안 ]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88명 중징계

노동계에 대한 공세는 노동정책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불통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왔다. 노동조합들 중에는 공무원노조들과 전교조가 가세했는데, 특히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진행됐다. 정부는 시국선언 명단에 포함되어 있던 교사 전원에 대해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했으며, 경찰은 처음으로 전교조 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전교조는 지난 6월18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6월 교사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1만 7천여 명의 교사가 서명한 시국선언에서 전교조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부의 독선적 정국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권력 남용에 대한 국민 앞 사과와 국정 쇄신, △헌법에 보장된 언론, 집회, 양심의 자유와 인권 철저 보장, △특권층 위주 정책 중단, 사회적 양자 배려 정책 추진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 및 한반도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과 학교운영의 민주화 보장, △빈곤층 학생 지원 등 교육복지 확대 및 학생 인권 보장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6월26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 1만 7천여 명 전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집행부와 전임자 88명에 대해서는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검찰 고발도 병행했다. 88명의 중징계는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규모다.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교과부의 내부 판단이 있었지만 교과부는 전교조 교사 41명을 직접 검찰에 고발했다. 

나머지 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이 맡았다. 교과부의 징계 및 고발 방침이 정해진 이후 각 시·도 교육청은 해당 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 대한 ‘고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교육청은 7월1일 전교조 대구지부 간부 3명과 경북지부 간부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날 충남도교육청은 전교조 간부 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뒤이어 울산시교육청, 경남도교육청, 충북도교육청, 광주시와 전남도교육청이 모두 20명을 고발했다. 

6월29일에는 시국선언 징계에 항의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려던 정진후 위원장과 간부 1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정진후 위원장 등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교단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게다가 경찰은 7월3일 새벽에 서울 영등포와 사당동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을 2시간가량 압수수색했다. 교과부의 검찰 고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이날 경찰은 인트라넷 서버 9대와 컴퓨터 4대, 2009년 본부 연락처, 시국선언 관련 기자회견 녹화 테이프, 개인수첩, 최근 전국대의원대회 참가자 명패까지 압수했다. 

탄압에 더욱 강고해진 교사들의 결집

정부의 유례없는 탄압은 서거 정국에서 시국선언이 공직 사회로 번져 나가는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교조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이 공직 사회 전체로 번져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현안을 밀어붙이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염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7월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차 시국선언 <민주주의 수호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참가자들은 1차 때보나 1만 명 이상 늘어난 2만 8천여 명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참여를 우려했던 공무원들도 가세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들은 같은 날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의 1부 순서인 ‘교사 공무원 시국선언 탄압규탄 국민대회’에 참가해 정부의 비상식적인 공직 사회 탄압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정부의 대응은 점입가경이다. 행안부는 7월21일 공무원들의 시국대회 참가와 관련해 “이를 주도한 민공노·전공노 등의 핵심관계자를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규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하고, 공무원법상의 성실의 의무·복종의 의무·품의유지 의무, 집단행위 금지 위반으로 중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도 7월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 “학교별로 선언에 서명한 교사 수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은 척결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다

공무원노조들은 행안부의 허위사실 유포 행위와 각급 기관의 집회참여 방해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고발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 역시 “시국선언 서명 교사 징계 및 고발에 이어 학교별 숫자까지 공개하려는 것은 전교조를 길들이겠다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 전교조·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전교조가 가지고 있는 공직 사회 전반에 관한 파급력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에 전교조 교사들의 교육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조운동에 앞장섰던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좌파’로 키워냈다는 판단이다. 전교조에 대한 이같은 판단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은 정권 내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자를 ‘직원’으로만 바라보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정부에게는 공무원노조들 역시 ‘일 제대로 안 하고 말 안 듣는’ 눈엣가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반노동 공세는 현 시기 한국사회 보수 세력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면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라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는 상식 이하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화’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이 현 정부이지만 선진화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상식 없이는 공허한 물신주의로 흐른다. 남은 3년 반 동안 노동운동이 해야 할 일은, 그래서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