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와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과제

노동사회

‘공기업 선진화’와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과제

편집국 0 4,931 2013.05.29 11:15

 

roh_01.jpg
[ 3월23일 공공운수연맹의 ‘공공기관 선진화 강제추진 규탄 간부 결의대회’.  ▷ 공공운수연맹 ]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노사관계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6년 1월 공무원노조법의 시행에 따라 6급 이하 공무원 약 29만 명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어 노동운동 내에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비중이 한층 더 커진 상황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편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 갈등의 진원지로 공공부문이 지목되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원인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민간부문에 비해 높은 조직률이라는 특징과 함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공익서비스 제공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국가경제·국민생활에 공공부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작은 정부론’에 기초한 공공부문 개혁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개편 정책은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뿌리 채 흔들어 놓는 외부 변수이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집권 초 공공부문 개혁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제기하곤 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작은 정부’에 뿌리를 둔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개혁의 추진 속도가 빠르고 폭이 광범위하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공공기관의 민영화, 통폐합 및 인력감축 등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집권 초 촛불 시위의 영향으로 인해 초기 구상이 수정되었지만 결국 2008년 하반기 그 기본 골격이 완성되었으며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현재 ‘공기업 선진화’ 계획들은 2008년 8월11일 1차 방안 발표 이후 2009년 3월31일 6차 방안까지 발표된 상태다. 이 계획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공기업의 ‘소프트웨어 개혁’을 탈피하여, 김대중 정부와 유사하게 공기업의 민영화, 통합?폐지, 기능조정, 경쟁도입, 효율화 등 강력한 ‘구조개편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인력 감축 및 임금 삭감 등이 포함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2012년까지 305개 공공기관의 3만 5천 명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덧붙여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공기업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평균 16% 삭감하는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하고 있다.

roh_03.gif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세계 각국이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강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5년 동안 공공부문 개혁이 지속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공기관의 규모가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실제 2008년 현재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 수는 305개, 예산은 338조원(2008년), 종사자 수는 26만 명(2007년 말)으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공공기관들이 “낮은 생산성, 과다한 임금·복리후생에 따른 방만 경영”에 놓여 있고, 또한 민간역량의 성숙으로 역할이 줄어들어야 함에도 기존 역할을 계속 유지하여, △시장 마찰 및 민간경제 발전 저해, △동일 산업 분야에 지원기관이 다수 존재, △중복지원 및 과잉지원, △기관 간 갈등 등 비효율적 운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roh_04.gif

이상과 같은 정부의 강력한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는 공기업·공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가 ‘방만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에 착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 개편은 단지 1~2년에 마무리될 사항이 아니라 집권 기간 내내 정치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은 2009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규제 개혁과 공기업 선진화, 교육개혁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며 “공기업 선진화는 공기업을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개혁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개혁이다. 공기업 개혁이야말로 공공부문의 군살을 빼고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길이다”라고 주장함으로써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과 의지를 역설하였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2009년 4월18일 정부는 70개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과 관계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워크숍’을 개최하고 2009년을 ‘공기업선진화 2기’로 규정했다. 또한 2기의 핵심과제로 △3대 거품 빼기, △노사관계 선진화, △일류서비스로 진화 등을 제시하였는데, 그 세부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3대 거품 빼기’는 “생산성에 비하여 부풀려진 보수, 직급과 조직, 사업 구조의 3대 거품을 제거하여, ‘신의 직장’ 논란을 불러 일으켜 온 방만 경영을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저(低)위험, 고(高)보상 보수체계’를 난이도, 전문성, 직업 안정성 등 합리적 기준에 비추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역할과 책임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은 간부직비율, 직급구조 등을 개혁하며, 민간 위탁대상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과도한 직영 체제로 인한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사관계 선진화’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공공노사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만큼,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을 당면 과제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공공기관 평가 시 노사부문 평가의 주안점을 종전의 ‘갈등요소 최소화’에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 여부로 변경하고, 또 ‘노사관계 과락제’를 도입하여 노사관계 미흡 시 최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S) 및 우수(A) 등급은 부여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roh_02.jpg
[ 4월8일 공공연맹의 ‘공기업 임금삭감 및 인력감축 저지를 위한 공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  ▷ 공공연맹]

roh_05.gif

공공부문 개혁의 빛과 그림자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방안은 일부 국민적 동의를 얻긴 했지만 시민사회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척결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공기업을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개혁”임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공기업 개혁의 추진과정은 “△공기업에 대한 왜곡된 진단, △개혁 추진 및 과정에서의 전도된 목표, △노동 배제의 일방적 추진, △사회적 대화의 부재” 등으로 시민사회와 노동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그 이유와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공기업 선진화의 목표 및 방향성이다. 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목표를 국민의 보편적 편익 증대, 즉 ‘공공서비스의 증진’보다는 시장 경제의 활성화, 국정 과제 실현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 두고 추진함으로써, 공기업 개혁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부각되었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민영화 또는 민간 경영원리 확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국민 일반과 공기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가져온 것이다. 공기업의 개혁은 요구되지만 그 대안이 반드시 ‘시장기업화’는 아니라는 생각 또한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폐해가 커지면서 국민들에게 ‘공공성’ 요구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경제위기 상황에 따른 서민대중의 생활고와 빈부격차의 확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는 반대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기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둘째, 공기업 개혁의 비전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기업(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에 대한 정치적 보은인사(“낙하산 인사”)를 반복함으로써 개혁의 신뢰성과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지 못했다. 또한 개혁 추진을 위한 민주적 의사수렴 틀의 부재로 인해 행정부 일방통행만이 진행되는 한계를 노정하였다. 공기업 선진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및 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음에도 실제 활동에 있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들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노동조합의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공기업 개혁 성공에 필수적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수반되지 않았다. 공공부문 개혁은 그야말로 시민들의 기초생활이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수립과 진행과정에서 공론장에서의 민주적 토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셋째, 공기업의 효율성 달성이 노동과 취약계층에 대한 부담 전가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의 기조를 “미래와 국민을 위한 과감하고 쉼 없는 자발적 변화”로 규정하고 “체질 개선과 거품 빼기(Re-engineering & Down-sizing)”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129개 공공기관 2만 2천 명 인력을 감축하고, 대신 청년 인턴사원을 1만 2천 명 채용하기로 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시키고, 임시직·비정규직 일자리는 확대하는 모순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을 독려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진정한 공공부문의 개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임금구조 개편과 기능 재편 등을 통하여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의료, 교육, 주택부문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확충을 통하여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 확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이 달성되더라도 그것이 분배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특히 노동과 취약계층에 대한 부담 전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공기업의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 정책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진단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외부적으로는 구조개편 상황에 놓여 있으며, 내적으로는 조직 역량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산별노조 전환과 사회 공공성 강화 등을 추진하며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비중과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음에도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변화 및 대응은 더디며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현재의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진단하고, 이에 기초하여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먼저, 현재 공공부문 노조들은 ‘조직통합’으로 조직 규모를 확대하였으나, 조직 통합성은 높지 않다. 한국노총 산하 공공서비스연맹, 공공건설연맹, 정부투자기관노동조합연맹은 2004년 11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으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연맹, 전국민주버스노동조합,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화물통합노동조합준비위원회는 2007년 1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공공운수연맹)으로 통합하였다. 조직통합으로 공공연맹은 64개 노조 4만 4천명으로, 공공운수연맹은 103개 노조 13만 9481명으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조들은 조직통합의 역사가 일천한 관계로 노조 조직의 내부 통합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연맹은 소속 기업별노동조합과 연맹의 결합력이 높지 않으며, 공공운수연맹의 경우 산별노조 전환조직과 미전환조직 간의 활동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공공운수연맹의 산별 전환은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공운수연맹 전체 조합원 141,844명(2008년 2월 기준) 중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직할협의회’ 소속 기업별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57,117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40.3%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정부는 노사관계의 사용자로서 자기 역할을 방기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부문 노사관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부가 사용자라는 점에서 민간부문과 명확하게 구분된다. 특히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기관 운영 전반에 걸친 정부의 지배와 개입이 노사관계의 기본 성격을 좌우한다. 그러나 국가가 공공부문의 일차적인 사용자로 나서는 것은 아니며, 또한 정부가 기관의 일상적인 운영이나 행정에 관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관련 부서가 법령에 근거해 각종 지침(invisible employer guideline)을 제시하면 경영진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이에 따라 그 성격과 방향이 결정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교조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노동조합의 인정이 아닌 배제로 일관하고 있어 우려된다. 이러한 태도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요구 투쟁을 누그러뜨리기보다는 정부와의 갈등을 증폭시켰고, 이렇게 증폭된 갈등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 배제적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모범적 노사관계의 형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 단체교섭 구조는 ‘통제의 중앙집중화’와 ‘노동조합 대응의 분권화’로 요약된다. 정부는 임금,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어 ‘공공기관운영위’의 지침을 통해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반면 단체교섭 구조는 기업별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공공서비스노조의 경우 산별 전환과 함께 공공기관운영법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단교섭을 추진했지만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임금 통제와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의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압박에 대해, 노동조합의 대응은 고립분산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개별기관의 이해관계에 머무르는 분산적인 대응은 자체 대응력의 한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 투쟁에서의 열위와 공공부문 개편방향에 대한 대안의 부재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째, 공공부문 노조들은 민영화와 통폐합 그리고 인력감축 위주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대한 ‘대항 전선’을 구축하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공공부문 노조들의 분산된 조직구조와 취약한 조직 및 투쟁역량을 지적할 수 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투쟁은 ‘공기업 선진화 반대’라는 전체 전선의 구축보다는 개별화되고 분산적인 성격을 띠었다. 이 결과 공공기관에 덧씌워진 ‘방만 경영, 비효율’의 굴레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공공성’ 담론을 사회화·여론화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1990년 중반까지 유지되었던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상설 연대체의 붕괴 역시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투쟁 자원의 약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발전 과제 

이러한 진단 속에서 다음과 같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발전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정부의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역할 정립과 단체교섭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민간기업 노사관계와 달리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사용자로서 정부의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이 그 지형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틀 및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덧붙여 대통령 스스로 공공부문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선진화의 첫걸음은 다름 아닌 ‘노동조합 인정’에서 출발한다. 모범적 사용자로서 정부의 역할 정립 없이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별로 분권화된 현재의 교섭구조는 공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 및 거래비용의 증대와 공공기관 사이의 눈치 보기, 기업 간 담합 구조 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핵심 원인이다. 정부는 공기업·공공기관들을 ‘간접적으로’ 통제한다고 주장하지만,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개별 기관이 실질적으로 갖는 자율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실질적으로든 형식적으로든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기관별 ‘자율교섭’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정부 공공부문의 특성을 반영한 단체교섭 방안은, △‘정책협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여 집단교섭과 보충교섭을 병행하는 구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2] 참조).

roh_06.gif

둘째,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재활성화를 위한 조직혁신과 노동조합 간 연대의 강화가 요구된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중앙 집중화된 교섭구조의 쟁취와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조직확대와 함께 산별노조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의 산별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기업별노조의 ‘관성’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산별 전환에 있어 교섭구조를 어떻게 형성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공공부문 노조들은 현재 간부 충원이 쉽지 않은 조건이고, 또 조합원의 참여 저하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담한 발상과 활동 전환이 요구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내부의 연대와 노동조합 간 연대를 보다 확고히 구축할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여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그리고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들 간의 연대 등이 포함된다. 

셋째,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이념 정립과 사회적 인정 투쟁이 요구된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선언과 강령을 통해 ‘사회개혁’ 또는 ‘사회공공성(연대적)’ 노조운동을 제기하며,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이념 및 활동방향을 민간부문 노조운동과 분리 정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노동조합의 이념과 활동이 운동의 현장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점에서는 비판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공공연맹의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은 대중적 논의의 부재 및 주장과 실천의 괴리라는 점에서 운동노선으로서 정합성(整合性)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공공운수연맹의 사회공공성 투쟁은 그 구호에 걸맞은 실천 활동으로 정형화되지 못한 한계점을 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은 공공서비스기관이 가지는 공공적 역할을 체계화해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그럼에도 부족했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공공기관의 ‘공공적 상’을 분명히 정립하고 이것을 국민들에게서 인정받을 때 ‘공공기관의 공공화’ 운동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오건호, 2009).” 어느 연구자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국민의 요구이다. 

“공기업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공공적 가치와 서민의 생활을 연계해 사고하고, 그 공공적 고리를 시민들과 공유해 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왜 공기업인 토지공사, 주택공사에 대해 서민들의 원성이 그리도 큰지, 과연 (중소)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를 주인으로 섬겼는지 등을 되물어야 한다. 이제 노동자 스스로 개별 공기업별로 ‘공공성 방치 백서’라도 만들어 자기혁신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

덧붙여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부정적 인식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공공성’의 담론을 적극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직의 효율성과 서비스 강화’ 의제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공격 무기가 아닌 노동조합의 공기업·공공기관 혁신 전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