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규모를 어떻게 볼 것인가

노동사회

비정규직 규모를 어떻게 볼 것인가

admin 0 4,735 2013.05.07 10:44

1. 머리말

비정규노동의 문제가 한국 노동문제의 핵심문제로 부상하면서 비정규 노동의 규모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 논쟁이 우리나라 비정규노동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논쟁을 통해 기존 통계자료들의 유용성과 한계가 드러나고, 비정규노동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 논쟁을 노동계와 정부 또는 노동계와 사용자간 대립의 대리전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어, 논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더욱 발전되는 것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 글은 이 논쟁에 대한 제3의 해결책 같은 것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뒤에도 말하겠지만,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규모에 대한 입장들 중 어느 쪽이 정확한가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이 글의 목적은 여러 입장의 가정과 근거를 좀 더 분명히 밝힘으로써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게 하는 데에 일조하려는 것이다. 단, 이런 논의를 기초로 비정규노동의 규모 추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제기하고, 외국과의 규모 비교도 시도해 볼 것이다. 

2. 논쟁의 내용

비정규노동의 규모에 대한 논쟁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고, 그 한 입장의 글이 지난 호 {노동사회}에 실렸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아주 간단히 보면, 2001년 1월에 열린 한국노동경제학회 세미나에서 노동경제학자들은 한국의 비정규직이 흔히 알려진 전체 임금근로자의 52%보다 훨씬 작은 규모라고 주장하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박기성(2001)은 우리나라에서 시간제근로자 및 비전형근로자(파견, 용역, 호출, 독립도급 등)까지 모두 포함한 비정규직의 규모가 임금근로자 중에서 26.4%이고, 비정규직 중 한시적 근로자(contingent worker)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3.5%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최경수(2001)는 한시적 근로자를 아주 넓게 잡아 계속근무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를 모두 한시적 근로자로 잡아도 전체 임금근로자의 17.6%에 불과하며, 이런 수치를 볼 때 우리나라 임시·일용노동의 비율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과반수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문적 소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김유선(2001)은 이런 주장을 반박하면서 임금근로자 중에서 임시근로의 비율이 56.1%이며, 파트타임·호출·파견·용역·가내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전체 비정규직의 규모는 58.4%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주장은 모두 동일한 자료, 즉 2000년에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기초하고 있다. 동일한 자료로 이처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은 비정규노동의 분류기준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파트타임·호출·파견·용역·가내근로 등을 비정규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 입장이 일치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없고, 문제가 되는 것은 임시·일용직에 대한 해석이다. 즉 박기성과 최경수는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발표하는 임시·일용직 통계를 임시적 고용을 보는 수치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는 것에 비해 김유선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기성과 최경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의 상용·임시·일용의 일차적 구분기준이 고용계약 기간이지만 현실적으로 고용계약이 있는 노동자가 12.0%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고용계약 기간이 아니라 수당이나 퇴직금 수혜 여부에 의해 상용·임시·일용이 구분된다는 점을 들어 통계청의 수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신 그들은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사용하는 한시적 근로자(contingent worker)의 정의를 원용하여 우리나라에서의 비정규직 규모를 추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유선은 '노동현장에서 임시, 일용직 개념은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경제활동인구조사 표본가구는 5년 동안 매달 동일한 설문에 응답하는 가장 숙달된 조사대상자임을 감안할 때 대다수가 이 문항에 곧바로 응답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3. [경제활동인구조사] 및 대안의 한계 

이처럼 논쟁의 열쇠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의 상용·임시·일용직 조사방법의 적합성 문제로 된다. 나는 일단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의 상용·임시·일용직의 구분 방식은 본래 상용·임시·일용직 구분의 목적, 즉 고용계약기간에 의해 고용안정성을 파악한다는 목적에 비추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조사 대상자의 대다수인 88%는 본래 파악하려는 사항인 고용계약 기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퇴직금·수당 등 부가적인 기준에 의해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인과 객이 바뀐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유선은 노동현장에서 임시, 일용직은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했지만, 이 때 임시직이나 일용직이 본래 통계청이 임시·일용의 개념에 의해 파악하려 한 바로 그 임시·일용인가는 알 수 없다. 이들은 동일 사업장의 '상용' 노동자에 비해 고용은 특별히 불안정하지 않으면서 단지 퇴직금이나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원을 면담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상용' 노동자의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이 임시·일용직 비율이 높게 나타난 한가지 이유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통계청의 상용·임시·일용 구분 기준인 '고용계약 기간'이 한국의 실정에는 잘 맞지 않는 채 일본에서 도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노사간에 고용계약이 분명하게 체결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박기성과 최경수가 미국 노동통계국의 정의를 원용하여 '기대되는 계속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한시적 노동자(contingent worker)를 추계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비정규노동의 중심적 부분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비정규직 규모를 추계하는 관점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듯이-이런 기준을 따르면,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에서 제외되고, 계약기간이 1년 반이나 2년인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특히 1년 미만의 단기계약을 반복하면서 1년 이상 장기 근속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이른바 '비정규직의 설움'을 가장 뼈저리게 맛보고 있는 층이며,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층이기도 하다. 이들이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 통계는 매우 불완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통계가 자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김유선, 2001)을 고려할 때에 그러하다. 그러므로 미국 노동통계국의 기준에 의한 '한시적 노동자' 추계는 우리나라 임시적 노동자의 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수치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고, 비정규직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보조 자료 정도로 이용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비정규직, 특히 임시적 노동자의 규모 추정으로는 두 입장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비정규직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엄밀한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새로운 조사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앞에 말했듯이 자료의 한계는 조사 항목의 미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용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는 한국의 상황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시적 노동자 및 비정규직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만족스러운 기준은 본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 기준의 정당성을 강변하기보다는 오히려 복수의 기준을 인정하고 각각의 유용성과 한계를 분명히 밝혀 상호보완적인 자료가 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일 것이다. 

4. 임시적 노동 추계의 여러 관점과 유용성

그러면 근래의 논쟁에서 떠오른 몇 가지 임시노동자 추정 기준의 내용과 장단점을 좀 더 따져보자. 주요한 것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미국 노동통계국의 정의

미국 노동통계국에서는 1989년 한시적 노동자에 대해 다음과 개념규정을 하였다: 한시적 노동이란 그 직무에 있는 개인이 장기고용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일단 이 정의는 매우 넓으며, 이 글에서 말하는 '임시적 노동'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1995년에 실시된 Current Population Survey 부가조사에 의해 이를 실제로 추계하기 위한 조작적 정의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조작적 정의 1: 가장 좁은 정의로서 한시적 노동자란 현재의 사용자 밑에서 1년 이하 일했고, 앞으로 1년 이하 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임금노동자를 말한다. 이 기준은 임금노동자에게만 적용되므로 독립노동자나 자영업자는 제외된다. 이 기준으로 할 때 한시적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중에서 1995년에 2.2%이며, 1996년에는 1.9%이다. 

조작적 정의 2: 정의 1을 기준으로 적용하되 독립노동자 및 자영업자에도 이를 적용하였다. 이 기준으로 할 때 한시적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중에서 1995년에 2.8%, 1996년에는 2.4%이다. 

조작적 정의 3: 가장 넓은 개념으로, 임금노동자에 대해서는 1년이라는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의 고용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한시적 노동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독립노동자와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1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한시적 노동자는 1995년에 취업자의 4.9%이고 1996년에는 4.4%이다. 

미국의 한시적 노동자 정의는 미국의 상황에서 개발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노동자들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이 발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고용의 한시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정해진 고용계약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것은 한시적 노동자의 조작적 정의가 3개라는 점이다. 박기성이나 최경수는 이 중 '조작적 정의 1'만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한시적 노동자의 본래 정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나아가 '조작적 정의 1'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유용한가라는 문제도 있다. 미국노동통계국이 1년이라는 기간을 조작적 정의로 사용하는 이유는 1년 이상 고용되었거나 계속 고용될 것으로 기대되면 지속적 고용(ongoing employment)을 하기로 암묵적 계약을 맺은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olivka, 1996: 4). 만일 이런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면 '조작적 정의 1'은 한시적 고용의 본래 정의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조작적 정의가 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나는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달라서 1년이라는 기준을 지속적 고용에 대한 암묵적 계약의 증거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한시적 노동에 대한 미국 노동통계국의 본래적 정의를 더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조작적 정의 1'보다는 '조작적 정의 3'이라고 보인다. 

그간 정부 및 관변 연구소가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통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노동통계국의 방법을 참조하면서 주로 '조작적 정의 1'의 핵심 지표인 기대 계속근로기간을 많이 물었으나, 이보다는 '조작적 정의 3'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조사하는 것이 더 긴요했을 것이다. 

2) 유럽의 정의

유럽에는 나라마다 노동통계가 다양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EU 통계사무소(Eurostat)는 표준화된 방법으로 각국에 대한 노동통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것이 EU 노동력조사(EU Labour force survey)이다. 이 통계 중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로는 파트타임 취업자(part time employment)에 대한 통계, 임시적 노동자(temporary employee)에 대한 통계가 있다. 

EU 노동력 조사에서 임시적 노동자는 기간제 노동자(employee with fixed term contract)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임시적 노동이란 사용자와 노동자가 객관적 기준, 예를 들어 특정한 날짜, 과업의 완성, 또는 일시적으로 대체된 근로자의 귀환 등에 의해 고용이 종료되도록 정해진 경우를 말한다(Eurostat, 2000; 11). EU 노동력 조사에서의 임시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open ended contract)의 대립 개념이므로 매우 범위가 넓다. 그러나 미국 노동통계국의 '한시적 노동'의 본래적 정의와 비교하면 기본 정신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EU가 임시적 노동자를 기간제 노동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기간제 고용이-그 기간이 1년이건 2년이건-고용안정성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비정규 고용형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EU 차원의 노사협약에 기초한 EU Directive에서도 기간제 노동을 제약없이 반복갱신하는 행위는 규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EU의 기준은 고용계약 기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통계청의 임시·일용의 본래적 구분 기준과 유사점이 있으며, 나아가 1년 이상의 장기 기간제 고용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간제 고용을 1년 이내로 한다는 조문은 대법원에 의해 사실상 사문화되었고, 근래에 전문직을 중심으로 1년 이상의 장기계약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EU의 기준은 우리에게도 매우 유용한 기준이다. 

문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비율이 너무 낮아서 이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부분적 수용은 가능하다고 본다. 위에 언급했듯이 미국 노동통계국의 한시적 노동자의 본래 정의와 EU의 임시적 노동자의 정의가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모두 지속적인 고용 또는 장기 고용이 명시적, 암묵적으로 합의되거나 보장되지 않는 것을 한시적 노동 또는 임시적 노동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고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사용자나 노동자가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조사함으로써 어느 정도 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고용계약 체결 비율이 낮다는 것은 곧 근로기준법 위반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고용관행의 전근대성이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EU의 임시적 노동자의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로부터 현장에서의 근기법 준수 운동 및 고용관행의 근대화 노력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3) 한국 통계청의 정의

한국 통계청의 임시·일용직의 분류방식이 통상적으로, 그리고 이 글에서 사용한 '임시적 노동자', 즉 장기고용이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합의되거나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의 규모를 추정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앞에 말한 바와 같다. 따라서 임시적 노동자 자체의 추정 기준으로는 미국이나 EU의 기준에 비해 적절성이 떨어진다고 일단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좀 다른 시각에서 보면, 통계청의 방식은 한국 비정규노동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이나 노동시간의 길이 또는 고용형태 등에 의해서도 파악될 수 있지만, 정규직과의 차별을 통해서도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임시·일용, 특히 임시직은 바로 이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로 이 차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정규직의 정의는 우리 상황에 매우 유용하다. 

통계청의 구분이 노동자 내부의 차별을 잘 보여주는 기준으로서 유용하다는 것은 상용인가 임시·일용인가에 따라 실제 수당, 퇴직금, 사회보험의 수혜 정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의 이 방식은 미국의 방식이나 유럽의 방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다른 나라의 기준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비정규직을 이런 방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일본이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고용계약 기간에 의한 분류인 상고, 임시고, 일고 외에 직장에서의 호칭을 중심으로 정사원과 비정사원을 나누고 있다. 이 중 상고, 임시고, 일고라는 분류는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정사원과 비정사원이라는 분류가 통용되고 있다. 정사원과 비정사원의 분류기준은 무엇인가? 사업자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핵심은 차별이다. 즉 비정사원은 정사원과 다르게 대우받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시간이나 고용계약 기간은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 

일본의 비정사원의 가장 큰 범주는 파트타이머이다. 기업에서의 호칭에 의해 정의되는 파트타이머들에는 실제 노동시간이 짧은 단시간 노동자도 있지만, 근로시간이 정사원과 유사한 이른바 '의사(擬似) 파트타이머'도 많다. 또, 파트타이머 중에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사람이 36.8%,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 63.2%였다. 그리고 파트타이머의 평균 근속년수는 여성 4.8년, 남성 3.5년이었다.

이처럼 파트타이머의 정의가 노동시간은 물론 고용계약기간 또는 계속 근로기간과 무관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주요 비정사원 범주들인 아르바이트, 계약사원, 촉탁 등도 마찬가지이다.

고용계약 기간에 의한 임시·일고만을 비정규직으로 볼 때에 비해 기업에서의 차별을 근거로 비정규직을 볼 때에 비정규직의 규모는 훨씬 크게 잡힌다. 일본의 최근 수치를 보면 임시, 일고가 피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1%인 것에 비해 기업에서의 호칭에 의한 비정규직(비정사원)의 규모는 전체 피용자의 24.0%이다.

일본은 이처럼 자기 나라의 상황을 반영한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를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이들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유선(2001)에 소개된 에피소드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부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근거에 의해 추계된 비정규직 통계를 인정하기보다는, 무조건 비정규직의 규모가 적게 추정되는 통계만을 옹호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상에서 비정규직의 중심 범주인 임시적 노동자를 추정하는 몇 가지 기준이 모두 나름대로 유용하면서도 모두 부분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그렇지만 여러 기준들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 유용성이 더 높은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 통계청의 임시·일용 분류 기준이며, 이것은 고용의 임시성이라는 관점도 포함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차별이라는 관점에 기초한 비정규직을 파악하는 기준으로서 유용하다. 그리고 이런 기준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김유선 등의 방식대로 파견, 호출, 독립노동 등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58%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적 규모만 파악되면 그 이상 엄밀한 수치를 밝히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조작적 정의 3'이다. 단, '조작적 정의 3'은 '조작적 정의 1'에 비해 모호하므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추어 보다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고용계약 기간에 대한 서면 또는 구두의 명시적 계약은 물론 암묵적 계약도 없는 사업체가 허다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상황에 맞게 이 정의를 수용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대체 무엇을 안정적 고용 또는 장기고용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이런 기준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임시적 노동자의 규모는 얼마가 될까? 우선 미국 노동통계국의 '조작적 정의 1'에 기초한 추계보다 훨씬 높을 것임은 거의 분명하다. 미국에서도 2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다. 나아가 통계청의 임시·일용 수치에 근접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사업체에서 수당이나 퇴직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단지 급여에서의 차별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나 경영상의 중요한 이유가 없어도 아무 때나 해고될 수 있는 고용불안정성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외국과의 비교: 한국의 비정규 노동의 규모는 특별히 높지 않은가?

앞에서 말한 대로 비정규노동의 규모는 비정규노동을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추계된다. 또한 나라에 따라 비정규노동을 추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최대한 유사한 기준에 의해 구해진 수치를 비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잘못된 추론을 하게 된다. 나는 최경수(2001)의 논의가 이런 문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최경수의 작업은 그간 추정방법이 전혀 다른 한국의 임시, 일용직 수치를 외국의 수치와 직접 비교하는 데에서 오는 오류를 극복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기존 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문제는 그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최경수는 국제비교를 위해 한국의 한시적 노동자를 세 가지 방법에 의해 추정한다. 하나는 앞에 말한 것처럼 미국 노동통계국의 '조작적 정의 1'이며(이를 '최경수 정의 1'이라 하자), 둘째는 '조작적 정의 1'에서 근속기간 1년 미만이라는 조건을 삭제하여 계속고용 기대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를 한시적 근로자로 보는 것(이를 '최경수 정의 2'라고 하자)이고, 셋째는 계속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를 한시적 근로자로 정의하는 것이다(이를 '최경수 정의 3'이라 하자). 이런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최경수 정의 1'에 의한 한시적 고용의 비율은 11.6%이고, '최경수 정의 2'에 의한 비율은 13.5%이며, '최경수 정의 3'에 의한 비율은 17.6%이다. 

최경수는 이 수치를 OECD자료에 의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한국의 일시적 고용 혹은 한시적 근로자의 비중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으며, 다만 높은 편에 속할 뿐이라는 결론은 매우 공고(robust)하며, 앞으로도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는 매우 단호한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경수가 인용한 1998년 통계에 의하면, 임금근로자 중 일시적 고용 비율은 호주 26.7%, 핀란드 17.4%, 포르투갈 16.9%, 스페인 32.5%, 터어키 18.2%이며, 주요 선진국들인 프랑스 13.5%, 독일 12.5%, 스웨덴도 12.4%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우려하는 것은 근거 없는 기우가 된다. 

문제는 그가 인용한 OECD 국가들의 임시직 비율이 한국과 비교가능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가장 중요한 조사대상은 유럽에 대한 수치들인데 이것들은 EU 노동통계국의 조사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그의 정의 세 가지 중 어떤 것도 EU 사무소의 통계 작성 기준과 비교가능하지 않다. 그는 나름대로 그의 수치가 국제비교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는 "OECD와 BLS의 광의의 정의는 '정의3'과 비교할 때, 일자리의 성격에 의한 분류이며, 계속근로기간에 의한 정의가 아니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고정계약기간 외의 일시적 일자리의 정의인 작업의 완수, 일시적인 대체, 계절적 근로가 1년 이상일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참작한다면, 한시적 근로자 '정의3'은 OECD의 정의에 비하여 광범할 것이며 보다 좁게 추정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라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런 주장은 근거가 취약하다. 우선 그의 '정의 3'은 그저 근속기간 1년 미만 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개념적으로 임시적 노동자와는 전혀 다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유럽의 임시직 또는 기간제 노동자 수치에는 1년 이상의 기간으로 고용된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고, 반복갱신에 의해 근속기간이 1년 이상인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EU 노동통계 최신호에 의하면, 유럽의 임시적 노동자 중에는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노동자들이 많다. [표 1]은 유럽 각국의 임시직을 고용계약 기간별로 나눈 것이다. 여기서 1년 이상의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5개국 평균 28.6%이며,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은 1년 이상 계약 하에 있는 임시직 비율이 50%에 육박하거나 50%를 넘는다. 반면 스페인과 프랑스는 장기계약 임시직의 비율이 매우 낮고, 이태리와 네덜란드도 20%를 약간 밑돈다. 

임시적 노동자들 중 반복계약을 통해 근속년수가 1년 이상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은 알 수 없으나, 많은 EU 국가들이 계약갱신을 용인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비율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최경수 정의 3'이 EU의 정의에 비해 광범위한 것이 아니라 역으로 좁게 추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그러면 보다 근거있는 비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으로서는 미국과의 부분적 비교 외에는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즉 미국 노동성의 좁은 조작적 정의에 기초한 한미 비교가 가능하다. 그리고 일본과의 대체적 비교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통계청의 임시, 일용노동에 파견, 호출 등 이른바 '비전형노동'을 추가한 비정규직 수치와 일본의 '비정사원' 수치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유럽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추계되는 임시적 노동자 수치 중 유럽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하고서도 대략적인 비교라도 해 보려 한다면 최경수의 여러 추계치보다는 오히려 '노동패널조사'에서 근로자 자신의 응답에 기초하여 정규직/비정규직을 구분한 자료가 더 나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조사 항목은 "님께서는 앞에서 응답하신 일자리(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계십니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계십니까?"라고 묻고, 용어풀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단기간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 등 일시적으로 취업한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기간제 고용을 지칭하는 유럽의 임시직 정의와 유사성이 크다. 

이런 전제를 하고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먼저 미국의 경우 앞에 말한 것처럼 '조작적 정의 1'에 따른 한시적 노동자의 비율은 약 2%이다. 이것은 피용자 중의 비율이 아니라 취업자 중의 비율이지만, 미국 취업자 중 피용자의 비율이 약 90%이므로 피용자 중에서의 한시적 노동자의 비율을 보아도 2.5%이내일 것이다. 이에 비해 이런 기준에 의한 한국의 한시적 노동자 비율은 1999년에 11.6%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한시적 노동자의 비율은 미국의 4∼5배에 이른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의 비정사원 비율은 앞에 말한 대로 24%이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수치는 52% 내지 58%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일본의 2배 이상이다. 노동 패널에서의 근로자 응답에 따른 비정규직을 기준으로 유럽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임시적 노동자의 비율은 30.2%로 앞의 [표 1]에서 본 유럽 국가들 중 스페인에 비해서만 낮을 뿐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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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경수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의 임시적 노동자의 비율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아도 유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잠정적 주장이며, 보다 근거있는 비교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임시적 노동자에 대한 보다 적합성있는 조사와 추계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 김유선. 2001.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노동사회} 55호(2001년 6월호).
- 박기성. 2001. "비정형근로자의 측정과 제언." {비정형근로자의 규모와 실태}(한국노동경제학회 2001년 학술세미나 자료집).
- 최경수. 2001. "비정형근로자 규모의 국제비교." {비정형근로자의 규모와 실태}(한국노동경제학회 2001년 학술세미나 자료집).
- 總務廳統計局. {平成12年 2월 勞動力調査特別調査報告}
- 勞動大臣官房政策調査部編. {パ-トタイマ-の實態: 平成7年 パ-トタイム勞 者總合實態調査報告}
- Polivka, Anne, E. 1996. "Contingent and alternative work arrangements, defined." Monthly Labor Review. October 1996.
- Eurostat. 2000. European social statistics-Labour force survey results 1999. European Communities.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6호